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6)

악취(惡臭)

by 김수현


1


경영부실로 다 기울어져가는 지방의 인문계 학원을 인수받은 지 반년 만에 다시 일으켜 세워 놓은 종수는 온갖 약점을 찾아내서 돈을 뜯어먹는 관청 놈들을 제지하기 위해서 주재기자가 상주하는 모 일간지 신문지국을 학원 운영의 뒷받침으로 인수해서 성공적으로 탄탄하게 잘 운영하고 있었다.

이도 잠시 뿐이었다. 제5공화국의 출현과 함께 재학생 과외금지와 언론 통폐합으로 인한 지방주재기자 철수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사업가였던 종수를 영원한 백수로 내 몰았다.

하루아침에 빈 깡통을 찬 종수는 그 길로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서 대학 동기생들을 찾아다니며 여기저기 취직자리를 부탁했고 벌써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참다못한 아내가 귀경한 지 반년 만에 처녀시절에 다녔던 직장을 어렵사리 복직을 하게 되었고 그날도 다른 때와 다름없이 아내는 출근을 했다. 아침 설거지를 대충 마무리한 종수는 담배를 한 대 빼물고 바람을 쏘일 겸 마당으로 나왔다. 대문 앞에 일간지 한부가 떨어져 있는 것이 종수 눈에 들어왔다. 종수가 운영했던 낮 익은 일간지였다. 그는 얼른 신문을 집어 들었다.

신문 사이에 끼워있는 두툼한 광고지를 먼저 빼냈다. 광고지 맨 위에 접혀있는 사원모집 광고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백수인 그는 호기심이 갔던지 신문을 겨드랑이에 끼고선 광고지부터 펼쳐 들었다.

회사는 각종 술안주를 만들어 파는 신설 회사였다. 전단지를 보고서는 자본금이나 회사의 재정 상태가 어떤지는 알 수가 없었고 공장이 어디 있는지는 더더욱 알 수가 없었지만 은근히 그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는 전단지를 들고 얼른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미리 작성해 놓은 이력서를 양복저고리 안주머니에다 넣은 후에 전단지에 기재된 주소를 메모해서 회사를 찾아 나섰다.

50여 평의 사무실에는 얼굴에 기름기가 뻔질뻔질한 사내 대 여섯이 그럴듯하게 양복에 넥타이를 걸치고 사원 모집을 보고 모여든 사람들을 관리하고 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산뜻하게 포장된 물건 박스가 질서 정연하게 쌓여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사원모집 광고를 보고 찾아온 한 사내가 쌓인 박스를 쳐다보고 나직하게 투덜거렸다.

“자식들, 영업사원모집이라고 하면 아무도 오지 않으니 관리사원모집이라고 광고해 놓고 우리를 끌어 모운 게로 군!”

같은 일행인 듯한 사내가 그의 말을 맞장구치면서 수군거렸다.

창문에는 현수막을 군데군데 쳐 놓았고 현수막에는 검은 글씨로 ‘맛에 창조 맛 샘, 술안주는 맛 샘’이라고 큼직하게 쓰여 있었고 아랫단에는 ‘주식회사 맛 샘’이란 상호가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모집 광고를 보고 종수를 합해서 40여 명이 모였다. 교사출신, 공무원 출신,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난 사람, 등등....... 모두가 한 이빨을 까는 데는 수준급의 사내들이었다.

“우리 회사는 안주를 만들어 파는 회사입니다, 막 신설한 탄탄한 회사입니다, 여러 분들은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을 만나 체인점을 형성하는 영업을 하게 됩니다, 우선 여러분들은 여기 팸플릿에 적힌 사진과 가격을 보고 설명하고 주문만 받으십시오, 주문 당일 식당에 필요한 음식 재료도 공급해 드린다고 설명을 덧붙이십시오, 우리 회사에서는 대량생산을 하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쌉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주문을 받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안주의 공급계약은 곧 본사와의 체인관계의 계약입니다, 본 계약이 완료되면 여러분은 안주 하나하나에 대한 수당이 현찰로 지급되는 동시에 체인점을 관리하게 되고 따라서 여러분은 고수익을 보장받는 정식 사원으로 우리 회사의 내근 관리사원이 될 것입니다.”

그럴듯한 제안이었다. 그들은 여러 명은 앞에 있는 박스를 뜯고 박스 안에 있는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스티로폼 그릇에 담긴 한 공기 정도의 각종 안주류였고 개당 공급가가 천 원에서 이천 원하는 투명 랩으로 먹음직스럽게 잘 포장된 상품이었다.

