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 MTB 챌린저 코스
2016년 6월 25일 - 강촌 임도 다녀오기
여름의 길목이다. 이번 주말은 엄청나게 더울 것이라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시원한 곳을 찾아보려 했다. 더운 여름날에도 산 속은 포장도로 위보다 훨씬 시원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시원한 임도 코스를 다녀올까 했다. 시원한 임도가 되기 위한 지형적인 조건은 크게 네 가지 정도이다.
1. 햇볕이 닿지 않는 북쪽 사면 임도
광덕산 임도처럼 동서로 길게 뻗은 산줄기의 북쪽 사면에 난 임도는 산의 경사가 급할수록 나무 그늘이 생기기 쉬워 시원하다.
2. 계곡을 따라가는 임도
여름 계곡은 시원한 바람이 항상 불어오는 천연 에어컨이다. 연인산 임도나 오뚜기령 임도처럼 계곡을 따라 도는 임도 코스는 장마철 직후의 폭염이 시작될 때 가장 시원한 곳이다.
3. 숲이 울창한 임도
키 큰 나무들이 우거진 울창한 숲 속으로 난 임도도 시원하다. 하지만, 숲이 너무 깊으면 빽빽한 숲에 바람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4. 해발 고도가 높은 임도
해발 고도가 100m 높아지면 기온은 1도 정도 떨어진다. 해발 1000m가 넘는 강원도의 높은 산은 한여름에도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으니 낮은 산의 임도보다 훨씬 시원하다.
여름 특집으로 7~8월에는 이런 시원한 임도를 몇 군데 다녀오기로 한다.
그 첫 번째로 이번에는 북쪽 사면이 많은 강촌 임도를 다녀왔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강촌 MTB 챌린저 대회는 국내에서 일반인이 참여하는 산악자전거 대회 중에서 가장 오래된 대회이다. 강촌의 뒷산을 한 바퀴 돌아오는 이 대회의 코스는 대회 이름을 따서 강촌 챌린저 코스라 한다.
강촌역에서 출발할 경우 지도에 표시된 신 챌린지 코스는 44km, 구 챌린지 코스는 40km 정도의 코스로 굴봉산역 근처에서 대회 안내판을 따라 임도로 들어가서 갈림길마다 또는 5km마다 설치된 코스 표지판을 따라서 한치고개와 문배고개를 넘어야 한다. 대회가 열리는 곳인 만큼 코스 안내판, 이정표, 위험 경고 플래카드 등이 잘 설치되어 있어서 처음 가는 사람도 길 찾기가 어렵지 않지만 한 번 임도에 올라가면 중간에 중단하고 빠져나오기가 어려운 곳이므로 임도 경험이 적은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북쪽 사면의 시원한 임도로 가고 싶으므로 구 챌린지 코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한치 고개에서 남쪽으로는 내리막길이고 봉화산 임도 오르막은 상당히 울창한 숲으로 나무 그늘이 많은 임도이니 그리 덥지 않기를 기대한다. 원래 강촌 대회의 출발점은 강촌역 아래 창촌 중학교이지만 우리는 대회 연습하러 온 것이 아니므로 우리 마음대로 경춘선 ITX를 타고 가평역에서 출발한다. 10시가 넘었으니 출발을 좀 늦게 했다.
지난주에도 다녀간 경강대교를 또 건너간다. 전날 하루 종일 비가 온 후의 구름 많은 날이라 초여름 같지 않게 시원하다.
북한강 자전거길을 따라가다가 춘성대교를 지나면 자전거길을 벗어나야 한다.
자전거 도로에서 벗어나면 얼마 안 가서 굴봉산역 앞을 지나간다. 경춘선 전철을 타고 올 경우 굴봉산역에서 출발하면 임도 입구에서 가깝지만 어짜피 오늘은 주행거리가 짧으니 가평역에서 출발해도 부담이 없다.
굴봉산역을 지나 백양리로 들어가면 백양1리 마을회관 뒤로 MTB 대회 안내판이 있다.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포장도로가 어느새 비포장길이 되었다가 임도로 변한다.
산에 들어가면 늘 그렇듯이 처음엔 오르막길로 한참 올라가야 한다. 더위에 지친 모습을 보이던 지니님은 오르막길에 들어서고 나서는 엄청난 기세로 올라간다.
어느 정도 올라가다가 임도 삼거리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 임도 삼거리에서 화살표 방향이 구 챌린지 코스이고 반대 방향이 신 챌린지 코스이다. 신 챌린지 코스는 길이도 더 긴데다가 임도 끝에서 포장도로로 술어니 고개를 넘어가야 하니 마음에 안 든다.
