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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지니의 지중해 자전거 여행 10

드디어 이탈리아

by 존과 지니

2017년 10월 2일


이동 경로 및 거리 : 니스(Nice) - 모나코(Monaco) - 디아노 마리나(Diano marina) 90 km

총 누적 이동 거리 : 908 km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니스다. 아침에 바로 떠나긴 아쉬우니 오전에만 간단히 둘러보기로 한다. 이미 어제 저녁에 가리발디 광장과 구시가지는 간단히 둘러보았으니 오전 시간으로 충분하다.


여기 숙소도 조식 비용은 별도라 나가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트램 정거장 앞에 현지 사람들로 북적이는 활기찬 빵집이 있어 들어가본다.


아! 우리 빠니니를 한 번도 안 먹었었지?

빠니니와 내가 먹을 쵸코빵, 커피 두 잔, 그리고 오렌지 주스를 주문한다.


부지런한 직원 아줌마가 빠니니를 바로 기계에 눌러놓고 커피 두 잔에 에스프레소를 뽑으면서 오렌지를 꺼내와서 착즙하니 순식간에 주문한 메뉴가 준비되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다.


날이 조금 흐리지만 비가 안 오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가리발디 광장을 지나 콜린느 듀 샤또 (Colline du chateau) 공원으로 올라간다.


가리발디 광장에서 구시가지 뒤쪽으로 가면 콜린느 듀 샤또 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그리 높지 않은 계단길을 올라가면 공원이 나타난다. 공원 자체는 별 것이 없지만 공원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좋다고 한다.


전망대 쪽으로 가보니 니스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그런데 막 감탄할만한 경치는 아니다.


전망대에는 예전의 니스 시내를 그려놓은 그림도 있어 예전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다. 별로 바뀐게 없어 보인다. 둘이서 조용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시끄럽고 이상한 동양 아줌마 둘이 막 밀고 들어온다. 중국인들인 줄 알았는데 한국 사람들이다. 여행지에 가보면 중국 사람들만큼 시끄럽고 무례한 한국 사람들도 많다.


체크아웃 시간에 늦지 않게 돌아가야 한다. 올라왔던 길과 다른 길로 내려가볼까 했는데 빙 돌아서 너무 멀리 가는 것같다. 왔던 길로 내려간다.


숙소에서 적당히 준비하고 시간 맞춰 체크아웃하고 출발한다. 바로 니스 외곽으로 나가지 않고 들러야할 곳이 있다.


파란의자가 놓인 "라 프롱"으로 돌아가서 파란 의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니스 공항부터 여기 파란 의자 해변까지 이어지는 긴 산책길을 라 프롱- 영국인 산책길(La Promenade des Angleis)- 이라 한다. 200년 전 영국사람들이 아이디어와 자금을 지원하여 추운 겨울을 피해 니스로 몰려든 부랑자들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만든 산책로라고 한다.



니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조형물 중 하나인 파란의자다. 입체적으로 보이지만 평평한 철판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니스를 벗어나며 들를 곳이 있다.


니스에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모두 사진찍고 가는 I LOVE NICE 조형물이다. 우리도 여기서 기념 사진을 하나씩 찍고 간다.


이제 슬슬 출발이다. 오늘은 모나코를 지나서 이탈리아 국경도 넘어야 한다.


콜린느 듀 샤토 공원에서 내려다본 해안 도로를 따라서 니스의 규모에 비해 작은 항구를 지난다.


아침에 올라갔던 콜린느 듀 샤또 공원이 보인다. 이렇게 보니 정말 낮아보인다.


이제 곧 니스가 끝난다. 계속 해안으로 달리면 조금 가파른 언덕을 올라서 일반 도로와 합쳐진다.


해안 절벽 아래로 난 길이 나타나면 이제 니스를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아찔한 높은 절벽 아래로 난 길을 달린다. 길이 연결되기 어려운 곳은 터널을 뚫어서 길을 계속 이어놨다.


산 위에 마을 같은 것이 있다. 에즈(Eze)라는 마을인데 니스에 오는 관광객들이 많이 간다고 한다. 산 꼭대기에 있으니 우리는 들르지 않는다.


중간중간 터널이 있는데 그 중에는 자전거 통행이 금지된 터널도 있어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길로 우회하기도 한다. 물론 현지인들은 그냥 터널로 다니더라..


니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길에 모나코가 있다. 모나코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이다. 가장 작은 나라는 바티칸이라고 한다. 모나코에 들어가는 길부터 막히기 시작한다. 영 불안한데...


아놔아아아아!!! 코딱지만한 나라에 큰 길이 지하 터널로 시내를 관통한다. 차들로 혼잡하고 엄청난 굉음이 울리는 터널을 자전거로 돌파하려니 질려버린다. 심지어 터널 안에도 로터리가 있어 더욱 복잡하다.


모나코는 이번 여행 최악의 구간이다. 아마 다시는 올 일이 없을 것이다.


프랑스 국경도시인 멍통(Menton)에 도착한다. 이제 곧 이탈리아다. 혼잡한 모나코를 지나느라 너무 지쳤다. 멍통은 조용하고 편해보이니 여기서 마지막 프랑스식 식사를 하고 이탈리아로 넘어가기로 한다.


해변의 적당한 식당 테라스에 앉는다. 이탈리아 국경에 가까워서 그런지 식당 직원들도 친절하고 유들유들한 것 같다.