본사 관리과장이라는 뚱뚱한 사내가 이력서와 함께 일행들에게 주민등록증을 받은 후에 안주 샘플 몇 개와 한 끼의 식대, 왕복 교통비를 나눠 주었다. 그리고 두 명씩 한조를 만들어서 각조마다 영업지역을 할당해 주면서

“오후 6시까지 영업을 마치고 귀사 해 주시길 바랍니다.”

종수와 한 조가 된 사람은 30대 후반의 한 상철이라는 사내였다. 한 상철은 사무실을 나서자 가까운 다방으로 종수를 데리고 들어갔다.

“어이 우리 조원, 내가 차 한 잔 낼 터니 우리 한 잔 하고 영업하자고, 까짓것 영업이란 오늘 못하면 내일 하고 내일 못하면 모래 하면 되는 거야, 세월이 좀 먹는 것도 아니고 해삼이 나무에 기어 올라가는 것도 아니잖아? 우리 쉬엄쉬엄 하자고!”

그리고는 걸쭉한 목소리에 달변인 상철은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

“나, 한 때 세관에 근무했다오, 거기서 수천 번을 돈 받아먹고 밀수품을 통관시켜 줬는데 어느 날 단돈 20만 원 받아먹은 것이 잘못 걸려 목이 떨어진 재수 대가리가 더럽게 없는 사람이라요.”

그렇게 먼저 자기소개를 한 상철은 옆에 앉은 다방 레지 것까지 쌍화차 석 잔을 시켜놓고 종수가 말을 할 짬도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내가 말이야, 처음 세관원이 되어 00 세관에 발령을 받은 것은 더운 여름철이었어, 처음 발령을 받은 나는 창구에서 민원을 상대할 줄 알았는데 졸다고라고 사무실 한가운데 책상으로 나를 보내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시키는 대로 거기 가서 근무를 하는데 아, 글쎄 창구 쪽으로 자연히 눈이 가지 뭔가, 그런데 허허, 거기에는 기가 막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창구 쪽 직원들과 고객들의 손이 책상 밑으로 셀 수없이 서로 오고 가는데 시퍼런 쪼가리가 오고 가지 않겠어? 그게 뭐겠어? 바로 돈이지, 가끔이 아니라 오전부터 하루 내내였어, 도대체 민원인이 창구 앞에 섰다 하면 통관을 담당하는 직원은 너나 할 것 없이 다 정신없이 그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지, 그런데 노는 날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그 짓을 하는 거야, 그래서 속으로 ‘야, 나라꼴들 잘 되어 간다, 어느 한 놈이라도 깨끗한 놈이 없구나.’ 하고 생각했지, 결국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몇 날 며칠을 가도 안에 있는 나는 파리 새끼 한 마리 찾아오는 놈도 없고 돈 주는 놈은 없는데 밖에서는 주야장천으로 그 짓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아무리 졸다고라도 이건 아니지, 출근하고 보름동안 이 모습을 보는데 점심 값 한 푼 얻은 것 없이 내 돈으로 점심을 사서 먹으니 나는 나중에는 열 통이 머리끝까지 오르는 거야, 그때였어, 저 끝 방에 높은 자리에 앉아있던 세관장이 나를 부르는 거였어, 어이 졸다고, 이리 와 봐 하고 말이야, 나는 열이 올랐지만 대장이 부르는데 그냥 있을 수가 없었지, 우선 고개를 숙이고 제법 얌전하게 얼굴을 고치고 부동자세로 세관장 앞에 가서 선거야, 그리고는 어이 졸다고? 어려워 말고, 그래, 창구 앞 직원들을 보니 어때? 열받지? 하며 바늘로 내 심장을 꼭 지르는 듯이 말하는 게 아니겠어? 나는 할 말을 잃고 묵묵부답으로 서 있었지, 세관장은 싱긋하고 웃더니, 어이 졸다고, 여기 앉아, 내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줄게, 하면서 소파에 앉는 나를 향해, 자네 대구 경찰서 정문 보초와 건널목 간수 이야기를 알아? 하고 묻기에 나는 금시초문이라 모른다고 했지.”

세관장은 장식장 서랍 안에서 양담배를 하나 빼물고 상철에게도 한 개비를 건네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이면서 대구 경찰서 정문보초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내기 시작했다.

