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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ul 12. 2018

존의 호주 여행 4 - 그레이트 오션 로드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12사도 바위

2018년 6월 23일


멜버른에서 할 일은 마치고 토요일이 되었다.  멜버른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12사도 바위라고 하는데 멜버른에서 300km 가까이 떨어져 있다. 버스 투어는 만만찮게 비싸면서 실속도 없을 듯하여 전날 저녁에 미리 렌터카를 빌려놓고 세 명이서 돌아가면서 운전하기로 했다. 물론 국제 운전면허증도 출국 전에 미리 발급받아놓았다.



아침에 원래 일찍 출발하려 했는데 피곤에 쩌들었는지 모두 함께 늦잠을 잤다. 얼른 아침 먹고 출발해야겠다. 슬슬 호텔 조식도 질릴 타이밍이다. 그래도 배를 채워야 하니 안 먹을 수가 없다.


멜버른에서 질롱(Geelong)까지는 내가 운전하기로 하고 이후에는 다른 사람이 운전하기로 했다. 좌측 통행에 운전석도 오른쪽에 있는 나라라 어제 렌터카를 빌려 오면서 적응하려 했는데 아직도 어색하다.

멜버른에서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찾아가는 길은 아주 간단하다. M1 자동차 전용도로를 따라서 질롱을 지난 후, B100번 도로만 따라 달리면 된다. B100번 도로 자체가 그레이트 오션 로드다. M1번 웨스트 게이트 프리웨이는 자동차 전용인데 갓길로 자전거 통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못 보았다.


질롱과 토르퀘이(Torquay)를 지나 앵글시(Anglesea)의 관광안내소 근처에서 화장실도 갈 겸 잠시 쉬면서 운전을 교대한다. 서핑 포인트로 유명한 토르퀘이라는 마을에서 이미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시작되었으나 진정한 의미의  시작점까지는 좀더 가야 한다.


넓은 바다를 보면서 달린다. 역시 내가 운전하지 않으니 세상 편하다.


이스턴 뷰라는 작은 동네 입구에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실제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메모리얼 아치가 있다. 이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돌아온 3000명의 군인들이 만들었다. 전쟁에서 함께 싸우다 죽은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도로 공사 현장에서 쓰던 목재들로 이 아치를 만들었다고 한다.


메모리얼 아치 근처에서 바다로 가는 통로가 있어 잠깐 바다로 나가본다. 넓디 넓은 백사장이 펼쳐지는 이스턴뷰 해변이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바다 옆을 달리다보니 구불구불하고 갓길도 적다.


좀 높은 고개를 넘어간다 싶으면 꼭대기에 전망대와 주차장이 있다.


잠깐 차를 세우고 경치를 구경한다. 날이 약간 흐리고 바다가 거칠어 보인다. 이 바다는 태평양이 아닌 남극해다.


길 옆으로 목장 초지가 펼쳐지면 확실히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하늘이 잔뜩 흐려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폴로베이라는 동네에서 잠시 멈춰서 점심을 먹으면서 비를 피한다. 멜버른에서 출발해서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달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아폴로베이의 식당들은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따라 바닷가에 쭉 늘어서 있다. 동네에서 제일 괜찮아보이는 식당에 들어간다.


런치 스페셜 메뉴인 햄버거와 티본 스테이크를 주문해서 먹는다. 생긴 모양만큼 맛도 좋다.


점심을 먹고나니 비가 거의 그쳤다. 출발하기 전에 아폴로베이의 관광안내소 근처 공원에 잠깐 들른다. 원근감을 이용한 효과을 준 그레이트오션워크. 실제로는 그냥 편평한 금속판이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여기 아폴로베이부터 12사도 바위 근처까지 이어지는 104 km의 트래킹 코스라고  한다.


아폴로 베이의 해변도 넓다. 따듯한 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러 나올 것 같지만 지금은 겨울인데다가 비가 와서 쌀쌀하다.


꼬부랑 해안도로에서 굽이돌 때마다 풍경이 바뀐다. 도로는 조금 내륙으로 가기도 하고 바다에 바짝 붙어서 달리기도 한다.


아침에 조금 늦게 출발해서 그런지 케이프 오트웨이 등대까지 들를 시간은 안 될 것 같다. 내륙으로 들어갔던 도로가 잠깐 바다와 만나는 언덕 위에 캐슬 코브 전망대가 있다.


다시 내륙으로 울창한 숲길 사이를 달리던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레이버스힐과 프린스타운을 지나 바다와 만나게 된다. 여기에 12사도 바위(Twelve apostles)가 있다. 12사도 바위 관광 안내소의 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커피를 한 잔 하면서 느긋하게 걸어볼까 했더니 비가 오고 날이 쌀쌀해져서 그런지 관광 안내소 매점의 뜨거운 커피가 다 떨어졌다.


이제 보행로로 해안 절벽을 향해 걸어간다.


드디어 12사도 바위들이 보인다. 원래 12개가 있었는데 파도에 침식되어 하나씩 무너지면서 2005년 이후로 8개만 남아있다고 한다. 사진에도 무너진 돌무더기들이 보인다. 나머지도 계속 침식되고 있기 때문에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큰 바위 가운데 구멍은 갈매기가 둥지로 쓰고 있다.


절벽의 지층도 깔끔하고 정교하다.


사진으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거칠게 몰아치는 파란 남극해의 파도가 절벽 해안에 늘어선 45미터 높이의 거대란 붉은 바위와 부딪치면서 비취색으로 부서지는 거대한 풍경을 실제로 보면 자연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비가 온 덕분에 구름이 많이 끼면서 12사도 바위가 가장 멋있어지는 시간에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겨울이라 해가 금방 진다. 얼른 바로 옆의 로치 아드 협곡으로 간다.


원래는 아치 모양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무너져버린 아치섬이 보이고...


이건 래이져백(Razorback; 날카로운 등, 긴수염고래)이라는 바위다. 오랜 풍화 작용으로 꼭대기 부분에 구멍이 나있다.


로치 아드 협곡(Loch ard gorge)은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아래에서 보니 꽉 막힌 듯한 느낌이다.


뒤편에는 석회암 동굴에서 많이 보던 종유석같은 것들이 있다.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에 으스스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계단을 올라 로치 아드 협곡을 빠져나오니 해가 완전히 져버렸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관광의 끝지점이라 하는 포트 캠벨에 가보았더니 이미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

이제 내륙 쪽의 고속도로로 돌아가야겠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땅덩이가 크고 인구밀도가 낮은 호주에서는 도로에  가로등이 거의 없다. 컴컴한 밤길을 열심히 달려 멜버른으로 돌아온다. 추가 요금까지 내고 장착했지만 목적지가 검색이 되지 않아 영 쓸모없어 보이던 네비게이션은 고속도로에서 속도 위반 카메라의 위치라도 알려주니 다행이다.


10시가 다 되어 사우스와프의 호텔로 돌아왔다. 아직 저녁을 안 먹었는데 마침 근처 일식집에서 식사가 가능해서 라스트 오더로 가라아게 치킨과 우동을 주문해서 배를 채운다.


아침에 늦잠을 자느라 2시간 가까이를 허비한 것이 아깝다. 2시간이 더 있었으면 좀더 꼼꼼하게 구경할 수 있었을텐데...

원래 12개였으나 하나씩 무너지고 2005년에도 하나가 무너져 내린 12사도 바위... 지금도 계속 파도와 비바람에 풍화되고 있다. 자연 풍경을 좋아한다면 더 무너져서 없어지기 전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나도 좋은 풍경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여기저기 다녀보았지만 지금까지 본 풍경 중에서도 대단한 장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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