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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02. 2015

지니의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기
- 프랑스길 번외편

번외편 - 지니의 Camino de Santiago (까미노 데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 이야기   


1. Finisterre (피니스테라, 피스테라, 피스테레) 


1-1. Finisterre Excursion

산티아고에 도착하고 나니, 이제 더 이상 자전거 타기가 지겨워졌다. 힘들기보단 지겹다는 말이 맞았다. 그래서 윔과 나는 차를 타고 산티아고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스페인, 그리고 유럽 대륙의 서쪽 끝인 피니스테라에 가기로 했다. 

차를 렌트하려 했는데 윔의 EU 공통 전자칩만으로는 렌트를 할 수 없었다. 아주 알 수 없는 나라였다. 그래서, 우리는 대안으로 전날 저녁 전화로 당일 투어 같은 것을 신청했다.


나는 웜과 함께 투어를 신청했고 아르헨티나에서 관광을 온 모녀도 신청해서 4인 가격으로 당일 투어를 즐겼다. 



가이드는 핀란드에서 온 영어와 스페인어를 꽤 유창하게 하는 친절한 아저씨였다. 차멀미가 심한 편인 나는 차에서 가끔 내려 영혼 없는 사진을 찍어댔다.  

가는 중간에 꺼먹꺼먹한 산이 있다. 2주 전에 피니스테라에 아주 큰 불이 나는 바람에 갈리시안에서 알아주는 국립공원 중 하나가 모두 타 버렸다고 했다.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가는 11일 동안 단 하루도 - 심지어 갈리시안 지방에서 조차 - 비가 오지 않았고, 매일 맑은 날이었다. 하지만 산티아고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행운이라고 해야 하나..

날씨가 비가 조금 오고, 안개가 너무 심하게 껴서 심지어 5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자전거 순례자 두 명을 봤는데, 판초우의를 입고 힘겹게 업다운을 하고 있었다. 힘든 것보다도 너무 위험해 보였다. 윔과 나는 자전거를 타고 이 곳에 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 잘했다고 생각했다. 

피니스테라에 가는 두 가지 경로의 엑기스만 뽑아서 Cee, Muxia, Finisterre 등 유명 지역을 다 둘러봤는데, 날씨가 너무나 전형~적인 갈리시안 지방의 날씨인데다가 나는 쓰레빠를 신었으므로 바닷가 근처의 바위틈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는 없었다. 

그래도 왔으니까 됐다..ㅎㅎ 


1-2. Finisterre Riding

혹시나 자전거로 갈 순례자들을 위해서, 윔과 피터가 가지고 있던 지도를 참고해서 만든 피니스테라 자전거길 경로를 첨부해본다.



2. 산티아고(Santiago) - Madrid (마드리드) 


2-1. 산티아고에서 마드리드로

산티아고에서 마드리드로 이동하는 방법은 비행기, 기차, 버스 등이 있다. 

비행기는 까미노 여행 일정이 어찌 될지 모르니 미리 표를 끊기가 어렵고 자전거를 꼼꼼하게 포장해야 해서 번거로운데다가 자전거를 싣기 위해서는 추가로 40-50유로 정도를 더 내야 한다.

기차는 순례자 사무소 근처의 매표소에서 물어봤는데 원칙적으로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고 해서 바로 패스했다.

버스 역시 순례자 사무소 근처에 매표소가 있다. 부피 때문에 버스 1대에 4대의 자전거만 실을 수 있으며 예매 시 10유로를 추가로 지불하여 선점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짐칸에 실기 전에 주방에서 쓰는 랩, 또는 큰 비닐봉투를 싸서 포장을 해야 한다. 급하게 온 사람 중에 그냥 실은 사람도 있었는데, 혹시 문제 생기면 이의제기 같은 거 할 수 없으니 시키는 대로 했다.

 

2-2. 마드리드

마드리드 시내에서 metro를 이용할 때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없다. renfe만 이용 가능하므로 갈 곳이 있다면 미리 renfe 전용 역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차가 많으며 일방통행 도로도 많이 있지만, 도시 중심가에서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볼 수 있었다. 


