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글
- 델리스파이스 정규 5집 Album 'Espresso' 중 6번 트랙 '고백'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델리스파이스
2. 작사: 스위트피 (Sweetpea)
3. 작곡: 스위트피 (Sweetpea)
4. 편곡: 스위트피 (Sweetpea), 윤준호, 최재혁
5. 발매일: 2003. 1.24.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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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은 많은 뜻을 안고 있다. 흔히 마음속 숨겨 놓은 사랑을 이야기할 때 '고백'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숨겨 놓은 사실을 솔직히 꺼낼 때도 '고백'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사랑을 시작하는 단계의 수단으로서 '고백'은 아주 먼 옛날부터 꾸준히 노랫말의 소재로 사용되어 왔고, 그저 그런 의미로만 노랫말에 쓰인다면 개성 없이 천편일률적인 가사가 나오기 십상이다. 같은 소재로 몇 천 년간 꾸준히 색다른 사례를 만들어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은 약간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고백이 아닌 자백에 가까운- 일반적인 노랫말에 잘 사용하지 않는 파격적인 소재의 '고백'을 다루었다. 어린 날의 실수로 잘못된 선택을 한 한 아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곡인데- 대중적인 가용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화자 본인의 '마음 속 바람 이야기'를 소재로 잡았다.
작사가 '스위트피'는 누구에게 어떤 고백을 하려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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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때까진 / 늘 첫 / 째 줄에
겨우 160이 / 됐을 / 무렵
쓸만한 / 녀석 / 들은 모두 / 다
이미 / 첫 / 사랑 진행 / 중
2)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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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학창시절에 체구가 작은 학생이었나 보다. 작은 키 탓에 늘 첫째 줄에 앉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키가 커가는 중2 때는 겨우 160이 되었다.
학창시절의 남자의 키는 어떤 시각에서 연애 권력과 같다. 강한 수컷이 매력 있어 보이듯, 키가 큰 수컷도 단연 매력 포인트가 된다.
사춘기를 지나며 어느 정도 남성으로서의 모습을 갖추어가는 '쓸만한 녀석'들은 모두 사랑이란 것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신체적으로 성장이 덜 되어 수컷의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화자 자신은 아직 '쓸만하지 못 한' 상황인 것이다. 한참 이성에 관심이 생기는 중학교 시절에 금방 자라지 않는 본인의 신체를 보면 미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자연스레 들곤 한다.
그래도 어쩌겠어, 내 몸인데.
3) VERSE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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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 듣고 / 싶었던 / 말이야
물론 / 2년전 / 일이 / 지만
기뻐야 / 하는 게 / 당연한데
내 기분은 / 그게 / 아냐
4) VERSE_1-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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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년 전 언젠가 화자가 그렇게도 꿈꾸어 왔던 '첫사랑'의 기회가 찾아온 듯하다. 하지만 우리의 학창시절은 아쉽게도 경험이 없었다. 그토록 바라던 '첫사랑'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왠지 화자가 꿈에 바라던 상대는 아니었나 보다. 애초 좋아했던 이성이 아니라, 가까운 친구한테 고백을 받은 듯 보인다. 하지만 그때의 우리는 거절하는 방법도 몰랐고, 일단 '내가 사랑을 할 만큼 매력적이구나.'
라고 느낀 그 사실이 기뻐서 덜컥 수락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 감정이 기쁘면서도 뭐가 무엇인지 모르겠는, 어린 날의 복잡 미묘했던 우리의 감정이다.
5) 후렴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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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 미안해 / 네 넓은 가슴에 / 묻혀
다른 누구를 / 생각했었어
미안해 / 너의 손을 / 잡고 걸을 / 때에도
떠올렸었어 / 그 사람을
6) 후렴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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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사랑은 시작했다. 상대를 만나며 손을 잡고 걷는 날도, 넓은 가슴에 묻히는 날도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 순간도 화자의 마음속에 가득 자리 잡고 있는 '다른 사람'이 떠올랐다.
후렴에서 이 곡을 왜 '고백'으로 지었는지 알 것 같다. '고백'이라는 단어는 마음속에 감추어 둔 것을 숨김없이 말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 이 구절에서 화자는 상대와 함께 있을 때도 다른 사람을 생각했었다며 일종의 '고백'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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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애를 하는데 있어서 아주 좋지 않은 상황이다. 첫사랑의 경험부터 '바람'과 비슷한 상황이라니. 특히 그 사랑이 첫사랑이라면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만 바라보는 경우가 바람직하다고 보는 내 시각으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상대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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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통계에 의하면 연인 사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바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약 25% 정도가 된다고 한다. 바람의 정의는 개인이 인식하기 나름이지만, 해당 곡 내용 같은 경우는 사실 넓은 의미에서 바람은 맞다.
