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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ul 05. 2018

존의 호주 여행 2 - 케언즈 자전거 여행

 렌탈 자전거로 케언즈 한 바퀴

2018년 6월 19일


오늘은 저녁 7시 비행기로 케언즈를 떠나야 한다. 케언즈에서 무언가 액티비티를 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놔야 하는데 그냥 쉴 생각으로 아무 준비도 안해 놓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많은 시간 동안 멍때리기가 아깝다. 내가 원래 하던 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렌트하기로 한다.


시내에 평이 좋은 자전거 렌탈샵이 있어서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가본다. 자전거 타는데 필요한 짐 외에는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면서 맡겨두었다.


자전거 렌탈샵에 갔더니 아직 문을 안 열었다. 어제 렌트했던 여자 손님 한 명도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얼마 후 쾌활한 성격의 주인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가게를 열고 빼곡하게 들어차있는 자전거를 꺼내기 시작한다.


빌릴 수 있는 자전거와 스쿠터들이 쭉 있고 요금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로드바이크를 빌리고 싶지만 너무 비싸다. 가성비 좋은 하이브리드를 하루 렌트하기로 한다.


내가 원하는 S사이즈의 자전거는 안쪽에 있으니 조금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 후 이 녀석을 꺼내준다. 24단의 하이브리드 자전거인데 상당히 묵직하다. 자물쇠와 헬멧도 함께 빌려주고 안장가방에는 여분튜브와 타이어주걱이 들어있다. 안장이 낮아서 올려달라고 하니 나한테 정확하게 맞게 올려준다.  브레이크 레버 위치는 좀 안 맞는데 이것까지 하기엔 일이 커지니 그냥 이대로 달리기로 한다.


출발하기 전에 주인아저씨에게 어디로 가면 좋을지 물어보니 케언즈 지도를 하나 뜯어내서 형광펜으로 코스를 쭉 그려준다.


어디로 갈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주 자세한 코스 지도를 얻었다. 맨 위에 두 코스 중 하나는 해변이 있는 팜 코브와 수력 발전소가 있는 바론 협곡으로 가는 길인데 선택사항이다.


일단 케언즈 보타닉 가든으로 가기로 한다. 차도에 자전거길 표시가 되어 있으니 자전거길을 따라 가면 된다. 다만, 우리나라와 통행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차들이 내 오른쪽으로 지나가는게 신경쓰인다. 금방 적응되겠지.


달리다보니 첫 목적지인 케언즈 보타닉 가든의 입구이다.


플리커 가든 쪽은 자전거로 들어갈 수 없고 보드워크나 주변 공원은 산책객들을 조심해서 자전거로 다녀도 된다.


호수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프레쉬워터 레이크(맑은 물 호수)이고 다른 하나는 솔트 워터 레이크(짠 물 호수)라고 한다. 근데 내가 보기엔 모두 똥물이다.


공원길을 보행자들을 위협하지 않도록 살살 달린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답게 로드바이크 규격이지만 넓은 타이어로 어지간한 흙길은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


대나무 숲도 있는 공원을 적당히 돌고나니 아침을 아직 안 먹었더니 배가 고프다.


방문자 센터에 가보니 카페가 있다.


근처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늦은 아침을 먹어야겠다.


오랜만의 에그베네딕트에 수박을 베이스로 이것저것 넣은 선라이즈 주스를 주문했다.


방문자 센터 근처에 플리커 가든이 있다. 여기는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보고 가야지... 자전거는 묶어두고 슬슬 걸어간다.


열대우림으로 유명한 케언즈답게 이상하게 생긴 식물들이 많다.


벌통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토종벌이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꿀벌보다 작고 독침도 없다고 한다. 크기가 딱 날개달린 개미같다. 우리나라보다 살기가 좋은 곳이라 그럴까? 열대 기후라 생산성이 높은 덕분일까? 우리나라 꿀벌이나 토종벌보다 한참 약해보이는 벌들인데 잘 살고 있다.


울창한 숲을 걷는 기분은 참 좋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특이한 꽃들이 피어 있다.


조금 평범한 풀이라고 생각한 것도


뿌리쪽 줄기에 이상한 덩어리를 가지고 있다.


보타닉 가든에서 시간을 꽤 보냈다. 열대우림의 신기한 식물이 잔뜩 있는 정원을 걸으니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시 지도에 표시해준 길을 찾아 달린다. 보타닉 가든의 동쪽 출구에서 다리를 건너기 전에 자전거가 갈 수 있는 샛길이 있다.


