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GOD - 길 / 작사 분석
□ 머리글
- GOD 정규 4집 Album 'Chapter 4' 중 2번 트랙 '길'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GOD
2. 작사: 박진영
3. 작곡: 박진영
4. 편곡: 박진영, 방시혁
5. 발매일: 2001.11.15.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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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 보면 문득 신비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에 누군가 살았고, 이곳에서 벌어진 누군가의 이야기가 세월을 걸쳐 아직까지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오늘 살고 있는 하루가 후대에도 남아 널리 알려질지, 모르는 일이다. ‘오늘’을 살아간다는 사실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또, 과거의 우리도, 지금의 우리도, 미래의 우리도 그저 묵묵히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참 애처롭게도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저 흐르고 흘러 낡은 것은 없애고 새로운 것은 씻어내며 앞으로 나아가고만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 휩쓸려 사람들은 마치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다. 거대한 파도 속에서 방향감을 상실한 채 파도가 떠미는 곳으로, 앞으로- 그저 앞으로 떠밀려가는 듯하다. 사람들은 파도의 흐름에 따라 열심히 손으로 노를 저어 보지만 그것이 파도를 거스르는 것인지, 파도의 방향으로 휩쓸리는지 조자도 전혀 알 수가 없다. 세상은, 참 이상하다.
인류가 탄생하고 약 35만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은 참 영리해졌다. 사람들은 살아가며 ‘보여주는 것’을 학습하였고, ‘보이는’ 타인의 삶을 바라본 대중은 그것에 열광하였다. 그 결과 모든 이가 자신을 보여주려 노력하였고,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작은 화면 안을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작은 화면 속에 보이는 많은 이들은 모두 파도에 순행하고 있는 것만 같다. 파도 위를 상쾌하게 가르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만 짠 바닷내를 맡고 있나 싶기도 하고.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된 인간이 자초한 불행이다. 자초한 불행이라, 제 손으로 끊어낼 수도 있겠지.
시간은 때때로 우리를 길 끝으로 내몬다. 막다른 끝에 도착할 수도, 수십 개의 갈래로 뻗혀진 길을 만나게 될 수도. 아티스트 GOD는 길 끝에서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을 노래하였다.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된 우리’는 과연 어떤 고민을 하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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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 이 길이 / 어디로 / 가는지
어디로 날 / 데려가는지 / 그곳은 / 어딘지
알 수 없지만 / 알 수 없지만 /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 걸어가고 / 있네
사람들은 / 길이 다 / 정해져 /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 자신의 길을 / 만들어 / 가는지
알 수 없지만 / 알 수 없지만 /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 걸어가고 / 있네
2)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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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시간의 등쌀에 내몰려 결국 어떠한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분명 본인이 선택했고,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저,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 뿐.
‘자유’가 주어진 우리네 사회에서는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여유가 부재한 상황에서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선택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다. 알 수 없지만,이라며 3번을 읊조린 가사 속에는 정말로 어둠 속에 갇혀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살아가며 겪는 것 중 ‘쉬운 것 하나 없다’라는 것을 처절히 느낀다.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고 계획대로 되는 일도 잘 없다. 내겐 작은 일도 잘되지 않지만 세상이라는 풀숲을 헤치며 나아가는 친구들과 동기들을 보면 참 대견하다 느낀다. 족적을 남기며 걸어가는 친구들은 그 일이 정말 좋고 열정이 한없이 뛰는 것일까, 그들이 뻗는 발걸음이 길이 되는 것일까 잠시 상념에 빠지지만 이내 눈길을 거두고 다시 나의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3) 후렴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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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 이길에 / 서 있나
이게 정말 / 나 / 의 / 길인가
이 길의 / 끝에서 / 내 꿈은 / 이뤄질까
4) 후렴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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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자는 왜 이 길을 선택했었는지 기억이 희미해질 때가 있다. 왜 공부를 하고, 왜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일을 계속한다면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을지.
삶은 분명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항상 삶을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두려고 노력한다.
