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다쥐르 자전거길 따라서 프랑스 남부
2017년 9월 30일 - 7일 차
이동 경로 및 거리 : 식스 포 레 플라쥬(Six-four-les-Plages) - 생트 막심므(Sainte Maxime) 98 km
총 누적 이동 거리 : 722 km
주차장에 둔 자전거들은 간밤에 별 일 없었다. 전체 주행거리의 절반 이상 달렸으니 일정에 여유가 생겼다. 오늘은 숙소에서 조식은 안 먹지만 출발 시간도 조금 늦추고 달리는 거리를 조금 줄이기로 한다. 물론 그래 봐야 100 km는 달리겠지만...
숙소 앞의 해변 자전거길을 따라 출발한다.
아무 생각 없이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해변에서 빠져나가야 할 길을 지나쳐버린다. 마침 근처에 맥도널드가 있으니 맥모닝으로 간단히 아침을 때운다. 프랑스의 맥모닝에는 핫초코가 있길래 주문했더니 따듯한 우유가 나오고 여기에 핫초코 가루를 타서 먹는다.
D63번 도로를 따라서 식스 포 레 플라주 시내를 지나가는데 막힌 길이 있다. 눈 앞의 철교만 넘어가면 되니 돌아나가기는 싫다. 완전히 막아놓지는 않고 사람이 통과할 틈은 있기에 들어가 본다.
다행히 길도 멀쩡하고 출구도 사람 다니는 데는 문제없다.
막힌 길을 나오자마자 꽤 넓어 보이는 자전거길이 보인다. 자전거길을 따라서 툴롱(Toulon)을 향해 달린다.
툴롱 입구의 잔디밭에는 MTB 기초 강습을 받는 아이들이 있었다. 군부대 장벽 옆으로 자전거길이 툴롱 해변 쪽으로 이어진다.
툴롱 시내의 축구 경기장 옆에 꽤 큰 자전거 가게가 있어 들어가 본다. 여분 튜브 한 개로는 영 불안하니 튜브를 좀 더 사놔야겠다.
몇 개 안 남은 튜브를 사고 나오려니 그 사이에 내 자전거의 타이어 공기가 빠져있다. 시내를 지나는 길에 무언가 뾰족한 것을 밟은 모양이다. 튜브를 하나 더 사서 교체하고 공기를 채운다. 이렇게 펑크가 자주 나는 건 프랑스가 처음인 듯하다. 도로의 질도 안 좋고 이물질이 너무 많다. 운전자들의 난폭한 운전 습관으로 도로가 빨리 망가지고 도로 관리도 엉망인 나라다.
자전거 가게 주인이 아들과 함께 자전거 산책 나가려던 참이었나 보다. 자기 일을 마치고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고 아이를 데리고 나간다.
이제 튜브도 챙겼으니 든든하다. 툴롱 외곽에서 시작된 자전거길은 예르(Hyeres) 변두리까지 길게 이어진다. 해변에서 벗어난 내륙 자전거길이라 바다가 보이지는 않지만 숲 속으로 난 자전거길은 운치 있으면서 편하게 달리기 좋았다.
자전거길 끝에 망한 놀이공원이 있다. 남부 여기저기에 문 닫은 놀이공원이 참 많다.
여기서 해변을 따라가니 곧 자전거길이 나타났다. 바다와 호수 사이로 난 자전거길을 따라 달린다.
아침을 맥모닝으로 때워서 슬슬 배가 고파지려던 차에 마을 안 자전거길 옆에 식료품 가게가 있어서 들어간다. 샌드위치를 팔길래 음료수와 함께 샀다. 일단 이걸로 점심을 때우고 저녁을 일찍 먹기로 했다. 빵의 나라라 할 수 있는 프랑스는 편의점 샌드위치 같은 것도 우리나라보단 훨씬 먹을만하다.
자전거길 덕분에 라 론드(La Londe)까지 편하게 달렸다. 이 길은 르 라방두(Le lavandou)까지 이어진다.
르 라방두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자전거길을 잘 이용했으니 계속 믿고 따라간다.
자전거길은 이렇게 막다른 곳에서 비포장길로 바뀌어버렸다. 조금만 끌고 가면 다시 자전거길이 이어질 듯해서 슬슬 걸어간다.
차도로 조금 달리다가 다시 해변 자전거길을 달린다.
아까 먹은 샌드위치로는 열량이 부족하다. 쉴 때도 되었으니 해변 카페가 모여있는 곳에서 적당한 가게에 들어간다. 음료수와 크로크무슈를 주문한다. 아직 목적지까지는 좀 더 가야 한다.
약한 언덕을 넘어서 해변길을 따라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상트 막심므(Sainte Maxime)에 도착했다.
해변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니 숙소가 있다.
겉보기엔 그리 넓어 보이지 않는 호텔이었는데 아담하면서도 꽤 깨끗하고 좋은 곳이다. 친절한 프론트 아줌마가 자전거도 내부 직원 전용 공간에 보관해준다. 여긴 꽤 맘에 든다.
방에 짐을 두고 나와보니 방에 테라스가 없는 대신 옥상에 작은 풀장과 썬베드들이 있다. 이런 좋은 공간을 안 쓸 수가 없다.
근처 슈퍼에서 맥주 한 팩을 얼른 사다가 여기서 마시기로 한다. 자전거를 타고난 후의 시원한 맥주는 뼈 속까지 스며들어 갈증을 풀어준다. 아주 작은 병이기 때문에 세 병을 마셔도 큰 병 하나 정도밖에 안 된다.
씻고 편하게 저녁까지 쉬다가 식사를 하러 나온다. 해변 도로 옆으로 식당들이 쭉 늘어서 있다.
그중에서 깨끗하고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간다. 오늘 처음 먹는 제대로 된 식사니 마음껏 먹자. 주문을 하니 먼저 맛있는 빵과 수프가 나온다.
내가 주문한 것은 큼직한 새우가 들어있는 리조또. 맛있다.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리조또보다 맛있다.
지니님은 여전히 생선 토막이다. 스파게티나 파스타 종류는 이탈리아 도착할 때까지 참는다고 한다.
기껏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 왔는데 너무 맥주만 마셨다. 아까도 맥주 먼저 마셨으니 이제 프랑스 와인을 좀 마셔야겠다. 엑상프로방스 아래를 지나면서도 와인을 마시지 않았으니 후회된다. 이제 와인에 집중하자. 식전주로 마시기엔 조금 가격이 있는 것으로 주문한다. 어차피 한국에서 마시려면 훨씬 비싸니 마음껏 마시자. 마지막으로 레몬 요거트 같은 느낌의 디저트까지 완벽한 식사였다.
프랑스 와인들은 이탈리아나 스페인 와인보다 텁텁함이 덜한 상큼한 와인들이 많다. 이 와인도 매우 상큼하면서 향이 좋은 와인이다.
생트 막심므는 적당히 규모가 있는 휴양 도시인 듯하다. 카지노 같은 것도 있으니 작은 도시는 아닌 듯한데 성수기가 지나서 그렇게 복잡한 느낌은 아니다. 너무 붐비는 대도시는 아니면서 깔끔한 숙소와 식당들이 있는 정도의 작은 도시... 이 정도가 우리에겐 딱 좋다.
이제 이번 자전거 여행도 후반부이다. 내일은 니스에 도착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