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이 항상 성공인 것은 아니다.
2016년 7월 9일 - 가평 용추계곡
이번 주에도 경춘선 ITX를 타고 가평으로 향했다. 요즘 너무 가평, 춘천을 자주 가게 되는데 그만큼 가평 쪽이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고 다양한 산악자전거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날이 더워지니 시원하게 계곡을 따라서 자전거를 탈 생각이다.
경춘선 ITX는 자전거를 가지고 타기 정말 편하다. 다만, 자전거석을 예약하지 않고 탄 자전거객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 때가 자주 있다. 왕십리에서 출발해서 1시간이면 가평역에 도착한다.
일단은 가평 읍내로 가서 아침을 먹기로 한다. 읍내 사거리 쪽에 아침부터 문을 여는 분식집들이 있다. 요즘 편의점 도시락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자전거를 탈 때는 제대로 밥 먹는 것과 편의점 도시락의 차이가 크니 가능하면 밥을 먹는다.
가평읍내를 벗어나는 계량교에서 이정표를 따라서 좌회전하면 용추계곡 입구이다.
이제 용추계곡 입구다. 여기서부터 벌써 시원한 냉기가 느껴진다. 이 시원함 때문에 용추계곡에 오는 것이다. 이제 계곡물을 따라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처음에는 포장도로가 계속 이어진다.
오늘은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이다. 다리 건너의 경기도 공무원 휴양소부터는 길이 좁아진다.
이 좁은 길은 조금만 늦게 오면 많은 차들이 몰려서 승용차로 오가기에는 쉽지 않은 곳이다. 차를 가지고 온다면 오전 10시 전에 올라오고 계곡에서 천천히 놀다가 다른 차가 빠지는 저녁에 나가야 한다.
비가 온지 얼마 안되어 계곡 물이 넘치게 흐른다.
시멘트 다리를 몇 번 건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리가 없어서 차들이 강을 헤치고 건너다니던 곳이다. 좀더 올라가면 자전거로 강을 건너야 하니 펭페달을 쓰는 동호인이라면 아쿠아슈즈 같이 물이 잘 빠지는 신발을 신자.
몇 번을 이렇게 다리를 건너면 길이 점점 안좋아진다.
그리고 길가에 연인산 MTB 코스 이정표가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비포장길이 시작된다.
조금 거친 비포장길에 등산객들이 많아서 끌고 간다.
계곡이 시원하게 흐른다. 보는 것만 시원한 것이 아니라 상쾌한 계곡 바람이 에어컨 틀어놓은 것보다 시원하게 불어내린다.
여기서부터 정말 차량은 출입 금지이다.
비가 많이 온 덕분에 산 곳곳에서 계곡물이 흘러내린다.
드디어 다리가 없는 곳이 나타났다. 물살이 세지는 않으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 신발이 홀라당 젖는다. 하와이에서 버리고 온 오래된 클릿샌달이 그리워진다.
지니님은 새 신발을 벗고 조심조심 건너온다.
물을 건너고 잠시 후에 또 건너야 한다. 계곡물이 엄청 차갑다.
잠시 쉬면서 발 말리는 중...
중간에 MTB 코스 이정표가 또 나타난다. 여기서 계곡 본류를 벗어나게 된다. 여기서 계속 계곡 본류를 따라 가면 허리까지 물이 차는 곳을 포함해서 계곡을 여러 번 건너고 돌탱이길을 끌고 들고 올라가야 임도와 만난다.
계곡 본류에서 벗어나도 계곡을 몇 번 건너야 한다. 계곡을 몇 번 건너면 화살표 두 개 짜리 오르막 이정표가 나온다. 이 길을 조금 더 가면 가장 힘들다는 표시인 화살표 3개 짜리 오르막 이정표가 나오고 거길 넘어가야 정규 임도가 나타난다. 근데 길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폭우로 인해 흙이 싹 쓸려나가고 돌탱이길이 되어 있다.
길에 돌맹이가 많아서 끌고 올라갔더니 윗부분은 돌맹이도 폭우에 휩쓸려 내려가면서 길이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자전거를 들고 오르다가 끌바, 들바에 익숙하지 않은 지니님이 완전히 지친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플 것이다. 산악자전거가 전신 운동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끌들멜 때문이라 생각한다.
임도와 만나는 곳인 장수고개 꼭대기에 힘겹게 도착한다. 여기가 대략 해발 700미터 정도 되는 곳이다. 무너진 길 때문에 평소보다 몇 배로 힘들었다.
끌들바로 지친 지니님의 상태를 보아서는 더 이상의 임도 진행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장수고개를 타고 백둔리로 내려가기로 한다. 임도 자체의 상태는 나쁘지 않지만 언제 무너진 길이 나타날 지 알 수가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
장수고개에서 원래 가려던 정규 코스대로 진행하면 임도 중간중간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 물길이 있고 경반리 쪽으로 내려오면 다시 계곡을 따라 가평군청 근처까지 이어진다. 경반리 쪽의 계곡 상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물에 발 담그고 잠시 쉬기 좋다. 하지만 힘들게 올라온 길처럼 임도 끝의 내리막길이 망가졌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무리하게 임도를 타지 않고 백둔리로 간다.
백둔리 방향의 임도는 상당히 급경사이다. 용추계곡 대신 여기로 올라오면 상당히 힘든 오르막이 된다. 자전거 동호인들이 자주 이용하지 않는 길은 이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올라가다가 지치면 내리막에서도 힘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산악자전거의 내리막(다운힐)은 체력을 어느 정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편한 것이 아니다.
백둔리로 내려오니 바로 포장도로를 만난다.
괜찮은 식당이 있었으면 점심을 먹고 계곡에서 쉬어갔을텐데 맘에 드는 식당이 없어서 가평 읍내로 가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이럴 줄 알았다면 경반계곡으로 올라가던지 용추계곡에서 쉬다가 돌아내려오는 편이 좋았을텐데...
사실 백둔리 쪽은 산으로 막혀있기 때문에 도로로 가면 빙 돌아가게 되어 장수고개에서 임도로 읍내까지 가는 것과 거리 상으로는 비슷하지만 포장도로와 임도의 체력 소모는 차원이 다르다.
이번 산악 라이딩은 원래 연인산 MTB 코스를 가려했던 것이 무너진 길로 인해서 실패했다. 산악 라이딩은 코스를 잘 알고 있다 해도 다양한 요인들로 방해를 받을 때가 많다. 아무리 노련한 가이드라 해도 개인의 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긴다. 날씨나 지형의 변화부터 일행의 컨디션 저하, 자전거 고장 등등... 하지만, 나는 항상 말한다.
자전거 여행에서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