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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Aug 28. 2017

경북 동해안 자전거길 여행

삼척에서 영덕까지, 우리나라식 국토종주의 마지막 구간

2017년 6월 17일


이명박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했던 국토종주& 사대강 자전거길 조성이 미완성으로 끝났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나름 심사숙고해서 사대강과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조성하였으나 바뀐 정권에서 대진에서 임원까지 가장 멋졌어야 할 동해안 강원도 구간의 자전거길을 날림으로 만들고서 나머지 구간 역시 부산까지 이어야할 자전거길을 울진에서 강구까지의 경북만 대충 만들고 끝내버렸다. 미완성으로 끝나버린  동해안 자전거길은 지난 정권의 미숙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우리는 지난 번 동해안 자전거길 여행에서 대진에서 출발해서 삼척교까지만 타고 돌아왔다. 이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오늘은 삼척교부터 시작한다. 동해안 자전거길 경로상의 삼척교 옆에 장미공원 주차장이 있다. 주차를 하고 간단히 준비한 후 출발한다.


삼척교를 건너면 삼척 시내를 바로 벗어나게 된다.


오십천을 건너서 오분마을을 지나면 언덕 위에 한재공원 인증센터가 나온다.


동해안의 다른 여러 인증센터들이 그렇듯이 왜 이곳에 인증센터를 만들어놨는지 모를 곳이다. 내려다보이는 해변 풍경도 그리 멋지지는 않다. 원래 부산까지 잇는 자전거길 계획에서는 삼척은 거쳐 지나가는 경유지였을 뿐이라 그런지 인증센터의 위치도 시 외곽의 엉뚱한 곳에 있다.


한재공원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맹방해수욕장이다. 자전거길 표시를 따라 빙 둘러 들어가게 된다. 둘러가지 않고 가로지르는 길도 있지만 빙 둘러가도 조굼이라도 바다를 더 볼 수 있는 편이 낫지 않을까?


날씨가 나쁘진 않지만 풍경이 썩 살아나지는 않는다. 동해안의 가장 멋진 푸른 바다를 본 것은 대부분 겨울에 왔을 때인 것 같다.


길고 긴 맹방해수욕장 출구에 작은 언덕이 있다. 덕봉산이라고 한다. 사방이 모래와 바다인데 혼자 푸른 숲을 이루고 있으니 눈에 띈다.


동해안 길인데 바다 보기가 영 쉽지를 않다. 바다가 잠깐 나왔다가 내륙으로 가서 언덕을 넘기를 반복한다.


용화해수욕장에서 점심을 일찍 먹을까 하다가 식당들이 비싸고 마음에 안들어서 편의점에서 간단히 간식만 먹고 출발한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장호항을 거쳐 간다. 이 정도 풍경은 다른 곳에서도 만날 수 있는 듯해서 딱히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섬이 많은 남해안에 더 경치 좋은 곳이 많다.


임원 인증센터도 마을을 빠져나가서 언덕 꼭대기의 이상한 곳에 위치해있다.


이제부터 울진까지는 도장찍기 구간으로서는 안 가도 되는 길이다. 하지만, 우리는 도장을 찍는 것이 목적이 아닌,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달리는 사람들이다. 그대로 달려 호산 시외버스 터미널 옆으로 7번 국도를 넘어간다.     


자전거길 건너편에 커다란 가스 저장고들이 보인다.


내가 원하는 것은 수평선이 펼쳐지는 넓은 바다를 보면서 시원하게 달리는 것이지만...


은근히 경사가 있는 언덕이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나타나서 우리를 괴롭힌다.


이제 고포항을 지나 언덕을 넘었으니 경상북도 울진군이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표지판에서 "부산" 표시가 없어졌다. 임원까지는 부산까지 가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경북 동해안 지역의 대표적인 수산물이 대게이다. 바닷가에 대게 마크가 붙은 건조대 같은 것이 쭉 늘어서 있다.


