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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11. 2016

강원도 태백 여행 2

낙동강 비경길

2014년 8월 16일


어제는 태백시 북쪽으로 삼수령 근처를 쭉 둘러보았다. 오늘은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작년에 두 번 들렀던 승부역에서 출발해서 양원역을 거쳐 분천역까지 낙동강 비경길을 걷기로 한다.  


구문소부터 낙동강길을 따라 승용차로 이동하다가 석포에 잠깐 들러서 아침을 먹는다.

뒤쪽에 보이는 커다란 제련소에서 오폐수라도 방류하는지 여기서부터 낙동강 강물이 눈에 띄게 지저분해지고 물살이 느린 곳은 거품도 뭉쳐 있다. 맑은 물을 생각하면 제련소가 없어지거나 하다못해 오폐수를 단속하면 좋겠지만 석포 사람들의 중요한 일터인지 함부로 말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공장이 있는 덕분인지 조그만 마을에 있을 것은 다 있다.  


석포역에도 잠시 들러서 화장실을 다녀온다.  




석포에서 외진 길로 계속 들어가면 승부에 도착한다. 승부역에서 좀 떨어진 마을 어귀에 주차하고 걸어가기로 한다.



이 다리는 작년에 왔을 때는 없었는데 새로 지었나 보다. 낙동강 비경길도 열린지 얼마 안 되었으니 오지 중의 오지인 승부에도 변화가 생길 듯하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승부역이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역무원들께서 유난히 친절하고 느긋하시다.  



승부역을 이야기하면 하늘 세평 꽃밭 세평이란 말이 따라붙는데 승부역에서 일하던 역무원이 쓴 시이다.


사실은 근처의 절벽 바위에 쓰인 이것이 당시 역무원께서 쓴 진짜 원본이라고 한다.  



역에서 내려가서 작년에 건넜던 다리 쪽으로 건너지 않고 왼쪽으로 강을 따라 내려가면 낙동강 비경길의 시작이다.  




이정표가 있다. 낙동강물을 바라보며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다.




마침 협곡열차(V-Train)가 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실, 이 곳을 몇 번이나 왔는데 아직 한 번도 못 타봤다.  



이정표도 필요한 만큼 설치되어 있다.


조금 걸어가면 포장도로가 끊기고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서 슬슬 걸어간다.




중간중간 철길 옆으로 걷기도 하고...





등산로 같은 언덕을 넘어가기도 한다. 갈림길에도 이정표가 꼬박꼬박 있으니 길 찾는 게 어렵진 않다.


등산로를 내려가는 쪽이 급경사의 계단이니 조심해야 한다. 올라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중간에 두 개의 쉼터가 있다.



계단의 끝은 철교와 만난다. 마침 무궁화호 열차가 지나간다.



무궁화호 열차가 지나간 철교 밑으로 강물 따라 내려간다.


중간에 커다란 메뚜기가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사람이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도 않는다.  


철길 옆으로 사람이 다니기 편하도록 멍석 같은 것을 깔아놨다.



마침 지나가는 중부내륙관광열차(O-train)이다. 수도권에서 승부역까지 한 번에 오는 열차는 중부내륙 관광열차가 유일하기 때문에 낙동강 비경길을 당일치기로 온다면 이 열차를 타고 1시쯤에 승부역에 내릴 수 있다. 아마 우리 뒤쪽으로 승부역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승부역에서 출발해서 걸어오고 있을 것이다.



물길을 따라 건너기도 하고




요렇게 부실한 통로도 한 군데 있다.



양원역에 거의 다 왔다. 낙동강 비경길은 여기에서 끝나고 양원에서 분천까지는 체르마트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인 양원역이다. 철길은 있지만 기차가 서지 않는 오지마을의 주민들이 직접 저 건물을 짓고 기차를 서게 해달라고 철도청에 요청해서 하루 두 번 기차가 서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V트레인이 멈추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최초의 민자역사인 동시에 가장 소박한 역이기도 하다.  



V트레인이 멈추게 되면서 마을공동체에서 동동주와 식혜 같은 것을 비롯해서 마을 생산품들을 내다 파는 노점이 생겼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한가하더니 곧 열차가 들어온다고 다들 분주해진다. 감자떡, 쑥떡, 분이 잔뜩 나온 햇감자들을 내놓는다.



