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자전거도로 - 고성에서 삼척까지
2015년 6월 13-14일 - 동해안 자전거도로 (고성-삼척)
대진 터미널(고성)- 삼척 공용버스터미널까지 총 210km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동해안 자전거길이 일부라도 오픈되었으니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전체적으로 작년까지 이미 다녀왔던 길인데 이번에는 날씨가 안 좋은 관계로 여기저기 자세한 구경은 못했습니다.
먼저 동해안 자전거길 일주를 할 때 알아두면 좋은 사항들입니다.
1. 동서울터미널에서 대진 터미널로 가는 6시 40분에 출발하는 첫 차는 여기저기 많이 들러가는 완행이라 일찍 출발하는 보람이 적고, 이후에는 너무 늦어지기 때문에 7시 20분 차를 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2. 비포장이나 공사구간이 많습니다. 도로용 타이어를 쓰는 자전거는 노면에 주의하거나 포장도로로 우회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좋은 풍경이 많습니다. 주로 철조망이 없는 해변 쪽이나 정자가 있는 곳은 경치가 좋으니 여유가 된다면 잠시 쉬어가면 좋습니다.
4. 7~8월 성수기는 피하도록 합니다. 자전거길에 보행자나 불법 주차 차량이 많기 때문에 주행이 힘들어집니다. 또한, 숙박비도 훨씬 비싸집니다.
5. 반시계 방향으로 진행하는 편이 바다에 더 가깝게 붙어 갈 수 있어 풍경을 보는데 좋습니다만 끝나는 지점인 대진 터미널 차 시간을 주의해야 합니다.
6. 해변과 항구가 연속이라 비슷비슷합니다. 인증센터를 들를 때는 그다음 인증센터가 어디인지 확실히 확인하도록 합니다.
7. 편의점이나 매점, 식당 등이 많습니다. 물이나 식량은 적당히 가지고 다녀도 됩니다.
8. 모텔이나 게스트 하우스 등의 비교적 저렴한 숙소는 조금 큰 시내에 있습니다. 일정을 짤 때 참고하세요.
9. 해산물이나 회가 싼 편은 아닙니다. 큰 해변의 횟집들은 상당히 비싸며 시내 수산시장 등의 횟집이 조금 저렴합니다.
동해안 자전거길 - 고성에서 삼척까지 총 210km
2015년 6월 13일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니 강원도 방향으로 여기저기로 떠나는 자전거 이용객들이 북적거립니다.
대진 터미널로 가는 팀은 많이 않아서 큰 어려움 없이 화물칸에 자전거를 싣고 아침 7시 20분 고성행 시외버스를 타고 10시 조금 넘어서 동해안 최북단 시외버스터미널인 대진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대진 버스터미널은 임시터미널이라 그런지 제대로 된 건물이 없이 버스만 덩그러니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으니 바로 출발 준비합니다.
아침도 안 먹고 출발했으니 일단 아침 겸 점심을 먹을 겁니다.
대진항의 횟집에서 오징어회 덮밥을 먹습니다. 11,000원의 가격은 조금 비싼 느낌이 있긴 하지만 오징어가 밥보다 많이 들어가서 만족합니다.
대진 터미널에서 통일 전망대 출입 신고소까지는 2km 정도로 매우 가깝습니다. 자전거길로 가지 않고 도로로 질러갑니다.
통일전망대 출입관리소 입구 바로 위에 인증센터가 있습니다.
인증 도장을 찍고 출발합니다.
통일전망대 인증센터부터 슬슬 출발합니다. 날이 흐리고 추우니 지니님에게 제 바람막이를 입혀줬습니다.
출발하자마자 짧은 오르막 하나 넘었더니 바로 비포장입니다. 여기만 이렇겠지 하고 슬슬 끌고 내려갑니다.
데크길이 나와도 철조망이 있는 군순찰로이기 때문에 경치가 살아나질 않습니다. 날씨도 흐리고 말이죠...
작년에도 라이딩 왔다가 끌고 넘었던 데크길 중간의 계단... 군 초소가 많은 곳이니 우회로를 만들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두 번째 인증센터인 북천 철교 인증센터입니다. 이 다리가 북천 철교가 아니라 아래쪽 조금 떨어진 곳에 일제시대에 지어졌다가 이제는 자전거도로로 바뀐 북천 철교가 있습니다. 왜 여기를 인증센터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북천 철교 또한 그렇게 중요한 역사유물은 아니라고 합니다.
또 슬슬 갑니다. 길이 좋은 곳은 정말 좋습니다만... 안 좋은 곳은 대책 없이 안 좋습니다.
