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노와 스램의 산악자전거 구동계
자전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구동계란 말이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구동(驅動)은 힘을 가하여 기구를 움직인다는 뜻이니 자전거의 구동계는 사람이 페달을 밟으면 그 힘을 바퀴까지 전달하여 자전거를 나아가게 하는 시스템이란 것이다.
구동계는 실제로 사람의 다리 힘을 바퀴의 회전으로 바꾸는 크랭크-체인-프리휠과 함께 이를 조절하는 변속계와 제동계를 포함한다.
자전거를 처음 구입하는 사람이나 자전거를 취미 활동이 아닌 교통수단으로만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전거에 사용되는 구동계의 등급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 자전거 구동계의 등급을 알고 싶다면 일반적으로는 뒷 변속기에 쓰인 글씨를 보면 되지만 많은 자전거 제조사들이 뒷 변속기만 한두 단계 더 높은 제품을 장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확한 것은 아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변속레버, 브레이크레버, 앞 변속기, 그리고 크랭크에 쓰인 글자를 찾아보자. 단순히 SHIMANO라고 쓰여있다면 아주 좋은 등급은 아니라고 생각하면 된다.
구동계 등급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먼저 최대의 자전거 구동계 메이커인 시마노의 구동계부터 살펴보자.
시마노 홈페이지에서 산악자전거 구동계 항목을 보면 이렇게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시마노도 처음에는 산악자전거용 구동계 등급이 이렇게 다양하지는 않았다. 전문 산악자전거 구동계로 XT가 만들어지고 약 10년 정도 후에 XTR이 만들어졌다. 성능과 가격이 XTR> XT> LX> 데오레 순으로 정해졌지만 LX 브레이크가 XTR 브레이크보다 가벼워 동호인들 사이에서 경량 자전거용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몇 년 전에 LX는 단종되고 SLX가 트레일이나 올마용으로 특화되어 출시되었지만 현재는 XT나 XTR도 트레일 바이크나 올마용으로 사용하며 세인트나 GEE 등의 다운힐/프리 특화형 구동계도 분리되어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부품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시마노 XTR은 프로 산악자전거 선수들을 위해 1991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산악자전거 구동계이다. 시마노의 최신 기술이 가장 먼저 반영되는 XTR은 시마노 산악자전거 구동계 그룹 중에 가장 가벼우며 바로 아래인 XT 등급보다 2배 정도 가격이 높다. 이전에는 주로 XC(크로스컨트리) 라이딩에 적합하게 나왔으나 지금은 트레일 바이크나 올마에 쓰기 적합한 모델도 나온다.
XTR Di2는 변속 와이어(변속선)가 아닌 전동 장치를 이용하는 전동 변속기이다. 와이어 방식처럼 늘어나거나 변속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주기적으로 충전을 해야 하며 와이어 방식보다 가격이 훨씬 높다.
XT는 1982년 XTR보다 9년 먼저 등장한 시마노 산악자전거 구동계이다. XTR보다 조금 무겁지만 대부분의 최신 기술이 적용되어 있는 구동계 등급이다. XTR보다 조금 무거운 대신 좀 더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예전부터 다양한 종목의 산악자전거에 많이 사용된다. XT에서도 DI2가 적용될 예정이다.
SLX는 XTR이나 XT에 비해 좀 더 격렬한 트레일 바이크나 올마운틴 라이딩을 위해 만들어졌다. 부품별로 혹은 모델 번호 별로 XT에 가까운 기술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고 데오레와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 2016년 현재 아직 11단이 적용되지 않은 10단 구동계이지만 곧 11단인 7000 시리즈가 출시될 예정이다.
데오레(Deore)는 산악자전거 구동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부품군으로 가성비가 뛰어나다. 전체 그룹셋의 가격이 70만 원대로 입문용이라도 가격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입문용 산악자전거들이 순수하게 데오레 부품 만으로 구동계를 구성하는 경우(풀 데오레)는 많지 않다.
