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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21. 2019

존과 지니의 플로리다 스쿠버 다이빙 여행 9

키 라르고 - 크라이스트 스태츄(Christ statue)

2019년 2월 3일


오늘은 키 웨스트를 떠나는 날이다. 다이빙은 오후에 할 예정이니 호스텔의 적당한 아침을 넉넉히 먹고 느긋하게 출발한다.


200 km 떨어진 키 라르고까지 다시 돌아가야 한다. 이젠 익숙한 미국 1번 국도를 따라 키 웨스트를 떠난다.


길 옆으로 대서양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이상하게 태평양은 따듯하고 푸근하게 느껴지는데 반대로 대서양은 거칠고 차갑게 느껴진다.


새 다리 옆의 옛날 다리들은 거의 다 끊어놓고 통행금지시켜놨다고 보면 된다. 이 옛날 다리들은 2021년까진 보수 공사를 끝낸다고 하는데 키 웨스트에 다시 올 일이 있을까...


며칠 전에 건넜던 7마일 다리를 다시 건넌다. 끊겨 있는 옛 다리 가운데에 섬이 하나 있다. 피전 키(Pigeon Key)라는 섬으로 몇 안 되는 건물들은 해양 연구소라고 한다.


다시 키 라르고 다이빙 센터에 도착했다. 오늘은 마침 지난 번에 못 갔던 크라이스트 스태츄에 간다고 한다. 지금까지 3번의 트립에 오늘내일 이틀을 더 다이빙하면 총 5번의 트립(다이빙 10회)이 된다고 하니, 키 웨스트에 가느라 4일을 건너뛰었는데도 쿨하게 5 트립 패키지 할인을 해준다. 1인 당 무려 100달러나 할인받은 셈이다. 비싼 반덴버그 다이빙을 포기하고 여기까지 온 덕분에 여행 경비를 많이 절약한 셈이다.


배를 타고 출발한다. 크라이스트 스태츄는 지난 번에 갔던 몰라세스 리프나 스피겔 그로브보다  좀 더 북동쪽(붉은색 포인트)에 있어 배가 가는 방향이 조금 다르다.


보트는 키 라르고 앞바다에서 산호초를 따라 북동쪽으로 올라간다. 이동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2019년 2월 3일 Dive log #31
장소 : Christ of the abyss
최대 수심 9.0m
평균 수심 6.4m
수온 23°C
입수 시간 14:09
출수 시간 14:57


드디어 크라이스트 스태츄로의 다이빙이다.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지만 다이빙 센터에서 배로 가려면 몰라세스 리프보다 멀기 때문에 자주는 안 가는 듯하다. 준비하고 입수한다.


블루스트립드 그룬트가 우릴 반겨준다. 꼬리가 완전히 노란색이면 프랜치, 검은색이면 블루 스트립드라는데 그냥 그룬트로 퉁치자.


시야가 그리 안 좋기 때문인지 베테랑 가이드인 티나 아줌마도 잠시 헤맸다. 드디어 소문의 예수상이 눈 앞에 나타나고 티나 아줌마가 OK 사인을 보낸다.


이 심연의 예수상(Christ of the abyss)은 원래 Guido Galletti의 작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이 복제되어 여기저기 성당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여기 키스 열도의 성당 앞에서도 조금 작지만 똑같이 생긴 예수상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 동상으로 만들어 바닷속에 있는 것이 심연의 예수상이라 하여 전 세계에 3개가 있다고 한다. 가장 첫 번째는 이탈리아 북부의 제노아(Genova) 근처에, 두 번째 동상은 그레나다(Grenada), 그리고 세 번째 동상이 바로 여기 키 라르고에 있다.


예수상은 7.5m 수심에 2.5m 정도의 높이로 설치되어 있어서 수면에서 5m만 내려가면 되니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프리 다이빙으로 내려와 이렇게 손 끝을 터치하고 간다고 한다. 심연의 예수라지만 이름처럼 깊은 곳에 있지는 않다.