마드리드 공항에서는 체크인 카운터 근처에 있는 Wrapping 서비스를 이용했다. 여러 군데에 있으므로 찾기 어렵지 않다. 가격은 짐 하나당 7유로인데, 자전거가 워낙 커서 짐 2개 치 돈을 받았다. 그리고 최대 3000유로까지 보상해주는 보험을 들어주는데 그게 추가 3유로이다. 그래서 총 17유로 지불. 바퀴는 앞뒤 모두 분리하고, 튜브 내의 공기도 전부 뺐다.  


3. 기타 소소한 팁들 


- 베드버그 예방책을 준비하자. 

베드버그는 우리나라의 빈대와 비슷한 것으로 알베르게의 이불이나 침대 속에 산다. 나도 진즉에 베드버그에게 여기저기 물렸고 얼굴과 눈두덩이까지 테러당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찍은건데 입술은 건조해서 다 터지고 얼굴은 부어있고.. 얻어맞고 온 사람 같다..ㅠ

약국에서 연고를 구해서 발랐는데 (스페인을 제외한 유럽 다른 국가에서는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다고 한다.) 얼굴 부분은 나중에 물집이 투명하게 잡혀서 터지고 딱지도 졌다. 나중에 한국 와서 알았는데 일반적인 용도의 피부약으로 벌레 물린 데에 도움되는 약은 아니라고 한다.;; 

미리 티트리 오일 또는 벌레 예방약을 준비할 것을 권장한다. 호텔이라고 안심해서도 안 되는 듯.. 


- 짐을  최소화시킨 탓에 당일 라이딩을 끝내고 입은 옷은 매일 저녁 빨아야 했다. 조금 덜 말라도 기능성이라, 입고 달리다 보면 다 마른다. 짐을 줄이려고 비누와 샴푸로 샤워와 빨래를 모두 해결했다. 얼굴에 바르는 크림이나 화장품 같은 건 없다. 무겁다. 무거워서 산티아고의 유명한 기념품인 가리비도 안 샀다.. (나 여자 맞다요..ㅠ) 


- 자랑은 아니지만 만난 외국인의 90프로가 나에게 영어를 잘 한다고 했다. 외국에서 대학교 다니거나 영주권 딴 사람만큼 잘 하지는 않겠지만.. 나름 1년 어학연수 알차게 다녀와서 의사소통에 거의 문제가 없는 편이었다. 스페인어는 전혀 못했지만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 가기 전에 존과 함께 한 달 동안 업힐 집중훈련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까미노의 높은 오르막길을 넘기 위해서 함백산, 배후령, 해산령, 양구옛길 등에서 연습을 했는데 갈수록 실력이 늘어나는게 스스로 느껴졌다. 클릿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적응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운동화+평페달로 갔다. 실제 까미노에서는 대부분 투어링 자전거+단면클릿페달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한국 돌아오자마자 클릿부터 바꿨지롱 ^ㅠ^ 


- 참고로 도로용 자전거의 특성상 포장도로만 이용하였다. MTB 타는 분들은 도보 순례자들이 이용하는 까미노 길을 가는게 더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놀라지 않도록 미리 크게 인사를 하거나 벨을 딸랑딸랑 울려주는 센스~ 


- 사람들이 날 보고 놀란 공통점.. 자전거가 신기하다. 짐이 완전 적다. 동양 여자 혼자서 자전거 타는 건 처음 봤다.. 등등, 유럽엔 미니 스프린터가 없나 보다. 하긴, 이쁘기만 하고 뭐 하나 특출나지는 않지.ㅠ  


- 까미노에서 한국사람들을 되게 많이 봤다고 하는 외국인들에게 내가 한 말.. 

"한국인이 왜 많은지는 나도 사실 잘 모르겠어, 일종의 Trend인 것 같기도 해. 하지만 그들은 모두 걷지. 내가 유일하게 혼자서 자전거 타는 한국인이야. 가장 특별하다고~!!" 


- 항공권은 이번에 마일리지를 이용해서 세금 40만원 정도만 냈고, 가서 쓴 돈은 카드와 현금 다 해서 1000유로 정도 되는 것 같다. 


밤 버스를 타고 마드리드에 와서 이틀 정도 쉬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_^ // 

짬 내서 작성하면서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쓰기도 했는데, 지도 사이트가 map quest 밖에 안 돼서 이걸로 안내했습니다. 

휴가를 보내주신 KEPCO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ㅋㅋ 


그럼 요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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