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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지니의 지중해 자전거 여행 7

마르세이유를 지나서

by 존과 지니

2017년 9월 29일 - 6일 차


이동 경로 및 거리 : 포트 드 북(Port de bouc) - 마르세유 - 식스-포-레 플라쥬(Six-fours-les-plages) 96 km

총 누적 이동 거리 : 622 km


프랑스의 다른 숙소들처럼 이번 숙소도 조식은 별도의 추가 요금을 내고 먹어야 한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보다 숙소가 비싼데도 조식 불포함이니 프랑스 사람들도 바캉스 시즌에 옆 나라로 많이들 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여기 숙소도 무난한 호텔 조식이다. 아침에 너무 일찍 출발하면 추우니 느긋하게 조식을 먹으면서 출발 시간을 조금 늦춘다.


느긋하게 준비하고 출발하니 날이 꽤 따듯해졌다.


포트 드 북의 해안길을 따라서 옆 도시인 마르티그(Martigues)를 향해 달린다.


동쪽으로 해를 보면서 달리니 기온에 비해서 따듯하다. 정면의 큰 다리는 A55번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이고 우리는 다리를 지나 마르티그 시내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야 한다.


마르티그 시내의 중심가는 베르 연못(Etang de Berre)에서 지중해로 흘러가는 물줄기 사이의 섬이다. 다리를 두 개 건너서 베르 연못을 따라 달린다.


A55번 자동차 전용도로 옆으로 자전거도 다닐 수 있는 일반 도로가 있다. 고속도로 너머로 보이는 베르 연못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라고 한다. 가장 큰 호수는 작년에 우리가 지나갔던 스페인 무르시아의 Mar Menor라고 한다. 우린 그때 그냥 지중해의 일부인 줄 알았다.


샤또뇌프-레-마르티그(Chateauneuf les Martigues)라는 마을에 시장이 열렸다. 사람들이 많으니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지나간다. 딱히 신기한 것은 없는 작은 시장이다.


마르세유로 가려면 어떤 식으로든 언덕을 넘어야 한다. 어디로 넘어갈까 하다가 르 로브(Le Rove)를 거치는 D568번 도로로 넘어간다. 더 완만한 루트도 있지만 이 길이 가장 짧게 넘어가는 길이다.


언덕을 넘어 내려가면 바로 바다와 만난다. 마르세유는 꽤 큰 항구 도시라 큰 배들이 많이 드나든다.


이제 마르세유가 보인다. 엄청 커 보이는 도시다.


해변을 따라 달리는데 깨진 유리 조각이 많다. 병맥주를 먹고 아무데서나 깨 놓은 듯하다. 예비 튜브가 하나밖에 안 남았으니 신경이 쓰인다. 큰 도시에 온 김에 자전거 가게에 들러 여분의 튜브를 사려했는데 길만 한참 헤매고 결국엔 못 샀다.


해변을 따라가다 보면 마르세유 대성당도 보인다. 유럽의 다른 성당들하고 다르게 생겨서 처음엔 성당인지도 몰랐다.


포트 생 장(Fort Saint-Jean)이라는 요새가 마르세유 항구 입구를 지키고 있다.


포트 생 장 옆으로 달리면 마르세유 항구에 도착하게 된다.


이왕 왔으니 좀 복잡한 곳이지만 밥이라도 먹고 가자. 항구 주변에서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찾아서 들어간다.


점심은 타르타르를 먹는다. 스파이시한 것을 선택할 수 있어서 스파이시하게 해달랬더니 할라피뇨 다진 것이 잔뜩 들어갔다. 내가 원하던 스파이시가 아니다...


지니님은 늘 먹던 대로 생선 구이를 먹는다. 나는 생선구이로는 도저히 배가 안 찰 것 같다.


큰 도시답게 마르세유는 복잡복잡하다. 정신이 없으니 최단 거리로 마르세유를 벗어나자.


뭔가 하얀 운동장 같은 건물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오렌지 벨로드롬라 한다. 즉, 자전거 경기장이다.


이런 큰 스포츠 시설 근처에는 어김없이 자전거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서 마르세유를 벗어난다.


마르세유 바로 근처 해안에 깔렁끄 국립공원이 있다. 이 공원의 몽 뿌줴(Mont Puget)라는 산을 넘어가야 한다.


언덕이라 힘들지만 국립공원에 지정될 만큼 산이 멋있긴 하다.


