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유재하 - 내 마음에 비친... / 작사 분석
□ 머리글
- 유재하 정규 1집 Album '사랑하기 때문에' 중 4번 트랙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유재하
2. 작사: 유재하
3. 작곡: 유재하
4. 편곡: 유재하
5. 발매일: 1987. 8.20.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 한 천재가 있었다. 재능도 뛰어나고 미래가 창창하며 앞으로의 의지는 충만한 청년. 사회에서도 촉망을 받았고 고되긴 하지만 밝은 미래가 보이는 한 청년이 있었다. 막 대중음악의 문을 열고 들어와 두각을 드러내고 사회적으로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한 천재는 아직도 배고프고 목마르다.
곡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은 실제 아티스트 유재하의 삶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만 같다. 갈망했고, 이룰 듯 보였지만 그 천재는 시도만 했을 뿐, 이내 세상을 등졌다. 재능 가득한 천재에게도 콤플렉스나 고민은 단연 존재했다. 다른 사람이 본인의 모습을 담담하게 속삭여주듯 작사가 '유재하'는 본인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으로 우직하게 그려내었다.
작사가 '유재하'는 본인 마음속의 어떤 모습을 비추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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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들 수 / 없는 / 꿈의 / 조각들은
하나 둘 / 사라져 / 가고
쳇바퀴 / 돌 듯 / 끝이 없는 / 방황에
오늘도 / 매달려 / 가네
2) VERSE_1-1 해석
-
'꿈'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미래에 되고 싶은 희망의 꿈과 잠을 잘 때 꾸는 꿈.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간다는 것. 언뜻 보았을 때 잠에서 깨고 나면 어느샌가 잊혀 버리는 꿈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쳇바퀴 돌 듯 끝이 없는 방황이라는 가사가 그저 잘 때 꾸는 꿈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
작사가 '유재하'는 꿈의 조각들이 사라지자, 끝이 없는 방황에 매달려 간다고 표현했다. 인생사에서 가장 막막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바로 '뚜렷한 목표가 없을 때'이다. 나 홀로 망망대해에 떠 있는 듯한 느낌.
아직 뚜렷한 목표를 찾지 못했다면 그건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없는 것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꿈이라는 것은 여태 찾지 못했더라도 무작정 앞으로 나가다 보면 어렴풋이 길이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 아주 절망스러운 상황은 마음속에 꿈을 품고 있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거나, 돈이 너무 부족했거나 하는 모종의 이유들로 다가온 기회를 놓쳤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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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속에 가장 빛나는 열정은 바로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쉬이 그 꿈을 이루지 못하면, 마음속에 별처럼 뾰족하게 남아 있던 욕구라는 것은 이내 우리네 마음 살갗에 삐죽삐죽 상처를 내며 한참을 구르다 어느새 끝이 뭉툭해져 버리고 별안간 조각조각 찢어져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 꿈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공허한 마음과 늙어버린 육체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꿈을 잃는 것은 곧 방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길 잃은 망아지를 그렇게도 애타게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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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살갗에 구르고 찌르며 상처를 내던 그 꿈은 어느새 조각이 되어버린 것을 보니 화자는 그 꿈의 욕구를 실현하지 못하고 꽤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목적성을 상실한 현재의 상태에서 화자는 방황하고 있다고 느끼고 그 허무맹랑한 감정에 일상생활이 얽매여 매달려 가고 있는 듯한 감정을 느낀다.
3) VERSE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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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인 줄 / 알면서도 / 겉으론 / 감추며
한숨 섞인 / 말 한마디에 / 나만의 진실 / 담겨 있는 듯
4) VERSE_1-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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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타인이 화자에게 있어 옛 꿈에 대하여 묻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꿈에 대한 질문이 회자되는 것을 보니 화자는 그 꿈을 향한 열정이 꽤나 대단했었나 보다. 화자는 그 거짓인 줄 알면서도, 그 꿈을 덮는 말을 타인에게 쓴웃음을 지은 채 전달한다. 그러면서 작게 한탄하듯 한숨 섞인 말 한마디를 내뱉는데, 사실은 그 한탄이 화자의 진심에 가까운 듯싶다.
-
화자가 이전에 품었던 꿈은 이미 찢겨 조각나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꿈은 아직까지도 화자의 마음속 한구석에 동그랗게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그 작은 조각들이 미련처럼 남아 이따금씩 화자의 생채기 어느 곳을 간지럽히곤 한다.
5) 후렴_1-1 가사
-
이제와 뒤늦게 / 무엇을 더 / 보태려 / 하나
귀 기울여 / 듣지 않고 / 달리 보면 / 그만인 것을
6) 후렴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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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아직까지도 마음속 그 꿈의 조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탠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미 젊은 시절과 넘치던 에너지를 가졌던 그 시간은 지나가 버렸고- 그때의 열정을 되찾을 자신도, 열정을 되찾는다 한들 결국 화자의 손아귀에 들어올 노력의 결과물은 아주 초라할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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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패배감을 극복해내려 아예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 화자가 꿈꿔온 그것을 아예 다른 관점으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조금 더 성숙한 척, 조금 더 어른이 된 척하며 자신이 품어 온 그 꿈을 어린 날의 치기로 생각하며 쓰디쓴 말 한마디로 덮어버리고 넘어가려 하는 화자의 모습이 상상되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화자는 담담히 외친다. 그저, '달리 보면 그만'이라며.