2

경찰서 조사계에 근무했다는 정호라는 사람이 있었다. 나이가 지긋하게 들었어도 직책은 아직 말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운이 없어선지 아니면 능력이 고것 밖에 못된지 여하튼 다른 동료들은 다 승진해서 자기의 상관이 되었지만 정호는 늘 그 자리 그 직책이었다.

그러나 정호는 말단 경찰 공무원이었지만 알부자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돈독이 올라 닥치는 대로 돈을 긁어모았으니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

조사계 사무실에 불려서 온 가해자나 피해자는 우선 잔뜩 긴장하기 마련이었다. 정호는 타자기 앞에 앉아 이들에게 엄숙한 말로

“내가 묻는 말에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시오!”

하고 은근히 협박조로 말하면 열에 아홉은 고분고분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정호는 진술자의 신상을 이미 파악한지라 그들이 돈을 바치도록 자신의 의도대로 진술서를 작성하는 일만 남았다.

정호는 그들과 검은 거래를 하는 것이 처남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호는 사람을 봐가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달래도 봤다가 은근히 협박도 가했다. 그 자리가 무슨 자리인지 대다수가 넘어가기 마련이었다.

우선은 가해자가 잘 봐달라고 정호의 뒷 호주머니에 두툼한 봉투를 찔러 넣는 것을 모른 척 받아 넣는 다음 합의금을 받아내서 피해자에게 넘겨준다.

조금 뒤에 피해자의 손에 들어간 돈은 고맙다는 수고비로 그 돈의 일부가 정호의 호주머니로 들어오기 마련이었다.

마무리는 벌금형이었다. 구속될 가해자를 벌금형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은근히 선심을 베푼 척하고 사건을 마무리해 주면 사건은 끝난다. 여기까지가 정호의 상투적인 스토리였다.

또 한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서울의 노른자라고 하는 강남 경찰서 조사계에 있을 때의 일이었다. 그때는 한참 퇴폐 이발소가 유행을 하던 때였다.

그는 이발업을 하는 송사장이란 친구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송 사장은 외팔이었는데 한때 전기 공사를 하던 중에 고압전기가 차단됐다는 연락을 받고 안심하고 전기를 만지다가 채 전기가 나가기 전에 감전이 되어서 한쪽 팔을 절단한 사내였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사고를 쳐서 경찰관을 피해 지붕 위로 달아나는 촌극을 벌릴 정도로 배짱이 무식할 정도로 두둑한 사내였다. 다만 배운 것이 없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그러자니 이놈도 이용해서 송사장의 돈을 빼내 먹고 저놈도 이용해서 돈을 빼 내 먹을 정도로 생각이 단순한 사내였다.

그는 이발이라는 이자도 모르면서 이발사 춘식이의 말만 듣고 수천만 원을 들여 봉은사 옆에 있는 한 빌딩의 지하실 이백 평을 얻어 퇴폐 이발소를 시작했다.

그는 강남구청 위생계와 강남경찰서의 조사계에 근무하는 정호를 끼고 만약의 단속을 대비해서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하고 있었다. 정호도 경찰청 감사가 떨어지면 우선 송 사장에게 연락해서 대피하라는 정보를 가끔 흘려주었기 때문에 송은 정호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나 정호는 송 사장뿐만 아니라 다른 퇴폐이발소에도 정기적인 상납을 받고 있었다.

어느 날 평소와는 달리 정호는 제일 만만하고 어리숙한 송사장의 이발소를 급습했다. 그리고는 이발사, 안마사, 손님, 형식적인 사장 춘식을 잡아들였다. 그러자 얼마 뒤에 실질적인 사장인 송 사장은 황급히 정호를 찾아왔다.

“형, 우리 밑에 이발소도 있는데 그 집은 그대로 두고 왜 우리 이발소만 단속해?”

“미안해, 이번 단속이 경찰청에서 불시에 실시한 일이라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돈 좀 만들어 줘, 내가 어떻게 해 볼게.”

하고는 송 사장을 어르고 달래서 받은 돈으로 단속 경찰관끼리 나누어 먹고 조서는 단속 후 협의 사실이 없다는 보고서만 올리고 해결을 한 일도 있었다.

송 사장을 우려먹는 데는 한 번뿐만이 아니었다. 건수가 있으면 인정사정없이 우려먹었다.

