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과 지니의 미국 서부 해안 자전거 여행 9

드디어 LA입성이지만...

by 존과 지니

2018년 9월 30일


드디어 LA에 들어가는 날이지만 우리는 LA를 지나 샌디에고까지 가야 한다. 일정이 조금 빡빡하다보니 생전 안 생기던 근육통도 생기고 중간에 하루 쉬는 여유도 없다.


오늘은 벤츄라에서 LA 국제공항까지 110km를 달려야 한다. 길은 거의 외길이나 마찬가지에 큰 언덕도 거의 없지만 근육통이 가라앉지를 않는 내 다리가 버텨줄 지가 관건이다.


늘 먹어서 너무 익숙해져버린 미국 호텔식 아침식사를 오늘도 먹는다. 출발 전에 근육통이 있는 부위에 파스를 잔뜩 바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출발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우리는 항상 초반에 힘들게 달려 시간을 벌어 후반에 그 시간을 쓰는 타입이니 이 정도 게으름은 문제없다.


해변에 붙어 가려고 하는데 정작 바다는 잘 안 보인다. 자전거길을 따라 가면 산타 클라라 강을 건너게 된다.


벤추라에서 조금만 달리면 옥스나드(Oxnard)라는 조금 큰 도시다.


도시가 크긴 한데 큰 해군 기지가 바닷가에 잔뜩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당연히 군부대라 일반인 출입 금지다.


도시를 벗어나면 평평한 길이 쭉 펼쳐진다.


해군 기지를 벗어났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해군 비행장이 있다. 미해군은 항공모함을 잔뜩 운용하는 만큼 해군 자체적으로 항공 전력을 잔뜩 가지고 있다. 자전거길을 따라 가면 전투기들이 있다. 이곳 비행단의 F-14톰캣도 전시해두었다.


F-14에 주로 쓰는 미사일들이 대부분 여기 포인트 무구 비행장에서 테스트하여 개발되었다고 한다.


왼쪽은 자동차 전용 프리웨이인 1번 도로, 오른쪽은 해군 비행장이다.


해군기지가 끝나면서 도로 겸 자전거길도 끝나버린다. 바닥의 자전거길 표시가 프리웨이로 들어가라고 한다. 흰색 "금지 표지판"도 없으니 들어가도 된다.


1번 도로로 들어가자마자 자동차 전용 구간도 끝난다.


무구 비치에서 잠시 쉰다. 상태가 엉망인 간이 화장실 외엔 쉼터도 아무 것도 없지만 이 근처가 캘리포니아에서는 유명한 곳인지 등산하러 오는 사람도 많다. 슬슬 여기저기에 도마뱀들이 보이니 따듯한 지역에 온 것이 느껴진다.


도시와 군사 기지를 지나느라 바다가 거의 안 보였는데 여기부터는 맑고 푸른 태평양만 눈 앞에 가득 펼쳐진다.


무구비치에서 조금 더 가면 포인트 무구 주립공원이 있다. 화장실도 잘 되어 있고 근처에 주차장도 잘 되어 있다. 근처에 좋은 산악 코스가 있는지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말리부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말리부라 하면 어느 자동차 모델이 생각나는데, 자동차 이름 중에 마을 이름을 딴 것이 꽤 많다.


들어간 카페 겸 식당이 뭔가 건강식 위주인 곳인 것 같다. 지니님이 주문한 엔젤 헤어 파스타는 별로였다고 한다.


나는 스테이크와 베이컨에 계란 후라이까지 나오니 먹을만하다.


근육통에 계속 시달리고 힘든데 여기는 특이하게 프로틴 음료를 판다. 좀 비싸더라도 마시고 힘내려고 주문한다. 뭉글뭉글한 초코쉐이크 같은 것이다.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고열량으로 배를 채우고 휴식도 했으니 컨디션도 많이 좋아진다. 여기서부터는 바닷가에 집들이 풍경을 많이 가린다.


