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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ul 30. 2017

존과 지니의 만경강 자전거 여행

만경강 따라서 군산으로,

2017년 6월 10일~ 11일


지니님이 업무차 대전으로 출장을 갔다. 지니님과 대전에서 만나서 거리상 가기 힘들었던 곳을 다녀오기로 한다.
호남선 고속열차를 타고 갈 때마다 익산 부근의 넓디넓은 평야 지대를 끼고 있는 강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것이 호남평야와 만경강이다. 이 만경강을 따라 달리기 위해서 원래는 대전 유성구청에서 출발하여 대둔산을 넘어가려 했는데... 내 자전거가 변속이 전혀 안 되는 고장이 난다. 단골 자전거 가게에 전화해서 도움을 청하니 대전에서 잘 하는 자전거 가게를 소개해주어서 급하게 찾아간다.


변속 계통은 고치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 자전거를 맡겨놓고 그 사이에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자전거 가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조금 유명한 짬뽕집이 있어서 들렀는데 소문만큼 맛있지는 않다. 돌아오는 길에 마침 동네 벼룩시장이 열려서 슬슬 구경하면서 걸어간다.


다행히 자전거가 다 고쳐졌다. 모처럼 조금 멀리 내려왔는데 자전거를 못 타면 억울하다. 자전거 수리로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으니 중간 경유지인 완주 삼례읍까지 자동차로 넘어가서 출발한다. 갑자기 출발지를 변경하다보니 하필이면 네비게이션이 변두리로 이전하고 문을 닫아버린 구 삼례읍사무소로 안내해주었다. 주차하기엔 나쁘지 않으니 여기서 출발하기로 한다.


일단 삼례읍에서 비비정마을을 통해 만경강 쪽으로 빠져나간다.


삼례에서 만경강 자전거길로 가는 입구에 비비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비비정이라는 이름이 재밌지만 출발이 너무 늦어졌으니 일단은 지나쳐간다.


비비정 바로 근처에 있는 만경강 철교를 배경으로 만경강을 따라 간다.


만경강길에서 가장 처음 우리를 맞이해준 것은 울창한 벚나무 터널이다. 오늘은 날이 조금 흐린데 화창한 날에 와도 시원할 듯하다. 벚꽃이 필 때 오면 얼마나 아름다운 길이 될까?


만경강변 도로의 상태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여기저기 움푹 꺼진 구덩이도 많으니 노면을 주의하면서 조심조심 달린다.


한참 보리 수확철인가보다. 시칠리아에서도 보리가 다 익어있었는데 여기서도 추수가 한창이다.


강뱐 도로 옆에 자전거길도 있지만 상태가 썩 좋은 것도 아니고 아직 미완성이다.


만경강에도 조망 시설이나 쉼터가 있다. 끝없이 넓은 호남평야가 펼쳐지니 풍요의 강이라는 말이 만경강만큼 어울리는 강도 없을 듯하다.


만경강은 예전에는 사수라고 하였으나 일제에 의해 호남평야의 곡물이 수탈되는 관문으로 사용되면서 만경강이란 이름이 붙은 이래로 교과서에서도 만경강으로 가르쳐왔다. 만경강 근처의 "포"라는 지명이 붙은 마을들에서 수확한 곡물들을 빼앗아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자전거 도로 자체는 가로수가 없어 너무 훤하게 노출이 되지만 노면 자체는 그리 나쁘지는 않은데 자전거도로의 끝이 계속 이 모양이다. 노면이 안 좋아도 제방 위의 도로로 가는게 편한 이유다. 미완성에 가로수도 없는 휑한 자전거도로보다 노면은 안 좋지만 울창한 나무 터널이 있고 차량 통행도 거의 없는 제방 도로가 낫다.


만경강도 강변에 대규모 공사 중이다. 무언가 사대강을 따라서 캠핑장이나 수변 놀이시설을 만들려고 하려는 것 같은데 꼭 이렇게까지 대규모로 강을 헤집어놔야 하는가 싶다.


벚나무 터널이 끝나는 곳부터는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기로 한다. 이 자전거길은 개똥밭이다. 특이하게 개똥이 중앙선에만 있다.


광교리에는 꽤 큰 수문이 있다. 만경강 우안에서는 가장 큰 수문인 듯하다.


