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끝, 밀라노
2017년 10월 6일
이동 경로 및 거리 : 비나스코 - 밀라노 25 km
총 이동 누적 거리 : 1180 km
비나스코에서도 호텔 조식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직원 할아버지가 식당과 주방 사이를 오가면서 음식이 떨어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챙긴다. 손님들에게 기분 좋은 아침 인사는 기본이다.
유럽의 호텔 조식은 베이컨과 에그 스크램블 외에 따듯한 음식을 보기 힘들다. 베이컨과 에그 스크램블만 나와도 충분히 좋은 구성이란 소리다.
오늘은 조금만 달리면 밀라노에 도착한다. 숙소에서 비나스코 입구의 큰길까지는 슬슬 걸어간다. 여유 있게 아침 햇살을 느끼며 걷는 것도 좋다.
비나스코 입구에서 어제 건너온 포 강으로 흐르는 수로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밀라노에 도착한다. 일단 수로 옆의 자전거길을 따라 올라가기로 한다.
자전거길로 내려가는 초입은 비포장길이지만 자전거길 자체는 포장 상태가 좋다. 이 자전거길은 반대 방향으로는 파비아(Pavia)까지 이어진다.
호젓하고 멋진 자전거길이지만 밀라노 시내까지 완벽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중간에 한 번 수로를 건너갔다가 자전거길 자체가 없어지고 일방통행 길이 나타나면 다시 건너서 시내 방향의 차도를 따라서 달려야 한다.
밀라노 중심부에 가까워질수록 차들이 많아진다. 조금이라도 조용한 길을 찾아서 빙빙 돌다가 결국 다시 원래의 수로 옆 찻길을 따라 달린다. 마침 나타난 장바구니 자전거로 무심하게 질주하는 아주머니를 따라서 밀라노 시내까지 달린다.
밀라노에 들어서서 먼저 예약한 숙소로 가려했더니 지니님이 밀라노 대성당부터 가자고 한다. 큰 도시인 밀라노의 복잡한 시내에서 밀라노 대성당을 찾아가야 한다.
밀라노 시내에는 트램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패션의 도시라는 밀라노의 시내는 온갖 패션 브랜드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사람도 많다.
시내를 이리저리 달려 찾아가니 하얗고 화려한 건물이 나타났다. 밀라노 대성당이다.
드디어, 이번 여행의 끝인 밀라노 대성당에 도착했다. 실제로는 여기저기서 헤매 다닌 것 때문에 여기 도착했을 때, 내 속도계의 거리 기록이 1200 km를 넘겼다. 이로서 끝이 난 지중해 자전거 여행의 인증샷을 남겨본다.
다른 여러 대성당들처럼 밀라노 대성당도 뒤쪽 부분이 한창 보수 공사 중이다. 한 번 공사를 시작하면 수년이 걸리니 당분간은 이 모습일 것이다. 보수하는 공사장 벽에서 익숙한 대형 광고 스크린이 보인다.
대성당의 뒤쪽은 이렇게 생겼다.
대성당 뒤쪽부터 산 바빌라 광장까지는 온갖 패션 브랜드들이 줄지어 있는 패션의 거리다. 사람들이 엄청 많아 자전거를 타고 갈 수는 없으니 슬슬 끌고 걸어서 빠져나온다. 다시 큰길부터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아직 숙소까지는 좀 더 달려야 하지만 길이 복잡하지는 않다.
이제 점심 먹을 시간이다. 한국을 떠난 지 2주가 되었으니 슬슬 한식이 땡긴다. 마침 밀라노에 비교적 저렴한 한식당이 있어 들러본다.
지니님은 라면에 공깃밥을 주문한다. 사실 여행 내내 지니님이 그토록 찾았던 것이 라면인데 우리가 달린 경로에는 중국이나 중동계 아시안 마켓 밖에 없으니 한국 라면을 구할 기회가 없었다.
나는 오징어 덮밥을 주문했다. 맛은 국내의 분식집에서 먹는 맛이랑 똑같다. 만족스럽다. 밀라노에는 몇 군데 한식당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분식집스럽지만 가장 저렴한 곳이라고 한다.
한식당에서 자전거로 천천히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유명한 호텔 체인인데 밀라노에서는 조금 외곽에 위치해 있다. 체크인하고 자전거는 일단 자전거 거치대에 둔다. 보안이 잘 되어 있는 호텔 내부라 자물쇠로 간단히 묶어만 둔다.
밀라노에서 며칠 묵을 숙소는 일반 객실이 아닌 침실, 거실 겸 주방,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는 넓은 스튜디오다. 지니님이 아주 만족스러워하니 좋다.
잠시 쉬다가 외출을 한다. 오늘 목표는 자전거 가게에 들러 박스를 구하는 것인데 해가 저물 때까지 돌아다녔는데 결국 못 구했다. 다행히도 마지막 자전거 가게에서 박스 파는 곳의 위치를 알려줬는데 가보니 문 닫고 퇴근 중이라 내일 다시 오라고 한다.
동네를 온통 돌아다녔더니 힘들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중간은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차이나 타운이다. 지니님이 중간의 파스타집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하는데 중국 사람이 하는 식당에서 파스타라니... 하는 생각에 그냥 가자고 했다.
그런데, 호텔 근처에는 파스타집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그나마 가장 가까운 피자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이탈리아라 하면 피자지만 지난 시칠리아 여행에서 이미 피자에 완전히 질려 있었기에 웬만하면 가기 싫었는데 그나마 좀 독특하면서
깔끔한 집이라 다행이다.
먼저 이탈리아에서 가장 흔하고 무난한 비라 모레띠를 한 잔씩 하고 피자도 한 판씩 먹는다.
이탈리아 음식의 대표라고 하면 피자와 파스타다. 파스타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데 피자는 이번 식사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질려버렸다.
자전거 여행이 끝났으니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바로 자전거를 포장할 박스를 구하는 것이다. 주말에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고 쉬기 때문에 금요일인 오늘 어떻게든 구해보려 했는데 실패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밀라노라는 대도시에서 박스를 구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