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롬폭에서 산타 바바라를 지나서 벤튜라까지 133 km를 달린다. 지금까지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던 101번 프리웨이를 달려야 하는 구간이다.
롬폭의 숙소는 관광지에서 벗어난 내륙이라 그런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지만 아침식사는 평균적인 스타일로 나왔다. 가격에 비해서는 엄청 괜찮은 편이다. 시리얼, 와플, 식빵, 과일 등등 표준적인 아침식사가 나왔다.
롬폭의 출구 쪽에 있는 숙소니 출발하자마자 1번 도로를 따라서 롬폭을 벗어난다.
길을 새로 포장했는지 깨끗한 길이 한참 이어진다. 아무 것도 없는 외길인데 진한 안개까지 끼니 더욱 보이는게 없다. 안개 때문에 위험할 수 있으니 후미등을 켜고 달린다.
가비오타로 넘어가기 직전, 언덕 꼭대기에서 잠시 쉬는데 자전거 여행하는 미국 부부가 말을 걸어온다. 이 사람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서 LA까지 간 후에 내륙으로 루트 66 도로를 따라 간다고 한다. 한참 오르막을 힘들게 올라왔으니 짐이 적은 우리를 부러워한다.
이제 내리막 길을 내려가다가 101번 프리웨이와 합쳐지게 된다. 산을 넘는 고개 하나 차이로 기온도 올라가고 날씨도 금방 맑아진다.
우측 차선이 아닌, 좌측 차선으로 들어가야 LA 방향이다. 여기서부터 해안으로 나있는 도로는 101번 프리웨이가 유일하다. 우리도 이 101번 도로를 따라 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프리웨이 중에는 자전거 통행이 허용되는 구간이 있다. 물론 갓길로 다녀야 하며 허용되지 않은 프리웨이 구간에 들어가면 경찰이 나타날 수 있으니 여행 경로를 짤 때 미리 파악해두어야 한다.
101번 프리웨이와 만나서 조금 내려가면 휴게소 겸 관광안내소가 있다.
편도 2차선의 프리웨이지만 넓은 갓길로 달리니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단지 근처를 빠르게 달리는 차 소리가 요란해서 시끄러울 뿐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면 거의 남쪽을 향해 달리다가 여기서부터 LA까지는 거의 동쪽을 향해 달린다.
여기도 공사하는 구간이 있다. 우리는 차도로 가지 않고 적당히 콘 안 쪽을 지나가면 된다.
한참 달렸으니 슬슬 열량을 채워야 한다. 미리 챙겨두었던 초코바와 에너지젤리를 먹는다. 에너지젤리는 그저께 CCC 보급팀에서 받은 것이다.
프리웨이에서 나가는 나들목의 이정표마다 번호가 붙어있다. 우리는 110번 출구로 나가야 한다. 어차피 여기서부터는 자동차 전용 도로 구간이라서 반드시 110번 출구로 나가야 한다.
프리웨이에서 빠져나온 그대로 골레타라는 마을을 지나서 산타바바라 시내로 들어가게 된다. 자전거 루트 표시대로 윈체스터 로드-홀리스터 Av.-머독 로드를 따라 가야 한다.
골레타를 지나는데 식당이 많다. 마침 점심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니 상점가에 쌀국수집이 있어 들어가보았다. 외국에서 밥이 먹고 싶을 때, 베트남이나 태국 음식점은 나쁘지 않은 밥집이다. 물론 조금 더 한식에 비슷한 것을 먹으려면 일식 덮밥집을 가는 편이 낫긴 하지만 한식의 느낌을 완전하게 채워줄 수 없는 것은 매 한 가지다.
밥이 좀 먹고 싶으니 베트남식 새우 볶음밥과 소고기를 넣은 쌀국수를 주문했다. 맛있고 저렴한 편이다.
점심도 해결했으니 다시 달린다. 길 가에 자전거길 이정표가 계속 있으니 찾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머독 로드 이정표가 보이고 자전거길도 그쪽으로 안내되어 있다. 산타바바라 해변까지 빠져나가야 하는데 이정표가 잘 되어 있으니 길찾기가 어렵지 않다.
말이 횡단하는 주의판이 있는데 실제로 말이 지나간다. 도로 가의 흰 것이 말 엉덩이다. 신기한 것이 보이면 일단 충분히 보고 찍을만하면 핸드폰을 꺼내기 때문에 놓치는 장면도 많다. 하지만, 사진 찍는 것보다 내가 즐기는게 먼저다.
