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당일치기 여행
2018년 6월 24일
멜버른에서 출발해서 한국에 들어가는 비행기를 타려면 보통 시드니에서 환승을 하게 된다. 국제선 환승하는 시간이 촉박해보여 아예 시드니에서 여유있게 1박을 하기로 했다. 호주 최대의 도시인 시드니라지만 딱 볼 것들이 한 군데 모여 있어 하루를 둘러보면 넉넉할 것 같다.
시드니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서큘라 퀘이(Circular quay)에 내린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 힘드니 일단 숙소로 간다.
시드니에서는 혼자 1박만 하면 되니 유스호스텔을 예약했다. 항구 서쪽의 더 록스(The rocks)에 있다. 서큘라퀘이에서는 7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이 유스호스텔을 지으려고 지반 공사를 할 때 집터와 함께 많은 잡동사니들이 나왔다고 한다. 역사도 짧은 나라지만 이런 것들을 보존하고자 집터를 그대로 놔두고 그 위에 건물을 띄워서 올렸다.
1700년대 말, 처음 시드니에 정착한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라는데 내 눈에는 그냥 잡동사니 같이만 보인다.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알 수 있게 해주는 30호의 집터와 70만 점의 유물이 나왔다고 한다.
한 층 올라가서 유스호스텔에 들어간다. 일단 깨끗하고 관리도 잘 되는 것 같다. 체크인 전에 짐을 맡기겠다고 했더니 유료 사물함을 알려준다.
미듐 사이즈면 내 캐리어 정도는 들어간다. 딱 4시간 쓰면 되니 잘 되었다.
짐을 몽땅 두고 가볍게 록스 주말 마켓으로 간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는 시장이라고 한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기념품이나 수제품을 판다. 여행가서 기념품을 사는데 Made in China가 붙은 것을 피하는건 기본이니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록스 주말마켓도 좋은 선택이다.
록스 주말마켓의 끝은 하버 브릿지 아래로 나오게 된다. 참 거대한 구조물이다.
하버 브릿지 아래서도 오페라 하우스가 보인다. 오페라 하우스까지 슬슬 걸어가봐야겠다.
오페라 하우스도 하버 브릿지도 상당히 큰 건물이라 가까이서는 전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하버 브릿지에서 강가로 조금 걸어 내려오니 하버 브릿지의 전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페라 하우스도 잘 보인다.
서큘라 퀘이를 지나서 오페라 하우스 쪽으로 걸어가는데 슬슬 점심시간이다. 강변의 여러 식당들이 점심 메뉴를 파는데 햄버거가 먹기 싫어서 스파게티를 하나 주문해서 먹는다. 점원이 음식을 내오면서 갈매기가 음식을 뺏어먹으러 올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는데 갈매기들이 내 근처에는 오질 않는다.
왼쪽으로는 서큘라 퀘이 뒤로 시드니 시내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마침 들어와있는 대형 크루즈와 하버브릿지를 보면서 간단히 배를 채운다.
다시 오페라 하우스 쪽으로 가는데 갈매기들 뿐만 아니라 앵무새들도 사람들의 음식을 노리고 있다.
드디어 베넬롱 포인트에 위치한 오페라 하우스가 보인다. 베넬롱 포인트는 과거에 호주 원주민들이 잔치를 벌였던 곳이었다고 한다. 현재에도 공연장이 자리잡고 있으니 그 쓰임새는 변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슬슬 걸어서 오페라 하우스를 한 바퀴 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오페라 공연장, 음악당, 극장 등이 있다. 오페라 하우스는 크게 두 개의 큰 건물과 레스토랑으로 쓰이는 작은 건물 하나가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수면 가까이에서 올려다 볼 수 있다.
오페라 하우스의 외벽을 가까이에서 보면 오래된 화장실에서 볼 수 있는 빛바랜 타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독특하고 이쁜 건물이지만 가까이서 보니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이상한 모양으로 지어두고 방치한 세월에 찌든 화장실 건물 같아보인다.
이 이상한 모양은 덴마크의 건축가 이외른 우촌이 오렌지를 까먹다가 떠올린 것이라고 한다.
1959년에 착공해서 1973년에 완공했으니 생긴 것에 비해서는 꽤 오래된 건물이다.
슬슬 숙소 체크인 시간도 다가오니 숙소에 들러서 체크인을 한다. 처음 배정받은 방은 엉망인데다가 내 침대도 전혀 정돈이 되어있지 않아서 카운터에 방 변경을 요청했더니 깔끔한 방으로 바꿔줬다.
다른 사람들은 안들어온 방이니 제일 편한 자리에 짐을 두고 나온다.