이미 군산시 경계를 넘어왔다. 더 달리면 새만금 방조제 근처까지 갈 수 있겠지만 여기서 만경강을 벗어나 군산 시내로 들어가기로 한다. 삼례에서 여기 회현면 읍내까지 만경강 주변에는 제대로 된 매점이나 식당 하나도 없으니 배도 고프고 갈증도 난다. 슬슬 매점을 찾아 읍내로 가서 간식을 먹어야겠다.


강에서 벗어나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징그럽게 생긴 허수아비가 있다. 마치 현대미술 같은 것이 밭 주인의 미적 감각이 남다른 듯하다.


다른 강들은 마을이 강을 끼고 있어 강변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자연스럽게 식당이나 슈퍼가 있는 큰 마을을 몇 개 지나는데 만경강 우안 자전거길은 먹을 데나 쉼터가 없어도 너무 없다. 넓은 평야지대다 보니 큰 마을은 강변에서는 조금 떨어진, 농사일 나가기 좋은 평야 한복판에 있다.


역시 면사무소 근처에는 편의점이 있다. 군산 시내에 들어가면 저녁을 먹긴 하겠지만 일단 잠시 쉬면서 배부터 채우자.


편의점에서 쉬면서 군산 시내의 오늘 묵을 숙소를 검색하고 예약해둔다. 우리가 숙소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청결도이다. 숙소도 정했으니 이제 숙소쪽으로 달리자.


길을 조금 잘못 들어서 크지도 않은 군산 시내를 빙 둘러서 숙소까지 갔다. 저렴하면서 깨끗한 숙소를 잡았는데 주요 관광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다. 군산 시내를 둘러보는건 내일 하지 뭐...


체크인을 하니 친절한 숙소 주인 아저씨가 자전거도 세탁실 쪽에 보관해준다. 숙소가 주요 관광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좀 걸어가니 먹자 골목이 있다. 무얼 먹을까 하다가 육회에 맥주 한 잔으로 저녁을 먹는다. 좀 부족한 감이 있어서 참치회도 먹었는데 참치회는 조금 실망이다.


다음 날 아침, 지니님의 생일이다. 생일 축하를 해주려고 주변의 빵집을 다 뒤졌는데 마음에 드는 작은 케이크가 없다. 여긴 서울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 프렌차이즈 빵집에서 조각 케이크라도 사다가 촛불을 붙여주니 지니님이 좋아한다. 조금 아쉽지만 지니님이 좋아하니 다행이다. 이제 슬슬 출발한다. 케이크는 간식이니 아침을 먹어야지.


군산 구도심 쪽에서 콩나물국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지니님은 콩나물 국밥을 좋아하는데 나는 그리 찾아 먹지는 않아서 지니님과 다니면서부터 콩나물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으로 먹기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식사라 생각한다. 군산의 콩나물 국밥도 먹을만 했다.  


이제 배도 채웠으니 슬슬 주변을 돌아본다. 군산의 구도심은 일제 시대에 우리나라를 수탈하던 일본인들이 모여살던 곳이라 일본식 건물이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조상들을 괴롭히던 사람들이 살던 마을이라니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다. 중간에 테디베어 박물관도 있는데 들어가보진 않는다. 콘테이너 건물 위의 곰돌이들이 귀엽다.


군산에는 유명한 빵집인 이성당이 있다. 이성당 본관은 빵을 사려고 줄선 사람들로 미어터져서 들어가기조차 힘든데 바로 옆에 하얀 건물인 별관은 여유가 있다.


깜빠뉴라는 빵이 있다. 깜빠뉴라 하면 생각나는 것은 레미제라블이다. 장발장이 훔친 그 빵이 깜빠뉴이다.


결코 가격이 싸진 않지만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많다. 온 김에 먹어야지...

이성당에서 개발했다는 쵸컬릿슈와 베이컨 계란빵, 고기 고로께,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골라서 먹는다. 넷 모두 맛있다. 걸쭉한 쵸컬릿슈는 내 맘에 들고 베이컨 계란빵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맛이다.


