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글
- 악동뮤지션(AKMU) 정규 3집 Album '항해' 중 3번 트랙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악동뮤지션 (AKMU)
2. 작사: 이찬혁
3. 작곡: 이찬혁
4. 편곡: 이현영
5. 발매일: 2019. 9.25.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 곡의 전주는 무겁게 떨어지는 베이스 음과, 밝게 울리는 멜로디로 단조로운 피아노 음정이 두 번 즈음 이어진다. 두 옥타브 이상의 음정의 차이를 두어 낮은 음의 베이스는 가슴을 간지럽히고, 톡톡 튀고 밝은 음의 멜로디는 귓불을 간지럽히니 상대적으로 가슴이 쿵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무겁게 떨어지는 베이스 음은 까만 바다를 연상케하고, 밝에 울리는 멜로디 음은 그 까만 바다를 비추는 촘촘한 밤 하늘의 별빛의 모습이 떠오른다.
악동뮤지션의 정규 3집 ALBUM의 주제는 '항해'라는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타이틀곡의 전주를 들었을 때 어두컴컴한 밤중의 망망대해 속에서 조금씩 속도를 내며 나아가고 있는 대항해시대의 케러벨이 떠오른다.
작사가 '이찬혁'은 어두컴컴한 망망대해 위로 어떤 배를 띄웠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
일부러 / 몇 발자국 / 물러나
내가 없이 / 혼자 걷는 / 널 / 바라본다
옆자리 / 허전한 / 너의 / 풍경
흑백 거리 / 가운데 넌 / 뒤돌아본다
2) VERSE_1-1 해석
-
곡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화자는 상대와 이별을 맞이하였다. 세상에는 많은 이별이 있지만, 사랑이 끝나간 우리에겐 이따금씩 일부러라도 반추하게 되는 사람들이 남게 된다. 사랑이 지나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몇 발자욱 뒤에서 지나간 인연을 바라보는 것 밖에. 화자 역시도 사랑이 지나가고, '몇 발자국 물러나, 혼자 걷는 널' 그저 바라보고만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간 인연을 가만히 들여본다는 것이, 조용히 책상에 앉아 지나간 연인을 떠올리고 있는 듯 보인다. 함께 손을 잡고 걷던 그 거리, 그때 화자는 연인과 함께 그 거리를 걸었었는데. 어느덧 둘은 이별했고 '너'의 옆자리는 허전해 보인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세상 속에서 '흑백'으로 거리가 보이는 것은 화자가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물리적 시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곡의 VERSE_1-1을 해석하면서, 작사가 '이찬혁'은 참 새롭고도 참신한 도전을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작사를 할 때, 곡의 제목은 은유적으로 표현을 할 때가 가끔 있는데, 곡의 내용을 전부 은유적 표현으로 풀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은유적 표현은 쉽게 이야기하면 '양날의 검'이다. 깊은 뜻을 함축하고 있는 단어를 독자나 청자들이 잘 곱씹는다면 정말 좋은 표현 방식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피상적인 글이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작사가 '이찬혁'이 만들어 낸 '몇 발자국 떨어져' 상대를 바라보거나, '흑백 거리 가운데' 서 있는 상대를 바라본다는 등의 표현을 쓰면서 시각적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심상(心像)을 만들어 냈다.
3) VERSE_1-2 가사
-
그때 / 알게 되 / 었어
난 널 / 떠날 수 / 없 / 단 걸
우리 사이에 / 그 어떤 / 힘든 일도
이별보단 / 버틸 수 / 있는 / 것들이었죠
4) VERSE_1-2 해석
-
화자는 곰곰이 상대를 반추하다 문득 한 가지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바로 화자는 상대를 '떠날 수 없다'라는 것.
하지만 '난 널 떠날 수 없다'는 문장의 행간에는 '쉽게'라는 단어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대개 사랑을 할 때 뜨겁게 사랑을 하고, 이별을 맞이할 때는 달궈진 가슴을 천천히 식히는 과정을 겪는다. 그렇게 잊히지 않을 듯했던 그 사랑도 시간 앞에 언젠가는 서서히 잊혀 가고. 지금 당장은 '난 널 떠날 수 없다'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마음의 상념이 만들어 낸 올가미일 뿐, 그저 쉽게 잊히지 않는 것뿐일 것이다.
-
그리고, 이어지는 가사에서는 둘이 사랑할 때 '그 어떤 힘든 일'들이 꾸준히 계속되어 왔지만, 그 힘듦과 어려움 모두 '이별'이 주는 아픔보다는 덜한 것들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참 오묘한 가사라고 생각한다. 대개 연인이 헤어질 때는 서로의 만남에 있어 한계치를 벗어났을 때 이별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힘든 일'들이 이별보다는 덜한 것들이라면. 이별을 하고 나서야 마음에 남겨졌던 상처들이 별로 아프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일까.
5) 후렴_1-1 가사
-
어떻게 / 이별까지 / 사랑하겠어
널 / 사랑하는 거지
사랑이라는 / 이유로 / 서로를 / 포기하고
찢어질 / 것같이 / 아파할 수 / 없어 난
6) 후렴_1-1 해석
-
'이별을 사랑한다'라는 말, 사실 떠올려 본 적 없는 문장이다. '이별'과 '사랑'이라는 상반되는 단어로 '이별을 사랑한다'라는 다소 역설적인 문장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당연, 우리는 이별까지 사랑할 수는 없다. 연인 간의 관계라면, 특히.
