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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지니의 지중해 자전거 여행 12

이탈리아 북부 내륙으로

by 존과 지니

2017년 10월 4일


이동 경로 및 거리 : 첼레 리구레(Celle ligure) - 알레산드리아(Allesandria) 92 km

총 누적 이동거리 : 1,076 km



첼레 리구레에서 아침을 맞았다. 호텔 창문으로 밖을 보니 오늘은 맑아 보인다.


오늘도 호텔 조식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이탈리아 북부는 숙박비가 비교적 저렴한 대도 조식까지 포함이니 출발 준비가 편하다.


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지중해 구간을 달리다가 제노아 입구에서 밀라노를 향해 내륙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첼레 리구레를 벗어나서 조금만 달리면 바라체(Varazze)라는 작은 도시가 나온다. 어제 먹었던 파스타의 산지다. 바라체를 벗어날 즈음에 해변길을 따라 가면 자전거길을 달릴 수 있다.


그런데, 마냥 차도를 따라 달리다가 해변길을 못 보고 지나쳐 오르막을 올라가 버린다. 중간에 좀 힘들게 내려가는 길이 있어서 해변까지 내려가서 산책로 겸 자전거길을 달린다.


이 자전거길 겸 산책길은 노면이 그리 좋지는 않아서 로드바이크로 달리기에는 조금 불편하다. 그래도 바다에 바짝 붙어서 달리니 풍경이 좋다.


여기도 철길을 고쳐 만들었는지 중간중간 터널이 있다.


자전거길은 코골레토(Cogoleto)라는 마을 입구에서 잠시 끊어졌다가 마을 끝에서 다시 시작된다.


자전거길 입구에서 길을 못 보고 잘못 들었더니 바로 근처의 경비 아저씨가 멈추라고 하더니 저쪽으로 가라고 말해준다. 자전거길 입구가 우리나라 인도와 같은 보도블록 길이라서 자전거길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조금 달리니 그래피티가 잔뜩 그려진 건물을 관통한다.


멋진 그래피티를 그리고 있는 사람도 있다.


자전거길은 아렌자노(Arenzano)라는 마을에서 완전히 끝나고 이제 도로로 달린다.


멀리에 커다란 도시가 보인다. 제노바(Genova)인가 보다. 꽤 커 보이는 도시니 근처에 가면 차가 많고 혼란스러울 것 같다. 다행히 우리는 제노바에 들어가지 않고 그전에 내륙으로 산을 넘을 예정이다.


아직 제노바까진 꽤 남은 것 같은데 복작복작하고 차량이 정체되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내륙으로 들어갈 것이다.


개천을 따리 한적한 길로 언덕을 올라가려는데 길이 끊어진다. 분명히 길이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다.


다행히 건널 수 있는 보행로 다리가 있어 반대편 도로로 넘어가서 달린다.


여기는 알프스 산맥의 끝자락이다. 이 산줄기가 제노아를 지나 친퀘테레라 불리는 해안 구석 마을들로 이어진다. 친퀘테레는 이탈리아 해안 구석의 오지 마을들로 이제는 유명해져서 관광객이 들끓는 오지 아닌 오지가 되었다.


원래 완만한 300m급 오르막을 쉽게 올라가려는 루트였는데 초반부터 이상하게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난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원래 가려고 했던 제노아 입구가 아닌 메레(Mele)라는 마을에서 원래의 경로를 벗어난 것이다. 훨씬 높은 600 m급 오르막을 올라서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루트라 돌아가자고 하니 지니님이 그냥 가자고 한다.


가을은 가을인지 길가에는 밤송이가 잔뜩 떨어져 있다.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날카로운 초록 밤송이만큼은 아니지만 갈색 밤송이들도 얇은 레이싱 타이어로 밟아서 좋을 것은 없으니 조심해서 피해 간다.


자전거길 표시가 있으니 자전거가 가는 길이 맞기는 한가 본데 오르막이 끝나질 않는다.


구불구불하지만 포장이 잘 된 산길을 오르니 경치는 좋다. 차량 통행은 거의 없지만 큰 버스들이 가꿈씩 다니니 주의해야 한다.


이 언덕길은 마지막에 터널을 통과해서 반대편으로 넘어간다.


터널을 지나고부터는 얼마 동안은 내리막이다. 편하긴 한데 배가 고프다. 해변에서 간식이라도 먹고 쉬었어야 했나 보다. 이미 점심시간인데 식사를 할만한 식당이 안 보인다.


아직은 리구리아 지역임을 알려주는 캄포 리구레라는 마을 입구의 카페에서 잠시 쉰다. 안쪽의 테이블에서 마을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지니님은 좀 더 가서 먹자고 한다.


다양한 올빼미 장식이 눈에 띄는 카페다.