이제 배도 가득 채웠으니 다시 구경을 다녀보자. 군산항 옆으로 진포해양테마공원이 있다. 진포해양테마공원에는 탱크, 비행기, 함선 등 실제 사용하다가 퇴역한 군장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커다란 배가 한 척 있다. 이 커다란 배는 월남전에 참전했던 위봉함이다. 이 배는 제 2차 세계대전에 미군이 사용하던 것을 1950년대에 들여와서 2009년까지 50년도 넘게 사용했다고 한다. 위봉함 안에는 진포공원에 관련된 여러가지가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자전거를 두고 들어갈 수는 없으니 그냥 겉만 구경한다.


이곳 진포는 고려 말에 최무선 장군이 함포로 왜구들의 배를 500척이나 격파한 진포대첩을 기념하기 위한 곳이라고 한다. 그 당시 쓰던 함포를 재현해놓은 것도 있다.


군산에 왔으니 인증샷을 남긴다. 서해안은 조석간만의 차가 크니 배들이 뻘 위에 놓여있다.


돌아서 빠져나가는 길에 다시 테디베어 박물관도 지나친다. 재밌는 모습의 곰인형이 많다.


일본식 가옥들이 꽤 보이는데 일본식 가옥 뒤로 삐죽 솟은 밋밋한 아파트들 덕분에 딱히 일본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일본식 체험 민박집들도 있는데 나는 다른 나라를 겪어보고 싶으면 직접 그 나라에 가본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그리 흥미가 생기진 않는다.


충분히 구경했으니 슬슬 돌아가기로 하고 빠져나가는 길에 인력거가 보인다.


바닷가쪽으로 나가서 군산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기로 한다. 해변길 뒤쪽으로 위봉함의 선미가 보인다.


차를 세워둔 삼례까지 가야 하는데 타고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하니 익산까지 버스로 넘어가서 삼례로 돌아가기로 했다.


익산 버스터미널에 내려서 다시 만경강길로 빠져나왔다. 버스 터미널이 익산시의 남쪽 외곽에 있는 덕분에 어렵지 않게 시내를 벗어난다.


어제와는 다르게 화창한 날씨에 만경강의 경치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강변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동호인들도 여럿 마주친다. 노면이 안 좋아서 그런지 대부분 MTB를 탄다.


익산에서 삼례은 직선거리로는 그리 멀지 않다. 이제 비비정이 있는 만경강 철교가 보이니 거의 다 왔다.


어제 그냥 지나쳐갔으니 오늘은 잠깐 들러본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옛 만경강 철교에는 기차 레스토랑, 커피숍, 매점이 있다.


그냥 모양만 열차가 아니라 실제 열차 객실칸을 끌어다가 개조해놓은 것이다.


기차 카페의 끝에서 만경강 철교를 바라본다. 강 건너편은 한창 공사 중이고 저 멀리 전주 시내가 보인다.


삼례에서 군산까지 우리가 다녀온 하류 방향이다.


상류 쪽을 보면 바로 근처에 비비정 옆으로 복선 전철길을 깔아놓은 '신' 만경강 철교가 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구' 만경강 철교는 2011년부터 사용이 중지된 폐교가 되었다가 얼마 전에 이렇게 기차 카페가 되었다.


가차카페 끝에서 사람들이 무언가 구경 중이다.


거센 바람에 카페 파라솔이 날아가서 강에 쳐박힌 것을 가게 주인 아저씨가 꺼내는 중이다. 무사히 잘 꺼냈다.


삼례읍이라는 작은 동네에서 내세울만한 관광지는 이곳 비비정 하나 뿐인지 관광지화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비비정을 지나쳐서 다시 삼례 읍내로 돌아간다. 길을 따라서 작은 고개 하나 넘어가니 바로 읍내로 들어간다.


아직 공사 중인 만경강길을 이렇게 다녀왔다. 군산이라는 곳도 금강 자전거길의 종착지로 금강을 다녀올 때 늦은 도착으로 군산 시내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였는데 이렇게 다시 가서 구경하였다.

만경강은 바로 위의 금강보다 규모가 작아 비록 사대강에 들지도 못하고 지금은 새만금 방조제에 막혀버린데다가 자전거 도로도 아직 미완성이라 자전거인들에게도 그리 관심을 못 받는 강이지만  중고등학교 사회지리 교과서에서 빠지지 않는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 지대 중의 하나인 호남평야를 만든 강이다. 공사가 끝나고 벚꽃 피는 봄에 다시 찾으면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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