샐러드 하나와 각자 먹을 메인 요리를 주문한다. 나는 당연히 고기, 지니님은 참치 스테이크다.


멍통 해변에도 요새 같은 것이 있다. 다른 도시의 요새들과 마찬가지로 박물관 같은 문화공간으로 개조되어 쓰이고 있다.


멍통을 벗어나면 곧 이탈리아 국경이다. 이제 이탈리아다. 아! 신난다! 살 것 같다. 프랑스 여행 내내 답답하고 불편한 느낌이 들었는데 국경을 넘으니 해방감까지 느껴진다. 내 자전거 여행 사상 최악의 나라, 프랑스... 내가 일부러 프랑스를 다시 찾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로 넘어오니 도로 관리 상태도 좋고 도로에서 과속하는 차들도 줄어든다. 해변을 따라서 SS1번 도로를 타고 달린다.


해변으로 달리다보니 우리나라 남한강 자전거길처럼 안 쓰는 기찻길을 자전거길로 고쳐놓은 곳이 있다. Pista ciclabile del ponente ligure라는 자전거길이 디아노 마리나까지 이어진다고 나온다.


쭉쭉 잘 뻗은 자전거길을 따라 편하게 달린다.


기찻길을 고쳐놓았으니 당연히 터널도 있다. 터널 천정에 자전거 경기와 우승자에 대한 내용이 쓰여 있다.


자전거길 중간에 산 레모라는 도시를 지나간다.


산 레모 시내를 관통해서 계속 이어지는 자전거길 옆에 자전거 가게들이 여럿 보인다. 그 중에 커보이는 자전거 가게에 가보니 지하에 있다. 그 동안의 펑크로 자전거 튜브가 또 모자른다. 프랑스보다 1 유로 싼 가격에 튜브를 두 개 사고 공기압을 좀 채우려니 사장님이 직접 에어컴프레셔로 공기를 채워준다. 역시, 이탈리아는 친절함의 수준이 프랑스와는 비교 불가다.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와 음료수를 마시면서 와이파이로 숙소를 검색한다. 오늘은 디아노 마리나라는 동네까지 달리기로 한다.


고속도로같은 자전거길은 산 레모를 지나서도 계속 이어진다. 해변을 달리고 터널도 지난다.


산 로렌조 알 마레 (San Lorenzo al mare)라는 마을에서 자전거길의 끝에 다다른다. 디아노 마리나까지 이어지는게 아니었나???


이 산 로렌조의 자전거도로 끝 지점에서 산 레모까지의 17.6 km 구간에서 2015년 지로 디탈리아의 첫 스테이지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숙소를 예약한 디아노 마리나까지는 자전거길은 없지만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SS1번 도로가 이어진다. 바로 옆에 쓰이지 않는 기찻길이 언젠가는 자전거길로 확장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해안길을 달리다가 임페리아(Imperia)라는 도시를 지나간다.


임페리아를 벗어나니 꽤 가파른 언덕길을 넘게 된다. 니스에서 늦게 출발했는데도 100 km 가까이 달리다보니 슬슬 해가 기울려고 한다. 어차피 넘어야 하는 언덕길, 오늘 넘으나 내일 넘으나...


오늘 숙소를 예약한 디아노 마리나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해변에서 한 블럭 정도 안 쪽에 있는 숙소는 생각보다 괜찮아보인다. 프랑스에서 국경을 막 넘었을 뿐인데 숙박비는 반절 가격에 조식도 준다. 프론트 직원들의 세세한 친절함도 프랑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자전거를 조금 개방된 실내 탁구장에 두라 하는데 밤에는 잠궈두는 곳이라고 한다.


숙소에서 나와서 조금 걸어가니 생맥주를 파는 카페가 있다. 조금 춥긴 하지만 바람을 막아주는 테라스에 앉아서 생맥주를 한 잔씩 한다. 와인 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이탈리아 맥주들도 맛있다.


디아노 마리나는 우리가 머물기 좋은, 크지 않고 한적하면서도 관광객이 조금씩 오는 조용한 마을이다.


그 동안 일부러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파스타를 안 먹고 참았다. 파스타의 고장 이탈리아에 왔으니 이제 마음껏 먹자.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하나와 샐러드를 주문하고...


지니님이 좋아하는 봉골레 파스타를 2개 주문했더니 큰 그릇에 하나로 나왔다. 큰 그릇에 담아 나오니 꼭 바지락 칼국수 같은 느낌이다. 오랜만에 먹는 이탈리아 파스타가 입에 착 감긴다.


디아노 마리나의 해변을 잠깐 거닐다가 숙소로 돌아간다. 조용하고 멋진 곳이다.


물가 높고, 숙소 수준도 떨어지고, 난폭한 도로 문화에 시달리면서 생각보다 별 것 없던 풍경의 남프랑스를 지나 이탈리아로 "돌아왔다". 5월에 시칠리아를 다녀왔으니 5달도 채 안되어 다시 이탈리아에 다시 온 것이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푸근한 느낌에 빠져 있다가 프랑스의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 낯설고 부담스러웠다. 같은 유럽의 같은 지중해권임에도 프랑스의 다른 느낌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국경을 넘을 때, 그렇게 해방감이 느껴질 줄은 몰랐다. 아마 앞으로 내 발로 프랑스에 갈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이제부터 떠날 때까지 이탈리아를 마음껏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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