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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25. 2019

존과 지니의 플로리다 스쿠버 다이빙 여행 10

키 라르고 - 스피겔 그로브와 벤우드 렉

2019년 2월 4일


오늘은 스피겔 그로브로 딥 다이빙하는 날이라 일찍 일어나 나가야 한다. 일찌감치 준비하고 체크아웃하러 오피스에 갔는데... 호텔이라더니 오전 8시 전에는 오피스에 사람이 없고 하우스 키퍼들도 안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침대 옆 잘 보이는 곳에 팁과 열쇠를 두고 나왔는데 나중에도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잘 처리된 듯하다.


다이빙 센터에 도착해서 등록하고 배에 탄다. 어제 이미 패키지 가격으로 요금을 모두 지불해놨으니 편하다.


캡틴들끼리 뭔 얘기를 하는지 한참 동안 배가 출발을 안 한다. 오늘도 우리는 캡틴 엘리슨과 함께 나간다. 스피겔 그로브야 가까우니까 괜찮지.


옆 배가 먼저 출발하고 우리도 출발한다. 배들이 모두 트로피칼 어쩌구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갈매기 한 마리가 계속 배를 쫓아온다. 우리를 한참을 쫓아오다가 포기하고 바다에 앉아 쉰다.


오늘은 지난번에 갔던 스피겔 그로브에 다시 들어간다. 길이 150m의 멋지고 거대한 바닷속 군함을 다시 만난다.

2019년 2월 4일 Dive log #33
최대 수심 27.0m
평균 수심 19.5m
수온 22°C
입수 시간 9:25
출수 시간 9:56


시작은 항상 비슷하다. 입수해서 인원 및 장비를 점검하고 나면 배 선수를 고정한 흰 부표까지 줄을 잡고 이동하여 그대로 줄을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줄 끝에는 스피겔 그로브의 함교 상판이 있다.


스피겔 그로브 렉 다이빙 시작이다. 우리에겐 별다른 얘기가 없어서 일반 공기통으로 들어갔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이트록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크레인실 위에는 성조기가 걸려있다. 오랜 세월 바닷속에 있으니 늘어진 썩은 걸레 같아 보이던 것을 펼치니 제법 분위기가 난다.


오늘 가이드는 세레니티라는 여성 다이버다. 아주 친절하고 세심하면서 꼼꼼하게 많은 것을 보여준다. 이 성조기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지난번 가이드는 안 보여줬다.


스피겔 그로브를 전체적으로 둘러본다. 이미 한 번 다녀간 곳이지만 새롭다.


지난번에도 통과했던 함교 뒤의 짧은 통로 구간을 다시 지나간다. 양 옆으로 선실이 보이는데 어두컴컴한 방에 물고기들만 조용히 떠 있으니 뭔가 으스스하다.


배 상부 쪽의 구조물이다. 근처에는 자이언트 바라쿠다들이 보인다.


함수 부분의 2층 갑판 위에 도착했다. 가오리 한 마리가 지나간다.


어어... 갑자기 나타난 호스 아이 잭(Horse-eye jack)들이 눈 앞을 지나간다. 아니 니들도 반갑지만 가오리가 더 보고 싶다고... 저리 가


아놔... 눈 앞에서 계속 알짱거린다.


그 사이에 가오리는 팔랑팔랑 난간을 넘어 사라져 버린다.


세레니티가 수신호를 한다. 라이언피시인가?


라이언피시가 ? 모양으로 휘어있는 함교 전방 파이프 라인 가운데에 살고 있다. 이 녀석들은 이렇게 적당히 움푹 파인 곳을 유난히 좋아한다.


스피겔 그로브에는 큼직한 엔젤피시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함교 위로 올라가서 다시 선미 쪽을 향해 간다.


일반 페롯피시보다 좀 더 화려한 프린세스 페롯피시도 있고...


니모를 찾아서에서 나왔던 놈과 배색은 조금 다른 블루탱(Blue tang)도 보인다.


함교 뒤쪽으로 가서 좀더 구경한 후에 출수한다.


20m 이상의 딥 다이빙은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소지자들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숙련자들이 많아서 오히려 안정적인 다이빙이 가능하다. 배 위에서 30분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다이빙 사이트로 이동한다. 이번 다이빙 사이트는 벤우드 렉이다. 위치는 프렌치 리프와 스피겔 그로브의 중간 정도에 있다.

