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5일 (월요일) 3일 차
이동거리 : 약 70km
코스 : 지로모 - 와타즈미 신사 - 에보시 산 전망대 - 니이 - 이국이 보이는 전망대 - 사스나
숙박 : 하라 여관 (식사 불포함 선불 5000엔)
일본말이라 틀어놔도 시끄러울 것 같던 텔레비전을 켜보니 121번에선가 현재까지의 구름 이동을 위성사진으로 보여주더군요. 간밤에 비를 뿌렸던 구름은 일본 북쪽으로 올라가고 하늘이 맑게 개었습니다.
페코짱은 손님이 우리 밖에 없었지만 우라하마에선 다른 손님들이 아침부터 분주해서 조금 소란스러웠습니다. 민숙은 대체적으로 방음이 잘 안됩니다.
우라하마가 숙박비가 조금 더 비싼데(숙박+ 조식 5500엔) 아침식사는 조금 더 잘 나오네요. 양껏 먹었습니다.
우라하마에서 준비를 하고 출발합니다. 이왕 왔으니 지로모도 좀 더 살펴보고 가기로 합니다.
지로모에도 작은 신사가 있습니다.
니이 방향으로 가야 하니 다시 주유소가 있던 삼거리로 돌아왔습니다.
어제 도움받아서 편하게 잘 쉬었으니 들러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중간에 에보시 산으로 빠지는 길이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 들를 곳은 에보시 산 전망대와 대마도를 대표하는 신사인 와타즈미 신사입니다.
에보시 산을 끼고 업힐로 돌아가니 와타츠미신사에 도착합니다.
도리이라고 하는 신사 특유의 문이 5개 있는데 그중 2개가 바다 속에 있습니다. 이 신사의 특징이지요.
이 신사마다 있는 도리이라는 문은 현세와 저승을 이어주는 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바다로 이어지는 물 속의 도리이도 신기하고 신사도 아담하니 예쁩니다.
자전거도 인증샷을 한 번 찍어줍니다.
에보시 산 전망대로 가는 길은 고도는 높지 않지만 대마도에서의 이번 코스 중 가장 가파릅니다. 지니님이 유일하게 끌바한 구간이지요. 쉬엄쉬엄 올라가서 잠깐 쉽니다.
아래 쉼터에서 보아도 경치가 좋습니다. 전망대는 더 좋을 테니 기대가 되는군요.
자전거를 두고 계단으로 전망대에 올라가 봅니다. 에보시 산 전망대는 아소만의 멋진 풍경을 바로 지척에서 잘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사방이 탁 트인 에보시 산 전망대에서 아소우만이 한 눈에 보입니다. 사방으로 쭉 둘러서 사진을 한 번 찍어봅니다.
에보시 산에서 니이 시내로 내려옵니다. 니이에는 벨류 마트가 있네요. 대마도에서는 큰 편인 슈퍼마켓입니다. 점심은 여기서 도시락을 사서 먹기로 합니다.
니이 시내를 조금 벗어나서 한적한 공터에서 사 온 도시락을 꺼냅니다. 모듬 튀김과 모듬 초밥 도시락입니다. 저렴하면서 푸짐한 것이 맘에 듭니다. 맛도 괜찮구요.
그리고 함께 사온 과일이 듬뿍 들어있는 과일믹스 푸딩도 먹습니다.
먹는 도중에 웬 아저씨가 말을 겁니다. 마을 어귀에서 펼쳐놓고 먹고 있어서 잔소리하려나 했는데 그냥 자전거 여행객이 신기했나 보더군요. 부산에서 일하다 와서 한국말을 할 줄 안다고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온 생수를 물통에 옮겨놓고 쓰레기는 자전거에 매달고 가다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마을마다 쓰레기통이 있는데 재활용 조건이 빡빡하지 않아 편합니다. 안타는 것(캔, 병)과 타는 것(페트병, 포장용기, 종이)만 분리하면 됩니다.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터널을 지나서 잠시 쉽니다.
당분간은 382번 도로를 타고 올라갑니다.
니타(仁田) 마을을 지나가면서 공중화장실도 이용할 겸 잠시 쉽니다.
조금 더 가니 슈퍼가 있어서 떨어진 스포츠음료를 하나 사놓습니다. 어제 힘들었던 덕분에 미리미리 챙기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오후 3시 정도 되니 배가 고픕니다. 점심 도시락과 같이 사놓은 소갈비 김밥을 꺼냅니다.
