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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Nov 06. 2016

지니의 까미노 은의길 자전거 여행 0

바르셀로나의 노숙자

지니의 Via de la Plata (까미노 은의길) 자전거 여행 - 출발


일정 : '16.09.03(토)~'16.09.04(일)

구간 : 나주 - 인천 - 도하 - 바르셀로나


호남선 KTX 중 하루 두 편은 인천공항 출발/도착 기차로 운행되고 있다. 덕분에 금요일 저녁 나주에서 퇴근 후 KTX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한 번에 이동했다.

1주일 먼저 출발하는 나를 위해 존이 공항으로 배웅나와줬다. 고맙게도 자전거를 옮겨와서 벌써 포장을 마친 상태!!


체크인을 하며 자전거를 수하물로 부쳤다.

스포츠 장비에 대한 추가 차지를 물지 않는 카타르 항공 티켓을 특가 기간때 미리 구해놨다.

코엑스와 붙어있는 서울 도심공항 터미널에서도 체크인이 가능하지만 요즘은 지방에서 지내는 관계로 나에겐 부질리스..ㅠ


경유지인 도하에 도착해서 맥주를 마시기 위해 바를 찾았다. 이슬람권이라 그런가 술 파는곳이 거의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약 12000원 가량의 코로나를 세 병이나 먹고, 완충되지 않은 핸드폰을 마저 충전했다.


드디어 바르셀로나 엘프랏 공항에 도착했다. 대형 수하물을 찾을 수 있는 곳은 양쪽 끝에 있다.

골프장비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몰려서 1시간을 넘게 기다려서야 흰둥이를 찾았다.


그리고 나에게 닥친 재앙...


나는 Vigo로 가기 위한 국내선을 타야만했다. 짐 찾는데 시간이 걸렸어도 아직 2시간 가까이 남아있어서 여유로웠다. 라이언에어는 온라인으로 미리 체크인을 해야하는데 다행히 도하에서 생각이 나 이미 끝냈다.


이제 T1에서 T2로 가면 된다. 지나가는 직원에게 T2가는길을 물어보니 아~주 멀리 있으니까 차를 타고 가야 한단다. 당연히 공항 무료 셔틀이 있을거라 생각해서 인포데스크에 물어봤더니 길을 알려줬다.


카트에 흰둥이와 짐받이 가방을 싣고 알려준 길로 한참 갔지만 나오지 않았다. 세 명 정도에게 물어봤는데 모두 다른 길을 알려준다. 혼자서 한시간 가까이 허둥지둥하다가 겨우 버스타는 곳을 찾았는데, 아까 그 인포 바로 옆 엘베를 타고 내려오면 바로 있었다. (엘프랏 인포 직원들 다 잘라버려야함..)


baggage drop은 boarding time 45분 전까지 가능하다고 했던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이제 셔틀을 탔으니 서두르면 될거라 생각했다. 버스로도 15분가량 달려 드디어 T2에 도착했고 서둘러 흰둥이를 내렸다. 그리고 내 가방을 가지고 내리면 되는데..


가방이 없다.


멘붕 3초 후 깨달았다. 급히 버스를 타면서 카트에 가방을 놔두고 온 것 같다. 자전거를 옮기느라 더더욱 정신이 없었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1. 지금 뛰어가도 놓칠지 모르는 국내선을 타고, 가방을 포기할 것인가?

2. 지금 돌아가도 있을지 모르는 가방을 찾으러 가고, 국내선을 포기할 것인가?


크기는 작아도 나의 gore 저지, 세면도구, 옷가지, 헬멧, 고글, 장갑, 펌프 등이 있는 가방을 찾기로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흰둥이를 버스에 태웠다.


버스는 순환하여 T1으로 갔지만 가방은 더 이상 그곳에 있지 않았다. 결국 국내선도 놓치고 가방도 못 찾은 최악의 상황..;


세상 다 잃은 허탈한 마음으로 공항에 눌러앉아 맥주를 마셨다. 맥주를 사먹을 돈은 있다. 천만다행으로 모든 돈과 카드, 핸드폰, 여권은 몸에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폰 매장에 가서 핸드폰 충전기를 40유로나 내고 샀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 그런데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충전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일단 공항버스를 타고 바르셀로나 도심으로 들어갔다.


바르셀로나는 마지막 목적지로 올 곳이었던터라 정보라곤 하나도 없었다. 까탈루냐 광장이 제일 핫하다고 들은 기억이 있어서 기사에게 물어보니 종점에서 내리란다.