하도 만져대서 손 끝이 다 망가졌다. 스쿠버 다이버들은 동상을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배 위에서 미리 브리핑을 받았다. 원래 뭐든지 가능하면 안 건드리는게 다이빙 기본 수칙이다. 이 근처는 존 페네캠프 주립 공원의 일부로 주립공원 관리소에서 정기적으로 이 석상을 청소한다고 하는데 수중생물들이 이미 잔뜩 달라붙었다. 원래 목수라 빨간 목장갑을 끼신 듯하다.


예수상 뒤통수에 부채산호가 붙어 자란다. 꼭 포니테일로 묶은 것 같다.


예수상 앞에서 이런저런 포즈도 취해보고...


충분히 감상한 후에 슬슬 이동한다. 이 근처는 예수상 외에도 충분히 좋은 다이빙 포인트이기 때문에 물고기도 많다.


원사(Surgeant major) 계급장을 닮아서 이름이 이렇게 붙어버린 서전트 메이저 피쉬(Sergeant major fish)가 나타났다.


그레이트 하지 않은 어린 그레이트 바라쿠다도 보인다.


배 위에 올라와보니 스노클링 투어 보트가 한 대 와있고 바다 위에는 스노클링 하는 사람들이 퍼져있다. 전체적으로 수심이 얕아서 그런지 스노클링 포인트로 더 유명한 곳 같다.


크라이스트 스태츄 근처는 그레시안 록스(Grecian rocks)라 하여 다이빙으로 둘러볼 곳이 많다. 조금 옆으로 이동해서 두 번째 다이빙을 시작한다.

2019년 2월 3일 Dive log #32
최대 수심 5.6m
평균 수심 4.1m
수온 23°C
입수 시간 15:24
출수 시간 16:10



들어가니 크리스마스트리웜부터 우리를 반긴다.


오늘처럼 얕은 수심에서 다이빙을 하게 되면 자격증을 갓 딴 초보 다이버들과 함께 다이빙할 가능성이 높다. 물속을 거의 걷는 느낌으로 다니는 초보자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자꾸 지니님 머리 위에 서서 오리발로 지니님을 때린다. 어쩔 수 있나... 레스큐 다이버인 지니님이 알아서 잘 피해야지...


바위구멍에도 물고기가 잔뜩


산호 근처에도 새끼 물고기들이 잔뜩


여기저기 물고기들이 많다.


뭐가 나타났다고 지니님이 손짓한다.


오메 이 맛없게 생긴 놈은 무엇인고...


허니콤 카우피시(Honeycomb cowfish)라는 녀석이다. 뿔복 종류인 듯하다. 왜 벌집 (honeycomb)이라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늬가 화려하다.


자주 보이는 가시 랍스터도 있다.


다른 바다에서는 흔한 성게인데 왠지 여기 키스 열도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이젠 익숙한 키 라르고로 돌아온다. 예수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고기와 수중 생물까지 볼 수 있어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알찬 다이빙이었다.


오후 다이빙을 마치면 저녁부터 먹어야지. 며칠 만에 왔으니 다시 맘에 든 식당에 들른다.


식전 샐러드로 식욕 돋워주고


해물 링귀니 파스타와 피쉬 트리오 플레이트로 저녁을 먹어준다.


숙소는 키 라르고 안쪽의 호텔로 예약했다. 이름은 호텔인데 무슨 펜션같이 1층 건물이 쭉 늘어서 있다. 조명이 거의 없어 어두운데 파란 불빛 때문에 눈만 아프다.


어느 정도 가격이 있는 호텔이다 보니 일단 시설은 만족스럽다.


호텔 뒤에 작은 해변이 있는데 밤늦게 들어오니 그냥 컴컴하다.


어두우니 별은 잘 보인다. 마침 머리 위에 황소자리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보인다.


하루에 다이빙을 2번만 하는 여행이다 보니 우리 여행 역사상 가장 느긋한 여행이다. 오전 다이빙을 하면 오후에 놀러 다니거나 늘어져 있고, 오후 다이빙을 하면 오전에 여유 만만하게 쉰다. 하루 4번 다이빙을 했으면 비용도 엄청 비싸고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숙소들의 체크인 시간문제로 상당히 곤란했을 것 같다. 이제 내일 플로리다에서의  마지막 다이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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