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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31. 2018

존과 지니의 그랜드 캐년 여행1

자전거 여행을 끝내고 그랜드 캐년으로...


2018년 10월 3일

이제 자전거 여행은 끝났다. 오늘은 LA로 돌아가서 하루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그랜드캐년에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처음 항공권을 예약할 때만 해도 LA까지만 달릴 생각이었는데 샌디에고로 가게 되면서 거리도 일정도 빠듯해졌다.

샌디에고의 아침. 숙소가 좋다보니 아침식사도 잘 나오는 편이다. 와플이 찌그러진 것은 순전히 내가 반죽을 좀 덜 부어서다.


샌디에고에서 LA로 갈 때는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샌디에고 공항은 숙소에서 매우 가깝다. 숙소 바로 옆이 활주로 입구라 착륙 직전의 비행기가 머리 위로 지나간다. 숙소에서 샌디에고 공항의 렌터카 센터까지 고작 700m 정도이니 자전거를 타고 간다. 나시에 냉장고 바지를 입었는데 자전거는 잠깐 타야하고... 헬멧, 고글, 장갑, 자전거 신발을 신으니 모양새가 독특하다.


캘리포니아는 렌터카를 인수하는 곳과 반납하는 곳이 달라도 추가 요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샌디에고 공항에서 차를 빌려서 자전거를 싣고 LA까지 가도 부담이 없다. LA에서 자고 내일 아침 비행기 타기 전에 LA공항 렌터카 센터에서  차를 반납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익숙한 차가 운전하기 편하다. 나는 국내 자동차 회사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모델들은 익숙하게 몰 수 있으니 국산차를 빌렸다.


내부 공간에 확실하게 자전거가 두 대 들어가야 하니 내부가 넉넉한 SUV를 빌려서 뒷좌석을 눞힌 후에 자전거 앞 바퀴를 떼고 차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실었다.


자 이제 출발이다. 자전거로 달려왔던 샌디에고 5번 프리웨이를 차로 달려 돌아간다.


LA가는 길에 있는 시타델 아울렛에 들렀다. 우린 짐을 줄이고 또 줄이다보니 자전거옷 외엔 간단한 옷 밖에 없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그랜드캐년에서 입을 옷이 필요하다.


지니님의 나이키 신발, 리바이스 청바지와 게스 상의를 구입했다. 미국인들은 덩치 좋고 신발도 크게 신는 편인지 255~260사이즈는 물량이 많이 남아야 정상인데 유명하고 도심에서 가까운 아울렛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드나드는지 내가 원하는 사이즈가 싹 털려버리는 것 같다. 시내로 가다가 관광객이 안 올만한 동네의 나이키 매장에 들러보니 내 사이즈가 잔뜩 있다. 많이 걸어야 하니 발에 편한 런닝화를 하나 구입한다.


쇼핑에 너무 시간을 쓰다보니 LA에서 퇴근 시간 러쉬아워에 걸렸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지 뭐


오늘 묵을 숙소는 코리아 타운 근처에 있는 한인 민박이다. 코리아타운은 지방도시에서 볼 수 있는 멋이라고는 하나도 신경 안쓰는 투박한 시골 건물들이 잔뜩 모여있는 느낌이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저녁을 먹어야지. 지니님이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의 본점이 여기 LA에 있다.


손님은 엄청 많은데 종업원이 많지 않아 엄청 분주하다. 순두부찌개 갈비 세트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는다. 우리나라에 있는 체인점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진짜일까 기분 탓일까.


한인 민박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에 묵는다. 내일 새벽에 부리나케 공항으로 가서 피닉스를 경유해서 그랜드 캐년으로 가야 한다. LA로 돌아와서 다시 이 숙소에 묵을 예정이라 자전거는 숙소에서 맡아주기로 했다. 그랜드캐년에서 자전거를 타고싶긴 하지만 잠깐 타자고 커다란 자전거까지 가지고 가기엔 여러가지로 불편하니 잠시 맡겨두기로 한다.



2018년 10월 4일


새벽 비행기라 몇 시간 못 자고 일어났다. 이른 새벽이라 뻥 뚫린 도로를 달려 공항 근처의 주유소에서 휘발류를 채우고 렌터카 센터에 가서 차를 반납한다.


미국의 큰 공항들은 너무 복잡하고 터미널이 좁기 때문에 공항 바깥에 렌터카 센터를 따로 두고 셔틀버스를 24시간 운행한다.


우리는 캐리어 같은 위탁수하물도 없다. 그냥 바로 체크인하고 비행기를 타러 간다.


그랜드 캐년으로 가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관광회사를 통해 갈 경우에는 버스를 타고 라스베가스와 몇 군데 포인트를 거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관광 상품의 가장 큰 문제는 정작 그랜드 캐년에는 반나절도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유여행으로 LA에서 운전해서 가기에는 너무 멀고 고생스러우니 이것도 싫다.

윌리엄스라는 곳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요금도 비싸고 우리 일정에 안 맞는다.