일단은 열량이라도 채우자. 커피와 콜라를 주문하고 잠시 쉰다.


이탈리아 북부 산골에서 가을의 계곡 풍경을 즐기면서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계곡의 모습은 강원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그 배경으로 이탈리아의 마을들이 있으니 조금 다른 느낌이다.


이대로 길을 따라가면 알레산드리아로 갈 수 있다. 이미 점심시간이 끝나가는데 65 km나 남았으니 열심히 달려야 할 듯하다. 일단 점심 식사는 오바다(Ovada)에 가서 먹기로 한다.


오바다에 도착했는데 괜찮은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동네를 헤매다가 결국엔 성당 앞까지 가보니 문을 연 식당이 있다.


두시 반까지 영업을 한다는데 식당에 들어가니 시간은 이미 두 시 35분이다. 직원이 시계를 힐끗 보더니 앉으라고 한다. 다행이다.


일단 배가 고프니 샐러드와 파스타를 주문한다. 샐러드는 지니님이 싫어하는 생당근이 많이 나왔다. 그럼 생당근은 다 내 거다.


지니님은 봉골레 스파게티를 주문한다. 꽤 맛있다. 이번 여행에서 먹은 최고의 봉골레 스파게티였다.


나는 문어 뇨키를 주문했다. 파스타 자체는 떡볶이 비스무리하고 파스타와 문어의 구분이 잘 안 되지만 맛있다.


후식으로 가볍게 커피도 한 잔 마신다. 우리에게 음식을 차려주고서는 식당 사람들도 근처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기 시작한다. 동양 사람을 그리 보기 힘든 곳이라 그런지 우리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부터 이것저것 물어본다. 주인 부부도 세계 여기저기를 많이 여행하는 사람들인 듯하다. 유쾌한 사람들이지만 이탈리아 말을 못 하니 의사소통이 힘들다.


오바다에서부터는 SP185번 도로를 따라서 알레산드리아로 달린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루트로 와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지만 길이 거의 직진이라 어렵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넓디넓은 평원이 펼쳐지지만 초록이 사라지는 시기인지라 풍경이 조금 아쉽다.


거리가 짧지는 않았지만 어렵지 않게 알레산드리아에 도착했다.


일단 숙소부터 예약해야 한다. 근처 젤라또 가게에서 젤라또를 먹으면서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근처 숙소를 찾는다. 비수기에 관광할만한 것도 없어 보이는 동네라 숙소도 어렵지 않게 예약할 수 있었다.


왔던 길을 조금 돌아가서 골목길로 들어가서 숙소에 도착했다.


무난히면서 아늑한 숙소다. 자전거도 육중한 철문을 열어야 들어갈 수 있는 지하의 창고 같은 곳에 보관해준다. 4성이라 되어 있긴 한데 시설은 무난한 3성급 정도다.


골목이 좁은데도 커다란 시내버스들이 이리저리 아슬아슬하게 코너를 돌아다니는 곳이다. 날씨가 쌀쌀하지만 자전거 타기가 끝났으니 일단 맥주부터 한 잔 한다.


저녁을 먹으려 나섰는데 목표로 했던 식당이 문을 닫았다. 성당 근처에 식당이 많고 미슐랭에도 선정되었다는 식당도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따듯하고 아늑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열심히 먹어보자 하고선 와인과 파스타 두 접시에 메인도 하나씩 시켰다. 와인도 적당하고 파스타도 먹을만하다.


그리고 문제의 메인 요리...

지니님은 생선 필레를 생각하고 바깔라우(대구)를주문했는데 생선 토막이 나오는 다른 곳과는 달리 생선살을 다진 것이 나왔다.


나는... 주문할 때 물어보니 자꾸 갈비뼈 쪽을 가리키면서 이 부위라고 한다. 갈비나 삼겹살인가 보다 하고 시켰더니 이탈리아식 내장탕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맛있게 끓인 내장탕은 잘 먹는데... 이건 깨끗하게 손질하고 잡내를 없.... 애는 노력을 하나도 하지 않은 듯하다. 맛없는 내장탕 특유의 냄새가 난다.

지니님은 먹지 말라고 말리는데 냄새만 아니면 먹을만하기에 어찌어찌 1/3은 먹었다. 더 먹다간 입에서 내장 냄새가 안 빠질 듯해서 그만 먹고 나온다. 지니님도 바깔라우 요리가 그리 마음에 안 들었다고 한다. 작정하고 풀코스로 먹으려 했더니 하필이면 이번 여행 최악의 음식이 나와버렸다. 어쩐지 육류 치고는 가격이 싸더라니 이탈리아 사람들도 내장 요리를 먹긴 하는구나.


출발해서 이제 1,000 km가 넘었다. 지중해를 벗어나 산을 넘어 이탈리아 북부 내륙으로 들어왔다. 이제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밀라노까지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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