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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ul 26. 2016

함백산 자전거 여행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길

2016년 7월 23일 - 함백산, 만항재


※중요 : 함백산은 2017년 이후 태백산 국립공원 지정으로 현재 자전거 통행이 금지되었으며 출입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는 어디일까?


해발 1330m의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일반도로이다. 여기에서 1573m의 함백산 정상 근처까지 자전거나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가장 높은 포장길이 이어진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우니 시원한 고지대에서 자전거를 타기로 하고 영월 예미역으로 아침 일찍 출발한다.


휴가철이라 고속도로가 엄청 막일 줄 알았는데 평소보다 30분 정도 더 걸려서 예미역에 도착하였다. 멀쩡하고 깨끗했던 예미역 화장실이 한참 공사중이다. 사진 가운데 임시 화장실이 있다. 하루 몇 명 사용하지도 않는 시골역 화장실이 좁다고 여성단체에서 민원이 들어와서 그 멀쩡했던 화장실을 다 뜯어내고 공사 중이라고 한다.


예미역에는 하늘길 MTB 벽화가 그려져 있다.


출발점인 고한역까지 30분 정도 기차를 타고 이동한다. 청량리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10시 16분에 예미역에 도착한다. 새벽부터 서두르기도 싫고 도착점인 예미역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혼잡한 저녁 기차를 타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자동차로 와서 예미역에 주차한 것이다.


지니님이 승강장에서 뭔가를 가리켜서 쳐다보니 역사 건물 벽에 단자함인지 거울같은 철판이 있다.


영동선 무궁화호 기차 창 밖으로 굽이굽이 계곡의 풍경이 볼만하다.


11시가 조금 안되어 고한역에 도착한다. 우리 말고도 함백산에 가기 위해 열차를 이용하는 자전거객들이 여럿 있었다. 우리와 사진 뒤의 저 분 외에는 자전거석 예약을 안하고 탔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원래 예미역 근처의 식당에서 아침으로 곤드레밥을 먹으려 했는데 애매하게 도착하면서 고한역 앞의 식당에서 11시가 넘어서 점심으로 먹는다.


이제 함백산을 향해 출발한다. 고한역이 있는 고한읍도 이미 해발 700m고지이다. 해발 1570m까지 가야 하니 870m 만 더 올라가면 된다.


고한역 앞 도로를 그대로 따라 나와서 태백선수촌 이정표 방향으로 가면 된다.


중간에 문닫은 폐광을 고쳐서 관광지로 만든 삼탄 아트마인이 있다. 광산에서 나오는 광물 섞인 지하수 때문인지 계곡 물 색이 뿌옇게 독특하다.



오래된 사찰인 정암사를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의 시작이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그렇게 덥지는 않지만 햇볕이 강한데다가 습도가 높고 나무 그늘이 많지 않은 오르막을 오르니 땀이 비오듯이 쏟아진다.


만항재 야생화마을 입구이다. 처음 함백산에 왔을 때 미니벨로로는 오르막길을 힘들어했던 지니님인데 MTB를 타니 쭉쭉 올라간다.


땡볕에서 점점 지쳐서 천천히 갔더니 지니님이 저 멀리 멀어져간다. 거의 꼭대기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만항재이고 태백선수촌 이정표로 직진하면 함백산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일단 함백산 쪽으로 가자.


완만해진 길을 조금 달리다보면 바리케이트가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 바리케이트가 있는 길이 함백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일반 차량은 통행이 금지되어 있지만 자전거객이나 등산객은 통행이 가능하다.


입구에서 잠시 쉬었다가 출발한다. 오늘은 해발 1300m인 여기가 이렇게 더우니 낮은 곳에서 자전거를 타면 익어버릴 것 같다.


초반에는 완만하다가 점점 경사가 급해지고 누더기같은 노면의 헤어핀 급커브 구간이 연속해서 나온다.


헤어핀 구간을 몇 번 돌아 올라가면 더이상 출입이 금지된 도로의 끝이 나온다. 정상가는 길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뒤로 보이는 정상으로 걸어간다. 어짜피 자전거를 타고 가긴 힘든 돌길이다.