그래서 우리는 비행기로 피닉스 공항에서 환승하여 플래그 스태프까지 간 후에 렌터카로 130 km를 운전해서 그랜드 캐년에 가기로 했다. 땅덩어리가 큰 미국에서130km 떨어져 있으면 엄청 가까운 셈이다. 피닉스에서 플래그 스태프를 지나 그랜드캐년까지 가는 것도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환승 시간을 생각하면 피닉스에서 바로 렌터카를 몰고 그랜드캐년으로 가도 시간적으로 큰 차이는 없을 듯하지만 조금이라도 운전을 줄이고 싶다.


LA에서 피닉스 공항까지는 3시간 정도 걸린다. 피닉스는 낮은 건물들이 넓게 퍼져 있는 큰 도시다. 황무지가 끝없이 펼쳐지는 넓은 땅이라 높게 지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피닉스 공항도 엄청 큰 공항이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고 나서도 한참 달려서야 멈춘다.  여기서 다른 터미널로 이동해야 하니 환승 통로를 한참 걸어서 플래그 스태프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그랜드캐년이라는 유명한 관광지로 가는 비행기지만 실제로 이용객이 많지는 않은지 비행기가 작다.


3열씩 두 칸 짜리 비행기다. 미국이나 유럽의 국내선을 탈 때 흔히 있는 일로, 옆에 거구의 외국인이 앉으면 엄청나게 불편한데 다행히 이번엔 그런 일은 없었다.


언덕이 별로 없는 넓은 벌판이 내려다보인다. 마을이나 도로도 얼마 없다.


피닉스에서 플래그스태프까지 240km 정도 밖에 안 된다. 이륙하고 잠깐 비행하면서 음료수 나눠주고나면 바로 착륙 준비를 한다.


플래그스태프 공항은 게이트가 하나 뿐엔 작은 공항이다. 그마저도 바닥에 내려준다. 


이 작은 건물이 플래그 스태프 공항이다. 공항이 작은 대신 무엇이든 찾기가 편하다.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예약해둔 렌터카 업체 카운터가 보인다.


원래 경차를 예약했는데 조금 더 큰 소형차를 빌려줬다. 그랜드캐년도 식후경이니 일단 점심부터 먹어야겠다. 차를 타고 플래그 스태프 시내로 들어간다.


태국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더니 식당 앞을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아직 오픈 전이라고 한다. 주차를 하고 마을을 둘러 보려 했더니 이 주차요금 수납기가 아멕스 카드를 받지 않는다. 아니 미국인데, 그것도 공공시설인데 아멕스가 안되다니?? 고민하고 있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쿨하게 자기 카드로 요금 2달러를 내준다. 현금을 드리려 했더니 나중에 식당에 와서 먹으면 된다고 한다.


식당 오픈까지 시간이 있으니 플래그 스태프 마을을 둘러본다.


별거 없는 작은 마을이긴 하다. 마을의 랜드마크가 플래그 스태프 역이다. 아메리칸 트럭 같은 컴퓨터 게임에서 플래그 스태프가 나오면 이 역을 중심으로한 마을 모습이 나온다.


관광객들이 이 플래그 스태프를 찾는 이유는 그랜드 캐년으로 가는 출입구이면서 66번 도로-Route 66의 경유지이기 때문이다.


루트66은 우리가 지나왔던 LA의 산타모니카 해변 에서부터 동부의 시카고까지 2,400마일 (3,900km)을 연결하는 최초의 미대륙 횡단 도로 중에 하나다. 아예 별명부터 미국의 주 도로(Main street of America), 혹은 마더 로드(Mother road)일 정도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도로다.


플래그스태프에서는 이 길의 일부가 트레일 코스가 되었다. 우리는 시간도 넉넉하지 않고 루트66이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 간단히 구경만 하고 간다.


플래그스태프 역에는 관광 안내소가 있다.


관광안내소에는 가이드가 관광객들의 질문에 답해주기 바쁘다. 이 근처에서 볼 수 있는 야생 동물들의 봉제인형이 눈에 띈다.


길에서 자주 마주친 땅다람쥐도 있다. 실물은 훨씬 뚱뚱하다.


식당이 열릴 시간이 되었고 배가 고파졌으니 주차를 해놨던 태국 음식점 앞으로 돌아간다.


런치 메뉴가 있어 팟타이 세트 하나, 새우 볶음밥 하나를 주문했더니 무난하게 맛있다. 난 역시 새우 볶음밥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 친절을 베풀어주었으니 팁+주차료를 넉넉하게 드리고 나온다.


음식점 옆 골목에 멋진 벽화가 그려져 있어서 한 번 찍어보았다. 미국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벽화들은 멋진 것들이 많다.


이제 그랜드캐년으로 출발한다. 특이한 수풀, 특이한 나무, 특이한 풍경을 보며 운전을 한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익숙해진 자연과는 사뭇 다르다. 캘리포니아 쪽도 마찬가지였지만 여기 애리조나도 우리나라와는 자연 풍경이 많이 다른 것을 느낀다.


