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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10. 2016

강원도 태백 여행 1

가장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방법

2014년 8월 15일



이번 8월 광복절 연휴에는 자전거 없이 1박 2일로 태백을 다녀왔다. 연휴로 차가 막힐 것을 예상하고 아침 6시에 출발한 덕분에 호법 분기점에서 조금 정체된 것 외엔 막힘없이 갈 수 있었다.  


그리고, 10시쯤 매봉산 입구인 삼수령에 도착했다. 서쪽으로 한강, 남쪽으로는 낙동강, 동쪽으로는 오십천이 흐르는 꼭짓점이라 삼수령이라 한다. 서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고 할 수 있는 한강과 낙동강이 모두 태백의 작은 샘에서 발원하는 것이다. 그러니, 태백을 오지 않고서는 한강도 낙동강도 모두 가보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한참 배추 수확기인 지금은 일반 차량의 통행이 통제되고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서 바람의 언덕까지 가는 임시 셔틀버스가 운행하는데 기다리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 보여서 걸어 올라가기로 한다. 관광 안내원들도 셔틀버스 운전기사님들도 다들 친절하시다.



3.4km의 오르막길을 걸어가다 보면 드디어 첫 번째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배추가 잘 자라서 한참 수확할 시기이다. 배추밭 특유의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한쪽에서는 배추를 수확하고 한쪽에서는 잘 포장해놓은 배추를 포크레인으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다.  




채소밭길을 쭉 따라가면 그 끝에 바람의 언덕이 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이라는 추전역에 들렀을 때 바라보던 산 꼭대기의 풍력발전기 5대가 바로 이곳이다.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마침 바람이 아닌 구름이 넘어가느라 눈 앞에 안개가 자욱하다.




발전기를 따라서 길이 나있다. 큰 의미는 없지만 이왕 올라왔으니 5대의 발전기를 빠짐없이 둘러본다.



아직 걸어야 할 곳이 많이 있으니 체력을 아끼기 위해서 이번에는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가기로 한다. 내려가는 버스는 의외로 넉넉하다. 버스를 타고 올라온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셔틀버스로 입구까지 내려오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일단 태백 시내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점심 메뉴는 1인분 6,000원의 태백닭갈비. 나름 유명한 맛집이기도 하고 연휴라 그런지 한창 붐빈다. 줄 서서 기다려서 먹긴 하는데 생각보다 특별한 맛은 아니다. 닭볶음탕과 철판닭갈비의 중간 같은 느낌?




닭갈비집이 황지연못 바로 근처라 편하다. 소화도 시킬 겸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을 구경하러 간다.  




태백산맥의 지하를 흐르던 지하수가 태백시 한 가운데에 있는 황지 연못에서 솟아올라 낙동강이 시작된다.  




낙동강물이 저 징검다리를 지나서 시내를 따라 부산까지 흘러내려 간다. 내일은 그 상류 지역을 걸어가 볼 계획이다.





동전 던지는 곳도 있는데 나는 이런 것엔 소질도 없고 미신을 믿지도 않아서 그냥 지나쳐 간다.




수도권은 완벽한 찜통이 되는 8월 중순의 한낮인데도 해발 680m 태백시내의 온도는 23.7도이다. 더군다나 외곽 지역은 21도 정도밖에 안되니 정말 시원하다. 해가 쨍쨍한 맑은 날에도 태백이 30도를 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것이 내가 여름휴가를 태백으로 오는 이유이다.  



황지연못에도 전설이 있다. 구두쇠 시아비가 시주를 청한 노승을 괴롭혀 내쫓아서 시아비 몰래 노승에게 시주를 한 며느리만 살아남고 집이 있던 자리가 연못이 된다는 전설이다.




"낙동강 천삼백리 예서부터 시작된다."

작년에는 자전거로 태백에서 안동까지 그리고 안동에서 을숙도까지 낙동강 종주를 했고 내일은 도로 자전거로는 갈 수 없는 낙동강 비경길을 다녀올테니 낙동강 거의 전 구간을 가게 되는 셈이다.