그렇기에 화자는 그저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것을 꺼내는 '고백'보다는 마음속 허물을 드러내는 '자백'을 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하지만 치기 어린 젊은 날의 실수였고,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용서받을 여지가 있는 행동이기도 하다.
우리의 어린 날은 미숙했다며 포장 받을 가치가 있기 때문에.
7) VERSE_2-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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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 좋아하면 / 좋아할수록
상처 / 입은 / 날들이 / 더 많아
모두가 / 즐거운 한 / 때에도
나는 늘 / 그곳에 / 없어
8) VERSE_2-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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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널' 좋아한다고 했는데, 여기서의 '너'는 누구를 가리킬까? 나의 판단에는 현재 연인이 아닌 '다른 누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무리 화자를 사랑해 주는 상대가 주변에 있다고 한 들, 화자는 행복할까. 이미 마음은 콩밭에 있는데.
그저 화자의 마음은 드러나지 못한 채 숨겨져 있을 뿐이고, 모두가 즐거움을 느끼는 데이트의 순간에도 화자의 기쁨은 그곳에 없다.
그렇기에 현재의 연인과 만남의 일수가 더해질수록, 외려 '다른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커지고 그 사이에서 상처 입는 존재는 바로 화자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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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일단 용기가 없다. 이러한 관계가 자신에게도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감히 끊어내질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기에 안타깝다. 언젠가는 이 사실이 자신의 목을 점점 조여올 텐데. 사랑의 단계가 깊어질수록 점점 외로움을 더 느끼는 경우가 있다면, 이런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9) VERSE_2-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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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 미안한 일을 / 한걸까
나쁘진 / 않았었지만
친구인 / 채였다면 / 오히려
즐거웠을 / 것만 / 같아
10) VERSE_2-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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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상대에게 '정말 미안한 일을 한 걸까?'라며 본인 허물에 확신이 안 서고 있다. 세상에는 많은 장난이 있지만,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장난이 제일 나쁘다고 배웠다. 진심으로 화자를 대하는 상대에게 거짓된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다면, '미안한 일'이 맞다. 미숙한
마음으로 일을 저질렀자면, 앞으로 비슷한 일은 없도록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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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조금 더 나아가 '친구였다면 오히려 더 즐거웠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 남녀가 연인 사이로 발전한 이후, 다시 친구로
돌아온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특히 연인의 관계일 때 많은 정을 나누었다면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 '친구인 채'로 남았었다면 지금 느낀 그 감정을 정확히 알 수 있었을까. 만약 돌아간들 화자는 분명히 다른 상황에 비슷한 실수를 반복했을 것이다. 사람은 겪지 않으면, 무언가를 깨닫기 힘든 존재기에.
그렇게, 이러한 실수들이 쌓여서 우리는 성장하고- 또 어른이 되어 간다.
11) Refrain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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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 미안해 / 네 넓은 가슴에 / 묻혀
다른 누구를 / 생각했었어
미안해 / 너의 손을 / 잡고 걸을 / 때에도
떠올렸었어 / 그 사람을
하지만 / 미안해 / 네 넓은 가슴에 / 묻혀
다른 누구를 / 생각했었어
미안해 / 너의 손을 / 잡고 걸을 / 때에도
떠올렸었어 / 그 사람을
□ 총평
- 사랑의 노래를 가사로 표현해 낼 때 '바람'이나 '외도'와 같은 윤리적으로 어긋난 소재는 참 다루기가 어렵다. 그런 소재를 과감히 선택하여 노랫말로 풀어 냈다는 시도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델리스파이스'는 이런 가사를 채택하여 곡을 메가 히트곡으로 만들어 내었으니 참 놀라운 일이다.
그나마 어린 날의 실수 정도로 가볍게 풀어내었기에 청중이 심각하게 가사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노랫말 속 화자가 용기가 없어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고 그저 '생각'으로만 끝냈기에 그래도 용서받을 수 있는 범위 안으로 잘 풀어낸 듯하다.
참 독특한 소재로 오랜 기간 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특이한 케이스로 평가한다. 이렇게 독특하고 어찌 보면 위험한 가사를 정규 음반 타이틀곡에 담아낸 작사가 '스위트피'의 용기가 가상하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