플래그스태프에서 그랜드 캐년까지 130 km 정도 밖에 안되는데 새벽부터 이동한데다가 기름진 점심까지 먹으니 식곤증이 몰려온다. 마침 윌리엄스에서 그랜드 캐년으로 가는 도로와 합쳐지는 발레(Valle)라는 마을의 삼거리에 휴게소가 있다. 잠시 눈도 붙이고 휴게소 기념품점의 구경도 한다.


그랜드 캐년 바로 전 마을이라 할 수 있는 투사얀(Tusayan)을 지나서 그랜드캐년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매표소가 있다.  


자동차는 한 대에 35달러를 내면 일주일 동안 통행이 가능하고 자전거는 한 대당 20달러다. 자전거 두 대보다 차가 싸다니...


현금이나 카드를 내고 받는 영수증을 이렇게 차 앞 유리에 붙여두면 된다.


그랜드캐년 방문자 센터에 들렀다. 여기부터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 입구까지가 관광버스나 당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가는 구간이라 혼잡하다.


방문자센터 안은 생각보다 별거 없다. 그랜드캐년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콜로라도 강 전체를 놓고 보면 중류 정도 된다. 콜로라도강은 여기 그랜드캐년을 지나 캘리포니아만에서 바다와 만난다.


방문자 센터에서 가까운 곳에 마더 포인트(Mather point)가 있다. 처음 보는 그랜드 캐년의 거대한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관광객들이 난간 너머러 넘어가서 사진 찍느라 난리다. 그랜드 캐년에서 며칠을 보낼 것이라면 이렇게 들어가지 말하고 해놓은 곳, 하지 말라고 해놓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난간 없이 아찔한 절벽 가까이 붙어서 인생 사진을 찍을 기회는 여러 다른 포인트에 다니다보면 차고 넘칠 만큼 많으니 여기서 이렇게 꼴사납게 난간을 넘어다닐 이유가 전혀 없다.


마더 포인트라고 해서 엄마의 mother인줄 알았더니 mather다. 미국의 국립 공원 시스템을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한 스티븐 마더를 기리는 의미로 이름 붙인 곳이다.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을 비롯하여 요세미티나 다른 국립공원에서도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마더 포인트에서 야바파이 포인트 쪽으로 슬슬 걷기로 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걷는 구간이지만 생각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다.


바닥에 숫자가 쓰여진 금속판들이 줄지어 있다. 그랜드 캐년은 관광지이면서 지구의 역사가 기록된 곳이기도 하다. 지질학자들이 상주하면서 끊임없이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랜드 캐년의 엄청 깊은 골짜기에 겹겹이 쌓인 지층이 수십 억 년 동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걸어가면서 바닥에 쓰여진 연도에 따라서 옆으로 보이는 절벽에 층층이 쌓인 지층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지층에 다한 설명이 있는 안내판 옆에는 이렇게 망원경 비슷한 것이 있다. 망원경은 아니고 설명한 지층이 어디 쯤인지를 알려주는 포인터라 할 수 있다.


그랜드 캐년의 지층에서 캐낸 다양한 돌들도 있고 그 돌 사이에 화석이 있는 것도 있다.


강원도 영월의 선돌 비슷하게 솟아오른듯한 바위도 있다.


해가 점점 저물어가면서 붉은 저녁 햇빛을 정면으로 받은 그랜드 캐년이 붉게 빛난다.


해가 거의 저물어가니 브라이트엔젤 트레일 입구에서 방문자 센터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그랜드 캐년 내에는 무료 셔틀버스들이 돌아다니니 어디서든 타고 내릴 수 있다.


차를 타고 그랜드캐년을 빠져나와 투사얀으로 간다. 오늘 숙박으로 투사얀의 롯지를 예약해두었다. 체크인을 한 후에 저녁을 먹으러 근처 스테이크 하우스에 간다. 투사얀이든 그랜드 캐년이든 음식점들이 많지 않은데다가 비싸고 맛없다는 평이 많다. 그리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었다.


식당에서 숙소까지 얼마 안되는 짧은 거리라도 운전을 해야 하니 저녁에 술을 못 먹었다. 식당 근처의 마트에서 적당히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와서 맥주를 한 잔 하기로 한다.


그랜드 캐년 브루잉 컴퍼니의 맥주를 마셔보았다. 마치 그랜드 캐년을 세차게 흐르는 누런 콜로라도 강물로 만든 듯한 맛이다... 내일부터는 평범한 맥주로 마셔야지.


샌디에고에서 LA를 거쳐 그랜드 캐년에 왔다. 굳이 왜 그랜드 캐년일까. 미국 남부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 동시에 아마도 이후에 그랜드 캐년 근처에 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의 여행 계획은 내년 초에 플로리다에 가고 나면 몇 년 간은 미국에 갈 예정이 없다.


그렇게 비행기표까지 끊고 새벽 비행기를 타기까지 하면서 간 그랜드 캐년은 정말 대단한 곳이다. 내일은 그랜드 캐년의 가장 유명한 트레일 코스들을 간단히 돌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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