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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지니의 지중해 자전거 여행 6

까마르그 자연공원을 달리다.

by 존과 지니

2017년 9월 28일 - 5일 차


이동 경로 및 거리 : Pala les Flots - 까마르그 자연공원 - 포트 드 북(Port de bouc) 126 km

총 누적 이동거리 : 526 km


좀 선선한 아침이다. 여기 숙소도 조식을 먹지 않고 조금 일찍 출발한다. 빵쪼가리에 음료수 몇 잔 먹는게 13유로가 넘으니 그냥 달리다가 적당한데서 먹는게 낫다. 내가 간밤에 코를 너무 골았는지 지니님이 한숨도 못 잤다고 한다. 퀭한 모습으로 출발하는데 미안하다. 이 코골이가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 보니 답답하다.


쌀쌀한데 다행히 해가 금방 떠오른다. 해안길을 따라서 계속 자전거길이 있으니 다행이다.


중간에 공사 차량이 자전거길이 막고 있어서 끌고 넘어간다.


해변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리조트가 있고 차량은 우회해야 하지만 자전거들은 리조트 내부의 도보길로 다닌다. 비포장이라 해도 될 만큼 노면이 안 좋은 블럭길을 천천히 달린다.


이 불편한 길은 리조트를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계속된다. 그나마 차도로 달리지 않아도 되니 그러려니 하고 달리지만 마지막은 진짜 비포장길이었다.


리조트를 벗어나 다리를 건너서 르 그로 드 와(Le Grau-du-Roi)라는 마을을 지난다. 프랑스식 발음은 영어 철자를 자기들 방식대로 꼬아서 부르는데 프랑스어는 전혀 모르니 참 읽기 어렵다.


여기서부터 길 건너편의 자전거길로 운하를 따라서 갈 수 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그냥 차도로 간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풍경은 비슷하고 차들이 많지 않아서 나쁘지 않았다.


웬 성벽이 보인다. 에그 모르뜨(Aigues-Mortes)라는 마을이라고 한다. 저 성벽 안의 구시가지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데 우리는 성벽 외곽으로 거쳐 지나간다. 성벽 아래 비포장길로는 사람들이 말을 타고 있었다.


성벽을 지나서 다리를 건너자마자 자전거길이 또 이어지는데 지니님이 못 보고 지나친다. 이번엔 불러 세워서 강변 자전거길로 달린다.

자전거길 옆에 대형 마트가 있길래 들어가 봤더니 온갖 빵들을 싸게 팔고 있다. 카마르그에는 이런 대형 마트는 거의 없을 것 같으니 샌드위치와 콜라를 하나 사서 챙긴다.


에그 모르뜨를 벗어나면 이제 까마르그 자연공원에 들어가게 된다. 느낌은 뭔가 자연보호 지역에 들어가는 것보단 시골 깡촌에 들어간다는 느낌이다.


자연공원이라고 사람이 안 사는 곳은 아니다. 군데군데 농가들이 있고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들을 파는 가게들도 있다. 마침 과일가게가 있어서 들어가 봤는데 딱히 먹고 싶은 과일은 없어서 물만 산다. 근데 좀 비싸네...


아침을 안 먹었으니 과일 가게 근처 벤치에서 아까 마트에서 사놨던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꺼내서 간단히 요기만 한다.


넓은 벌판과 파란 하늘을 보면서 달린다. 벌판과 하늘 외에 다른 건 거의 없다. 그냥 광활한 허허벌판이다. 설마 카마르그가 끝날 때까지 이런 풍경만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


조금 큰 도로인 D570 도로와 까마르그를 가로지르는 D37 도로가 만나는 삼거리 근처에 주유소가 있다. 아무리 허허벌판이라지만 화장실도 없으니 주유소에서 음료수도 먹고 화장실도 가면서 휴식을 한다. 느긋하게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우리 개인 듯이 앉아있는 주유소집 개가 있다. 이 녀석은 누가 와서 앉으면 그 옆에 능청스럽게 앉아서 음식을 안 밝히는 척하며 먹을걸 기다린다.


점심시간이긴 한데 좀 더 가서 먹기로 한다. 충분히 쉬었으니 D37번 도로로 카마르그를 가로지른다.


열심히 달리는데 커다랗고 허름한 식당이 있다. 더 가도 먹을 데는 없어 보이니 들어가 보기로 한다.


할머니들이 하는 식당이다. 메뉴판을 달라니까 무슨 칠판 판자때기를 여러 개를 가져와서 보여주는데 손글씨라 더 못 알아보겠다. 거기서 하나씩 골라서 주문한다.


샐러드 세브레 차우드.... 염소 냄새가 난다. 염소젖 치즈를 넣어서 염소 냄새가 은은하게 풍기는데... 염소가 목욕한 물로 만든 느낌이다. 난 괜찮은데 지니님이 못 먹겠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세브레가 염소였다. 다음부터는 피해야겠다.


지니님은 소고기 찜을 넣은 카레 느낌의 덮밥이 나왔다. 지니님은 소고기찜과 카레 스타일의 요리를 좋아하니 다행이다.


나는 수제 물소 소시지(Saucisses de taureau)... 진짜 집에서 만든 느낌으로 고기순대에 가까운 소시지이다. 짜고 후추향이 강하다.


식당 할머니들이 키우는 강아지도 늙어 보이는데... 먹을걸 바라고 근처를 맴돈다.


디저트는 나만 먹는다. Flan aux oeufs라는 계란 푸딩 같은 것이 나왔다. 계란찜 비슷한 식감인데 달고 맛있다. 염소 냄새 샐러드 빼곤 전체적으로 괜찮은 식당이었다.