케언즈 시내에서 흘러나온 릴리강을 따라서 달린다. 강물을 따라서 숲에 둘러싸여서 달리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중간에 갈림길이 있는데 큰길로 나갈 필요 없이 좌회전해서 계속 달리면 된다.


케언즈 공항 근처 동네인 에어로글랜의 쿼리가(Quarry street)에서 자전거도로는 끝나는 듯하지만 큰길로 나가보면 바로 큰길 옆으로 이어진다.


중간에 기찻길을 건너야 하는 구간에서는 이 통로로 건너면 된다. 당연히 기차가 오는지 조심해야 한다.


공항 근처를 지나면 무언가 키 큰 식물이 잔뜩 심어져 있는 밭이 이어지는 평지 자전거길을 쭉 달린다.


계속 이어질 것 같던 자전거길은 프레시워터 포니 클럽(Freshwater pony club)이라는 당나귀 승마장 앞에서 끝난다.


이제 렌탈샵 아저씨가 알려준 차 없는 한적한 길을 달린다. 지도에 그려준 경로는 정말 자전거로 달리기 좋은 길을 엄선해둔 것 같다.


두 옵션 중에 팜 코브는 꽤 멀어보이니 바론 협곡을 가보기로 한다. 바론 협곡(Barron gorge)으로 가는 길은 바론 강을 따라 가면 된다.


한적한 길을 따라 가다보면 애매한 사거리에서 스미스필드로 가는 자전거길 표시를 만나게 된다.


이 작은 자전거길로 가면 된다.


카메룬가 지역공원(Kamerunga regional park)의 자전거길을 따라 가다보면 바론 강을 건너게 된다.


바론강을 건너면 레이크 플라시드라는 동네다. 바론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자. 어쩌다보니 인도를 올라서 달리게 되었는데 차도로 달려도 된다.


우체국을 겸하는 매점이 하나 있다. 콜라를 하나 사서 시원하게 마시고 잠시 쉰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서 쳐다보니 강아지님께서 나를 지긋이 쳐다본다.


잠시 쉬었으니 다시 출발하자. 레이크 플라시드 레크리에이션 지역은 지도를 보니 별 거 없어 보이니 들어가지 않고 바론 협곡 방향으로 달린다.


바론 협곡도 국립 공원인가보다.


힘들지 않은 약한 오르막길을 5 km 정도 달려야 한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인기 없는 관광지인 듯한데 그래도 드문드문 차가 다닌다.


바론 협곡의 물줄기가 보인다. 똥물이다... 청정한 자연이 떠오르는 호주, 그것도 케언즈인데 물이 그리 맑지 않다. 여기도 최상류가 아닌, 쿠란다 지역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의 중간 지점이다.


바론협곡의 끝이다. 앞의 관광용 밴 차량은 한 무리의 중국인들을 내려놓는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충 둘러보고 다시 떠나니 세상도 다시 조용해진다. 10년 전에는 동양인 케언즈 관광객의 대부분이 일본인들이었는데 지금은 일본인들은 별로 없고 중국인들이 바글바글하다. 어지간한 관광객들은 오지 않는 이 한적한 곳까지 중국인들이 나타난다.


바론 협곡에는 상류에서 하류로 물줄기가 지하로 통과하는 수로를 이용한 수력 발전소가 있다. 발전소로 가는 다리 위를 걸어본다. 상류로는 길게 이어진 케이블카로 바론 강을 가로질러 열대우림을 볼 수 있는 쿠란다 열대 우림지역이 있는데 여기서 보이지는 않는다.


바론 협곡에서 가장 볼만한 곳이 있다면 243m 높이에서 바론 강까지 떨어지는 서프라이즈 크릭 폭포이다. 호주의 다른 곳에 같은 이름의 더 유명한 폭포가 있긴 하지만 이 폭포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볼만하다.


다리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어서 내려가본다.


아까 폭포를 보았던, 수력 발전소로 연결되는 다리이다.


물은.... 깨끗하진 않다.


이제 바론 협곡에서 나와서 크리스탈 폭포로 간다. 카메룬가 쪽으로 가서 레드린치 방행으로 큰 길을 달린다.  


록스 로드(The rocks road)방향으로 자전거길 표시가 되어 있는데 그냥 지도의 경로를 따라 최단거리인 큰 길을 달린다. 저 자전거길은 돌아올 때 갈 것 같다.