임도 삼거리 뒤편의 대회 안내표다. 이 안내판만 따라가면 된다. 표지판 상태가 깨끗한 것이 이번 대회 코스는 구 챌린지 코스인 듯 하다.
임도 삼거리부터는 새덕봉의 동쪽 사면에 난 임도를 따라간다. 경사가 무난하고 길이 깨끗하다. 무엇보다 그늘이 많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시원하다.
중간에 나무를 벌목해서 쌓아놓은 곳도 있다.
북쪽 사면으로 달린다고 해도 산그늘이 임도를 가려주지는 않지만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준다.
북한강 쪽인데 북한강은 산맥에 묻혀서 보이지 않는다. 강 건너편 산들은 지난 번에 다녀갔던 당림리 쪽의 삼악산 계관산 줄기이다.
강촌의 출발점에서 20km 지점이다. 총 40km 코스이니 아직 20km 더 남았다는 이야기다.
드디어 첫 번째 목표였던 한치령 정상이다. 임도 정상에 도착하면 이제 내리막이 시작된다.
위험 플래카드가 있는 곳은 조심하자. 급경사나 급커브 혹은 노면이 거칠고 미끄러운 곳이다.
아직 지니님은 돌이 많은 임도길에 익숙하지 않다. 적당히 타다가 내려서 끌고 간다.
내리막길을 쭉 내려오면 가정3리로 나온다. 지난주 홍천강 여행에서 가정리에서 박암리로 갔는데 한 주 만에 또 왔다.
마을에서 길 헤매는 것을 막기 위한 대회 표지판이 여기저기 있으므로 잘 보고 따라가면 된다.
전날 비가 와서 길에 큰 개울이 생겼다. 지니님이 개울을 건너려다 새 신발 한쪽을 적셔버린다.
개울을 건너 마을을 벗어나면 봉화산 임도로 들어가게 된다. 봉화산 임도는 현재 개량 공사 중이다. 전체적으로 길이 넓게 잘 다듬어지고 있다.
천천히 올라가면서 주변을 잘 살펴보면 임도 오르막길 중간에 기암절벽과 그 옆으로 작은 폭포가 흐른다.
이 작은 폭포는 미나리 폭포라고 한다.
오르막길에는 불리한 구식 올마운틴 자전거를 타지만 나는 임도 오르막길에는 나름 자신 있다. 그런데, 앞서 가던 지니님이 점점 멀어지더니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지구력이 좋은 지니님이 임도를 달리는 데에 최적인 XC 풀서스펜션 자전거로 달리니 쫓아가기가 힘들다.
지니님이 봉화산 임도의 정상인 문배 고개에서 기다린다.
고개 꼭대기에 왔으니 이제부터 내리막이다. 쭉쭉 내려간다.
임도 내려가는 중간의 강촌 산골짜기에는 문배마을이 있다. 문배마을 입구를 지나자 임도 중간에서 택시를 만난다. 문배마을 가는 택시인 듯하다.
숲속 다람쥐 학교라는 휴양림 시설이 보인다. 슬슬 임도의 끝이다.
이제 임도라 하기엔 넓은 그냥 비포장길이다.
임도는 이렇게 구곡폭포 입구 주차장에서 끝난다.
구곡폭포 주차장부터 강촌까지는 깨끗한 자전거길이 있다. 기분 좋게 타고 내려간다.
자전거길 위로 경춘선 철길이 보인다. 이제 다 왔다.
강촌 MTB 대회의 출발지점인 창촌 중학교 앞에서 자전거 도로는 끝난다.
10시에 가평역에서 출발해서 느적느적 쉬엄쉬엄 달리다보니 이미 오후 4시가 넘었다. 강촌에 올 때마다 들르는 짬뽕집이 근처에 있으니 짬뽕과 탕수육으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강촌에서 경춘선 전철을 타고 서울로 돌아온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시간이 조금 일렀던지 자전거 칸에 자전거객이 몇 명 없어서 편하게 돌아온다.
가평역에서 강촌역까지 총 35km 정도를 달렸다. 북쪽 사면 위주의 임도를 타는 목적 외에 지니님에게 XC 자전거 대회 코스를 달려보게 하고 싶은 것도 있었기에 이번 나들이는 성공적이었다. 특히, 하루 종일 시원했던 산바람과 나무 그늘 덕분에 더운 여름에 아주 만족스러운 임도 자전거 나들이가 되었다. 역시 여름 자전거 여행은 산 속을 달리는 것이 최고다. 다음 번에는 계곡을 따라 시원한 임도길을 자전거로 달려보기로 한다.
GPS 트랙은 첨부파일로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