  

나는 돌대추 감주를 마시고 지니님은 동동주를 한 잔 마신다. 돼지 껍데기에 동동주 한 잔 하고 싶은데 저녁에 운전해야 하니 감주만 마신다. 아쉽다... 쩝쩝



이제 V트레인이 들어온다. 마을 사람들도 환영해주고..



관광객들이 잔뜩 내려 노점에서 이것저것 사 먹기도 하고 사진 찍느라 바쁘다. 조용했던 산골 작은 역이 시끌벅적해진다.  



열차가 떠나고 조용해지니 우리도 출발한다.

양원 마을 입구가 보이는데 마을 입구에서 자동차로 분천까지 가려면 상당히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걸어간다.



다시 트래킹이 시작된다. 이번엔 체르마트길이다.  



포장길을 따라 다리도 건너서 슬슬 걸어간다. 여전히 풍경은 아름답고 낙동강 물줄기는 소박하다.  



포장길이 끝나면서 급경사를 잠깐 올라서 산길로 들어가게 된다. 언덕을 넘는 느낌으로 조금 걸어가면 산길의 끝에 철교가 보인다.



철교를 건너면 비동 임시 승강장이다.




비동 임시 승강장이다. 임시라고는 하나 계속 유지보수는 되고 있다. 평소에는 기차가 서지 않지만 홍수 등의 천재지변이나 비상사태에 사용하는 승강장이라고 한다.  



분천역 방향에서 양원역까지 2.2km인 체르마트길의 출발점이다. 체르마트길 기준으로는 우리는 거꾸로 내려온 것이다. 이 산골짜기에 스위스 체르마트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이유는... 체르마트길은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한국(분천역)-스위스(체르마트역) 기차역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한다.  



비동 승강장에서 내려온 후 철교 밑에서 잠시 쉬어간다.





서둘렀으면 탈 수도 있었을 분천역 2시 20분 출발의 무궁화호이다. 이후 저녁 8시에나 열차가 있고 그 전에는 V트레인이나 O트레인 같이 운임이 비싼 녀석들 밖에 없다. 분천역에 도착하면 아무거나 타고 가야지...  




중간에 제대로 된 쉼터가 있어 잠시 쉬어간다.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니 분천에 거의 다 왔나 보다.   


계속 흐리던 하늘이 잠시 파랗게 맑아진다.





양원역에서 동네 아저씨가 400년 금강송들이 모인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곳인가 보다.



드디어 저 건너에 문명의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은 좋아졌는데 10km를 넘게 걸으니 슬슬 힘들어진다.


역으로 가는 길목에 바로 가는 시멘트 길과 돌아가는 비포장길이 있는데 마지막 구간은 낙동강을 따라 비포장길로 걷는다.



오늘 여정의 끝이 보인다.




한적한 분천리 마을이다.



분천역에 도착했다. 쉬엄쉬엄 천천히 걸으니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협곡열차의 출발점이라고 협곡열차의 상징인 백호 인형이 있다.



소나무 밑에도 커다란 호랑이 인형이 있으니 한 컷 찍어준다.   

분천역 옆 먹거리 장터에서 감자전과 시래기국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찰옥수수도 한 봉지 산다. 어지간해서는 옥수수를 사 먹진 않는데 제철에 먹는 강원도 옥수수에 맛을 들이니 강원도 올 때마다 사게 된다.



열차를 기다리는데 반대편에서 협곡열차가 들어온다.  



얼마 후, 우리가 탈 중부내륙 관광열차도 들어온다.

무궁화호는 저녁 8시나 되어야 올테니 좀 비싸긴 해도 중부내륙관광열차 O-train을 타고 차를 주차해놓은 승부역으로 돌아간다. O-train은 새마을 열차 특실 가격이라서... 역 하나, 겨우 10km 가는데 1인당 8400원이나 한다.  


오트레인을 타고 다시 승부역으로 돌아오면서 걸어갔던 길이 스쳐 지나간다. 승부-양원-분천을 총 13km 정도 걷는 셈이니 생각보다 힘들다. 만항재를 들렀다 집으로 갈까 했는데 하늘이 흐려졌기에 가지 않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에도 엄청난 소나기가 퍼부으니 안 가길 잘 했다. 만항재는 맑은 날 다시 가보련다.  


작년에도 세 번 왔었고 올해도 다시 찾은 태백... 서울에서 좀 멀긴 하지만 꼭 와볼 만한 시원함과 깨끗한 자연이 있는 곳이다. 낙동강 비경길은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을 느끼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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