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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Oct 04. 2016

까미노 번외편-지니의 리스본 뚜벅이 여행

지니의 산티아고 포르투갈길 자전거 여행

까미노 번외편-지니의 리스본 뚜벅이 여행


- 일자 : '15.05.30(토)~'15.05.31(일)

- 구간 :  Lisboa Centro, Sintra, Cabo da Roca, Belem


리스본에 와서 주저없이 한인민박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한식! 어제 체크인하고 다음날 아침에 한식을 먹었는데, 먹고 싶은 만큼 양껏 퍼먹을 수 있고, 매일 새로 요리한 음식에 정성도 듬뿍 깃들여져 있고, 정말 맛있었다. (한인민박 처음이라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 조식이 특급 수준임!)

이번 여행에서 리스본에 도착할때까지 한국말을 쓴 적이 없었다. 한국사람, 아니 동양사람과도 거의 마주친적 없었다. 포르투에서 나와 상관없는 깔끔한 관광객 몇 명을 제외하면..


어제 민박 사장님이 시내 관광정보(윗 사진)를 달달 외는 수준으로 설해주셨는데, 오늘 신트라를 간다고 하니 아침부터 근교여행 깨알팁을 술술 알려주신다.


Cabo de Roca에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기에 우리는 그곳을 먼저 가기로 했다. Sintra 기차역 바로 앞에서 버스가 다닌다.


가는길은 구불구불 오르막에 좁은 길. 도로 사정이 그렇다보니 버스가 양쪽으로 지나가야 할 때는 한쪽 차선의 버스는 꼭 멈춰서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있다. 관광버스가 많이 다녀서 난 오히려 자전거 타고 오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이라 불리는 Cabo da Roca의 사진 (시작)-------------------------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이라 불리는 Cabo da Roca의 사진 (끝)--------------------------


이곳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정말 옛날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을도로 파도가 크게 치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사진의 머리가 전부 날아가고 있다.

동행들 덕분에 내 사진이 가장 많은 날이다. 뭐가 그리 좋은지 사진마다 입 찢어지게 웃고있네..

햇빛을 양껏 받았는데도 얼굴이 많이 탄 것이 보인다. 지금보니 정말 노숙자에 가까운 꼴이었군.. 당황스럽다.;; 그래도 무사고로 자전거 순례를 마쳤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_^ㅎㅎ


근처 관광안내소에 가면 마지막 사진과 같이 땅끝 마을 방문 인증서를 발급해준다. 이름까지 멋드러지게 써주고 말이다. 나는 크레덴셜에 내가 온 발자취가 도장으로 찍혀있으니 이건 안했다. 게다가 이건 비싸다.

나머지 두 친구는 인증서를 발급(구매?)해서 그걸 사진으로나마 찍어봤다.


아까 그 버스를 타고 Sintra로 돌아왔다. 원래는 Cascais도 가려고 했는데, 난 이미 해변을 낭낭하게 본 상태라 별로 땡기지 않았고, 다른 친구들도 좀 귀찮아해서 안가기로 했다. 오후가 되니 아침에 비해서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


Sintra에 유명하다는 빵집에 들어가서 빵과 나뚜랄 오렌지 쥬스를 시켰다. 무슨 치즈빵이라고 했는데 설탕이 표면에 듬뿍 묻어서 치즈맛이 하나도 안났다. 그냥 달고 달았던 빵..


배도 채우고 해서 크지 않은 Sintra를 슬슬 걸어다녔다. 우리 셋 모두 성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냥 마을 곳곳을 둘러보는 것이 더 좋았다.

 


Sintra를 둘러보다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정신이 없어져서 우리는 아침에 탔던 그 기차를 타고 다시 Lisboa로 돌아왔다.


Lisboa의 맛집에 가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시에스타 시간에 걸려서 아직 영업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제 민박 사장님이 알려주신, 버찌로 만든 술이 있다는 호시우 광장 앞 술집을 찾아갔다.

근교 오비두스의 전통주라는데 일부 사람들은 체리브랜드로 보기도 하고, Lisboa에서는 이 곳에 오면 오리지널 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가게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저런 잔을 하나씩 들고 있다. 양이 왜 이렇게 적은가 했더니만 낮에 먹기엔 은은하지 않은 도수를 지닌다. (보통 23도 전후)


시에스타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시내를 또 돌아다니다가 다리가 아파서 테라스에 앉았다. 아까 진지냐도 서서 먹었더니 힘이 들었더랬다. 그리고 또 술..ㅋㅋ // 자전거 안타니까 낮부터 마셔서 좋다.


음악대가 지나간다. 레스토랑 삐끼들 호객중인데 길막해서 좀 짱난듯~ ^_^


포르투갈의 흔한 생활자전거. 안장은 주인이 빼놓은 것일까, 누가 훔쳐간 걸일까?