-
'귀여운 사람', '아이 같은 학생'이라는 예시처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스럽다.'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어떤 행동에 '-스러움'이라는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것은 특정한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즉, 같은 행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행동을 바라보는데 우리의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이유는 특정한 주체가 직접 행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귀여운 사람'이라는 행동을, 우리는 귀여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행동일지라도, 그 사람이 '이별'을 행한다면 우리는 '그마저도' 사랑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라는 말이 성립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그의 행동을 모두 사랑할 수는 없다. 그저, 상대를 사랑할 뿐.
-
'널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라는 참 역설적인 문장이 있다. 아마 화자의 상대도 비슷한 느낌의 문장을 전했나 보다. 그런 역설적인 문장을 들은 화자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포기하'게 된 그 상황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사랑하기에 찢어질 것 같이 아프다'라는 문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고여있다.
7) VERSE_2-1 가사
-
두세 번 / 더 길을 / 돌아갈까
적막 짙은 / 도로 위에 / 걸음을 / 포갠다
아무 말 / 없는 대화 / 나누며
주마등이 / 길을 비춘 / 먼 곳을 / 본다
8) VERSE_2-1 해석
-
우리는 '길'이라는 것이 가장 빠르고 목적지까지 짧은 길이 '좋은 길'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어느 목적지로 향할 때 항상 거리가 짧고 시간이 적게 걸리는 길을 항상 선택한다. 그렇게, 우리는 '짧은 길'에 길들여져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평소 쉽게 '길을 돌아갈까?'라는 의문을 자신에게 던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화자는 길을 돌아가고자 하는 의문을 던진다. 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도 간단하다. 역시 우리는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산보'처럼 생각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그렇기에 화자는 '굳이' 길을 돌아가며 생각과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는 두세 번 길을 더 돌아가면서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유유히 걷는다.
-
화자의 머릿속에서 차분히, 상대와 대화를 나누며 희미하고 언뜻 하게 보이는 앞날을 상상하곤 한다.
'주마등(走馬燈)'이라는 등은, 흔히 떠올리는 '등불'을 지칭하는 단어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을 앞두었을 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주마등처럼' 기억을 스친다는 표현을 더욱 자주 쓴다. 즉 '언뜻언뜻 빨리 지나가는 것'을 흔히 '주마등'이라고 비유하곤 하는데, 이 가사에 대입해보면 지난 기억들이 언뜻언뜻 스치며 예상할 수 있는 미래를 보고 있는 듯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
가사 전체적으로 걸음을 포개고, 대화를 나누고, 먼 곳을 보는 등의 감각적인 심상을 많이 사용하였다. 언뜻 은유적으로 보일 수 있는 표현들이, 전부 우리가 쉽게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것이기에 청자들은 가사를 더 와닿을 수 있었다.
9) VERSE_2-2 가사
-
그때 / 알게 되 / 었어
난 더 / 갈 수 / 없 / 단 걸
한 발 한 발 / 이별에 / 가까워 / 질수록
너와 / 맞잡은 / 손이 / 사라지는 것 / 같죠
10) VERSE_2-2 해석
-
'주마등이 길을 비춘 먼 곳을 본' 결과, 화자는 한 가지의 깨달음을 더 얻었다. 화자는, '더 갈수 없다는 것'을. 마음의 정리를 할수록 조금씩 이별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고, 서로 손을 맞대었던 시간과 기억들이 사라지는 것 같은- 사라져야만 할 것 같은 느낌들이 점점 찾아오기 때문이다.
11) 후렴_2-1 가사 (*후렴 반복)
-
어떻게 / 이별까지 / 사랑하겠어
널 / 사랑하는 거지
사랑이라는 / 이유로 / 서로를 / 포기하고
찢어질 / 것같이 / 아파할 수 / 없어 난
12) VERSE_3-1 가사
-
어떻게 / 내가 / 어떻게 / 너를
이후에 / 우리 바다처럼 / 깊은 / 사랑이
다 / 마를 때 / 까지 / 기다리는 게 / 이별일 텐데
13) VERSE_3-1 해석
- VERSE_3-1의 초반부에는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와 같이 '어떻게'를 반복하며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화자는 본인이 느끼는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이별'일 것이라고 한다. 정확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시간 앞에 장사가 없듯, 그 깊은 바다가 언젠간 다 마르긴 하더라. 그래도 우리가 살면서 언젠가 짜디짰던 바닷물 안에 잠시 발을 담가보고 싶어 무심코 돌아보는 그날에는, 그 깊었던 바다는 온데간데없이 어느샌가 다 말라 버리고- 그 자리에는 짜디짰던 소금만 듬성듬성 남아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우리들의 가득 찼던 시간과 서로 만들었던 추억은 온데간데없이, 기억의 파편 조각만 언뜻 남아있는 것처럼.
14) VERSE_3-2 가사 (*Verse 반복)
-
어떻게 / 내가 / 어떻게 / 너를
이후에 / 우리 바다처럼 / 깊은 / 사랑이
다 / 마를 때 / 까지 / 기다리는 게 / 이별일 텐데
□ 총평
-
통상 은유적인 표현으로 모든 가사를 써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모든 가사를 도전적으로 써낸 작사가 '이찬혁'의 참신한 시도를 높게 사고 싶다. 이렇게 시적으로 가사를 풀어내었기에, 청취자들이 가사의 깊이를 잘 이해할 수 있었고, 결국 작사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게 되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런 시적인 가사들이 많이 시장에 나왔으면 좋겠다. 구체적인 상황과 정확한 감정 전달로 '소비되는 가사'가 아닌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음미하는 가사'들이 많이 음악 시장에 나오게 된다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폭들이 점점 넓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