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설매재
2016년 7월 2일 - 양평 설매재
새벽까지 많은 비가 오고 아침에도 보슬비가 계속 내렸다. 비를 맞으면서 자전거 타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가능하면 피하고 싶으니 고민하다가 비가 그칠 때쯤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코스를 짠다.
비가 온 후에는 포장도로나 임도 모두 습기에 미끄러운데 자전거나 오토바이 같은 2륜 차들은 특히 위험하다. 비가 오는 중이나 비가 온 직후에는 되도록이면 타지 말고 어느 정도 물이 빠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좋으며 노면이 젖어있을 때는 급작스런 방향 전환은 금물이다.
비를 맞기 싫다면 자전거를 타러 나가지 않으면 되겠지만 낮 최고 기온이 27도라는 기상 예보에 혹해서 더운 여름에 타기 힘든 코스를 가기로 한다. 이번 목적지는 춘천, 가평과 함께 서울에서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으면서 자전거 타기 좋은 양평으로 정했다.
승용차에 자전거 두 대를 싣고 11시가 조금 넘어서 중앙선 아신역에 도착한다. 아신역은 양평 설매재나 농다치고개에서 가까운 전철역이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이른 점심을 먼저 먹고 출발한다. 아신역에서 양평 쪽으로 남한강 자전거길 따라 조금만 가면 깔끔한 맛의 사골 만둣국을 파는 식당이 있다.
점심을 든든히 먹었으니 출발한다. 벌써 12시가 다 되어간다. 옥천면을 흐르는 사탄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초입부터 자전거길이 있으니 적당히 따라가면 된다.
사탄천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옥천 읍내에서 벗어나는 길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설매재 꼭대기가 용천 4리 들어가는 길이다.
백현 사거리부터 용천 1리가 시작된다. 멀리 높은 산들이 보이고 오르막길의 경사도가 조금씩 높아진다. 설매재는 만만한 언덕이 아니니 용천 3리 마을회관을 지나면 잠시 쉬면서 정비하고 올라가야 조금이라도 수월하다. 그런데, 우리는 별생각 없이 쉬지않고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서서히 오르막길이 힘들어지는데 지니님은 진행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XC 자전거의 경쾌함을 살려서 점점 멀어지더니 사라져버렸다. 잘 올라가니 좋긴 한데... 설매재는 용천 3리 마을회관부터도 5km 정도의 오르막길이라 거리도 매우 길고 올라갈수록 점점 경사가 급해지는 힘든 중급 오르막이다.
설렁설렁 다리 근육에 무리가 안 가는 최저 속도로 올라가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오버페이스로 올라가던 지니님이 포레스트힐 펜션 단지 입구에서 쉬고 있다. 용천 3리에서 약 3km, 길고 가파른 급경사 오르막을 처음 경험하는 지니님으로서는 충분히 노력했지만 오버페이스만 안 했다면 좀 더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충분히 쉬다가 다시 올라간다. 길 옆으로는 지난밤 폭우로 수량이 엄청난 사탄천 계곡이 흐른다.
설매재 중간에 양평 천문대와 설매재 자연휴양림이 있다. 보통 자연 휴양림은 산 입구나 산 계곡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설매재 자연휴양림은 산 중턱에 있다. 여기서부터 헤어핀 코스가 자주 나오면서 더 힘들어진다.
지니님에게 길고 가파른 업힐의 요령을 알려준다.
1. 호흡이 가빠지지 않도록, 다리 근육이 지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느린 속도로 천천히 올라간다. 호흡과 근육 피로 둘 중 하나만 힘들어져도 오르막을 오래 오르기가 힘들어진다. 허리를 편 자세가 가능하다면 폐에 공기가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허리를 펴주는 것도 좋다.
2. 경사도가 약해져도 기어를 올리거나 속도를 높이지 않고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한다. 경사도가 약해지는 곳이 쉬는 구간이다. 가볍게 페달링 하면서 근육의 부하가 줄어들고 호흡이 편해지도록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회복하는 것이 앉아서 쉬는 것보다 덜 힘들게 진행할 수 있다.
3. 힘들면 끌바(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를 해도 괜찮지만 끌바를 한다면 호흡이나 근육 피로에 한계가 오기 전에 내려서 숨 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끌도록 하자.
