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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18. 2019

존과 지니의 플로리다 스쿠버 다이빙 여행 8

키웨스트 - 반덴버그(Vandenberg)와 리프 다이빙

2019년 2월 2일


오늘은 아침에 출발하는 렉 다이빙을 하는 날이다. 키 웨스트에는 유명한 렉 다이빙 포인트가 있다. 사실 처음에 항공권을 구입할 때만 해도 플로리다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키 웨스트와 키 라르고의 다이빙 사이트를 조사하다 보니 다이빙 여행이 되어버린 것이다. 난파선이나 산호초 포인트가 많은 데다가 공사나 통행금지 구간이 많은 1번 국도의 자전거 도로 상황을 보니 자전거보다는 다이빙으로 오는 것이 더 맞았던 듯하다.


부지런히 아침을 먹고 다이빙 센터에 가서 등록한다.


여기 키 웨스트는 다이빙 투어 요금이 비싼데 반덴버그처럼 딥 다이빙을 하게 되면 더욱 비싸다. 다이빙이 쉽지 않을 것 같아 가이드도 요청한다. 다이빙 요금도 저렴하면서 추가 할인도 있고 가이드도 무료로 붙는 키 라르고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비싸게 다이빙하는 셈이다.


이제 익숙하다. 어제 그 리조트 선착장으로 가서 배가 준비되길 기다린다.


장비를 세팅해놓고 조금 쉬면 바로 출발이다.


어제 갔던 샌드 키와 방향이나 위치는 거의 비슷하다. 선착장을 떠나서 키 웨스트를 반 바퀴 돌아 나온다. 오늘의 다이빙 사이트는 키웨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포인트인  반덴버그(Vandenberg)이다.


반덴버그(USNS Vandenberg)는 원래 2차 세계 대전 때 군 병력을 실어 나르던 수송선이었다가 커다란 레이더를 설치해서 미사일이나 로켓을 추적하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이런저런 용도로 사용하다가 퇴역 후 2009년에 이곳 키 웨스트 앞바다에 인공 수초로서 배의 생을 마감했다. 해저 밑바닥에 가라앉은 반덴버그를 보기 위해 키 웨스트로 찾아오는 다이버들이 이전보다 4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년 방문자수 기준)

반덴버그는 160m 길이의 큰 함선으로 우리 같은 레크리에이셔널 다이버들이 접할 수 있는 인공 수초 중에서는 2번째로 크다고 한다. 며칠 전에 다이빙한 키 라르고의 스피겔 그로브도 150m 정도니 둘 다 엄청 큰  규모의 인공 수초들이다.


참고로 가장 큰 인공 수초는 미국 스케일답게 230m 길이의 항공모함인 오리스카니(USS Oriskany)가 플로리다 맨 서쪽 끝이라 할 수 있는 펜사콜라(Pensacola) 앞바다에 있다고 한다.


준비하고 입수한다. 제발 오늘은 시야가 나쁘지 않기를!

2019년 2월 2일 Dive log #29
최대 수심 30.2m
평균 수심 12.3m
수온 22°C
입수 시간 9:11
출수 시간 9:41


아... 어... 떠내려간다... 조류가 엄청 강하다. 내 유연한 오리발로는 이 조류를 역행하기가 쉽지 않다. 가이드가 내게 손을 뻗어 잡아준다. 지니님은 나보다 더 떠내려가서 결국 가이드가 쫓아가서 잡아온다. 가이드를 고용하길 잘했다.


보트에서 부표에 연결된 밧줄을 잡고 반덴버그까지 내려오면서 공기를 좀 많이 사용했다. 어쨌든 커다란 배의 갑판에 도착했다.


2009년에 가라앉혔으니 10년 정도 되었지만 배의 형태가 잘 남아있다.


가이드가 우리 공기량을 체크한다. 이때 110 bar 정도 남아있었다. 친절하고 능숙한 젊은 친구다.


프랜치 엔젤 피쉬가 많다. 꽤 큼직한 녀석들이다.


시야가 썩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제보다는 훨씬 나았다.


배 근처에는 자이언트 바라쿠다들이 떠있다. 거의 안 움직이는 것이 그냥 떠있다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당하다.


배의 표면은 이렇게 되어 있다. 생물이란 것은 이런 쇳덩어리에도 어떻게든 붙어서 살아가려 하는 강인함이 있다.


반덴버그는 미사일이나 로켓을 추적하는 데 사용했던 배라서 커다란 레이더가 특징인데 하필이면 세 개의 대형 레이더 중에 우리가 내려간 배 앞 쪽의 레이더가 풍화되고 부식되어 무너져 버렸다.


나갈 때 소모할 공기까지 넉넉하게 계산해서 10여 분 정도 반덴버그를 둘러보고 올라갈 준비를 한다. 수심 30m까지 내려가무감압 한계 시간이 20분 남짓이다. 안 그래도 짧은 다이빙에 내려오는데만 공기를 70 bar 정도를 사용해버렸으니 조금 짧게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딥 다이빙을 했으니 5m 3분 정지는 필수다.