자전거 도로 끝에 데크길이 나타났다. 타고 가도 될 듯한데 잠시 쉴 겸 끌고 간다.


데크길의 폭이 상당히 좁다. 자전거를 타고 가라고 만들어놓은 것은 아닌 듯하다.


데크길 마지막 출구 내리막길에 모래가 깊게 깔려 있어서 타고 갔으면 위험했을 수도 있겠다.


울진군 북면 부구리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큰 동네라 식당도 꽤 있다. 여기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한다.


마침 식당집 애기들이 와서 TV를 보는데 똑같은 리듬의 단순한 노래가 밥 먹는 내내 들린다. 식사를 마치고 출발할 때 쯤에는 우리도 그 노래에 중독되어 버린다. 뚜룻뚜뚜루~오예!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동네다. 자전거길이 원자력 홍보관을 통과한다.


원자력 발전소를 지나 죽변항을 통과하니 다시 바다가 나타난다. 임시포장한 공사구간이 길게 이어지는데 결국 나중에 자전거길을 조금 망가트려놓았다.


한참을 달려 울진군 읍내를 통과한다. 울진대교를 지나니 은어다리가 보인다.


은어다리부터 경북 자전거길 구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은어다리부터 영덕 해맞이공원까지 77km 밖에 안 된다.


은어 몸 속을 지나가는 느낌이 재밌다.


은어다리 남단의 인증센터에 이런저런 자전거 여행자들이 모여있다. 여기가 경북구간의 출발&도착점이긴 한가보다.


은어다리를 출발하면 울진엑스포공원과 망양정을 지나간다.


망양정 화장실에 잠시 들렀더니 은어다리의 야경 사진이 있다. 밤에는 이런 식으로 조명이 켜지나보다. 멋있기는 한데 울진읍내에서도 꽤 떨어진 이곳에 어두운 밤에 이 다리의 야경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을까 싶다.


이제부터 한 동안은 바다를 보면서 달린다. 풍경이 좋긴 하지만 강원 구간의 바다 풍경이 더 좋은 듯하다.


망양인증센터가 있는 망양 휴게소에 도착했다. 은어다리 전에 울진대교에서 내륙으로 들어갔던 7번 국도와 다시 만나는 곳이다.



대게로 유명한 동네라서 바닷가에도 툭하면 대게 모양의 조형물이 나온다. 나도 대게를 잘 먹는 편이지만 대게 산지라고 특별히 싼 것도 아니니 대게를 먹을 생각은 없다.


잘 가다가 사동리를 지나자마자 또 가파른 언덕길이 나타난다.



여러 번의 오르막길에 시달리더니 지니님은 이제 완전히 지쳤다. 슬슬 근처 숙소를 알아보기로 한다.


구산해변에 멀쩡해 보이는 숙소가 하나 있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타기로 한다. 그런데...

저녁을 먹으려고 나와보니 동네에 문을 연 식당이 없다. 뭔가 먹으려면 옆 동네 월송리까지 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쉬엄쉬엄 걸어서 월송리까지 가니 동네 사람들이 저녁을 먹으러 돼지갈비집으로 몰려들어가는게 보인다. 우리도 돼지갈비로 저녁을 먹는다. 저렴하면서 맛있는 집이었다.


다시 걸어오는데 시골이라 인도도 가로등도 없는 길이다. 이럴 줄 알고 자전거 전조등을 떼어와서 걱정이 없다. 숙소는 영 낡고 맘에 안 들고 이름도 이상하지만 하룻밤 보내는데에 큰 문제는 없었다.



2017년 6월 18일


나름대로 잘 먹고 잘 쉬었다. 바닷가에 왔으니 회 좋아하는 지니님에게 회를 먹여줘야 하는데 지난 저녁은 어쩔 수 없이 고기를 먹었다. 일단 월송리의 월송정에 인증센터가 있으니 들르기로 한다.


