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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사 작사가 류익 Jan 05. 2024

#2. 무명과 유명 사이


ㆍ 저는 줄곧 유명(有名) 한 삶을 꿈꾸어 왔습니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하늘이 점지해 주는 것이며, 유명해지면 자연스레 달려 나올 부와 명예가 괜스레 부러운 줄로만 알았습니다. TV와 신문 등 각종 매체를 타고 나오는 수많은 인물을 보면서 저들의 수중에는 얼마의 재산이 얼마일까를 상상해 보며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ㆍ 그렇기에 저는 더욱 유명한 삶을 꿈꾸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속 한구석엔 언제나 인생을 쉽고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제가 유명해지게 된다면, 원하는 많은 것들을 별다른 노력 없이 손쉽게 일구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가령 많은 이들이 저와 만나는 것을 원하고 소망하며, 그런 과정에서 제가 원하는 수없이 많은 부를 손쉽게 거머쥘 것만 같았습니다.


아무것도 타고 자라지 못한 내가 어떻게 하면 세상에 이름을 떨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셀 수 없는 밤을 보내었습니다.


ㆍ 그런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일까요. 그제서야 보이지 않는 것들이 느껴지곤 합니다. 가령 부와 명예와 젊음을 모두 손에 쥔 채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며 웃고 있는 연예인을 보며 '인생이 폈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들은 이내 쉬이 제 손으로 명을 끊어내었고, 그 모습을 보며 왜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만 살아가지 못했을까에 대해 의아한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선 무심결 내가 유명해진다는 것을 상상하며, 갑작스레 유명세를 치르게 된 사람들의 영상을 수없이 지켜보곤 했었습니다.


그들의 결론은 '이루어 내는 순간, 희망이 없어진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다수의 대한민국 현대인들의 목표는 부의 축적으로 압축되어 있고 그것을 소망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모든 것을 손쉽게 이루어낸 이들은 더 이상의 삶의 목표가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없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감과 무게감에 짓눌려 한없이 심연으로, 심연으로 빠져들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ㆍ 어떤 의미에서는 유명해지는 것이 살짝 두렵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라는 존재이기에, 그들과 같은 상황에 몰리면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 생각해 본다면 아직 무명한 것이 참 다행이기도 합니다. 기초와 기본이 탄탄한 사람이 된 후, 유명해지게 되더라도 결코 늦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유명해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저는 오늘도 제 내면을 고스란히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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