그날은 이발소가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이라서 안마사 조양이 당직이었다. 조양은 아담한 키에 몸이 호리호리하고 제법 예쁜 아가씨였다. 그녀는 이리역 폭발사고 때 역 주변 사창가에서 몸을 팔다가 폭발의 충격으로 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었다. 조양 혼자서 이발소 내의 숙직실에서 잠을 청하고 있을 때였다. 그날 총각인 이발사 정군은 술이 거나하게 취하자 예쁜 조양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는 술이 취한 채 당직을 하고 있는 조양에게로 갔다.

“조양, 나야, 정이야, 문 좀 열어 줘!”

이발사 정군의 목소리에 아무 의심 없이 문을 열자 정은 잠옷만 입고 있는 정양을 덮쳤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빗나갔다. 그녀는 이리역 폭발 사건 때 받은 충격이 되살아났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강력하게 저돌적인 이발사 정군의 행위에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안마사 조양이 반항을 하자 이발사인 정군은 더욱 흥분해서 그 짓을 강행했다. 덩치가 작았던 그녀는 결국 사내인 정군에게 당하고 말았다. 정군은 조양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자기 볼 일만 보고 난 후에 옷을 주섬주섬 걸치고 방문을 나섰다.

문제는 그 후였다. 조 양이 심한 하혈을 한 것이었다. 그녀의 팬티에는 하혈로 인해서 새빨간 피로 물들었다.

평소에 이발을 하면서 퇴폐업을 하는 송 사장을 자주 씹었던 정군이었다. 그는 퇴폐업을 이유로 자주 결근도 했고 반항도 했었다. 송 사장은 퇴폐업소를 운영한다는 약점 때문에 이를 누구보다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정군을 쫓아내지도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정군이 조 양을 겁탈하기 며칠 전 일이었다. 이발사 정군이 간도 크게 몇 사람의 이발료를 챙겨서 꿀꺽했던 것이 문제였다. 이발료만 챙겼으면 그대로 모르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몸을 팔아 벌어들인 안마사 화대까지 챙겼으니 난리가 난 것이었다.

이를 안 송 사장은 그대로 두고 볼 일이 아니었다.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인 송은 한 주먹으로 정의 얼굴을 날렸는데 그만 정군의 코뼈에 금이 가고 말았다. 정군은 관할 경찰서에 다 잘 알고 있는 형사 정호를 통해서 고소는 물론 병원에 입원을 해서 송사장의 애를 말리고 있었다.

평소에 과격한 성격 때문에 주먹질을 해서 집행유예기간이 채 끝나지 않았던 송 사장이었다. 그는 구속이 겁이 나서 피해 다니며 주변 친구에게 부탁해서 정군과 합의를 종용했다. 그러나 송 사장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정군은 병원에 입원해서 가당치도 않게 합의금 팔백만 원을 내면 합의해 주겠다고 우기고 있었다.

결국 송 사장은 정군을 이발사로 계속 쓰겠다는 조건과 함께 치료비와 합의금으로 사백만 원을 주고서야 이 사건은 마무리된 것이었다.

그러나 정호는 이일에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합의는 자신이 직접 보는 곳에서 해야 한다고 송 사장을 불러냈고 정군은 물론 송 사장에게도 돈 몇 백을 받아 챙겼다.

송 사장은 그런 정호보다 정군이 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러던 며칠 뒤 영업을 하지 않은 조양으로부터 정군의 겁탈로 인해 하혈하고 그 후유증으로 근무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송 사장은 이참에 눈에 가시 같은 정군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정호에게 자초지종을 다 말하고 하혈하여 묻은 조양의 팬티를 증거물로 제시했다.

조양의 사건을 송 사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정호는 이발사 정을 경찰서 조사계로 불러들였다.

“형님, 조양이 나를 고소했다면서요?”

정은 안마사 조양이 몸을 파는 여자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정호에게 먼저 말을 꺼냈다.

“야, 너 그 애 하혈했어, 한 번 볼래?”

하고는 책상 서랍에 비닐로 싼 팬티 조각을 들어 보였다.

“형님, 잘 알면서.......”

“그래, 내가 너를 모르나, 자, 자 이리 오너라, 내가 너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까짓것 몸 파는 여자 한 번 건드렸다고 무슨 큰일이 나겠나, 사실대로 말하고 선처를 바라라, 그러면 너를 풀어 줄 거다, 니, 그날 밤에 술을 먹었지?”

“예.”

“그래서 여자가 생각이 나서 조양이 당직을 하는 걸 알고 그리로 갔지?”

“예.”

