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과 지니의 미국 서부 해안 자전거 여행 7

내륙 도시 롬폭(Lompoc)까지

by 존과 지니

2018년 9월 27일


오늘은 피스모비치에서 롬폭까지 75 km를 가기로 했다. 지금까지 110 km 이상 달려왔는데 갑자기 주행 거리가 확 줄었다. 내 다리의 근육통 때문에 장거리를 가기도 힘들지만 롬폭을 지나면 산타바바라까지 80 km 사이에 숙소와 식당이 있는 큰 마을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피스모비치의 숙소를 예약을 할 때 후기를 살펴보니 조식이 나쁘지 않은 숙소라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조식이 잘 나온다는 것은 토스트와 커피 외에 따듯한 것이 더 나온다는 뜻이다 . 보통 따듯한 음식은 와플이나 핫케이크가 기본이고 오트밀죽, 베이컨이나 스크램블애그 정도 나오면 잘 나오는 곳이고 고급 호텔은 사람이 일일히 만들어줘야 하는 계란 후라이나 크레페가 나오기도 한다. 여기는 와플에 특이한 소세지와 스크램블 에그가 나왔다. 이 정도면 이 가격대의 숙소 중에서 잘 나오는 것 맞다.


슬슬 준비하고 출발하는데 계속 근육통이 느껴지는 다리 상태가 그리 좋진 않다. 아무래도 빅서 구간에서 무리를 했나보다.


마을을 빠져나가는 길이 조금 애매하지만 어디로 가든 1번 도로와 다시 만나서 남동쪽으로 마을을 빠져나가면 된다. 우리는 그로버 비치 쪽으로 간다.


큰 길로 쭉 가도 되는 것을 질러간다고 사우스 할시언 로드(Halcyon Rd)로 갔더니 꽤 가파른 오르막길이 보인다. 저 오르막길 위 능선에서 1번 도로와 만난다. 원래의 1번 도로를 따라 가면 조금 돌지만 완만한 길이고 할시언 로드로 가면 평평하다가 갑자기 가파른 오르막이 있는 길이다.


한 동안 1번 도로를 그대로 따라 달린다. 처음에는 조금 구불구불 가는 느낌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짧게 가는 길이다.


농장 외엔 아무 것도 없는, 하다못해 주유소도 없는 길을 한참 달린다. 다음 마을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오컷이라는 마을에 가기 전, 랜초 마리아 퍼블릭 골프장이란 곳에 잠시 쉬러 들어갔더니 CCC라는 샌프란시스코-LA 투어 팀의 보급차가 와있다. 우리가 루트를 결정할 때 참고하던, 도로 위의 주황색 CCC 화살표가 이들의 것이다. 이 사람들은 7일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 간다고 한다. 장펌프를 빌려서 그 동안 조금 빠져나간 타이어 공기를 다시 채운다.


우리에게 에너지 젤리도 나눠준다. 같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 받는 친절은 언제나 고맙다.


여전히 나타나는 목장과 소들... 축사 시스템이 아닌, 넓은 땅에 소 몇 마리를 완전히 방목해서 키우기 때문에 소들이 모인 곳을 지나도 지독한 축사 냄새 같은 것이 없다. 더러운 축사에 갇혀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란 소의 고기보다 건강에 훨씬 좋을 것이다.


들판과 산을 보며 갈림길도 거의 없는 도로를 달린다. 꽤 단조로운 풍경일 수 있지만 우리 나라와는 전혀 다른 환경인 덕에 지루하지 않다.


슬슬 롬폭 이정표가 보인다. 롬폭으로 가려면 좌측 차선으로 가라고 한다. 반덴버그 공군기지 입구에서 좌회전해야 한다.


롬폭에 꽤 가까워졌겠거니 했는데 도시는 커녕 건물 하나도 안 보인다. 다리는 점점 아파오는데 자꾸 오르막이 나와서 힘이 부친다. 이럴 때는 내 페이스 대로 달릴 수 밖에 없다. 내리막 가속이 약한 지니님을 내리막에서 추월하고 속도를 유지하면서 언덕을 치고 올라간다.


드디어 롬폭에 들어가는 입구다.


롬폭 입구 쪽이 쇼핑센터가 있는 중심가다. 타코벨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한다.


우리 숙소는 롬폭의 남동쪽 출구에 있다. 롬폭 시내를 관통해서 계속 달린다. 근육통을 해결해야하니 근처 약국에 들러서 바르는 파스를 산다. 약국 안에는 노인들이 줄지어서 예방주사를 맞고 있다.


숙소에 도착했다. 프론트에 할머니가 조금 무뚝뚝하지만 해주지 않는 것은 없다. 저렴하면서 가격 대비 나쁘지 않은 숙소다.


샤워를 하고 아픈 다리에 파스를 듬뿍 바른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들 사용하는 사용하는 제품이다.


조금 쉬었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근처 한국식당으로 간다. 어떻게든 햄버거나 빵을 먹지 않으려 하는데 마침 한식당이 있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한국인 2세 같아 보이는 여직원이 안내해준다. 미소국이 먼저 나오고...


포케, 매운 해물우동, 오징어 볶음을 주문했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아무리 립밤이나 바세린을 발라도 입술이 퉁퉁 부을 때가 있다. 실제로는 이렇게 맵진 않겠지만 그 동안 달리면서 입술이 퉁퉁 부었는데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니 더 아파서 너무 맵게 느껴진다. 어쨌든 매콤한 음식들로 든든하게 먹었다.


롬폭에서 부엘튼을 거쳐 산타 이네즈까지의 지역은 와인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원래 예정은 여기 롬폭에서 와인을 한 병 마시는 것이었는데 한참 달리다보니 와인보다는 밥이 더 땡겼다. 며칠 전 몬테레이에서 마신 캘리포니아 와인이 우리 기대에 못 미쳐서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아졌다는 것도 있다.


오늘은 80km만 달린, 지금까지 여정 중에 가장 짧게 달린 날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샌디에고 사이에서 거의 유일하게 바다를 조금도 못 보고 달리는 내륙 구간이다. 조금만 더 가서 산을 넘어 가비오타에 가면 다시 바다가 펼쳐지지만 가비오타부터 산타바바라 전까지 꽤 긴 구간에 숙소가 없기 때문에 여기 롬폭에서 멈추어 쉰다.


근육통이 생겼으면서도 쉬지 않고 계속 달려서인지 이제 약을 발라도 통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무리하지 말고 거리를 조금씩 줄여 하루 80km 정도만 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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