호스텔의 옥상에 올라갔더니 하버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가 모두 보인다. 가격이나 위치나 시드니에 혼자 온 여행객이 머물기에 이만한 곳은 없을 듯하다.
이제 숙소에서 가까운 하버 브릿지로 가...기 전에 다시 록스 마켓을 둘러본다.
못생겼지만 한껏 차려입은 강아지도 만났다.
하버 브릿지는 상당히 높은 고가도로이다. 록스에서 하버브릿지 보행자 통로로 올라가려면 계단을 두 번 올라가야 한다. 일단 아귈 계단(Argyle stair)을 올라가면 바로 도로 맞은 편에 브릿지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하버 브릿지가 펼쳐진다.
오페라 하우스도 보이고
바로 아래 록스 주말 마켓도 보인다.
5시도 안되었는데 해가 지기 시작해서 하버 브릿지의 그림자가 오페라 하우스에 드리워진다.
하버브릿지의 양 옆으로 두 개의 파일런이 있다. 올라가볼까 했는데 운영 시간이 거의 끝나는터라 그냥 지나간다.
하버 브릿지의 동쪽 통로는 보행자 전용로이고 반대편의 서쪽 통행로는 자전거 전용이라고 한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자전거를 빌려서 서쪽 통행로도 가보았을텐데 아쉽다.
브릿지 계단에 하버브릿지 반대편으로 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 통로를 넘어가니 브릿지 서쪽의 자전거 전용 도로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이 하버 브릿지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윈드밀 언덕의 꼭대기에 시드니 천문대가 있다. 보통 도시 한가운데는 빛공해가 심해서 천문대를 세우지 않는데 초기에 요새였던 곳이 천문대로 쓰여지고 현재는 박물관의 역할만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옆으로 시드니의 해가 저물고 있다.
시드니의 낙조를 촬영하러 여러 사람이 삼각대를 세워두고 있다. 나도 한 장 찍어본다.
시드니 천문대 공원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면 시드니 항구의 여러 구역 중에 대표적인 항구라 할 수 있는 달링하버가 나온다.
달링하버의 야경은 시드니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 중에 하나다. 해가 저물고 어두워지니 야경이 멋지게 살아난다.
이제 시내 쪽으로 시드니 타워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숙소 쪽으로 돌아간다. 가는 길에 보니 일요일 저녁 6시가 지나면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문을 닫는다. 여기저기 쇼핑 좀 해볼까 싶었는데 모든 가게가 문을 닫으니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프라이스라인이라는 화장품 전문점은 문을 열어 가족들에게 줄 몇 가지 선물을 샀다.
호주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무언가 좀 괜찮은 것을 먹고 싶다. 록스 주말마켓 입구에 바베큐립과 버거를 전문으로 파는 식당에 들어가본다.
먼저 주문하고 선불로 결제한 후에 번호가 적힌 식기 세트를 받아 들고 자리를 잡고 기다리면 음식이 서빙된다.
내가 주문한 것은 혼자 먹기 적당한 크기의 바베큐립과 페로니 맥주 한 잔. 셀러드까지 바베큐립에 포함되서 나오니 나쁘지 않다.
양념이 가득 밴 바베큐립으로 즐기는 호주에서의 마지막 저녁은 훌륭했다.
식당 창문으로 오페라 하우스도 하버 브릿지도 약간씩 보인다.
돌아오는 길, 다시 강변으로 나가서 오페라 하우스를 눈에 담는다. 록스 주말마켓이 열렸던 자리는 차량과 인부들이 동원되서 천막과 테이블이 정리되고 있었다.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 자기엔 뭔가 아쉽다. 아귈 계단 위쪽 출입구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은 전체가 술집이다. 루프탑의 바에서 맥주를 한 잔 시켜서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테이블에서 마신다. 안 마셔본 호주 맥주로 골랐는데 내가 그리 좋아하진 않는 과일향 나는 에일이다. 그래도 마실만하다.
숙소로 돌아와서도 루프탑의 테이블에 앉았다. 술가게는 멀고 문도 닫았을테니 근처의 마트에서 콜라를 하나 사왔다.
다음 날 아침, 이미 익숙해진 길을 따라서 기차를 타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10여 시간을 날아 도착한 서울은 지독히도 뿌연 모습을 보여준다. 아아, 돌아오자마자 파란 하늘이 그리워진다.
서큘라 퀘이를 중심으로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릿지, 달링 하버 정도만 보았다. 만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보고 싶었던 것들이 모두 한 군데에 밀집해 있는 덕분에 충분히 구경하고 다닌 것 같다. 이렇게, 케언즈, 멜버른, 시드니를 간단하게 여행하였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회가 되면 한 번 쯤 다시 한 번 느긋하게 와보고 싶은 곳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