“문을 여니 문이 걸려 있었고 흔들다가 문을 안 열어줘서 문을 부수었지?”

“아니어요, 문을 부수고 들어가지는 않았어요, 한참 만에 조양이 문을 열어 줬어요.”

“그래, 그래 그리고 바로 덮쳤나?”

“아니어요, 잘 아는 사인데 내가 덮칠 턱이 있어요, 서로 어느 정도 생각이 있었지요.”

“야, 인마, 나한테는 솔직하게 이야기해, 그래야 내가 조서를 알아서 잘 꾸며주지?”

“예, 형님 사실대로 말할게요, 몸을 파는 주제에 나를 거부하지 뭐예요, 그래서 내가 싫다는 걸 무시하고 억지로 그 일을 했어요, 정말 잘 꾸며 줘야 해요?”

그 말이 떨어지자 정호는 정군을 처음 만나는 사람 대하듯이

“나쁜 놈의 자식, 내가 왜 너 형님이야, 너 이 자식, 혁대 풀고 소지품 모두 책상 위에 올려놔!”

형님이고 어제고 간에 일단 경찰서 조사계로 들어오면 정호의 밥이었다.

송 사장에게 정 씨를 구속한다는 명분아래 형님 대접을 톡톡히 받으면서 정 씨로부터 얼마 전에 정호 앞에서 송 사장에게 받은 치료비 4백은 물론이고 조양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치료비 및 보상금 중 일부도 챙긴 것은 물론이었다. 그리고 조양을 달래 선처를 구한다는 탄원서를 써서 정 씨를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만든 것은 모두 정호의 작품이었다.

그런데 재수 없게 잔돈 푼 챙겨 먹다가 작은 가시 하나가 입안에 잘못 걸려 그 황금 구덩이 조사계에서 밀려나 이곳 대구 경찰서 정문 보초로 발령이 난 것은 한 달 전 일이었다.

당장 집에 가져다 바친 월급 외의 넉넉한 여유 돈이 딱 끊기고 보니 마누라의 행동이 싹 바뀌어 버렸다. 저녁 잠자리는 말할 것도 없고 밥상에 올라오던 반찬이 대번에 달랐다. 밤에 잠자리는 그럭저럭 참을 수가 있었고 반찬은 밥 좀 덜먹으면 되겠지만 매일 마누라의 곗돈 타령은 정호가 집에 들어가기 겁이 날 지경이었다.

“당신 어떻게 할 거야, 지금까지 붓던 계가 나 때문에 깨질 지경이야, 어떻게 해?”

카빈 소총을 둘러메고 정문 앞에서 서 있자니 자신이 너무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망할 자식, 그 자식 돈을 받아먹는 게 아닌데......”

정호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국가도 자신도 모두 행복한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라에 공헌한 애국자인 자기의 몰골이 무엇이냐,

“그래, 어느 애국자가 부자가 된 애국자가 있더냐, 진정한 애국자는 나처럼 고행을 하기 마련이지.”

바로 그때 정호는 상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속으로 무릎을 쳤다.

“바로 그거다, 진작 내가 왜 그걸 생각 못했지?”

어느 관공서와 마찬가지로 대구경찰서 앞 도로 건너편에는 대여섯 군데 식당이 문을 열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식당을 들어가려는 한 여인네가 무심결에 경찰서 앞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얼른 다른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더러는 못 보고 그대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었지만 경찰서 앞을 본 사람이면 대다수 그 식당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편 식당 주인은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의 식당에 매상이 떨어지자 무슨 일인가 걱정이 되었다. 그날 손님 한 사람이 식당으로 들어오려다가 옆집으로 가버리자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문 앞을 나왔는데 마침 건너편 경찰서에서 정문 보초를 서고 있는 경찰관이 자기 식당에 들어오는 손님을 향해 무릎을 꿇고 카빈소총으로 정조준 자세를 취하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래?”

그뿐이 아니었다. 들어오는 손님마다 총구를 향해서 같은 자세를 취하니 식당 주인은 기가 막혔다. 그는 만사 일을 제쳐놓고 경찰서 정문보초에게 달려갔다.

“아, 순사 양반, 이게 무슨 짓입니까?”

경찰서 정문 앞에 비록 보초를 서지만은 명색이 경찰관이라 화를 낼 수가 없어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을 건네자 정문 보초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려는 손님을 향해 정 조준하던 자세를 멈추고 모르는 척하면서

“뭘 말입니까?”