큼직한 김밥 하나가 삼각김밥 반절보다 크고 속도 푸짐합니다. 맛도 좋네요.
니시사토(西里)라는 마을입니다. 여기에서 쓰시마 야생동물보호센터로 가는 길이 있으나 시간 관계상 들르지 않기로 합니다. 가는 길이 숲이 좋다던데 이미 아름다운 숲을 실컷 봐놔서 미련이 없더군요.
이국이 보이는 전망대 쪽으로 진행합니다.
전망대라는 건 높은데 있는 것이고... 높다는 것은 오르막을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죠.
해변 전망대라 어렵지 않게 생각했더니 생각보다 가파르고 긴 언덕에 지니님이 지쳐갑니다.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입니다. 맑은 날엔 한국이 보인다는데...
덜 맑은 건지 안보입니다.
이제 다음 마을에서 숙소를 구해보기로 하고 천천히 진행합니다.
북 쓰시마 경찰서가 있는 사스나(佐須奈) 마을입니다. 대마도에선 큰 마을이죠.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좀 더 가면 한국사람이 하는 민숙이 있고 마을 안에 여관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그냥 마을 안에서 하라 여관을 찾습니다. 고급 여관은 아닌 아담한 여인숙 비슷한 여관입니다.
트윈베드의 아담한 침대방... 근데 담배냄새가 좀 심하게 납니다.
자전거는 현관에 보관할 수 있도록 해주십니다.
민숙과 마찬가지로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동이용입니다만 손님이 우리 밖에 없어서 편하게 씁니다.
저녁식사는 알아서 해결해야 하니 마을 구경 겸해서 마실 나와봅니다.
인적이 드문 조용한 마을입니다.
산고양이(야마네코) 모양의 화장실이 있는 공터입니다. 여기서 농수산물 장터가 열린다고 하는군요.
이 마을에도 작은 신사가 있습니다.
인적이 거의 없는데 중학생 같아 보이는 아이들 무리가 뛰어놀더군요. 아이들에게 밥집을 물어보니 알려준 밥집 겸 술집입니다.
들어가서 앉으니 기본 안주로 소라를 내옵니다. 아주 맛있습니다. 시작부터 기분이 좋군요.
규동 같은 식사할 것이 없는지 물으니 밥과 양념된 고기를 내어주는데 밥도 고기도 아주 맛있습니다.
밥알을 치대서 떡같이 만든 팥떡이 서비스로 나옵니다.
주문한 모듬회 1인분. 제대로 맛있습니다.
소스가 참 맛있는 닭꼬치와 베이컨 치즈
삼겹살 구이도 하나 먹고요.
어지간한 메뉴를 다 먹고 나서 뭔가 다른 메뉴가 없는지 물어보았더니 무슨 생선이었는지 숙성한 생선을 반으로 갈라서 그대로 구워주는데 살도 많고 맛도 좋습니다.
한참 기분 좋게 잘 먹으면서 주인장과 얘기도 나누고 있으니 가게 메뉴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라면서 참치회 한 접시를 소주 두 잔과 함께 서비스로 내줍니다. 마구로 같아 보이는데 입안에 넣으니 살살 녹네요.
그 사이 생선구이는 완전히 초토화되었습니다.
닭꼬치도 한국에 비해서 너무 작다 하니 1.5개 분량을 끼워서 구워줍니다.
가게 전경입니다. 뒤쪽의 테이블에는 동네 아저씨들이 술판을 벌이고 옆의 별실에는 가족단위로 식사하러 오는 조그만 동네 술집입니다.
맛있게 실컷 먹으니 둘이서 7천엔 정도... 한 잔에 500엔 정도 하는 생맥주를 잔뜩 마신 양을 생각하면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주점 도리이치(とり壱)
관광지에서 떨어진 조그만 마을의 조그만 술집입니다만 아주 훌륭한 맛집다운 맛집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은 동네 사람들을 위한 조그만 술집에서 대마도 최고의 식사를 했습니다. 강력 추천
가능한 한 히타카츠에 가까이 가려했는데 앞으로 남은 거리 약 20km 남짓,
일정이 생각한 것과 딱 맞아떨어져 내일은 시간이 넉넉할 듯합니다.
아름다운 마을과 신사를 보고 친절하고 재미있는 사람들과도 만나는 즐거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