윌 로저스 해변부터 자전거길이 해변으로 연결된다. 여기가 LA의 유명한 산타모니카 해변 자전거길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사진을 찍으니 산타모니카 해변 자전거길이 한적하고 멋져보인다. 하지만...


산타모니카 피어의 아래로 자전거길이 관통한다. 산타모니카 피어는 미국의 유명한 도로인 루트66의 끝지점이다. 가비오타에서 만났던 자전거 여행자 부부는 여기서부터 내륙으로 시카고까지 달리겠지...


산타모니카 해변에 가까워질수록 엄청난 인파에 질려버린다. 느릿한 4륜 자전거들이 여기저기 길을 막고 달리는 자전거길에 백사장 자전거길이라 그런지 모래가 여기저기 깔려있는데다가 전동 킥보드들도 정신없이 다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사고가 나는걸 쉽게 볼 수 있다.


산타 모니카 해변 자전거길은 베니스 해변에서 끝나고 마리나 델 레이 쪽으로 항구를 빙 돌아가야 한다.


원래는 엘 세군도 쪽으로 해변 자전거길을 계속 따라가려 했는데 근육통 때문에 힘이 들고 숙소도 바로 공항 근처라서 1번 도로를 따라 가로지르려 했다. 이렇게 하면 최소 3~4km는 단축될 것이리라..


그런데, 공항 활주로 아래를 가로지르는 터널길이 오토바이, 자전거, 보행자 출입 금지 구간이다. 다시 나가서 빙 돌아가는 것도 힘들어 고민을 할 때, 전동 자전거를 타는 동네 할머니가 잠시 멈추더니 우리에게 그냥 지나가라고 한다. 동네 사람들은 오토바이든 자전거든 뭐든 잘만 지나다니고 있다. 우리 앞에 가면서 우리가 잘 지나오는지를 자꾸 뒤돌아보고 확인하는 친절한 할머니 덕분에 무사히 이 구간을 통과한다. 할머니 고마웠어요~


활주로 아래 도로를 통과하자마자 예약해둔 숙소가 있다. 평가가 상당히 좋으면서도 비교적 저렴한 곳이다.


미국의 식당이나 바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해피 아워로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이 있다. 이 호텔의 바도 그렇다. 시간은 아슬아슬한 4시 50분, 얼른 체크인하고 와서 시원한 생맥주를 한 잔 한다.


예약 업체나 인터넷 사이트 평점이 10점 만점에 8점 이상인 곳은 흠잡을 것이 거의 없는 숙소다. 여기도 평이 좋은 만큼 깨끗하다. 우리 방이 공항 활주로 방향이 아니라서 그런지 공항 바로 옆임에도 비행기 소음도 없었다.


숙소 근처에는 패스트푸드점이 두 개 정도 있고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쇼핑센터와 식당이 있다. 쇼핑센터에서 간단한 일식집에 들러 초밥과 우동을 먹는다.


쇼핑센터의 마트에서 맥주를 한 팩 산다. 안주로는 뭘 먹을까...


캘리포니아에서 살다 온 지인이 이것 만큼은 꼭 먹어야 한다길래 캘리포니아의 패스트푸드 체인인 인앤아웃 버거에 들른다.


사람들이 상당히 많고 혼잡하다. 주방은 햄버거 공장 같은 느낌이다.


햄버거는 숙소로 가져와서 맥주와 함께 먹는다. 생각보다 크기는 작지만 맛은 좋았다. 인앤아웃은 캘리포니아 여기저기에 체인점이 있어서 먹을 기회가 충분했지만 여기 LA에 와서야 처음 먹는다.


드디어, LA에 도착했다. 근육통이 점점 심해지니 큰일이다. 내일부터는 달리는 거리를 조금씩 줄이기로 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의 자전거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도로 상황이 좋고 자전거 타는 사람도 많은, 우리나라의 동해안 자전거길 같은 느낌의 구간이었다. 그렇다면, LA에서 샌디에고까지는 경북 동해안 자전거길 같은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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