하고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아니, 우리 집에 무슨 원한 관계가 있습니까? 왜 우리 집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총질을 합니까?”

“아~ 이거요? 이건 우리 상관께서 평소에 시간이 나면 총을 들고 조준연습을 하라고 해서요, 지금 조준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그래도 그렇지요, 다른 집 다 놔두고 왜 하필 우리 집 손님을 향해서 그럽니까?”

“다른 집도 다 마찬가지 입장이니 내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거 아닙니까?”

“허허 참!”

총질도 조준 연습을 했다고 하고 왜 하필 우리 집 손님을 향해서 총질을 하느냐고 말하면 다른 집 역시 다 마찬가지라고 하니 더는 다른 할 말이 없었다. 식당 주인은 담배 한 대를 빼 물고 기가 막히는 듯 하늘을 향해 연기를 내뿜었다. 한참을 혼자서 생각하던 그는 한쪽으로 돌아서서 주머니를 뒤졌다. 그의 주머니에는 식대로 받은 돈이 포켓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들어 있었다. 그는 제법 두툼하다고 생각되는 돈뭉치를 꺼내서 차곡차곡 챙겼다. 그리고는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경찰서 정문 보초 옆으로 다가갔다.

“받은 돈이 얼마 되지 않아서, 우선 이거라도 받으세요.”

하면서 경찰관의 주머니에다 챙긴 돈을 찔러 넣었다. 그 경찰관은 바로 정호였다. 그는 예전에 받은 돈에 비하면 이 돈은 점심 값도 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그래도 보초를 서고부터 처음 받은 뇌물이었다. 이튼 날은 돈을 받은 집을 건너뛰어서 바로 옆집 식당 손님에게 총구를 향했다. 그 집 식당주인 역시 가만히 당하고 있을 위인이 아니었다. 그도 결국은 정문 보초를 서는 정호에게 쫓아와서 전번 식당주인과 마찬가지로 따지다가 제풀에 지쳐서 돈을 바치고 말았다.

정호는 돈을 받지 않는 집을 차례로 돌아가며 총질을 하다가 식당마다 한차례 돈을 다 받고부터는 다시 첫 집부터 똑같은 총질을 시작했다. 참다못한 식당주인은 서로 만나 회의를 했다.

“여보게들, 이대로 가다가는 식당이라는 식당은 모두 문을 닫아야 되겠네, 이거는 사람을 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달라고 행패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보초근무 중에 상관의 지시에 따라 조준 연습을 한다고 하니 어디다가 말을 할 수도 없네 그려, 어떡하면 좋은가?”

우선 맨 처음 당했던 식당주인이 먼저 말을 띄우자 가운데 식당주인이

“우리 그러지 말고 서로 합의를 하세.”

“어떻게 말인가?”

“우리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아예 얼마씩 정기적으로 보초서는 경찰관에게 줘버리세, 그게 오히려 우리에게는 훨씬 덕이 되지 않겠나? 어때?”

정호가 경찰서 정문보초를 서고부터는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일이었다. 그는 식당 사장으로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일정 액수의 돈을 받아 챙기기 시작했다.


대구 경찰서 정문 보초의 이야기를 마친 세관장은 다시 담배 한 대를 빼물고는 건널목 간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3


“꽤 애액!”

멀리서 기적소리를 울리면서 기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딸랑, 딸랑.......”

방울 소리와 함께 하늘 높이 서 있던 긴 장대 같은 차단기가 서서히 내려오면서 어른 배꼽 높이 만큼에서 수평을 이루더니 멈춰 섰다.

철도 건널목 간수인 오재는 얼른 붉은 깃발을 들고 밖으로 뛰어나와 건널목 밑으로 지나가는 차나 사람이 혹 있지나 않을까 하고 주위를 살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들, 머리에 물건을 이고 가는 사람들, 아이들, 어른들, 그리고 버스와 트럭들....... 지나가던 모든 사람과 자동차가 멈춰 서서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는 또 한 번 기적소리를 꽥 지르면서 메케한 철로 냄새를 한 아름 안겨주고 무서운 속도로 건널목을 지나갔다. 오재는 한참 동안 철길 위를 철커덕거리면서 달리는 기차의 꽁무니를 바라보고서야 안심이나 되는 듯 자기가 기거하는 한 평정도의 작은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철도청에 들어온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오재였다. 오 재가 비록 나이는 먹었을망정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군에서 장기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이놈 돈 저놈 돈을 닥치는 대로 쓸어서 먹었던 일을 생각하니 분통이 터졌다. 도대체 여기 건널목 간수지기를 하고부터는 앞으로 받을 몇 푼 안 되는 월급을 제외하고는 생기는 것이 하나도 없을 듯 하니 말이다. 가끔 오가는 저놈의 시커먼 기차 말고는 한 평 조금 더 되는 명색이 사무실, 건널목을 지나다니는 몇몇의 행인, 노선버스가 전부였으니 돈이 생길 구멍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철길 위 어느 한 곳에도 동전 한 닢 얻어먹을 곳은 없었다. 아니 돈도 돈이지만 도대체 이야기할 상대조차도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으니 당연히 돈은 먹고 죽을 라고 해도 지 주머니에 든 차비 말고 더는 없었다.

