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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12. 2017

존과 지니의 지중해 자전거 여행 15

밀라노 나들이

2017년 10월 7일


이제 비행기로 돌아가기 전 남은 이틀을 밀라노에서 보내야 한다. 자전거를 포장할 박스를 아직 구하지 못했으니 오늘 내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밀라노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최후의 만찬이 있다. 최후의 만찬을 보기 위해서는 비바 티켓이라는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해야 한다.


워낙 인기가 많은데 보존을 목적으로 입장 인원을 시간 별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표가 빨리 매진되니 관람 한 달 전에 미리미리 예약해야 한다.


 일정에 맞춰서 미리 예약해놓은 것이 오늘 오전이다. 호텔을 나서서 근처에서 지하철을 타고 콘실리아쵸네(Conciliazione)역에 내려서 조금 걸어가면 된다.


밀라노를 돌아다닐 때 꼭 필요한 것이 이 지하철 1일권이다. 밤 12시까지 쓰는 것이 아니라 만 24시간 동안 쓰는 것이니 계산만 잘 하면 저렴하게 밀라노를 돌아다닐 수 있다.


일찌감치 출발해서 콘실리아쵸네(Conciliazione) 역에 내렸다.


조금 걸어가니 저 멀리 최후의 만찬이 있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가 보인다.


너무 일찍 도착한 듯하다. 교회 건물이 해를 가려 광장에 있으니 춥다.


바로 트램길 건너편에 카페가 있으니 들어가서 간단히 아침을 먹으면서 쉬기로 한다. 버터가 듬뿍 들어간 맛있는 크로와상과 카푸치노, 그리고 오렌지 쥬스를 먹는다.


예약을 했다고 무작정 입구로 돌진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건물 왼편으로 다른 건물에 매표소가 따로 있다. 여기서 예약을 확인하고 티켓을 받아서 나와야 한다.


그리고 시간에 맞춰 들어가서 입장하면 된다. 통로는 교회 내부로 가지 않고  부속 건물로만 이어진다. 최후의 만찬은 교회 강당이 아닌 수도원 식당에 그려진 벽화이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식사를 한다니 참 어울리지 않는가?


이것이 그 유명한 최후의 만찬이다. 예수님 아래쪽의 까만 부분은 원래 식당 출입구였는데 벽화 보존을 위해 막았다고 한다. 사실 이 벽화는 손상되기 쉬운 템페라 물감으로 그려진 데다가  이미 있는 대로 훼손되어서 대대적인 보수 작업이 시작된 1970년 대에는 이미 형체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새로 덧칠하면서 원본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12 사도들의 상징성을 잘 나타내는 그림이라고 하지만 나처럼 기독교인도 아니고 12 사도들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려진 등장인물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게 설명이 있다.


최후의 만찬을 그린 다른 화가의 작품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뻣뻣하고 경건한데 반해서 이들은 할 말이 참 많고 시끌시끌한 모습이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너희 중에 배신자가 있다."라고 말한 직후의 부산함이 잘 나타나 있다.


출구로 나가는 쪽인 반대편에는 도나토 데 몬토르파노라는 화가기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를 그렸다. 세기의 명화라는 최후의 만찬에 가려져 관람객들에게 그리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예수가 로마군에 체포되기 전과 후를 다루는 두 작품의 연결이 참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최후의 만찬을 잘 보고 나왔다. 이제 토요일 오전 중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어제 들렀지만 문을 닫아버렸던 가게가 문을 닫기 전에 도착했다.


예상은 했지만 포장재 전문 가게였다. 다양한 박스들이 있는데 내가 원하는 길고 폭이 좁은 박스는 없다. 고민을 하다가 큰 박스를 반으로 잘라서 뚜껑을 덮는 방식으로 포장하기로 한다.


커다란 박스를 머리에 이고 몇 블럭을 걸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혹시라도 자전거 여행을 밀라노에서 끝내는 사람을 위해서 박스 판매점 정보를 남긴다. 전문 포장재 판매점인 만큼 가격이 싸지는 않지만 완충재나 테이프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자전거 박스는 없지만 큰 박스를 구입해서 잘라서 쓰면 된다.


Passerini Imballaggi

Via Gianfranco Zuretti, 45, 20125 Milano MI, 이탈리아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MaaZ1iu13nM2

공식 홈페이지
http://www.passeriniimballaggi.it




일단 배가 고프다. 호텔 식당의 깔끔한 토마토 스파게티와 스테이크로 점심을 먹는다. 호텔 치고는 그리 비싸지 않은, 일반 식당 수준의 가격이었다. 음료수만 비쌌다.


점심을 먹고 포장을 시작하려고 보니 중간에 덧댈 완충재가 너무 부족하다. 뒤에 세워진 호텔 무료 렌탈 자전거를 빌려다가 근처 중국 잡화점들을 돌아다니면서 비닐캡을 몽땅 사 와서 채워 넣는다. 오래 걸렸지만 튼튼하고 나름 부피가 작은 자전거 포장을 끝냈다.


이제 다시 지하철을 타고 밀라노 대성당으로 가서 밀라노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긴다.


여기저기 저녁 먹을 곳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대성당 광장 서쪽 거리에서 적당한 식당 테라스에 앉는다. 첨에 앉았던 테이블 바로 뒤에서 한국 여자 셋이 미친 듯이 떠들어댄다. 너무 시끄러워서 좀 떨어진 다른 자리가 생기자마자 바로 옮겼다. 멀리 떨어졌는데도 시끌시끌하다.