설매재 자연휴양림 입구를 지나면 ATV장까지 1.4km라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이제 정상까지 1.4km이다. 여기서부터 펜션도 없어지고 길도 좁아진다. 지난밤의 폭우로 도로 곳곳에 물줄기가 내려온다.
언덕길은 점점 더 힘들어지지만 요령을 익힌 지니님이 잘 올라간다. 오버페이스만 하지 않았다면 쉬지않고 한 번에 올라갔을 것이다.
드디어 설매재 정상이다. 배너머 고개라고도 하는데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설매재라고 한다. 잔뜩 흐려서 더운 날은 아니지만 습한 덕분에 언덕을 오르느라 달아오른 몸에서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진다.
설매재 ATV장 옆으로는 예전에 몇 번 자전거로 올라간 적이 있었던 유명산 정상 올라가는 길에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다. 외지인으로 보이는 2륜 산악 오토바이를 탄 두 사람이 그냥 들어가 버린다. 괜찮은 걸까?
설매재가 끝이 아니다. 조금 내려다가 다시 언덕을 조금 올라가야 한다. 이 언덕을 숫고개라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설매재 정상부터 숫고개를 넘어 어비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비포장길이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포장이 잘 되어 있다.
숫고개를 넘으면 오른쪽으로 해발 1150미터의 용문산 정상까지 가는 길이 있고 왼쪽으로 어비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용문산 정상 가는 길은 막힌 길이며 오르막길을 오르고 싶은 사람들만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이다. 우리는 어비계곡으로 내려간다.
내리막길을 쭉 내려와서 갈현 1교를 건너면 어비계곡이다. 원래 계획은 여기에서 산음 임도로 넘어가는 것이었는데 지니님의 컨디션 저하와 비 온 후의 임도 상태를 고려해서 도로를 이용해서 복귀하기로 한다. 물론, 그 도로도 농다치-선어치 고개라서 쉽지는 않은 길이다.
어비계곡은 물고기가 많아 펄쩍펄쩍 날아다닌다고 하여 어비계곡이라 한다.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이 세차게 내려간다. 길 옆 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들도 엄청나다.
갈현에서 어비계곡을 따라가는 길은 계속 내리막이다. 젖어있는 콘크리트 길과 비포장길을 주의하면서 내려간다.
어비계곡을 몇 차례 건너면서 계속 내려가면 행락객들로 시끌시끌한 곳을 지난다.
어비 1교를 지나 유명산 삼거리에서 양평 방향으로 오르막이 선어치의 시작이다. 설매재는 산악자전거로도 최저 기어비로 올라가야 하는 힘들고 가파른 오르막이지만 선어치와 농다치는 로드바이크의 훈련에 좋은 긴 언덕이다.
이 도로가 오토바이들의 연습 코스인지 꽤 많은 오토바이들이 굉음을 내면서 언덕길을 오르내린다. 시끄러운 데다가 위협적이다.
한참을 올라가면 선어치 정상에 음식점들이 있다. 유명산 삼거리로부터 선어치 정상까지 4km 정도이다.
선어치를 지나서 농다치로 내려간다. 농다치는 서종면 쪽에서 오는 길이 중미산 삼거리에서 37번 도로와 합쳐지는 곳으로 고개라고 하기보다는 선어치 고개의 일부분이라 봐도 무방하다.
선어치 정상에서 농다치를 지나 평지가 나올 때까지 약 7km 정도의 긴 내리막을 내려갈 수 있다. 상당히 긴 내리막이니 브레이크의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옥천에 돌아오니 오후 5시가 넘었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옥천에 왔으니 옥천 냉면을 먹기로 한다. 상당히 진한 양념 베이스의 시원한 비빔 회냉면으로 저녁을 먹는다. 보기엔 양이 적어 보였는데 먹고 나니 꽤 배부르다.
차를 세워둔 아신역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도로 옆으로 해바라기들이 활짝 피었다. 이제 한참 여름인가 보다.
짧게 탔다고 생각했는데 40 km 가까이 탔다. 설매재와 선어치를 넘었으니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농다치-선어치 고개는 어느 방향으로든 긴 언덕길이며 로드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이 자주 오르는 곳이다. 설매재는 그 쉽지 않은 긴 급경사 구간이 많아서 로드바이크로는 상당히 어려운 곳이라 MTB를 타는 사람들이 주로 다닌다. 두 곳 모두 내리막이 쉽지 않은 곳이라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니 내리막을 내려갈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