중간에 송지호부터는 다시 비포장입니다. 단단한 비포장길은 타고 갈 만한데... 그 후에 나오는 돌길은 얇은 도로용 바퀴로는 조금 부담스럽군요. 작년에도 이 모양이었는데... 이 구간을 빠르게 가고 싶다면 차들과 함께 7번 국도를 질주해야 합니다.
이왕 들어온 김에 송지호를 배경으로 사진 한 번 찍어줍니다.
약 1,500년 전에는 어느 구두쇠 영감의 문전옥답이었는데, 어느 날 노승이 시주를 청했으나 응하지 않자 화가 난 노승이 토지 중앙부에 쇠로 된 절구를 던지고 사라졌으며, 이 절구에서 물이 솟아 송지호가 되었다고 합니다. 옛날이야기들에는 스님들을 건드리면 집안이 쫄딱 망하는 이야기들이 많군요.
삼엄한 철조망 옆 데크길은 그래도 달리기엔 편합니다만....
또다시 비포장 모래 밭길... 끌고 갑니다. 멀리 보이는 정자가 고성 8경 중 하나라는 청간정입니다. 인증센터 간 거리가 문제인지 선정기준이 다른지 인증센터와 랜드마크가 조금씩 어긋나 있는 듯합니다.
청간정 옆으로 올라가는 계단길... 여기 동해안 자전거길 정규 코스 맞습니다.
청간정 돌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동해안 자전거길 정규 코스 맞습니다.
어쨌든 인증센터가 있는 봉포 해변에 도착합니다.
인증센터는 켄싱턴 설악비치 리조트 앞 해변에 있습니다.
이제 고성을 슬슬 벗어나서 속초로 갑니다.
전체적으로 고성 쪽 자전거길은... 자전거길을 따라갈게 아니라 도로길로 다니는 편이 낫습니다.
속초로 넘어오면 영금정 인증센터를 들립니다. 정확한 위치는 영금정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주차장입니다.
영금정 근처엔 튀김 노점 밖에 없어요. 영금정도 지난해에 올라갔다 왔으니 패스하고 인증샷만 찍어줍니다.
장소가 너무 생뚱맞고 찾기 어려운지 여름쯤에 장소를 옮겼다고 하네요.
영금정부터는 속초 시내입니다. 속초에 올 때마다 들르던 냉면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역시 맛있어요.
속초항을 넘어가는 두 다리인 금강대교와 설악대교를 넘어갑니다.
속초 시내부터 양양 가는 길은 당분간 철조망이 없이 멋진 바다 경치를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왔을 때 대포항에도 인증센터를 만들고 있었는데 오픈하고서는 없어졌더군요.
속초 대포항에서 양양 낙산해수욕장 사이의 길이 7번 국도가 교통량이 험한 구간이라 자전거길이 필요했는데 이 구간은 깨끗하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덜덜거리지만 해변을 달릴 수 있는 데크길도 있구요.
근데 중간에 아직 공사 중인 구간이 또 있습니다... 금방 이어지지만 차도가 역방향이니 자전거에서 내려서 살살 끌고 지나갑니다.
저녁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긴 했는데... 낙산대교 직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조금 잦아들면 가려했지만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도 계속 내리길래 그냥 우중 라이딩을 강행합니다.
언덕을 넘자마자 동호해변이 보이는 곳에 인증센터가 있습니다.
양양 공항이 끝나기 전, 동호해변의 위쪽 끝에 있습니다.
남쪽으로 보이는 것이 동호해변입니다. 맑은 날에 여기서 동호해변으로 내려가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또 중간에 공사 중인 자전거길이 있습니다. 흙이 단단하길래 타고 지나갑니다.
슬슬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후딱 숙소를 잡아야겠네요.
일단 지경 공원 인증센터에 도착합니다. 강릉과 양양의 경계쯤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여기가 지경 공원입니다. 랜드마크라 하기엔 좀 그런 그냥 공원입니다.
메르스와 비 때문인지 그 혼잡한 주문진의 통행이 수월합니다. 주문진을 얼른 지나서 경포대 근처에 도착합니다.
인증센터는 내일 들르기로 하고 숙소를 잡고서 저녁으로 얼큰 해물 순두부를 먹습니다. 강릉은 순두부와 짬뽕이 유명한데 딱히 찾아먹을 만큼 특별한 음식들은 아닙니다. 유명한 초당순두부 맛집에 가도 그냥 비슷비슷합니다. 삼척 산골짜기 신기역 앞에 허름한 식당이 하나 있는데, 할머니 혼자 하는 그 식당의 순두부가 더 고소하고 맛있는 듯합니다.