마르세유가 내려다보인다. 사람과 차가 바글바글한 시내에서 시달리는 건 싫지만 멀리서 보는 풍경은 좋다.


저 바위산이 몽 뿌줴이다.

마르세유를 보면서 올라간다.


몽 뿌줴가 가까우니 곧 정상이다. 해발 300m를 조금 넘는 언덕길이라 크게 힘들지는 않다. 지니님은 미시령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한다.


정상의 쉼터에서 잠깐 쉴까 했지만 매점 같은 것도 없고 식수도 떨어졌다. 이제 내리막이니 얼른 내려가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면서 쉬기로 한다.


몽 뿌줴를 넘어가면 카시스라는 마을이 있다. 그런데, 눈 앞에 나타난 저 해안 절벽은 뭐지...


카시스 입구에 있는 주유소를 발견하자마자 음료수를 마신다. 주유소 매점은 우리나라 편의점 급이니 그리 싸진 않지만 카페나 바에 들어가는 것보단 낫고 큰 길엔는 슈퍼가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니 주유소를 자주 이용하게 된다. 바에 들어가서 음료수를 마셔도 저렴하고 얼음과 레몬까지 띄워주는 스페인이 그립다.


지금까지 따라왔던 D559번 도로를 계속 따라가니 원래 가려고 했던 해안 절벽길이 아닌 내륙 쪽 길을 따라가게 되었다. 경치는 해안 절벽길이 더 좋았을 테지만 D559번 도로 쪽이 언덕이 적고 경사가 완만하다.


감기 기운이 점점 심해진다. 머리도 지끈거리니 빨리 약이라도 먹어야겠다. 생 시르 슈르 메르라는 이상한 이름의 동네가 목적지인 줄 알고 잠시 멈춰서 약국에서 약을 산다. 약사에게 증상을 설명하니 액티피드를 준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액티피드가 아침 점심 저녁용이 나누어져 있다. 졸음이 올 수 있는 약이기 때문인 듯하다.


약국에서 나왔더니 지니님이 여기가 아니라고 난리다. 난 지금 제정신이 아니니 그럴 수 있지...


약한 언덕 하나를 더 넘어서 목적지인 식스 포 레 플라주에 도착했다. 동네 이름들이 참 이상하다. 오늘 숙소는... 이번 여행 최악이다. 자전거는 울타리 안이긴 하지만 완전히 차단이 안 되는 외부 주차장에 놔두라 한다. 어두침침한 복도를 지나 방에 들어가니 콘센트도 방 안에는 없고 화장실에 하나 있다. 숙박비도 싸지 않은데 조식도 비싸서 안 먹는다고 했다. 식당 옆 로비에선 뭔가 아랍 쪽 양고기 냄새가 나니 더더욱 싫다. 어지간한 2성보다 못한 3성 호텔이다.


그래도 숙소 바로 앞에 해변이 있으니 경치만큼은 좋다. 근처 주유소에서 맥주를 사다가 해변에 앉아서 시원하게 마신다.


지니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시다 보니 바디 속으로 해가 저문다.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자. 근데 동네가 영 구질구질한 게 동네 레스토랑도 숙소만큼이나 맘에 안 든다. 뜨듯한 국물을 먹고 싶긴 하지만 레스토랑은 포기하고 옆에 보니 손님도 조금 있는 깔끔한 크레페 집이 있어 들어가 본다.


활기차 보이는 직원에게 샐러드와 함께 베이컨과 계란이 든 크레페를 두 개 주문한다. 겨우 크레페니까 이걸로 배가 안 차면 나가서 다른 걸 또 사 먹어야지.. 했는데, 샐러드도 푸짐하고 얇디얇은 크레페지만 재료가 꽤 올라가 있어서 생각보다 크고 맛도 좋다. 이 집 맘에 든다.


이번 여행에서 먹은 처음이자 마지막 크레페가 되었지만 참 맛있었다. 이런 크레페라면 한두 번 더 먹어도 좋겠다.


방 안에 콘센트가 없으니 화장실 콘센트에 충전기와 핸드폰을 매달아놓고 푹 쉰다. 이름도 이상한 동네에 숙소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멋진 저녁노을과 맛있는 크레페로 만족했다.


오늘로서 절반 정도 왔다. 이번 지중해의 날씨는 생각보다 훨씬 추워서 평소에도 환절기에 고생하는 나는 감기 기운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약을 먹으니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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