참 역설적이게도 불안정을 택하는 이들은 외려 안정을 찾기 위해 그러한 선택을 한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불안정의 길 끝에는 안정이 찾아온다고 믿는 마음속 확신. 소위 ‘성공’하여 많은 것들을 거머쥔다면 불안정의 설움을 필히 떨쳐 낼 수 있을 것이라 믿기에 그 길을 오늘도 걷는 것이다. 꿈을 이뤄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5) VERSE_2-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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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내게 / 정말 기쁨을 / 주는지
돈인지 / 명옌지 /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 알고 싶지만 /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 내릴 수 / 없네
자신있게 나의 /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 걷고 싶지만 /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 자신이 / 없네
6) VERSE_2-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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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이 계속되던 어느 날 화자는 완전히 방향감을 상실한다. 분명 선택했을 때는 일말의 열정이 있는 듯했는데 어느새인가 그 마음은 조그맣게 줄어들었고, 심지어 화자가 원하는 것이 돈인지 명예인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들인지조차 알 수 없다며 눈물짓는다.
사람이 돈을 원하고 명예를 원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얻고자 하는 것은 단연 불안정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화자는 ‘답을 내릴 수 없다’라며 되뇌지만 그 말의 밑에는 하루빨리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비쳐 보인다. 그 모든 것을 움켜쥔다면 화자는 과연 ‘기쁨’을 맛보게 될까.
우리는 아주 간단하고 쉽게 ‘현상’을 관찰한다. 마치 양자 역학이 그러하듯 현상이 보여주는 것은 그저 ‘순간의 모습’일 뿐인데, 그 ‘순간’이 주는 정보에 많은 것을 판단하게 된다. 순간에 비치는 불안정함에 주변인들은 그 길이 맞는 길인지 반문하지만, 그래도 화자에게는 일종의 확신은 있다. 이 길의 끝에는 성공이 있을 것이라고. 분명 그렇게 이야기는 하고 싶지만 당장이 주는 불안정의 바람에 몸이 휘청 흔들리곤 한다. 또, 묵묵히 주어진 길을 걷고 싶지만 어느 순간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때면.
7) 후렴_2-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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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 이길에 / 서 있나
이게 정말 / 나 / 의 / 길인가
이 길의 / 끝에서 / 내 꿈은 / 이뤄질까
나는 / 무엇을 꿈 / 꾸는가
그건 / 누굴 위한 / 꿈일까
그 꿈을 / 이루면 / 난 웃을 / 수 있을까
8) Bridge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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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 지금 내가
어디로 / 어디로 / 가는 걸까
나는 무엇을 / 위해
살아야 / 살아야만 / 하는가
9) Bridge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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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감을 상실한 화자의 눈물은 계속된다. 화자가 걷는 그 길의 끝에 다다라서는 과연 활짝 웃을 수 있을까.
가사를 자세히 뜯어보면 사실 아주 근원적인 존재론적 질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손아귀에 ‘선택권’이 주어지는 모든 이가 고민하는 공통의 질문. ‘어떻게 살 것인가.’ 모든 젊은이들이 고민에 빠지는 참으로 심오한 근원론적 질문이기에 많은 이의 공감을 받고 또 이 음반은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질문이 나올 때면 꼭 따라 나오는 주제가 있다. 문제 앞에 선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그렇지 않게 받아들일 것인가. 많은 이들이 긍정적인 태도로 상황에 임할 것을 권유하지만, 꼭 그런 마음가짐이 옳은 태도라고는 판단할 수 없을 듯하다. 지나고 나서 돌이켜 보았을 때 고민의 경중과 깊이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사에 있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에 그저 ‘긍정적으로 잘 생각해 보고 넘기라’는 말은 어떻게, 조금은 무책임한 발언이지는 않을까. 특히 고민을 할 때에는 많은 것들에 대한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고 다가가야 한다. 분명 치열하게 고민할수록 더 깊은 흔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또, 그 깊이만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꼭 좋고 긍정적이고 밝고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는 강박은 조금 내려놓고선 땅이 흔들리고 눈싸라기가 날릴 때에 그 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도 지나 보면 예쁘다.
고민하는 그, 고민하는 우리, 고민하는 나. 모르더라도, 알 수 없더라도 필히 ‘성장’할 수 있다는 것만 믿을 수 있다면.
10) 후렴_3-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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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 이길에 / 서 있나
이게 정말 / 나 / 의 / 길인가
이 길의 / 끝에서 / 내 꿈은 / 이뤄질까
나는 / 무엇을 꿈 / 꾸는가
그건 / 누굴 위한 / 꿈일까
그 꿈을 / 이루면 / 난 웃을 / 수 있을까
□ 총평
- 대중의 공감을 끌어냈다는 것은 많은 이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건드린 것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대중은 이 음반을 듣고 공감하며, 하나 될 수 있었다. 그것으로 이 음반의 가치는 충분하다. 누군가가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며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물론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