첫날 주행거리는 110km, 11시부터 그리고 후반에 비를 쫄딱 맞으면서 달린 것 치고는 많이 왔습니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비와 흙탕물에 축축해진 옷과 신발을 빨아 널고 정신없이 잠들었습니다.
2015년 6월 14일
일요일 아침입니다. 날씨는 좀 흐리지만 다행히 비는 새벽에 그쳐서 라이딩엔 지장이 없습니다.
아침은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먹습니다.
일단 경포해변 인증센터에 들러주시고...
경포해변 인증샷도 한 번 찍어줍니다.
경포 해변을 쭉 따라가다가 원래 동해안 자전거길에서는 조금 벗어나지만 자전거를 타고 건널 수 있는 솔바람다리를 넘어갑니다. 넘어가면 해변으로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으니 돌아나와서 빙 둘러가야 합니다.
강릉에서 정동진 가는 길도 원래 조금 애매했는데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정동진에 도착합니다. 누가 정동진 기차 박물관에 강아지들을 묶어놨네요.
정동진 공원의 상징인 밀레니엄 모래시계... 1년짜리 모래시계인데 사실 잘 안 맞습니다. 12월 중순쯤에 가보면 모래 다 떨어지고 없어요.
인증센터는 정동진 공원 안의 해변 쪽에 있습니다. 여긴 자전거 거치대도 없군요.
정동진 레일바이크 철로에서 사진도 찍습니다. 날씨만 조금 좋았더라면...
정동진 남쪽에 있는 여객선 모양의 썬크루즈 리조트 옆 언덕길은 높지는 않은데 경사도는 상당한 편입니다. 언덕을 넘어가면 동해안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인 헌화로가 시작됩니다.
옥계에서 망상까지는 종주 수첩에도 설명되어 있는 대로 자전거길이 따로 없이 좁은 2차선 도로를 차와 함께 달려야 합니다.
망상해변 오토캠핑장에서부터 바로 옆길로 빠질 수 있으니 조금만 참고 달립니다. 그렇게 망상해변 인증센터에 도착합니다.
망상해변에서 조금 더 가면 묵호항으로 들어갑니다. 묵호항과 동해시에서는 항구 시설물과 공장지대가 잔뜩 있어서 공단 지대 외곽으로 돌아갑니다. 그래도 동해시 부두 쪽은 자전거도로가 예전부터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동해시의 가장 아래이자 촛대바위가 유명한 해수욕장인 추암해변에 도착합니다만 입구부터 공사 중입니다.
동해시의 남쪽 끝인 추암해변에서 삼척의 증산해변 사이는 원래 길이 이어져 있지 않아서 자전거를 들고 해변을 넘어가야 했는데 이제는 자전거가 통행할 수 있는 다리를 놓아서 조금 나아졌습니다. 그래도 아직 공사가 덜 끝나서 추암해변 쪽 출입구가 한참 공사 중입니다.
끌고 올라가면 바로 추암 인증센터입니다. 인증센터에서 촛대바위를 보는 전망이 좋으니 인증샷 한 번 찍어주면 좋습니다.
이다음 인증센터는 삼척시 아래쪽에 있으니 인증 구간은 여기까지만 달리고 삼척 터미널을 통해서 복귀하기로 합니다. 끝내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지니님은 나주까지 내려가야 하니 복귀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합니다.
삼척해변에서 우회전하면 삼척 시내로 바로 갈 수 있는데 자전거길을 통해서 오십천을 거슬러 올라가 오후 2시쯤 삼척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이틀 총 주행거리는 딱 200km, 잘 달렸습니다.
동해안 자전거길 고성-삼척 구간의 총평을 하자면
1. "동해바다의 멋진 경치를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곳인데 자전거길은 반 쪽짜리"입니다. 차량이 많고 위험하던 7번 국도를 최대한 피할 수 있는 길이라는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아직 공사 중인 구간이 많고 완공된 곳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곳이 많아서 도로용 자전거로는 달리기 힘듭니다.
2. 이정표가 제대로 배치되지 않고 표시도 불분명해서 길을 벗어나거나 인증센터까지의 거리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3. 인증센터 간 거리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명소들이 많음에도 대단치 않은 곳에 인증센터가 있어 인증센터에서 멈추고 휴식하는 의미가 별로 없습니다.
이제 삼척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동해안의 나머지 구간은 마저 완성되면 다녀오기로 합니다.
울진에서 포항 사이의 힘든 낙타 등 구간이 얼마나 개선될지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