점심도 먹고 황지연못도 둘러보았으니 다시 삼수령 쪽으로 간다.  

16일까지 해바라기 축제를 하니 지나는 길에 들러다. 주차장에 내리니 바로 반겨주는 그레이트 피레니즈...


올해 7월의 심한 폭풍우에 해바라기 밭의 해바라기가 전부 넘어졌다고 한다. 예전의 화려함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때문에 방문객들에게 차나 음료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쌉쌀한 아이스 민들레 발효차와 달달한 해바라기 발효차를 하나씩 마신다.   



이왕 왔으니 산책로를 따라 걸어본다.



해바라기들은 많이 죽어있어 볼거리가 많지 않아서 산책길 뒤쪽으로 잣나무 숲길이 있어 올라가 본다.






숲길 쪽 데크에서 보면 해바라기가 덜 쓰러진 곳이 있었다.




중간에 그림들이 있는 전시관도 있고....




전시관 옆 공터에 황구와 백구가 있다.




백구는 정말 개팔자 상팔자구나.




전시관 뒤쪽에 작은 해바라기 밭 쪽은 피해를 덜 입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모두 여기 모여서 사진 찍고 있었다.



합판에 인두로 지져서 인물화를 그려주는 곳도 있다. 무엇이 그리 신기한지 지니님은 한참 동안 구경한다.   




날이 저물기 전에 검룡소까지는 봐야 하니 이제 서둘러야 한다. 검룡소도 해바라기 밭도 바람의 언덕 근처라 어렵지 않게 들를 수 있다. 검룡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슬슬 걸어 올라간다.  





요 작은 계곡이 한강이 되는 물줄기이다.




검룡소 입구에 도착한다.



이곳이 검룡소이다. 바위틈에서 지하수가 솟아나와 한강이 되는 발원지인 것이다.  



솟아나온 물이 이렇게 흘러내려가서 한강이 된다. 다른 곳의 긴 지류들 중에 발원지라 주장하는 곳이 있지만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이곳이 한강의 발원지이다.




검룡소에서 솟아나온 한강은 임계 정선, 영월, 단양을 지나서 충주로 흘러간다. 충주에서 김포까지 이어지는 한강 자전거길은 실제로는 전체 한강의 반도 못 달리는 셈이다. 올 가을에 영월에서 단양까지 자전거로 다녀올 예정이다.  

(결국 2015년에 지류를 포함해서 한강 상류 대부분을 다녀오게 되었다.)


검룡소에서 내려와서 주차장에 도착하니 날이 어두워지고 갑자기 소나기가 거세게 내린다. 태백의 여름 날씨는 이렇게 변덕스럽다. 이제 날도 어두워졌으니 다시 태백으로 돌아간다.


저녁식사로는 태백의 먹거리 중 하나인 태백고원 한우를 맛봐야겠다. 실비식당들이 태백 중앙시장길을 따라서 길 양쪽으로 쭉 있는데 가장 유명한 집은 식당도 작은데 기다리는 인파가 무시무시하게 많았다. 근처의 다른 식당에 자리가 났길래 들어가서 등심과 갈비살을 하나씩 주문한다. 200g 25,000원 정도...



일단 등심부터 구워 먹는다.  



그리고 갈비살도 구워 먹고. 연탄불에 구우니 참 맛이 좋다.


운전을 하니 식사를 하면서 음주를 못하는 것이 아쉽다. 숙소에 가서 맥주를 한 잔 하고 싶기에 고깃집 중에 가장 유명한 집이자 기다리는 인파가 바글바글한 황지 정육식당으로 가서 육회(300g, 23000원)만 포장 주문한다.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고깃덩어리에서 380g을 떼어낸 후 넉넉하게 썰어서 사장님이 직접 손질해주신다.


내일은 낙동강 비경길 오지 트래킹을 해야 하니 조금 남쪽으로 내려가서 구문소 근처에 숙소를 잡는다. 구문소는 낙동강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태백산맥의 큰 바위를 뚫고 넘어가는 곳이다. 고소한 한우 육회를 안주로 맥주 한 잔 하고선 푹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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