“후유!”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장기 복무 하사관 출신인 오재는 사병으로 근무했던 대대 보급과 선임하사로 발령받아 근무했는데 그는 보직을 받고 일찌감치 돈에 눈독을 들여 사병들에게 지급할 쌀, 부식, 군화, 의복 등 닥치는 대로 팔아먹었다.

특히 쌀과 부식은 행정과에서 공문서인 일보를 위조해서 그 차액인 쌀과 부식을 빼돌려 부대장에게 상납한다는 것을 알고부터였다.

어느 날 토요일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병들이 세탁소에서 세탁한 군복을 찾아 입고 즐거운 외출 외박을 가는 날이었다. 그날은 외출에 들뜬 나머지 사병들은 보통 점심도 먹지 않은 채 외출 외박을 준비하고 있었다. 외출 외박은 비상시를 대비해서 전부대원의 삼분에 일만 휴가 외출 외박을 보내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보통 부대는 그 원칙을 깨고 오히려 잔여 병력이 전 부대원의 삼분에 일이 채 안되게 외출 외박을 내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니 토요일 두 끼에 일요일 세끼, 합이 다섯 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쌀과 라면, 부식을 횡령해서 먹게 되겠는가.

“도적놈들, 국가의 귀중한 재산을 이렇게 해 쳐 먹는구나, 그래, 네놈들을 등에 없고 나도 해 먹으면 걸려도 네놈이 걸리겠구나! “

하고 안심하고 빨대를 꽂아 빨아먹으면서도 상납도 잘하고 자기도 죽죽 한 십 년을 잘도 빨아먹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더 큰돈을 벌여 들이는 곳은 따로 있었다. 기름이었다. 평소 오재의 부대에 운행되는 차량에 지급되는 보급용 기름과 겨울철에 난방용으로 들어오는 기름 또한 하루에 적지 않는 량이었다.

오재는 전임자로부터 소개받은 기름 중개인과 사전에 결탁을 해 놓고 있었다. 평소에 전임자와 기름을 수령하러 갈 때면 으레 했던 방법이었다. 그는 수령받은 여려 드럼통에 기름을 싣고 가파른 고개 커브 길을 향하고 있었다.

“어이, 운전병, 악세레이더를 밟아!”

운전병은 오르막길을 오르려고 힘껏 악세레이더를 밟았다.

“저기 커브 도는데서 브레이크를 밟아!”

오재의 지시에 의해 운전병은 가파른 산 중턱을 향해 갑자기 속력을 내다가 핸들을 돌리면서 급부레이크를 밟았다. 그때 허술하게 묶은 드럼통 몇 개가 차에서 굴러 풀숲으로 떨어졌다.

“자, 악세레이더를 다시 밟어!”

그는 드럼통이 떨어진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대로 차를 몰고 부대로 향했다. 부대에 도착한 오재는 기름이 든 드럼통을 유류 저장소에 차곡차곡 채워 놓고 바로 퇴근을 서둘렀다. 영외거주자인 오재는 바로 숙소로 가지 않고 시내 대포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전임자로부터 소개받은 기름업자가 오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재는 절대로 혼자서 돈을 먹는 법은 없었다. 운전병에서부터 보급과장까지 직책에 부응하게 골고루 돈을 뿌렸다. 그것이 오랫동안 그를 그 자리에서 버티게 하는 처세술이었다. 오재는 남이 보기에는 부대에서 초라한 하사관이었지만 그가 뒤로 빼 돌려 사놓은 집이 한두 채가 아니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알게 모르게 소문은 연기처럼 소리 없이 뻗어 나갔고 결국에는 보안대에서 들통이 나서 군복을 벗은 것이 작년이었다. 영창을 가지 않은 것은 그래도 오재의 과감한 돈질이었다. 오재는 한 동안 이 일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들킨 것이 분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애라, 지기미, 잠이나 한숨 잘 까보다.”