마지막 밤이니 맛있는 것을 먹자. 마침 와인 목록에 이탈리아 북부의 유명한 바르바레스코 와인도 있으니 주문한다. 가장 유명하다는 바롤로 바로 옆 동네다. 이번 여행에서는 비록 비싼 와인은 아니지만 이탈리아 북부를 대표하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와인을 모두 마셨으니 아쉽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날마다 시원한 맥주가 땡겨서 정작 와인을 제대로 마시지도 못했는데...  


샐러드와 함께 와인을 마시고 있으니 주문했던 타르타르와 스파게티들이 나온다.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엄청 다양하지만 스파게티만큼 먹기 좋고 무난한 것이 없는 듯하다. 


오후 내내 자전거 포장 때문에 고생했으니 든든하게 먹고 쉬다가 근처의 지하철을 타고 돌아간다.

어쨌든 자전거 포장을 완벽하게 해서 다행이다. 이제 내일 밀라노 말펜샤 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밀라노 말펜샤 국제공항은 우리나라 인천공항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밀라노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다. 호텔과 밀라노 중앙역도 걸어가기엔 상당히 멀고 여기서 또 공항버스를 타고 가려니 너무 귀찮다. 자전거가 없다면 별 일이 아니지만 자전거 박스 두 개를 가지고 이동하려면 큰 일이다. 그래... 이럴 때는 돈으로 해결하자. 호텔 프런트에 요청해서 아침에 콜밴을 부르기로 한다.



2017년 10월 8일


일찌감치 서둘러서 체크아웃하고 나가서 택시를 기다리려니 벌써 콜밴이 대기 중이다. 유쾌하고 친절한 기사님 덕분에 아주 편하게 말펜샤 공항에 도착한다.


체크인을 마치고 공항의 큰 짐 부치는 곳에서 자전거를 보내고 게이트로 들어온다. 마침 큰 짐 부치는 곳이 출국장 입구라 편하다.


출국 준비를 끝냈으니 간단히 뭘 먹고 싶어서 푸드코트를 헤맨다. 택시비로 남은 현금을 탈탈 털어서 냈는데 하필이면 푸드코트의 카드 결제 시스템이 통째로 안 된다고 한다. 마지막 스파게티를 먹고 싶었는데 마침 푸드코트의 즉석 스파게티 집도 영 이상한 것이 맘에 안 든다. 남은 얼마 안 되는 유로화를 가지고 저렴한 카페를 찾아 앉았다. 다행히 커피와 크로와상 세트도 저렴하고 착즙한 오렌지 주스와 생맥주까지 저렴하다. 가지고 있는 돈에 딱 맞는다.


탑승 게이트 근처에 앉아서 창밖을 보니 밀라노 공항에서 저 멀리까지 평지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솟아오른 눈이 쌓인 알프스 산맥의 초입이 보인다.


갈 때와 마찬가지로 올 때도 홍콩을 경유한다. 홍콩 공항 면세 구역의 음식이 형편없는 것은 갈 때 겪었으니 이번에는 입국 게이트로 들어가서 공항 푸드코트로 가본다.

새우 완탕면과 새우 샤오마이, 그리고 샤오롱바오를 파는 시내의 유명 식당이 입점해 있다고 한다. 중국 광둥요리는 영 입에 안 맞는 것이 많은데... 유명 식당이란 곳도 마찬가지이다. 완탕면의 퍼석한 면 식감이 그리 마음에 안 든다.


그나마 새우 샤오마이는 먹을만하다.

 
한국에서 내가 잘 먹는 샤오롱바오도 만두소에 무슨 고기떡 같은 게 들어 있어서 완전 실망이다.


그래도 배는 채웠으니 남은 시간은 조용한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비행기는 다시 대만에서 잠깐 내렸다가 다시 탄다. 추석 황금연휴라 저렴한 표라도 상당히 가격이 올라 있었는데 번거롭다. 우리나라가 외국 여행을 하기에 안 좋은 나라인 이유 중 하나가 최대의 연휴인 추석 기간이 중국이나 대만과 겹치기 때문에 비행기표도 비싸지고 관광지에도 시끄러운 중국인들로 바글거린다는 것이다.


아침에 출발해서 결국 한참을 비행기와 공항에서 보낸 끝에 인천에 도착했다. 비행기창 아래 저 밑으로 제부도가 보이니 거의 다 왔다.


인천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전거 박스를 찾는 것이다. 대형 수하물 나오는 곳에 가보니 얼마 안 있어 우리 박스들이 나온다.


박스를 살펴보니 신경 쓰이는 상처가 나있다. 이럴 때는 상처 난 곳의 사진 촬영을 꼼꼼히 하고 출국장을 나가지 말고 짐 찾는 곳에서 바로 열어봐야 한다.


자전거를 바로 조립해 보았더니 다행히 문제는 없었다. 지난번 중국동방항공을 이용할 때 파손사고로 비행기 수하물에 예민해져 있었는데 이번 항공사는 중국동방항공처럼 짐을 험하게 다루지는 않은 것 같다.


자전거도 사람도 문제없으니 이제 집으로 간다. 이로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서 프랑스 남부를 거쳐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까지 1200 km에 이르는 2017년 추석 연휴의 지중해 자전거 여행이 무사히 끝났다.


작년 추석의 스페인 지중해, 이번 봄의 시칠리아, 그리고, 이번 여행까지 총 3,000 km에 이르는 세 번의 지중해 여행을 연속으로 다녀왔으니 당분간은 지중해를 좀 벗어나 볼까 한다. 하지만, 수년 내에 이 멋진 지중해를 다시 찾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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