7) 후렴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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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 그린 / 내 빈 곳 / 무엇으로 / 채워 / 지려나
차라리 / 내 마음에 / 비친 내 모습 / 그려 가리
8) 후렴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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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루어 내지 못한 마음속 그곳은 당연히 뻥 비어버리고 이제는 그 비어버린 곳을 어떻게 채워내야 할까, 화자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꿈과 열정의 치기로 살았던 세월을 뒤로하고, 앞으로 화자의 삶은 무엇으로 채워나가야 하는 것인가 인생관과 철학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젊고 활기찼던 그때는 이미 지나갔는데, 시간이 지나고 남은 것은 무엇일까. 아마 화자의 육체와 세상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피붙이들이 남아있을 것이다. 부모님과 아내, 토끼 같은 자식들이 어느샌가 화자가 이루어 낸 '나의 모습'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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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꿈을 결국 이루어내지 못했고, 그 꿈은 아직도 작게나마 화자의 가슴팍 한편에 남아 빛을 발하고 있지만, 이제는 화자도 현실을 살아가야 하고 그 자리에 화자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둘씩 채워 갈 것으로 다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어느샌가 늙고 병든 부모님과 이 세상에 가장 사랑하는 아내, 화자의 목숨과 바꾸어도 아깝지 않을 자식들. 특히 못 이룬 꿈의 빈자리를 현실의 것으로 채워낸다는 것은 그 꿈의 공을 화자의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과 같다.
마치, '아들아, 딸아. 아빠가 너희의 빈 곳을 채우려 무엇이든 게워 낼 테니, 너희는 그저 세상을 향해 너희의 꿈을 펼치렴.'라며 담담히 자식들에게 일러주는 것 같다.
그래, 사랑하는 것들로 나의 자아를 채우는 것. 내 마음에 비친 것들로 나의 빈 공간을 채워가며 남은 나의 모습을 그려가는 것도 썩 괜찮은 인생이지.
9) VERSE_2-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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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림 속에 / 긴 잠에서 / 깨면
주위엔 / 아무도 / 없고
묻진 않아도 / 나는 알고 / 있는 곳
그 곳에 / 가려고 / 하네
10) VERSE_2-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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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화자도 그 꿈을 이루려 소신 있고 당차게 도전해본 적이 있다. 물론 소신이라고 생각하며 활력 넘치는 젊은 나이에 도전했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의견과 시각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고- 수 십 번의 엇갈림을 맞이한 끝에 소신은 어느새 고집이 되었고, 고집은 어느새 아집이 되어 있었다. 별안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이내 주위를 둘러보지만 화자의 주위에는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고 지나가 버린 그 세월은 마치 길게 수면을 취한 듯 캄캄하고 뻥 빈 것처럼 느껴진다.
11) VERSE_2-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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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 쌓인 / 순간들을 / 힘겹게 / 보내며
지워버린 / 그 기억들을 / 생각해 내곤 / 또 잊어버리고
12) VERSE_2-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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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화자는 여태 그 누구도 권하거나 강요하지 않았던 그 길을 혼자 선택해서 가려고 한다. 그건 바로 '현실의 길'이다.
소신이라 생각하며 도전했던 그 시간들. 물론 치열하고 행복했었지만 마음 한 편에는 항상 근심이 따랐고 이내 그 근심에서 벗어나게 되었더라도, 그때 못 이룬 꿈은 이따금씩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듯 화자의 마음속에 옅은 빛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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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그 꿈과 기억들을 지웠다고 생각했지만 삶의 한 부분마다 이따금씩 떠오른다. 하지만 화자는 별 수 없다. 그저 '잊은 척'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뿐. 대신에 현실적으로 이루어 낸 것들에 집중하려 애써 시선을 돌리고 만다.
13) 후렴_2-1 가사 (* 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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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뒤늦게 / 무엇을 더 / 보태려 / 하나
귀 기울여 / 듣지 않고 / 달리 보면 / 그만인 것을
14) 후렴_2-2 가사 (* 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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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 그린 / 내 빈 곳 / 무엇으로 / 채워 / 지려나
차라리 / 내 마음에 / 비친 내 모습 / 그려 가리
□ 총평
- 매슬로의 욕구 이론에 따르면 '자아실현의 욕구'는 가장 상위에 위치하고, 그만큼 우리는 자아실현을 가장 귀중하고 소중한 것으로 여긴다. 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빗겨나갔다는 이 세상 그 누구라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음반을 분석하면서, 대부분 청취자들은 본인의 아버지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아버지들도 분명 어린 시절 꿈이 있었고, 그 시절 무언가 '도전'을 해 보았을 테니까. 하지만 별안간 그 꿈에 대한 시선을 거두고 후손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버지의 미덕이자 현 시대 아버지의 자화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곡을 통해 마치 아버지들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자식들에게 담담히 이야기해 주고 있는 것만 같다. 청취자들은 가벼우면서도 무겁게, 그리고 곡이 지닌 따사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시대를 공통으로 꿰뚫는 그것, 아버지의 이야기. 특히 우리나라 아버지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낸 것 같은 표현들이 깊은 인상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