시에스타가 끝날 시간에 맞춰 호시우 광장을 건너서 다시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예쁜 타일공예 조각들을 판매하고 있다. 포르투에서 양껏 보고왔어야 했는데, 걷다가 시간 다 보내고 술만 마신게 생각났다.;


드디어 영업 재개한 레스토랑 피노키오! 민박집 사장님이 추천해주기도 하셨고, 꽃할배의 신구 할배가 다녀간 곳이라 한국사람들에게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화이트 샹그리아를 시켰더니 빵과 먼저 나왔다. 빵은 돈 별도로 나올 것 같아서 안먹으려고 했는데, 마늘버터를 솔솔 발라서 구운 것이 바삭하고 맛있어서 결국 다 먹었다. 빵값은 한 5유로? ㄷㄷ


소고기를 시켰더니 감자칩이 딸려 나왔다.


이곳의 유명한 해산물 쌀요리를 시켰다. 주문할때 소금 조금과 고수 ㄴㄴ를 외쳤더니 그럭저럭 먹을만은 했지만 이 식당 아무래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 저 해물밥은 1인분에 20유로 훌~쩍 넘는 가격이었으니 해물이 적당히 들어간걸 감안하더라도 틀림없이 비싼 가격이다. 심지어 내가 이번 여행하면서 가장 비싼 밥을 먹은 듯. (3명이 2인분만 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이제 밥을 먹었으니 또 돌아다닌다. 원래 트램을 타고 전망대에 가는데, 우리는 비싼밥 먹었더니 기운이 팔팔해서 걸어 올라간다.


올라가다가 뒤를 보면 대략 이렇다. 끝까지 가면 얼마나 멋진 광경이 펼쳐질런지..


짠! Lisboa 시내와 바다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주 멋진 곳..이기는 한데, 사람이 생각보다 없는 걸 보니 우리는 왠지 트램타고 오는 곳이 아닌 다른 전망대에 왔나보다. 어쨌든 좋으니 상관없다.!

(사진에 포즈 잡은 여자 나 아님..누군지 알아내면 이 사진 선물해주고 싶다.;;)


부분부분 찍기 아까운 광경이라 파노라마 처음 도전봤는데 실패..^_^ㅋ


저녁에는 살짝 쌀쌀해지긴 했어도 해가 질때까지 우리는 여기에 있었다. 해가 지는 순간부터 불빛이 모두 켜지는 순간까지가 항상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너무 많이 먹었더니 우리는 더 먹지 못하고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난 끝내 맥주 한잔이 아쉬워서 캔맥주와 조각피자를 사갔다. 역시나 민박집 사장님-_-이 추천해준 가게였는데, 이미 만든걸 데워주는거라 맛은 so so 했다. (민박집 아찌 추천리스트와 나의 favorite 싱크는 한 70퍼쯤만 맞는듯~ ㅎㅎ)


캔맥주 두개 왔는데, 배불러서 한개만 먹고 잤다. 살라미 피자와 냠냠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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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민박집에서 한식을 또 두그릇 먹고 나섰다. 오늘은 어제의 그 용사들과 또 함께 한다. 벨렘지구 가는 날.


이건 시티투어 2층버스인데, 우리가 탈 건 아니고 그냥 색깔 핫해서 찍어봄.. 우리는 꾸질꾸질한 트램 안에 관광객들 사이로 낑겨 탐.ㅠㅠ

소매치기가 많다는데, 나 너무 그지같아서 그런가.. 아무도 접근을 안하네, 이런~ ^_^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리는 곳에서 떠밀려 자동으로 하차하면 그곳이 벨렘 지구.

내리자마자 제로니무스 사원이 보이지만 우리의 목적은 오로지 원조 에그타르트..ㅋㅋ


각자 커피나 나뚜랄쥬스에 에그타르트를 시켜서 먹고, 추가로 한번 더 시켜먹었다. 포르투갈 에그타르트는 밑의 빵이 두꺼운 파이 형태가 아니라 가벼운 페스츄리 형식이라 먹기에 더 좋았다.


유리창 너머로 에그타르트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수많은 에그타르트를 보니 손이 떨렸나보다..


다른 종류의 빵도 많지만 아마 계란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 에그타르트를 먹고 있을듯!


오전에 벨렘에 도착하자마자 에그타르트 가게를 갔는데도 자리잡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나오니 이렇게 줄이 길~게 서있어서 깜짝 놀랐다. 원조집은 맞는데 소름끼치게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빵을 자주 안먹어서 그런가, 그냥 에그타르트는 맛이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김치 먹으면 다 똑같은 맛이겠지..


뭘 좀 먹고나니 이제야 수도원이 좀 눈에 들어온다.ㅋㅋ

옛날에 수도원의 수녀들이  수녀복에 빳빳하게 풀을 먹이려고 계란 흰자를 사용했는데, 그때 버려지는 노른자들이 아까워서 고안된 음식이 바로 에그타르트라고 한다. 그래서 원조집도 바로 수도원 근처에 있다.


우린 들어가지 않고 수도원과 근처를 뱅뱅 돌았다.


걷다가 바닷가쪽으로 나갔더니 요트가 줄지어 정박해있다. 날씨가 좋으니 배경과 잘 어울린다.


