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글
- AKMU(악뮤) 정규 3집 Album '항해' 중 5번 트랙 'Freedom'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AKMU(악뮤)
2. 작사: 이찬혁
3. 작곡: 이찬혁
4. 편곡: 이현영
5. 발매일: 2019. 9.25.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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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주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격언이 하나 있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이 이야기한 ‘공짜 점심은 없다. (There ain’t no such thing as free lunch)’이다. 모든 것을 대가로 주고받는 현대 사회에서는 아주 상식적인 격언이다. 내가 가만히 있을 때 내게 공짜로 점심을 주는 사람은 없다. 하물며 공짜 점심을 얻는다고 한 들 아주 높은 확률로 그 공짜 점심은 내게 대가를 바라거나 그 이상의 저의가 깔려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그 어떤 사회 보다 자유가 많이 주어져 있다. 다만 대개는 조건이 있는 자유이다. 그리고 그 조건은 대부분 재산으로 대표되는 유형적 물질로 귀결된다. 무언가를 이용하는 자유를 얻는 데에는 대개 그 대가를 치러야 하고, 대가를 치른 결과 우리는 자유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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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자유가 있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유를 수용할 수는 없기에 우리는 스스로 규칙을 만들었고 그 규칙을 지키며 살아간다. 한편 우리는 그 규칙에 너무 몰두해 있느라 어찌 보면 주객전도가 되어버려, 규칙을 지키기 위한 삶은 사는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우리는 물론 하고 싶은 것을 할 권리도 있다. 하지만 자유에는 당연히 책임이 따른다. 무언가를 샀으면 그 값을 치러야 하고, 수업에 안 나간다면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려울 것이며, 회사에 정시에 출근하지 않으면 우수한 고과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값을 치르고 대가를 받는 것, 우리네 사회에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고 통용되는 상식이다. 우리 모두 값을 치러야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값을 치르기 위해 규칙을 지키고, 그 대가로 자유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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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종류의 자유가 있지만 우리가 흔히 ‘자유’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유는 무엇보다도 먼저 ‘경제적 자유’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모든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값어치를 취할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도처에 존재하는 자유는 다양하다. 작사가 이찬혁은 어떤 자유에 대해 노래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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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없이 걷고 싶어
아무 상관없이 시선
부끄러운지도 모르는 어릴 때로 돌아가서
집 없이 살고 싶어
온 세계를 누비며
두 눈에 담은 것도 없이 방에 갇혀있긴 싫어
2)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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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가 가장 먼저 이야기한 자유는 ‘옷 없이 걷는 것’이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자유의 범위를 아득히 넘어서는 다른 차원의 자유이다.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일평생을 살아가며 ‘옷 없이 걷는’ 일은 없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가 내 체온을 보존하기 위해 무언가로 내 신체를 둘러쌌을 것이고, 세상에 태어난 그 순간부터 첫걸음을 떼기까지, 첫걸음을 걷는 순간부터 수의를 입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옷을 입고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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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입는다는 것은 우리의 체온을 보존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이의 시선으로부터 우리 신체를 가리는 역할도 분명히 있다. ‘부끄러움’이라는 자각이 없을 때에는 옷을 입고 벗는 것이 아무 상관없었다. 다른 이의 시선은 없고 이 세상에는 자신만 존재하는 ‘유아독존’의 시기가 바로 ‘어린아이’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외려 이제는 너무 많이 알게 되어 유아독존의 시기로 돌아갈 수 없는 서글픈 어른들의 현실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자유는 시간이 지나버리며 자연스레 휘발된다. 작사가 이찬혁은 아무리 높은 값어치를 치른다고 해도 결코 얻을 수 없는 가장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자유를 첫 번째 자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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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자유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상식과 아주 상반되는 자유를 꼽았다. 우리는 비로소 집이 있고, 보금자리가 있어야 자유를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화자는 반대로 ‘집 없이 사는 삶’을 꿈꾼다. 고정된 보금자리가 아닌 이곳저곳을 떠돌며 빌려 자고 대가를 치르며 하루를 보내는 방랑자의 삶. 아무 구속도 없이 원하는 곳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삶을 꿈꾼다. 이곳저곳을 떠돌며 다양한 음식을 먹고,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삶을 꿈꾼다.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은 역시 어딘가에 편하게 몸을 누일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지만, 반대로 한 공간에 갇혀 도전 없이 사는 삶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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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가 그려내는 자유는 아주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고 태어난다. 아무것에도, 아무 의무에도 구속되지 않은 채 세상에 눈을 뜬다. 화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금자리를 얻는 것이 자유를 박탈하는 행위라면 우리 모두는 자유에서 부자유로 나아가는 존재들임을 알 수 있다. 분명 이것이 무슨 자유이냐며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자유는 충분히 상대적인 개념일 수 있다. 집 없이 떠돌며 세상을 유랑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진정한 자유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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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자유라는 형상은 과연 절대적인 것일까. 생각의 화두를 던지는 발칙한 발상이다.