내려갈 때와 반대로 줄을 꼭 잡고 올라간다. 이번에는 조류가 뒤에서 밀어주니 수월하다.


딥 다이빙을 했으니 물 위에서 충분히 쉬어준다.

반덴버그를 한 번 더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배가 이동을 해서 리프 다이빙을 한다. 이제 조류에 익숙해져서 반덴버그 중간과 뒤를 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다.

2019년 2월 2일 Dive log #30
최대 수심 7.4 m
평균 수심 5.3 m
수온 22°C
입수 시간 10:17
출수 시간 11:03


준비하고 다시 입수한다. 샌드 키의 또 다른 부분인 듯하다.


어제보다는 훨씬 시야가 좋다.


배의 파편 같은 것도 있다. 어마어마한 수의 배가 가라앉은 바다라서 그런지 바닷속에 배 파편들이 종종 눈에 띈다.


바닥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많다.


바스켓 스펀지에도 조그만 물고기가 산다.


눈이 커다란 스퀘렐피시(Squirrelfish)도 있다. 직역하면 다람쥐 물고기라지만 왜 그런 이름인지 잘 모르겠다. 커다란 눈알과 몸통 뒤쪽의 특이한 큰 지느러미가 특징이다.


조류와 파도가 세서 그런지 물고기들이 바위틈에 잔뜩 숨어있다.


크리스마스트리 웜들도 파도에 휘날리느라 정신없는지 내가 다가가도 숨지를 않는다.


바위틈에 숨어있는 녀석들은 대부분 프렌치 그룬트들이다.


작은 물고기들은 산호초 표면에 뭉쳐 다닌다.


비교적 흔히 보이는 편이지만 안 보이면 또 서운한 라이언 피시(Lionfish)도 있다.

다이빙 요금은 비싼데 반덴버그에 한 번 밖에 안 들어가니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것으로 키 웨스트 다이빙은 끝났다.


장비를 숙소에 두고 간단히 간식을 먹고서 다시 키 웨스트 시내 구경을 하러 나간다. 미국이라 시내버스 앞에 자전거 거치대가 달려있다.


듀발 스트릿으로 나와서 돌아다니다가 한 식당에 들어가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한다.


에그 베네딕트를 주문했는데 수란이 좀 더 익어서 나왔다. 에그 베네딕트는 흐르는 노른자가 중요하거늘...


배도 채웠고 시내도 조금 돌았으니 이제 '듀발 루프' 버스를 타고 트루만 수변 공원으로 간다.


듀발 루프는 키 웨스트 안을 순환하는 무료 버스로 이를 잘 이용하면 키 웨스트 시내를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이름은 듀발 루프인데 실제로는 듀발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옆 골목들 돌아간다.


조금 기다리면 버스가 오고 원하는 데서 타고 벨을 당겨서 내리면 된다.


화이트헤드 스트리트를 달리다가 옆길로 빠지면 트루만 수변공원(Truman waterfront park)이 나온다. 듀발 루프 7번 정류장이다.


지니님이 신났다.


수변 공원에도 웬 군함 같은 것이 하나 있다. 잉햄(USCGC Ingham)이라는 배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호송 임무를 하던 배로 독일 잠수함인 유보트를 격침시킨 전적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해양 박물관으로 이렇게 전시되고 있다.


키 웨스트 항구에는 오늘도 크루즈가 한 대 머물고 있다.


여기에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가 키 웨스트의 일몰을 본다. 오늘은 구름이 적어 일몰을 보기가 좋다. 키 웨스트의 일몰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해가 지고 나니 크루즈도 떠난다. 선상 라이브로 요란하다.


키 웨스트는 라임의 일종인 키 라임(Key lime)으로 만든 파이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처음 들어보는 것이 어째 좀 불안하다.


지니님은 단 것을 별로 안 좋아하고 나는 신 것을 안 좋아하니 키 라임 파이를 한 조각만 주문해서 먹어본다. 아.. 음... 맛있다고는 못하겠다. 이게 왜 유명한거지? 역시 내가 들어본 적 없는 특산품은 안 먹는 게 좋다. 하와이의 하우피아 파이가 훨씬 낫다.

이렇게 키 웨스트의 마지막 날을 보낸다.


키 웨스트에서의 스쿠버 다이빙은 나름 이색적이었다. 가능하면 반덴버그를 두 번 정도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도 반덴버그에 한 번 더 들어가고 싶어서 고민했지만 비싼 가격과 애매한 일정 때문에 미련을 접기로 했다.


내일은 예정대로 키 라르고로 돌아간다. 키 웨스트의 절반 가격에 아직 가봐야 할 다이빙 사이트가 남아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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