머독 로드의 끝에서 좌회전해서 101번 프리웨이 고가도로 밑을 지나 카스틸로 st.로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하면 된다.
2차선이지만 일방통행인 카스틸로 가(Castillo street)를 따라 계속 내려가기만 하면 산타바바라 해변에 도착한다.
산타바바라의 넓은 해변에는 비치발리볼 경기 시설이 줄지어 있다. 날이 따듯할 때는 큰 경기가 열릴 것 같다.
한 번 쯤은 타보고 싶은 관광용 수륙양용 버스 옆을 지나간다. 버스라고 보기엔 너무 크다.
시내라서 갈림길이 많지만 길 찾기가 어렵지는 않다. CCC를 포함해서 여러 투어 모임들이 바닥에 잔뜩 표시해놓은 길이 올바른 길이라 보면 된다. 각 투어 모임마다 출발/도착지가 다르기 때문에 이 화살표를 따라 가다가 가끔 각 모임들의 보급지나 숙소 쪽으로 빠질 수 있지만 크게 곤란한 경우는 많지 않다.
지니님의 자전거 바로 밑의 녹색 스티커는 600km 바이크 라이더즈, 주황색의 CCC는 캘리포니아 코스트 클래식(California Coast Classic)의 마킹이고 FV는 잘 모르겠다. 두 가지 이상의 표식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면 대부분 맞는 길이고 표식들의 방향이 서로 다르면 그 중 한 팀은 보급지에 들어가는 것이다.
바닥의 마킹을 따라서 사잇길로 마을을 벗어나면 101번 프리웨이 옆으로 난 자전거길이 나타난다.
자주 만나는 도로인 비아 리얼(Via real)을 따라 가다가 카핀테리아(Carpinteria)를 지나게 된다. 101 프리웨이를 건너 주유소 매점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사먹는다.
자동차와 자전거 타이어로 익숙한 회사인 컨티넨탈의 카핀테리아 지점을 지난다. 주말이라 그런지 회사 정문 쪽의 클럽에 사람이 북적북적 흥겹다.
카핀테리아를 벗어나면서 도로도 101 프리웨이와 합쳐진다. 본격적으로 프리웨이와 합쳐질 때 잘 닦인 자전거도로가 나타난다. 바닥에 계속 마킹이 보인다.
이 깨끗한 자전거도로는 만들어진 지 몇 년 안되었다.
달리다보면 와프 비슷한 것이 보인다. 링컨섬까지 다리가 놓여 있지만 다리 입구부터 통행 금지되어 있다.
머슬 쇼얼스(Mussel shoals)를 지나 피어쇼얼스 해변에서 이 깨끗한 자전거길은 끝나고 101 프리웨이에서 다시 분리되어 나타난 1번 도로를 따라 해변을 달린다.
해변에는 캠핑카들로 북새통이다. 보행자도 많고 주차장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량들이 있으니 조심해서 달려야 한다.
오늘 목적지인 벤튜라 근처에 가면 다시 1번 도로가 101번 프리웨이에 합쳐지는 구간이 나타난다. 역시 자전거길도 다시 나타나는데 노면이 그리 좋지 않다.
벤튜라에 도착했다. 자전거길의 상태가 안 좋아서 중간에 도로로 빠져나왔다. 어차피 도로에 다니는 차도 별로 없다.
예약해둔 호텔은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복도는 조금 오래된 목조건물 냄새가 나지만 객실은 무난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중심가 차도를 막아버리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영화를 보고 있다. 다들 캠핑 의자 같은 것을 가져다 놓고 편하게 본다.
마을 영화 상영회의 바로 근처, 평이 좋은 해산물 식당에 왔다. 일단 맥주 한 잔 하고 생선, 새우, 참치를 주문했다. 음식들이 가격에 비해 양은 얼마 안 된다. 특히 새우 요리는 무얼 시켜도 평균 이상은 된다고 생각했는데 꼬지에 칵테일 새우같은거 몇 마리 꽂아놓고 가격은 비싸다.
내일은 드디어 LA에 들어가게 된다. 큰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복잡하고 정신이 없는데 아직은 도로나 동네가 한적하다.
133km면 엄청 먼 거리도 아닌데 근육통 때문에 여기 벤튜라까지도 간신히 왔다. 근육통 파스의 힘으로 간신히 버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