3) VERSE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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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을 타고 달려
횡단보도 건너 Hands up yeah yeah
하고싶은 대로 Yeah yeah
물웅덩이 위로 굴러
담벼락을 넘어 Jump up yeah yeah
4) VERSE_1-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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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특히나 길들이기 힘들다는 얼룩말을 타고. 횡단보도에서는 손을 번쩍 드는 우리 사회의 작은 규칙을 가볍게 비틀어 횡단보도를 건넌 이후에 손을 들어버리고, 옷이 젖은 것을 알면 부모님께 혼이 날까 봐 늘 피해 다녔던 물웅덩이 위로 과감히 구르기도 한다. 우리 사회로부터의 작은 일탈, 그것 역시도 자유이다.
5) 후렴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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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것 Freedom
날 보는 것 Freedom
날 사랑하는 것 Free 알아가는 것 freedom
노래 하는 것 Freedom
춤 추는 것 Freedom
내 편이 되는 것 Free anti also free
6) 후렴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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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이 값을 치러야 얻을 수 있는 차갑고 냉정한 것이긴 하지만, 사실 잘 찾아보면 값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것들도 많다.
가장 먼저 우리가 호흡하는 것, 그러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것. 살아가며 나를 보고 서로를 보는 것, 그중 사랑스러운 대상을 골라 마음껏 사랑하는 것 모두 자유이다. 내 사랑을 받거나 나를 알아가는 것에는 어느 정도 비용이 들 수는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누구를 연모하는 마음을 품는 것은 자유이다. 그 마음에서 비롯되는 설렘, 불안함, 기쁨, 슬픔 모두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고 그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모두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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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라는 가치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절대적이다. 내 신체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히 자유이다. 하지만 새벽에 고성방가를 지르거나 남과 공유하는 공간에서 마구 춤출 자유는 없다. 자유는 상대적이고,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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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이 되어 내 힘이 되어주는 것, 혹은 나의 적이 되어 창끝으로 나를 찌르는 것 모두 역시 자유이다.
7) VERSE_2-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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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없이 걷고싶어 잠자리를 따라서
나의 발자국이 그 곳에 처음 찍히도록
돈 없이 살고 싶어 온 세상을 가지며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두 손을 비우고 싶어
8) VERSE_2-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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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다. 화자는 누군가가 닦아놓은 길이 아니라 본인만의, 또 자신만의 색깔을 살려 길을 걸어 나가고자 한다. 혼자 걸어가 본 길에 가장 먼저 발자국과 손도장을 남겨 역사에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예술가적인 ‘사고의 자유’이다. 남들이 이미 정해 놓은 틀과 방향을 벗어나 나만의 색깔을 만들며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능동적인 자유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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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세상 모든 이가 꿈꾸는 경제적 자유의 완전히 대척점에 서있는 ‘경제적 비자유’를 꿈꾼다. 금전이 없는 순간 우리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는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에 오히려 두 손을 욕심으로부터 내려놓고, 비워진 손아귀에 채워지는 살아있음을 느끼며 현재 이 순간이 의미 있음을 알아간다.
9) VERSE_2-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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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러 네가 타고난 걸
높이 두 팔 벌려 Hands up yeah yeah
하고 싶은대로 Yeah yeah
꽉 막힌 친구들 다 불러
바 바 바깥바람 좀 쐬여 Yeah yeah
10) VERSE_2-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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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타고난 것을 행하며 살아가야 하는 숙명이 있다. 우리가 무엇을 타고났는지 아는 것도, 그것을 알아가는 것도 모두 자유이다. 일을 저지르는 것도, 이후 책임지는 것도 모두 자유이다. 그 모든 자유가 내 평판을 만들고, 그 평판이 모여 나의 명예가 된다. 살며 명예를 얻는 것과 얻지 않는 것 모두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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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의무와 규칙을 중시하고 높은 가치를 두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이 존재한다. 그들에게도 새로운 자유의 바람이 들어온다면, 그 바깥바람을 좀 쐬게 된다면 굳게 지켜온 의무와 규칙을 가볍게 넘겨버릴 수도 있을까.
11) 후렴_2-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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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것 Freedom
날 보는 것 Freedom
날 사랑하는 것 Free 알아가는 것 freedom
노래 하는 것 Freedom
춤 추는 것 Freedom
내 편이 되는 것 Free anti also free
12) 후렴_3-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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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꾸는 것 Freedom
푹 자는 것 Freedom
기부하는 것 Free 안하는 것 freedom
투표하는 것 Freedom
표현하는 것 Freedom
내 팬이 되는 것 Free anti also free
13) 후렴_3-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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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잠을 자고 꿈을 꾸는 것. 내 것을 나누어 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세상에 내 의견을 표출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모두 우리 손에 달려있는, 자유인 것이다.
14) Narration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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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믿음 자연 슬픔 소망 행복 꿈
사랑 금화 땅 대가 행운 가족 꿈
사랑 믿음 자연 슬픔 소망 행복 꿈
사랑 부모 땀 대가 행운 가족 꿈
□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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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이찬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고, 꿈꾸고, 바라는 자유와는 다른 결의 자유를 꿈꾸었다. 집 없이 마음껏 유영하는 자유, 세상을 빈손으로 맞이하는 자유. 당장 우리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자유일 수 있겠으나, 소유하는 것 없이 바라보는 세상 그 자체로도 과연 아름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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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생각하고 굳게 믿어왔던 자유라는 개념은 과연 진정한 자유가 맞는 것일까.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도전적이고 철학적인 작사 법이라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