시내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T1에서 T2가는 시간 정도..;


까탈루냐에 내려서 가장 먼저 자전거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케이지에 물통이 아닌 공구통을 끼워놓은 것이 신의 한수였다. 그리고 가장 붐비는 거리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갔다. 이미 오후 5시가 넘었기때문에 일단 숙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토라 그런가.. 어지간한 호스텔에는 자리가 없었다. 간혹 자리가 있는곳은 200유로씩 불러댔다. 알고보니 외국인 눈탱이 맞추기로 유명한 람블라스 거리였다. (한국의 명동같은..)

핸드폰은 이미 방전상태라 숙소 검색을 할 수 없었다. 인포를 찾아갔지만 숙소리스트 3장을 뽑아만 주고는 위치를 찾거나 예약하는 것은 전부 나의 몫이란다.

람블라스 거리에서 빠져나와 그나마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갔다. 그래야 숙소가 저렴할 것 같아서..ㅠ

한참을 걷다가 겨우 reasonable한 가격의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숙소에 핸드폰 충전기를 끼워놓고 나와 호텔 바로 앞 바에서 간단히 맥주에 미트볼을 먹었다.


또 다시 고민을 했다. 이제 어떻게 할지..

Vigo로 이동하자니 다시 자전거 포장하기 힘들고, 필요한 자전거 용품을 사기에는 너무 작은 도시인 것 같고, 표를 급히 구하면 당연히 비쌀텐데..

여기서 북쪽으로 올라가 프랑스 동부를 탈까?존은 1주일 후 세비야로 들어오는데 너무 멀어지는 것 같고, 게다가 까미노 완주의 꿈도 무너지는데..


결국 내일 Astorga로 이동할 결심을 했다. Vigo에서 출발하려 했던 이유는 Santiago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했던 것이니, 은의 길의 다른 루트인 Astorga에서 Seville을 간다면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Astorga~Santiago는 프랑스길때 이미 다녀왔으니!!


하하핫.. 치약과 칫솔을 사가지고 호텔로 돌아가 씻고 옷빨아놓고 잤다.!!



자고 일어나 다음 날인 일요일이다.


꼭 필요한 헬멧, 가방 등을 사기 위해 몇군데 가게를 검색했지만 일요일이라고 단 한 군데도 여는 곳이 없었다. 어쩔수 없이 Astorga의 자전거 가게에서 모든걸 해결하기로 하고 버스터미널에서 표를 샀다. 버스는 7시반에 출발하는 야간버스라 12시 체크아웃 이후 여기저기를 배회했다.

자전거는 호텔에 잠시 맡겨두고, 런드리 서비스용 비닐(손잡이 없음..)에 지도와 충전기, 칫솔과 치약, 호텔에서 준 샴푸와 비누, 생수 한 병을 넣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아무 것도 없으니 오히려 더 필요한 것도 없다. 기안84를 능가하는 극강의 미니멀라이저..ㅋㅋ 84의 생존능력!!

야간버스를 타면 핸드폰 충전도 어려우니 아예 꺼버렸다. 버스 시간까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오랜만에 메뉴델디아도 먹었다. 마침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고슬고슬한 볶음밥도 있었다.


시간에 맞춰 터미널로 갔다. 알고보니 내가 타는 버스는 Santiago가 목적지였다. Astorga까지도 12시간정도 걸리는데, 끝은 얼마나 더 가야하는건지.. 하긴 나라를 횡단하는 셈이니 오래 걸릴만도 하다.


버스를 탔는데, 아뿔싸.. 내 옆자리에는 엄청 뚱뚱한 서양남자가 먼저 타있었다. 양심적으로 티켓 2개는 끊어야 할 것 같은 사람이 12시간 타야하는 버스의 옆자리라니..ㅠㅠ 카타르에서도 옆에 그런 아줌마가 탔었는데, 이번에도 또..orz

버스가 출발하고 한 시간 넘게 무릎싸움을 하다가 결국 내가 빈 자리로 옮겨갔다. 하지만 버스는 중간 경유지마다 정차하기 때문에 나는 마치 입석손님처럼 긴장타다가 자리를 계속 바꿔야 했다. 중간에 만석인 구간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내 자리에 앉아야만 했는데, 암내와 코골이와 뚱뚱보의 콜라보레이션 완전체가 내 옆에 있으니 너무너무너무나 불편했다.


사람이란 참 단순하다. 어제 공항에서 나라를 잃은 기분이었는데, 그보다도 지금 당장의 불편함만이 나를 신경쓰이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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