월송정 인증센터도 이상한 곳에 있다. 마치 서울대입구역에 서울대가 없는 것처럼 월송정 인증센터 근처에는 월송정이 없다.


인증센터 근처에 있는 기와집은 월송정이 아니다.


이렇게 정자와 연못이 있지만 여긴 월송정이 아니다.


그 옆의 소나무길을 따라 쭉 들어가서


돌길을 걸어서 들어가면


해변 언덕 위의 소나무숲에 월송정이 있다.


원래 정자는 풍경이 멋진 곳에 있으니 걸어올라가본다. 근데 생각만큼 멋진 풍경이 펼쳐지진 않는다.


다시 파란색 자전거길 표시를 따라서 달린다.


이 동네가 내세울 것은 대게 밖에 없는데, 대게야 넌 왜 그렇게 비싸니...


뭔가 이런저런 시설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후포항에 거의 다 온 듯하다.


후포항 회센터에서 약간 늦은 아침을 먹기로 한다.


지니님이 그토록 원했던 회덮밥이다. 회도 넉넉히 들어가고 양도 적당하니 맛있다. 식당 사람들도 친절하니 즐겁게 잘 먹었다.


후포항이 시골 구석의 작은 항구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크다. 조금만 더 힘을 냈으면 여기 와서 회를 먹고 잘 수 있었을테니 지니님이 너무 아쉬워한다. 아쉬우면 다음에 또 오면 된다.ㅎㅎ


후포항을 지나서 한 동안 평지 자전거길이 쭉 펼쳐지지만 영덕 강구 근처에서 낙타등 코스가 나타날 것을 이미 알고 있으니 마냥 즐겁지는 않다.


동해안 강원도 구간도 그러더니 여기도 중간에 공사가 덜 된 이런 구간이 남아있다.


다음 인증센터인 고래불해변 인증센터이다. 이름대로 고래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고려말에 이색이라는 사람이 앞바다에서 고래가 뛰어노는 것을 보고 고래불이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고래불해수욕장은 모래사장 길이가 20리(8km)나 되어서 명사20리라고 한다. 그만큼 평지가 이어지니 편하게 달린다.


축산항이 보인다. 이제 슬슬 낙타등이 시작이겠지...


낙타등 구간이 시작되었다. 자기 몸보다 큰 로드를 탄 꼬마가 우리와 함께 달린다. MTB를 탄 아빠와 함께 가는데 언덕길에서 아빠보다 잘 달린다. 


꼬마와 함께 달리다보니 힘든 것도 잊어버리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영덕 해맞이공원에 도착했다.


몇 년 전에 오고서는 오랜만이다. 해맞이공원 인증센터에서 마지막 인증 도장을 찍는다.


이제 영덕 시외버스 터미널로 간다. 하저리 하저삼거리에서 영덕으로 바로 넘어가는 루트를 따라서 영덕으로 넘어가서 차를 세워둔 삼척으로 돌아간다.


동해안의 남쪽 끝도 경북과 경남의 경계도 아닌 경북의 어중간한 곳에서 끝나버린 국토종주 도장찍기... 용두사미의 자전거길 조성 계획이 되어버렸다. 어쨌거나 공식적인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이로서 끝이 났다. 하지만, 포항을 지나서 호미곶 근처까지 자전거길은 나름대로 잘 조성되어 있으니 좀더 달리고 싶은 사람은 더 가도 좋다. 물론 삼사 해상공원 근처와 같은 일부 구간은 제대로 자전거길도 우회로도 없기 때문에 7번 국도에서 차와 함께 달려야 하는 곳도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완주하고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지만 국토종주 자전거길의 종주를 완료했다는 것은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을 하기 위한 준비 운동 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한강 자전거길은 한강 전체 길이의 1/3에 불과하다. 한강 자전거길을 완주했다 하더라도 한강을 모두 보고 왔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른 강들도 마찬가지이며 이렇듯 자전거길 외에도 우리나라 구석구석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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