호주답게 야생동물 주의 표시가 캥거루로 되어 있다. 실제로 많은 캥거루들이 로드킬을 당한다고 한다. 호주에서만 살면서 로드킬을 많이 당하는 동물이니 우리나라의 고라니같다.


크리스탈 계곡에 거의 다 와간다.


입구의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1.2 km 정도를 걸어들어가야 한다. 차에서 내리는 서양인들이 대부분 수영복 차림인 것으로 봐선 계곡 물놀이 명소인 듯하다.


가는 길의 수풀에서 뭐가 부스럭거린다 했더니 칠면조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크리스탈 폭포로 올라가는 길, 짙은 산그늘이 깔리는 계곡과 환한 햇살이 내리쬐는 나무숲이 만나서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독특한 경치를 만들어낸다. 화려한 이쪽 세계와 저 계곡이 분리된 세상같다.


크리스탈 폭포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대로 분홍 소세지색의 서양인들이 수영복만 입고 물가에 줄줄이 모여 있다. 우리나라도 여름에 계곡에 가면 수영복 입고 놀듯이 이것도 서양의 계곡에 가면 꽤 흔한 광경이다.


크리스탈 케스케이드라는 말대로 케스케이드는 보통 규모가 작은 폭포를 말한다. 아담한 폭포수가 쏟아진다.


좀더 상류로 올라가면 케언즈의 식수원인 모리스 호수가 나온다고 한다. 렌탈샵 사장님이 그려준 지도의 마지막 코스인데 시간 상 들르기는 어려울 듯하다. 계곡이라 해도 완전 상류는 아닌 호수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그런지 그리 깨끗하지 않다.


내려오는 길에는 아예 칠면조들이 진을 치고 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왔던 길을 돌아내려오다가 레드린치 밸리 쪽으로 간다. 구글맵에서는 길이 없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렌탈샵 아저씨가 그려준 지도에서 가라는대로 가면 되겠지.


크리스탈폭포에서 흘러내려온 개천을 건너자마자 개천을 따라 가는 자전거길을 볼 수 있다.


울창한 숲속 터널을 달릴 수 있는 멋진 자전거길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는 것 만으로도 좋은데, 자전거길의 노면이나 풍경도 아주 좋은 길이다.


이 자전거길은 케언즈 보타닉가드 근처까지 가는 가장 큰 길인 레드린치 바이패스로드 근처에서 끝난다.


마침 학교 시간이 끝났는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가 있다. 아이를 따라가니 큰길 옆으로 자전거길이 쭉 이어진다.


자전거길이 끝나고 아이도 마을로 들어간다. 고속도로급의 큰길로 달려야 하는데 걱정없다. 여기 호주는 어지간한 큰 길은 갓길이 아주 넓고 이 갓길로 자전거 통행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달리다보면 지도에 표시된 마지막 코스인 모리스 호수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아쉽지만 슬슬 자전거를 반납해야 할 시간이라 모리스 호수는 갈 수 없다. 바론 협곡을 가지 않고 여기를 가는 것은 어떨까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케언즈 근교의 마누라(Manoora)라는 마을에서 큰 길을 벗어나 한 블럭 더 가면 케언즈 보타닉 가든 근처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렌탈샵에 자전거를 반납한다. 신용카드 번호로 보증을 해놓고 자전거를 타고난 후에 반납할 때 보증서를 파쇄하고 렌탈료를 지불한다. 영업 종료인 4시 반 이후에 반납하면 패널티가 크게 붙으니 자전거 여행 시간을 넉넉하게 계획해야 한다.


오늘 달린 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57km 정도 달렸는데 보타닉가든과 크리스탈 폭포에서 걸은 것 때문인지 꽤 힘들다.


시골 구석으로 다니다보니 점심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식사를 못했다. 4시 반이 되어서야 케언즈 야시장 푸드코트의 규동을 한 그릇 먹는다.


이제 케언즈를 떠나야 할 시간이다. 케언즈 공항에 가서 생맥주를 한 잔 하고 비행기를 탄다. 항상 느끼지만 호주는 술값이 싸지 않다.

오늘 자전거를 탄 덕분에 시간 낭비 없이 케언즈에서의 3박 4일을 아주 충실하게 보낸 듯하다. 언제 케언즈에 다시 찾아올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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