드디어 정상이다. 나는 작년에도 혼자서 왔었지만 지니님은 3년 만이다.


함백산 정상 근처에는 잠자리떼가 엄청나다. 하늘에 보이는 점들이 모두 잠자리떼이다.


왼쪽으로 우리가 올라왔던 길과 만항재가 보인다. 능선의 나무숲 사이 틈은 운탄고도이다


우리가 출발한 고한쪽도 보인다. 이 함백산 정상이 첩첩 산중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강원도에서 함백산보다 높은 산은 설악산과 홍천의 계방산 뿐이다.


내려갈 때는 험한 길도 있고 모래가 쌓인 곳도 있으니 절대 조심해야 한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서 조금만 올라가면 만항재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일반도로인 만항재이다. 만항재 쉼터에서 식수나 음료수, 음식들을 파니 조금 비싸지만 먹으면서 잠시 쉰다.


원래 예정은 운탄고도를 가는 것이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이대로 운탄고도에 들어갔다가는 해 저물기 전에 예미역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 같으니 화방재 쪽 도로로 내려가기로 한다.


화방재 쪽으로는 올라와보긴 했어도 내려가보긴 처음이다.


중간에 작은 삼거리가 있다. 상동읍 쪽으로 연결되는 길인데 지난 번에 화방재로 올라올 때 고민하다 포기한 길이다. 이왕 왔으니 첨 가보는 길로 내려간다.


샛길이지만 깨끗하고 차없는 길이라 기분 좋게 내려가니 얼마 안가서 깨끗하고 넓은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계곡을 따라서 힘을 들이지 않고 내려가니 시원한 바람에 지니님은 추워한다. 오늘 같은 무더운 날씨에 아주 훌륭한 코스다. 만항재를 올라가야 하는 것만 빼면....


한참을 내려가면 민가가 나오기 시작한다. 드디어 상동읍이다.


중동면 솔고개까지 거의 대부분이 내리막으로 된 길을 시원하게 내려간다. 30km의 거리에 해발 고도 1000m가 줄어드니 길고 긴 내리막이다. 작년에 화방재를 올라가는 길이 왜그리 힘들었나 했더니 반대로 올라오면 완만하고 긴 오르막이었던 것이다.


상동삼거리에서 31번 도로와 만나서부터는 석항, 영월 방향 이정표를 따라 달리면 된다.


중동면사무소가 있는 녹전에서 직진해서 터널로 들어간다. 왠만해선 터널을 이용하지 않는데 여기 두 터널은 길지 않은데다가 차량 통행이 거의 없다.


터널 두 개를 지나면 이제 마지막 관문인 수라리재를 넘어야 한다.


길이 1km의 수라리터널 위로 옛길인 수라리재 도로가 보인다. 더운 날씨에 지쳐있으니 위에 보이는 수라리재를 넘을 엄두는 전혀 나지 않는다. 차량 통행도 적은 터널이니 터널로 지나간다.


수라리터널을 넘어 내리막으로 쭉 내려오면 석항이고 여기서 예미역까지 얼마 안남았다.


드디어 예미에 도착했다. 내리막 위주인 도로를 달려왔는데도 저녁 6시 반이니 산길로 들어갔으면 난감했을 것이다.


자전거와 짐을 정리해서 차에 싣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지니님이 영월에 온 이유 중에 하나는 송어회이다. 이전에도 왔던 송어횟집에 1년 만에 들러서 신나게 먹는다.


올 여름에 생각했던 자전거 피서 방법이 절반은 성공한 것 같다.

1. 숲 속에서 임도 라이딩- 강촌 첼린저 코스

2. 시원한 계곡에서 자전거 타기- 연인산 용추계곡

3. 높은 고지대에서 자전거 타기- 함백산

오늘 가지 않은 운탄고도는 8월 말 국립공원 지정 전에 다시 가기로 한다.


요즘 주말마다 비소식이 많고 그만큼 무덥고 습한 날씨라 그런지 고지대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도 생각만큼 시원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런 날 수도권에서 자전거를 탔다면 노릇노릇 익었을지도 모르니 이 정도로 충분히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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