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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19. 2018

존의 스쿠바 다이빙 입문기 5

펀다이빙 2


올랑고섬에서의 펀다이빙은 만족스러웠다. 또 다른 곳에서 다이빙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번에는 여기 막탄섬에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

포인트라 할 수 있는 날루수안(Nalusuan)섬에 가기로 한다. 날루수안은 올랑고섬의 가장 아래에 있는 아주 작은 섬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화창하니 날씨가 맑다.


오늘도 마이크 선생님 인솔 하에 7명의 다이버가 출발했다. 올랑고와 마찬가지로 날루수안도 가고 싶을 때 막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조금 큰 배를 타고 가야 해서 인원수가 어느 정도 차야 한다. 우리 둘 외에 어제 올랑고에 갔던 세 명과 다른 커플  두 명이 가기로 한다.  


지니님은 이번에 산 고오급 다이버 컴퓨터가 맘에 드나보다. 자꾸 바라보고 있으니 제대로 된 선물해주었구나 싶다.


날루수안으로 가는 길에 지니님 사진도 찍어준다. 그런데... 왜 날이 흐려지지...?


날루수안에 거의 다 왔다. 저기 앞에 보이는 작은 섬이 날루수안이다. 날씨는 점점 나빠져서 은근히 흐리고 파도도 세다.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근처에 닻을 내리지 않고 다른 배에 줄을 엮어서 배를 고정한다.


날이 흐리든 말든 바닷속은 괜찮을 것이다. 준비된 순서대로 입수한다.


첫 번째 다이빙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입수 직후에 지니님의 레귤레이터(호흡장치)에서 공기가 마구 빠져나가는 프리플로우가 발생하여 공기가 1/4정도 빠져가다 멀쩡해졌다. 입수 후에는 초보자 커플이 입수가 늦어져서 수심 6미터 쯤에서 10여 분은 기다리기만 하다가 출발했는데.. 지니님의 레귤레이터가 다시 프리플로우가 발생해서 다른 사람의 옥토퍼스(보조 호흡기)를 물고 올라왔다. 잠시 동안이지만 이쁜 산호초와 많은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냥 올라가야 하니 좀 아쉽다.


시간이 지체된 관계로 첫 다이빙이 끝나고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한다. 날루수안에는 긴 다리가 있어 다리 근처에 배를 잠시 대고 내려서 섬까지 걸어들어간다. 들어오려는 배가 많기 때문에 우리를 내려준 배는 다시 뒤쪽으로 빠져서 다른 배와 묶어둔다.


섬까지 가는 다리는 은근히 길고 설 연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다.


정말 아주 작은 섬이다. 폭풍우 한 번이면 날아갈 것 같은 섬인데 주변에 커다란 섬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어 사람이 살 수 있는 듯하다.


여기 레스토랑은 원하는 만큼 무한정 먹을 수 있지만 부페식이라 하기에 음식 가짓수는 얼마 안된다. 맛은... 솔직히 예식장 부페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그나마도 지니님이 좋아하는 파스타는 금방 다 떨어지고 맛이 애매한 당면이 나와서 지니님은 실망이다.


적당히 배를 채우고 다시 다리를 건너가서 우리 배를 기다린다.


얕은 곳에는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근처 가게에서 파는 물고기밥을 뿌리면 물고기들이 제법 모인다.

우리 배가 들어오긴 했는데... 다른 배들 때문에 가까이 붙질 못한다.


이럴 때는 다른 배 뒤에 묶어서 다른 배를 통해 건너간다.


두번째 다이빙을 시작했는데... 망했다. 무사히 입수했나 싶더니 물 속에서 시야가 안 좋은데 앞서 가는 커플이 일행을 따라 붙지 못하고 떨어져 버려 우리까지 함께 떨어져 버렸다. 바닷 속에서 일행과 떨어지면 잠시 동안 대기하면서 주위를 둘러본 후에 물 밖으로 상승해야 한다. 그런데, 앞의 커플들은 점점 아래로 가라앉고 지니님도 물 속에서 일행이 돌아오길를 기다리자고 한다.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고 앞서 간 일행을 결국 못 찾고 아래로 내려간 커플만 건져 올려서 물 밖으로 올라왔다. 이렇게 일행과 떨어졌을 때, 자신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다이브 컴퓨터와 물 밖으로 올라오기 전에 근처의 배에 다이버가 올라오고 있음을 알리는 다이브 소세지(SMB)라는 부표가 꼭 필요하다. 배로 올라갔더니 다이빙을 두 번이나 실패해서 그런지 마이크 강사님이 사람들에게 한참을 설교한다. 설상가상으로 날씨도 급격하게 안 좋아져서 날루수안에서 제대로 다이빙도 못해보고 철수한다. 마침 물 속 시야도 너무 안 좋아서 그리 아쉽지만은 않다. 내가 실수한 것은 없지만 하루를 완전히 날린 다이빙에서 많은 것을 배우긴 했다.


다이빙샵으로 돌아오고 어쨌든 배는 고프니.밥을 먹으러 가야지...


그 동안 너무 관광객들이 가는 식당만 갔는데, 오늘은 어제 먹었던 꼬치집에서 현지인 식으로 먹어보자. 실제로도 관광객들은 거의 안 오고 현지인들만 와서 간단하게 식사하는 집이다.


여기는 다른 집보다 깔끔하면서 집 안쪽에 테이블이 있어서 앉아서 먹고 가기도 편한 가게다. 꼬치를 구워주는 사람들이 유쾌한 것도 마음에 든다.


