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글
- 김민기 정규 1집 Album '아하 누가 그렇게(LP 1집)' 중 6번 트랙 '아침 이슬'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김민기
2. 작사: 김민기
3. 작곡: 김민기
4. 발매일: 1971.11.30.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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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지고, 해가 뜬다. 하루의 생기가 돋는 아침에는 매일 많은 변화를 낳는다. 어둠이 걷히고 세상이 밝아오면서 땅 위에는 아침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하고, 따뜻한 태양빛을 머금은 활엽수는 수줍게 날숨을 내쉰다. 차가움에서 따뜻함으로 세상이 바뀌어가며 돌연 돋아났다 금세 사라지는 존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이슬’이다. 아닌 밤중에 몰래 생겼다가 하늘이 밝아지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는 이슬은 아침을 여는 대문을 꼿꼿이 지키고 있는 수문장의 모습인 것만 같다.
널리 알려진 것과 같이 음반 ‘아침 이슬’은 민중가요로 대중에게 알려져 불리어 왔다. 당시 유신정부에서는 긴급조치 9호라는 법령을 통해 사회 통념 위반, 근로 풍조를 저해하는 약 2천여 곡을 금지곡으로 선정했는데 이 ‘아침 이슬’만큼은 금지곡 선정의 근거가 없었다.
시적 해석이 무한정으로 가능한 추상적이고 비유적인 가사가 해방의 느낌을 물씬 풍기었나 보다. 곡의 원작자인 가수 ‘김민기’도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벽시간,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아침 이슬’로부터 어떤 생동의 이미지를 자아낼 수 있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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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밤 / 지새우고
풀잎마다 / 맺힌
진주보다 / 더 고운
아침 / 이슬 / 처럼
내 맘에 / 설움이
알알이 / 맺힐 때
아침 / 동산에 / 올라
작은 / 미소를 / 배운다
2)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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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을 지새우고 세상에 밝은 빛을 내는 아침이 찾아왔다. 세상의 많은 것을 씻어내는 물은, 소금과 함께 더러운 것을 정수해내는 하나의 상징적인 존재로 인식된다. 밤새 풀잎과 상록수가 내뿜어낸 숨결들이 모여 한 방울의 이슬로 고여 있는 것은 청아한 자연이 만들어 내는 정수인 것이다. 자연이 만들어 낸 깨끗함의 모습이 이 이슬의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순수함이 가득한 모습으로 어떤 이의 마음속에 설움이 맺혀 버린다면. 마치 순수한 마음으로 타인에게 뻗은 손길이 매몰차게 걷혀져 버린 듯한 모습이다. 순수한 설움은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또 그 설움이 의미하는 가르침을 깨닫고 그 속에서 웃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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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빅터 프랭클(Viktor Krankl)은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에서 ‘로고 테라피(Logotherapy)’라는 단어를 소개했다. 그는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로 ‘이 일이 본인에게 깨달음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발언하였다. 힘든 상황에서도 작은 미소를 띨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깨달음이 주는 희망일 것이다. 사건으로부터 성장점을 찾는 것이 빅터 프랭클이 소개하는 ‘로고 테라피’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속에 알알이 맺히는 설움이 감히 나치 정권에 희생된 피해자에 비하기 힘들겠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웃으며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3) 후렴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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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 묘지 위에
붉게 / 떠 / 오르고
한 낮에 / 찌는 / 더위는
나에 / 시련 / 일지라
나 이제 / 가 / 노라
저 거친 / 광 / 야에
서러움 / 모두 / 버 / 리고
나 이제 / 가 / 노라
4) 후렴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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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물방울은 강렬한 태양 앞에서 한없이 약한 존재이다. 그리고 그 강렬한 태양은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이들의 머리 위를 밝게 비춘다. 살아있는 이야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만 싶겠지만 죽은 이는 그렇지 않다. 시련이 있을지언정 그늘에 숨는 것보다 더위에 맞서고자 하는 것이 이슬의 선택이다. 그것이 시련이고, 제 살을 깎아 버릴지라도.
시련을 겪은 이슬은 더 작은 물방울로 갈리어져 더 넓고 더 높은 광야로 나아간다. 모든 이는 이슬이 사라진 흔적을 바라보고 있지만, 비로소 몸이 가벼워진 이슬은 자유로이, 자유로이 하늘을 날으고 있다.
5) VERSE_2-1 가사(*VERSE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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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에 / 설움이
알알이 / 맺힐 때
아침 / 동산에 / 올라
작은 / 미소를 / 배운다
6) 후렴_2-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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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 묘지 위에
붉게 / 떠 / 오르고
한 낮에 / 찌는 / 더위는
나에 / 시련 / 일지라
나 이제 / 가 / 노라
저 거친 / 광 / 야에
서러움 / 모두 / 버 / 리고
나 이제 / 가 / 노라
□ 총평
- 전체적으로 가사가 추상적이고 해방의 느낌이 강하게 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석하는가의 시선의 차이는 아주 다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가사를 뜯어보며 모든 인종, 모든 문화를 초월한 ‘영웅’의 모습이 그려졌다. 시련을 겪고 장렬히 산화되어 이후에 많은 이들의 영감이 되고 있는 이 세상의 영웅들. 대업을 거친 이들은 그 일에 앞서 ‘나 이제 가노라’라고 외쳤다. 큰일을 나서는 이의 마음에는 물론 알알이 맺힌 설움이 있겠지만 구태여 생긴 그것을 모두 버리고, 큰 뜻을 위해 광야로 나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