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라이에에서 할레이바까지 30km를 달린다. 겨우 30km를 달리는 이유는? 당연히 여기도 이벤트가 많기 때문이다.
민박집에서 잘 자고 일어났다. 그런데, 옆 방 한국 여자들은 어제 밤에도 세탁기를 돌려대더니 아침에도 또 세탁기를 돌려대고 있다. 신경 끄고 아침이나 먹으러 가야지...
짐을 챙겨 출발한다. 숙소에서 거의 잠만 자고 나온 것 같다.
라이에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카후쿠(Kahuku)다.
하와이가 새우양식을 하면서 새우 요리를 하는 푸드트럭들이 유명한데, 이 카후쿠의 원조 새우 트럭 집인 Giovannis Shrimp Truck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한다.
이것이 바로 원조 새우 트럭인 Giovannis Shrimp Truck이다.
원조답게 엄청난 낙서와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그냥 테이크아웃을 하는 푸드트럭이 아니다. 새우 트럭 앞에 방갈로 같은 시설이 되어 있고 식탁이 쭉 놓여있어서 요리를 구입해서 바로 먹을 수 있다. 심지어는 손 씻는 개수대도 잘 갖춰져 있다.
갈릭 새우 2인분과 매운 새우 1인분.
지니님은 이날을 위해 길에서 마주친 많은 새우 요릿집들을 모두 지나치고 참아왔다. 매운 새우는 핫소스의 시고 매운 느낌이라 내 입맛에는 안 맞지만 갈릭 새우들은 정말 맛있다.
새우로 배를 채우고 조금 달리다 보니 농산물 직거래 상점이라 할 수 있는 Farmer's market이 있다.
망고나 좀 먹어볼까 하고 들렀는데 갑자기 관광버스들이 멈춰 서서 관광객들이 한 바탕 들이닥친다. 유명한 곳인가 보다.
먹어보면 실망하지만 안 먹어보면 계속 상상한다는 코코넛 열매를 하나 사서 먹어보기로 한다.
아주머니가 역동적으로 칼질해서 즉석에서 다듬어 줍니다.
큼직하니 속에 든 것도 많긴 한데 달거나 맛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먹어본 데에 의의를 둔다. 그런데, 그 맛이 생각나서 나중에 편의점에서 코코넛 주스를 하나 사 먹기도 한다.
옆의 가게에서는 차게 해 둔 망고도 하나 사 먹는다.새우에 과일까지 아침부터 입이 즐겁다.
선셋비치 근처부터는 나무 그늘이 우거진 시원한 자전거 도로가 나타난다. 그런데, 노면은 간신히 타고 갈 수만 있을 정도로 안 좋다. 비치크루저라면 편하게 갈 수 있겠지만 얇은 바퀴 도로 자전거로는 살살 조심조심 달린다.
자전거도로 끝 지점에서 조금만 더 가면 와이메아 만(Waimea bay) 비치파크가 있다.
워낙 멋진 곳이라 잠깐 들러서 물놀이를 하고 가기로 한다. 나는 물놀이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물에 적당히만 담그고 지니님은 물에 들어가 열심히 뒹군다.
양놈들 특징이 물만 있으면 다이빙을 한다. 여기서도 다이빙하기 적당한 바위가 있어서 사람들이 계속 뛰어내리는데 구경만 해도 재밌다.
마냥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 다시 출발한다.
와이메아 비치파크에서 조금 더 가면 집집마다 우체통이나 울타리에 거북이 그림이 여기저기 그려진 곳이 나온다. 근처 바다에 거북이가 산다는 뜻일 것이다. 곧 거북이가 사는 해변이 나올 듯한 느낌이 드는데... 주택가를 지나자마자 바로 라니아케아 비치(Laniakea Beach)가 나타난다. 해변가로 가보니 거북이들이 해변으로 올라오질 않고 물속에만 있다. 일광욕할 시간이 아닌가 보다.
조금 더 가보니 바다거북 한 마리가 일광욕을 하러 해변에 나와있길래 가서 구경한다. 바다거북을 법으로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만지거나 위협하거나 하면 안 된다.
조금 더 가면 노스쇼어 할레이바(Haleiwa)의 입구다.
오늘 묵을 집은 할레이바 반대편 출입구의 별 모양 로터리 근처에 있는 민박집이다. 고양이 두 마리가 같이 사는 집이다. 무거운 짐은 숙소에 두고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점심 먹을 시간이다.
오늘 점심으로는 할레이바에서 맛있는 버거집으로 유명한 쿠아 아이나(Kua Aina)다. 햄버거 속 내용물이 푸짐한 맛있는 햄버거집이었다.
배는 부른데 바로 맞은편에 아이스크림집이 보인다. 본 김에 후식도 먹어야지.
마카다미아넛 아이스크림과 쵸코 아이스크림이다. 맛있다.
할레이바의 마스코트 같은 캐릭터를 이용한 간판도 있다.
이런 게 보이면 지니님은 꼭 절 집어넣고 찍어준다. 내 사진은 이런 것 밖에 없다.
바닷가를 따라서 슬슬 시내 구경하면서 이동하니 할레이바 알리이 비치파크(Haleiwa Ali'i brach park)가 나온다.
멀리 풍력발전단지가 보인다. 하와이는 환경 보호를 위해서 친환경 에너지에 관심을 두고 관련 연구를 많이 하는 곳이다.
슬슬 해가 저물 시간이니 부두 입구에 있는 레스토랑 겸 바인 Joe's seafood grill의 테라스 쪽에 앉아서 석양을 즐긴다. 아직 이른 오후라 간단한 음식만 되는 해피 아워다.
지니님은 Mai Tai를 주문하고,
나는 코나 롱보드 맥주가 좋다.
맥주와 칵테일을 마시면서 저무는 석양을 즐긴다.
맥주와 칵테일, 취하지도 않지만 술을 마셨으니 자전거는 끌고 걸어간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말라마 마켓에 들러서 저녁으로 먹을 것을 간단히 산다. 맥주, 살라미 치즈 세트, 그리고 사발면.
똑같은 제조사의 사발면인데 컵라면 용기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끓는 물을 부어도 되고 찬 물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을 수도 있는 데다가 맛도 다양하다. 역시 내수 차별 대기업...
내일은 오아후 가운데에 있는 언덕을 하나 넘어가야 한다. 만나는 현지인들과 이야기하다가 언덕을 넘어갈 거라 하니 기겁을 한다. 과연 얼마나 높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