다니는 사람이나 노선버스들이 없다면 누가 보는 사람도 없으니 마음 놓고 한숨이라도 잘 터인데 그것도 마음대로 하기는 틀렸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그거야, 내가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지?”

그는 서울을 향하는 노선버스가 이곳 건널목을 지난다는 것을 이제야 생각해 냈다. 돈이 되는 이 버스를 허구한 날 그대로 통과시킨 것이 분하고 분했다. 마침 앞에서 노선버스가 이리로 향해 오고 있었다. 기차가 들어오지 않는데도 그는 차단기를 서서히 내렸다. 차단기가 버스 앞에 내려지고 버스는 열차가 오는 줄 알고 차단기 앞에 멈추었다. 몇 분이 흘렀다. 기차는 오지도 않았고 차단기는 내린 채 올라갈 줄 몰랐다.

“간수 아저씨, 기차도 오지 않는데 차단기는 왜 내려놓고 있소?”

버스 창으로 목을 길게 뺀 운전수가 큰 소리로 오재를 불렀다. 오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철로를 향해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 여보시오, 간수 양반!”

열이 받친 운전수가 버스의 시동을 걸어 놓은 채 오재 앞으로 쫓아왔다. 그제야 오재는 운전수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으면서

“미안하외다, 우리는 수시로 차단기를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어서 그리 됐습니다.”

노선버스의 배차시간 관계로 도착시간이 지나면 상응하는 범칙금을 내게 된 기사는 열이 받치지만 그제야 운전기사는 간수의 뜻을 알아챘다.

“여기 몇 푼 안 되지만 이거라도......”

눈치 빠른 버스 운전수가 주머니를 뒤져서 돈 몇 푼을 찔러 넣고서야 버스는 정상적으로 통과했다. 그러나 이곳을 통과하는 노선버스가 한 대뿐만이 아니었다. 이 회사의 버스만도 시간마다 운행했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이곳 건널목을 통과하는 노선버스도 여러 대가 다니고 있었다. 이들 버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각 회사 버스 기사들은 서로 합의를 봤다.

“우리 이럴 것이 아니라 아예 십시일반으로 매달 얼마씩 거출해서 건널목간수에게 줘 버립시다.”


4


상철은 미묘한 웃음을 띄운 채 세관장의 마지막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관장은 다시 나를 바라보고 이렇게 말하더군, 이보게, 졸다고? 잘 들었는가? 찾아보면 어디든지 굴러다니는 돈이 여기저기에 많이 있어, 자네가 못 찾아서 그렇지만 말이야, 안 그래? 하고는 자리에 돌려보내더군, 그게 십 년 전 일이야, 결국 나도 타성에 젖어 그 짓을 이날 이때까지 계속하다가 돈 이십만 원에 덜미가 잡혀서 지금 이 모양이 되었지만 말이야.”

상철의 이야기를 다 듣고 보니 구린내가 그의 몸에서 배어 나오고 있었다.

세상에 구린내가 상철이 몸에서만 나는 것도 아니다. 나라 대통령도 재학생과외금지니 언론통폐합이니 조치만 강력히 내려놓고 그곳에 종사하는 국민은 굶어 죽든지 말든지 내 팽개쳐 버렸는데 하물며 국민들이야.......

온 나라 사람들이 너도나도 구린내에 배어 있으니 여기저기에 사고가 터져서 나라꼴이 이 모양 이 꼴이다. 그나마 양심 있는 사람들 덕에 나라가 쓰러지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아이고 나도 모르겠다, 세관장 말대로 이제는 눈을 크게 뜨고 저들과 같이 해 먹을 것이 없나 하고 찾아나 볼까?

상철이의 이야기가 끝나가는 동안에 「맛 샘」 간부들은 먹고살기 위해 찾아온 배고프고 어리석은 사람들의 발품을 이용해서 그들이 올라 설 다음 행동을 계획하고 있었다.

두엄더미는 썩는 냄새는 아무리 독해도 유용하게 쓸모가 있는데 온 세상에 풍기는 악취의 근원인 돈벌레들은 도대체 쓸모가 없다. 그러는 동안 세상은 온통 돈벌레의 악취로 마비되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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