SAINT와 ZEE는 다운힐 자전거를 위해 특화된 구동계 세트로 싱글 체인링의 크랭크를 사용하며 변속 레버도 오른쪽 밖에 없다. 안 그래도 좋은 유압 브레이크의 제동 성능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 브레이크 캘리퍼에 두 쌍(4개)의 피스톤이 들어가 있다.
ZEE는 SAINT의 염가판으로 다운힐 라이딩 중에 빈번히 부서지는 구동계의 금전적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
알리비오는 이전부터 산악자전거 등급이 아닌 일반 자전거 중에 고급 자전거에 쓰이던 제품이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데오레로부터 많은 기능을 물려받으면서 어느 정도 내구성까지 갖춘 부품군이다. 현재는 레저용 산악자전거 구동계라는 애매한 용도로 정리하고 있다.
아세라와 알투스는 일반 자전거에 주로 쓰이는 등급이며 산악자전거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래도, 일반 자전거용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무등급이라 불리는 시마노 부품군들보다 월등히 좋은 부품군이다.
구동계는 등급에 따라서 가격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난다. 데오레는 70만 원이 조금 안되는데 비해 XT는 그 두 배에 가까운 120만 원, XTR Di2는 460만 원 정도 한다.
XT나 XTR로 갈수록 경량화를 추구하는 것은 사실이나 가격의 상승률에 비해서 무게는 획기적으로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다만,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시마노의 최신 기술이 적용된다. 알기 쉽도록 현재 기준으로 최신 제품인 XTR M9000 그룹셋과 최신 데오레 그룹셋인 Deore M610 그룹셋으로 비교해본다면 아래와 같다.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Deore에 비해서 XTR이 상당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 설명하지 않았지만, 산악자전거 구동계의 등급이 높을수록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사실 스프라켓(뒷 기어)이라 할 수 있다.
XTR 스프라켓은 예전부터 2장씩 분리되는 부분이 많다. XTR M9000 스프라켓은 2+2+2+2+1+1+1=11단으로 구성되며 11-40T (T: 톱니 수)이다.
XT M8000 스프라켓은 3+3+1+1+1+1+1=11단으로 구성되며 11-40T와 11-42T로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XTR이나 XT 모두 11단이지만 XTR은 프로 레이싱 전문 모델로 출시되기 때문에 40T만 출시된 듯하며 XT는 42T가 지원되어 저단 기어비가 더 낮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27.5인치 휠의 자전거를 선택하는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가장 편한 구동계라 할 수 있다.
SLX나 Deore는 스프라켓이 거의 분리되지 않으며 10단에 11-36T까지만 있다. 조만간 11단 SLX M7000이 출시되지만 XT만큼 스프라켓이 분리되진 않을 것이다.
스램의 산악자전거 구동계들은 시마노 다음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워낙 다양한 등급이 있어 복잡해 보이지만 XX-X0-X9-X7-X5-X3 순으로 XX가 최고 등급이며 뒤에 1이 붙으면 싱글 체인링 구동계(앞 1단)라는 뜻이다.
매 마크가 있는 XX1 Eagle과 X01 Eagle은 최신 제품인 12단 구동계를 뜻한다. X1, Gx, NX는 X9, X7, X5에 대응하는 신형 싱글 체인링 구동계이다.
스램의 특징으로는 싱글 체인링 구동계가 많다는 것, 시마노보다 먼저 12단 구동계를 상용화시켰다는 것, 그리고 트리거 방식보다 다단 변속이 쉬운 그립 쉬프트 변속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램의 최신 제품인 12단 XX1 이글 스프라켓과 그립 쉬프트 변속기 >
굉장히 길고 어렵게 설명한 것 같지만 산악자전거 구동계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이다. 산악자전거를 구입하려다가 구동계 등급에 따라 천차만별인 자전거의 가격에 맞닥뜨린 입문자나 단순히 막연하게 등급만 알고 있던 동호인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