바닷가에는 거대한 탑이 있었는데, 동상들이 줄줄이 서있었다. 동행중 한 명이 이거 굉장히 유명하다고 해서 재빨리 함께 검색해봤다. 이름은 "발견기념비"


선두에 있는 사람이 콜럼버스쯤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엔리케 왕자님이다. 포르투갈이 대항해시대를 열었다는 상징을 나타내고자 왕자님 돌아가시고 500주기에 만들어진 탑이라고 한다.


1960년 바스코 다 가마가 항해를 떠났던 자리에 세워졌으며 동상은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조각한 것이다.

(샤비에르, 콜럼버스, 마젤란, 바스코 다 가마 등 대항해 시대의 모험가와 천문학자, 선교사들)


벨렘에 온 덕분에 테주강에 가장 가까이, 오래 머무를 수 있었다. 이 강의 가장 폭이 넓은 부분은 20km정도 된다고 했으니, 모르고 봤으면 바다인지 강인지 헷갈렸을 정도이다.

강 건너 예수상이 아주 작게 보인다. 실제로는 75m의 높은 기단 위에 28m의 예수 상이 서 있는 형태로 매우 높다.


강가에 오래 걸터앉아 있었다. 날씨가 너무 좋았고, 난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하니까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 날이다. 나와 비슷한 성향인 먹기 좋아하고, 여유로움을 즐기는 친구들을 동행으로 만나 3일 간 트러블 없이 같이 다닌 것이 리스본의 마지막 선물인 것 같았다.


근처의 정원과 분수도 매우 근사하다. 분수에 튀기는 물보라에 맞으면 쫌 시원해진다.


아쉬운 마음에 떠나기 전 이리저리 더 둘러보기. 간간히 나오는 뒷모습 정도는 크게 문제 안되겠지? 'ㅡ')>


버스를 타고 민박집 사장님이 (또?!ㅋ) 추천해주신 시장으로 갔다. 저 보라색 꽃나무가 자꾸 보여서 몇번을 물어봤는데도 결국 까먹어버린.. (지금 찾아보니 자카란다/하까란다라는 꽃인데, 포르투갈에서는 5월에 한창이라고 한다.)


재래시장은 아니었고, 깔끔한게 정비된 신식시장이었는데, 일요일 오후라 많은 상점이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푸드코트만은 활발했다. 추천메뉴인 안심스테이크를 시켰는데, 크림소스에 듬뿍 담궈져서 좀 아쉬웠다. 고기 자체는 내가 요구한 미디엄 레어로 잘 구워줬다. 음료는 샹그리아를 시켰던가..


시장에서 강가를 따라 천천히 걸어왔다. 내가 리스본에 입성할 때 왔던 길이다. 벌써 2일 전..


코메르시우 광장 끄트머리쯤 앉아 칵테일로 목을 축인다. 걷거나, 앉아있거나 먹는게 생활인듯..ㅠㅠ

여자애는 오늘 저녁 다른 도시로 떠난다고 먼저 숙소로 돌아갔다. 남은 여행도 즐거웠길 바라며..(라고 말하기엔 지금 시간이 심하게 많이 지났군..ㅋㅋ)


남자애와 나는 칵테일 한잔을 더 마시고 맛집 저녁시간 오픈에 맞춰서 또 다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근처에 가자마자 한국인들이 줄을 길게 서 있어서 좀 놀라긴 했다.

어제 신트라에서 보고, 오늘 벨렘에서 본 한국사람들이 여기에 다 와있었다. 리스본 여행의 정석 코스인가보다..;;


달궈진 돌덩이에 생고기를 구워 먹는건데, 한두점은 재밌지만 갈수록 귀찮다. 역시 굽는건 한우가 제일인듯.. 돌이 중간에 좀 식었는데 고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바꿔달라고 하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먹었다.


나오니까 사람들 어마어마하게 기다리고 있음. 맛은 걍 쏘쏘.. 역시 스페인+포르투갈은 고기보단 해산물이 훨씬 나은 것 같다. 내가 해산물을 더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대로 들어가기 아쉬워서 광장의 테라스에서 와인을 한병 마셨다. 생각없이 저렴한걸로 골랐는데, 왜 그랬나 싶다. 배도 불러서 안주도 안시키는데 좋고 맛있는거 추천해달라고 해서 멋드러지게 한병 먹고 올걸.. 싼거 시키니까 잔도 좀 후지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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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택시에 흰둥이 실어가지고 리스본 공항에 도착해서 랩핑서비스 후 체크인 했다. 자전거 랩핑은 역시나 일반 짐 2개치의 돈을 받는다. 부피도 크고 모양도 정형화 되지 않아서 그런듯하다. 비니루가 짱짱하긴 하니, 박스를 준비하지 못했을땐 매우 요긴한 방법!!


어제 돌덩이에 얹어먹은 소고기 덩어리와 비슷하다. 허술해보이지만 포장 다시 뜯는게 아주 일이다. 덕분에 한국까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럼 다음엔 어디로 가볼까? 'ㅡ'!!



* 장기간 휴가를 내고 까미노를 달릴 수 있도록 많은 협조와 관심 보내주신 KEPCO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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