일단 시원한 산미구엘 하나씩 마시고, 밥도 주문했더니 봉투에 담아놓은걸 꺼내준다.


닭다리 꼬치가 먹을만하다.


돼지고기 꼬치는 결국 둘이서 10개 먹었다. 먹으면서 보니 우리처럼 먹어치우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현지인들이 쇼마이를 밥에 곁들여 먹길래 우리도 주문해봤다. 맛은 그냥 찐만두 맛이다.


이집 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개 한 마리가 와서 음식을 바란다. 지니님이 안 먹는 돼지 껍데기 부분을 조금 줬더니 한참을 눌러 앉았다. 마사지샵 강아지인 누룽지나 좀 갖다 줄걸...


꼬치집이 이젠 단골이 된 마사지샵 바로 근처니 마사지샵에 들러 2시간 마사지를 받고 들어간다. 숙소에 와서 밖을 보니 여기저기서 죄다 바베큐 파티를 하는지 동네가 온통 뿌옇다.



이제 다이빙을 하는 마지막 날이다. 여태껏 몸 속에 질소를 축적시키는 감압 다이빙을 한 적은 없지만 안전을 위해서 마지막 다이빙을 마치고 24시간 동안은 비행기를 타거나 높은 산에 올라가면 안 된다. 내일 오후 4시 10분 비행기로 출발할 예정이니 오늘 오후 4시까지 다이빙을 마쳐야 한다.


요 며칠 사람이 많아지다보니 늦게 준비하면 우리가 자주 쓰던 익숙한 새 장비를 다른 사람이 먼저 가져가버릴 수 있다. 미리미리 익숙한 장비들과 마스크를 챙겨놓는다.

설 연휴라 그런지 다이빙샵이 풀가동이다. 사장님과 강사님들은 교육하기에 바쁘고 현지인 다이브 마스터들은 체험다이빙을 진행하기 바쁘다. 우리에게도 가이드가 필요하기에 현지인 다이브 마스터가 한 명 붙어 준다.


오전에 날이 조금 흐렸지만 오후에는 다시 맑아졌다.


오전에 두 번, 오후에 두 번해서 총 네 번의 다이빙을 진행했는데 저 마스크 중에 하나가 물이 심하게 들어오는 바람에 지니님이 입수를 한 번 못했다. 다음에는 가급적이면 개인 마스크를 챙겨와야겠다.


다이빙을 끝내고 물 위로 올라오니 딱 4시 10분이다. 기가 막히게 시간을 맞췄다. 이제부터 비행기를 타는 만 24시간 동안은 다이빙을 쉬어야 한다. 물론 높은 산에도 올라가면 안 된다.

마지막 밤이라 생각하니 다이빙샵 앞에 죽치고 있는 염소들마저 친숙한 느낌이 든다.


마침 마이크 선생님도 내일부터 휴일이라고 하니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다.


마이크 선생님이 사는 마을 근처의 피자집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먹는다.


필리핀의 피자와 파스타는 내가 알고 있는 이탈리아 본토의 맛과는 무언가 다른... 필리핀스러운 맛과 향이 조금 난다.


이번 다이빙 내내 초보인 나는 물론, 레스큐 다이버인 지니님도 마이크 선생님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안전하게 다이빙을 마쳤다. 저녁 식사비는 얼마 안 되는 가격이지만 감사의 뜻으로 내가 몰래 계산했다.




세부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너무 일찍 눈이 떠져서 나왔더니 이제 해가 막 떠오르고 있다.


해변에선 강아지들이 주인이 부르니 물 속으로 쪼르르 달려왔다가 나간다.


다이빙하는 내내 물심양면으로 우리를 도와줬던 다이빙샵의 현지인 직원들과도 사진을 남긴다. 얼마 안 되지만 팁도 좀 주고... 친구들 고마웠어~


다이빙샵 한 켠에 그득한 낙서들, 우리도 왔다 간 흔적을 남긴다.


지니님이 쓰면 지니와 존, 내가 쓰면 존과 지니... 그래서 이 여행기가 존과 지니인 것이다.


다이빙샵 사장님의 호의로 직원이 차로 공항까지 데려다 준다. 남은 페소가 간당간당했는데 덕분에 택시비 걱정은 안 하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카운터에 도착하니 갑자기 우리 뒤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조금만 늦었어도 한참 기다릴 뻔했다.


세부 막탄 공항에서는 공항세를 승객이 내야 한다... 1인당 750 페소는 끝까지 챙겨두었다.


출국 수속을 하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왔다. 망고 쥬스를 먹고 싶었는데 마침 파는 곳이 있어서 사먹긴 했다. 사탕수수와 망고를 함께 넣었다고 하는데.. 비싸기만 하고 설탕 넣은 망고쥬스와 별 차이는 없는 듯하다.


이번 여행 내내 다이빙을 했던 막탄 앞바다와 작별을 한다. 이번 여행도 즐거웠다.

역시 한국 사람이 많은 비행기는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옆자리에 아이는 이륙해서 착륙할 때까지 빽빽거린다.


오후 4시에 출발해서 9시 반 쯤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내릴 때 날루수안에서 다이빙을 했던 커플도 만났다. 짐이라곤 달랑 가방 두 개 뿐이니 입국도 일사천리. 9일 만에 돌아온 한국은 많이 따듯해져 있었다. 역시 겨울 휴가는 따듯한 나라로 가는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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