배도 채우고 충분히 쉬었으니 다시 출발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한참을 달려도 아까 그 식당 말고는 제대로 된 식당이 안 보인다. 거기서 먹기를 잘 했다.


D37번 도로가 끝나고 카마르그 동부를 위아래로 연결하는 D36번 도로로 갈아타야 한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다리를 건너서 아를(Arles)이란 도시로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는 오른쪽 Salin de Giraud 방향으로 카마르그를 더 달리기로 한다. Salin de Giraud 밑에 Bac de bacarin이라 쓰인 것이 우리가 가야할 곳이다.


카마르그에서 볼 수 있는 것들로 플라밍고와 검은 물소가 있다고 한다. 플라밍고는 며칠 전부터 계속 보고 있으니 물소를 좀 보고 싶은데... 저 멀리 물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이제 36번 도로가 끝나면 생각보다 볼 게 없었던 카마르그도 끝난다. 아마 추수철이라서 그랬던 것일까?


저 건너 송전탑이 있는 쪽은 다른 도로(D36b)인데 노면이 더 안 좋은 듯하다. 풍경은 저 쪽이 더 좋다고 하여 거친 노면을 달릴 수 있는 자전거들은 저쪽 길로 간다.


중간에 지니님이 졸음을 참지 못해서 아무것도 없는 쉼터에서 잠시 쉰다. 지니님이 눈 붙이는 동안 아무 소리도 안나는 고요한 들판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다. 깰까봐 미동도 않고 앉아있었다.


카마르그의 동쪽 끝 동네인 Salin de Giraud로 들어왔다. 이제 여기서 론강을 건너야 한다.


아를 밑으로는 건너갈 수 있는 다리가 없는 론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Bac de Bacarin(바카린의 상자)를 이용해야 한다.



도로가 끝이 나는 곳에 차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서있고 우리는 차들 옆으로 갓길을 따라 들어간다.


이것이 바로 Bac de Bacarin이다. 다리가 없는 대신 두 대의 네모난 바지선 같은 배들이 번갈아가면서 자동차와 사람을 강 건너편으로 옮겨준다. 사람과 자전거는 무료이고 자동차들은 통행료를 내야 한다.


출입문이 열리면 보행로를 따라 들어가서 적당한 곳에 서있으면 된다.


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선다. 저 캠핑카만 아니었으면 한 줄 더 들어왔다.


출입구가 양쪽으로 있어 방향 전환을 할 필요 없는 네모 모양의 커다란 나룻배이다.


반대편에서 출발한 바카린 5호 배와 엇갈려서 지나간다. 앞뒤로 대칭인 특이한 배다.



멀리 가는 게 아닌 강만 건너면 되니 출발만 하면 금방 도착한다.


차들은 들어온 순서대로 차례대로 나간다. 보행로 쪽이 제일 늦게 열리니 우리는 좀 더 기다렸다가 걸어나간다.


이제 카마르그는 끝났다. 생각보다 별 것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자연공원이 바로 옆인데 자연공원을 넘어오자마자 공업지대에 들어서게 된다. 수증기를 내뿜는 굴뚝들이 보인다. 화력발전소도 있다.



공업지대를 헤쳐 나오면 마을이 몇 개 있긴 한데 여행자가 묵을 만큼 숙소나 식당이 갖춰진 동네가 아니다. 숙소는 그렇다쳐도 저녁으로 맥도날드를 먹고 싶지는 않다. 숙소를 예약해놓은 포트 드 북(Port de bouc)까지 가야 비로소 관광객이 머물만한 곳이 나온다.


화물차들로 시끄러운 N568번 도로에서 빠져나와 옆길로 포트 드 북까지 간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가게가 거의 없다보니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지금까지 간식은 커녕 음료수도 못 마시고 달렸다. 포트 드 북에 들어서니 슈퍼가 보이길래 들러서 음료수부터 사먹는다. 크지 않은 동네라 언덕을 내려가니 바로 항구에 도착했다. 바로 옆에 예약해놓은 숙소도 있다. 그리고 근처에 식당도 많아 보인다.


숙소에 들어가니 일단 입구와 로비부터 깨끗해보인다. 로비 직원 아가씨는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보고 있다가 우리가 한국인이라 하니 반가워한다. 보고 있던 사극을 우리에게 보여주는데 나는 티브이를 거의 안 보니 뭔지는 모르겠다. 자전거는 직원용 창고에 보관도 해준다. 숙소 자체도 깨끗하다.


배도 고프니 짐만 던져놓고 바로 나와서 사람이 제일 많아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이것저것 주문하니 뭔가 난 같아 보이는 밀가루 전병이 나온다.


샐러드에도 춘권 튀김 같은 것이 나오고...


여전히 지니님은 생선 구이, 나는 고기다. Entrecote(등심)인데 잡부위가 좀 많아서 그리 맘에 들지는 않았다. 역시 잡부위 위험이 없는 살덩어리를 골라야 하나보다...


그래도 디저트까지 주문해서 신나게 먹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카마르그는 그 이름에 비해 별 것 없는 허허벌판 그 자체였다. 이 풍경은 분명히 어제도 그제도 본 풍경이다. 도시에 머물다가 이 넓은 벌판을 만나면 다른 감흥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바르셀로나에서부터 지중해를 따라 올라가면서 카마르그와 비슷한 풍경을 계속 보면서 달려왔기 때문에 이런 들판이 이미 식상해졌을 수도 있다. 그래도 큰 문제 없이 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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