오른쪽 맨 위부터 심연의 예수상, 스피겔 그로브, 벤우드(빨간 점), 프렌치 리프, 몰라세스 리프다.


그리 깊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에 위성사진에서도 배의 전체 형상이 보일 정도다.

벤우드(SS Benwood)는 1942년에 충돌 사고로 침몰한 화물선으로 침몰 후에 인양 업체에서 이것저것 뜯어가기도 하고 미공군에서 표적 훈련용으로 사용하다가 후에 보존되어 인공수초가 된 난파선이다. 스피겔 그로브와 반덴버그가 일부러 침몰시킨 배라면 이 벤우드는 사고로 침몰된 진짜 난파선인 것이다.


2019년 2월 4일 Dive log #34
최대 수심 14.9m
평균 수심 9.7m
수온 22°C
입수 시간 10:24
출수 시간 11:15


들어가자마자 복어 한 마리가 환영해준다.


시야가 썩 좋지 않지만 큰 문제는 없다. 해저 여기저기에 배 파편이 널려 있다.


그 배 파편들 너머로 큰 형체가 보인다.


벤우드의 우현(배의 오른쪽) 부분이다.


침몰한 지 80년이 되어가는 난파선이지만 그럭저럭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가이드인 세레니티를 따라서 선수 쪽을 크게 돌아본다.


배의 구석구석마다 물고기들이 가득하다.


선수 쪽에도 배 파편들이 널려있다.


화려하면서도 묘하게 생긴 트렁크 피시 한 마리가 지나간다.  


전체적으로 한 번 훑어보고 다시 벤우드로 돌아간다.


가라앉은 지 80년이 다 되어가는 배의 표면은 이렇다.


화물선답게 넓은 갑판은 바다 속 물고기들의 운동장 같은 느낌이다.


종이 다른 두 녀석이 사이좋게 무언가를 나눠 먹고 있다. 서로 더 먹으려고 다투지도 않고 흙 같은 것을 쪼아 먹고 있다. 얘들 흙 먹는다...


화물선이지만 이미 인양 업체가 거하게 수거해갔기 때문에 화물이 있었던 갑판 위는 텅 비어있다. 그 텅 빈 공간을 물고기 떼들이 가득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 중에 스파이가 있는 것 같아.


얘들은 방구석 은둔형 외톨이라 하기엔 수가 많다. 방구석 은둔형 인싸들이라고 하자.


배 골격 층층마다 빼곡하게 들어가 있다. 물고기 아파트라 할만하다.


소라게 한 마리가 바다 바닥을 조용히 지나가다가 우리 눈에 걸렸다. 어찌 생겼는지 얼굴 좀 보고 싶지만 워낙 부끄럼쟁이라 안 보여준다. 뒤집어 볼 수도 있겠지만 키스 열도에서 다이빙하는 동안 바닷속 생물들을 건드리는 다이버는 한 명도 없었다.


다시 갑판 위로 돌아온다.


갈비뼈 같은 배의 골격이 드러난 곳 사이사이마다 물고기로 꽉 차있다. 여기가 이 동네 물고기들의 고급 아파트 단지다.


딱 봐도 물고기들한테서 귀티가 나지 않는가?


등 지느러미가 특징인 호그피시(Hogfish)도 산다. 부분 염색 멋지게 하셨네.


이 동네는 지느러미 노랗게 염색하는 게 유행이다. 이 옐로 테일 스내퍼는 자주 갔던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데 살이 연하고 맛있다.


충분히 즐겼으니 슬슬 배로 돌아갈 시간이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다이빙이 이렇게 끝나나 싶었는데 마지막으로 가오리(Yellow stingray)와 샌드 다이버 피시(Sand diver fish)가 보인다. 키 라르고가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듯하다. 즐거웠다. 대박이었다. 키 라르고!


이렇게 마지막 다이빙이 끝났다. 장비를 간단히 헹궈서 대충 말려서 차에 싣는다. 점심은 근처 대형 마트에서 도시락을 사다가 소풍을 가기로 했다. 근처에 존 페네캠프 코랄 주립공원으로 간다.


여긴 입장료가 있다. 우린 두 명이니 9달러를 생각하고 10달러 지폐를 냈더니 거스름돈을 안 주고 1달러를 환경과 공원 유지를 위해 기부하지 않겠냐고 물어본다. 1달러 정도야 오케이~

공원은 크게 두 파트라고 할 수 있는데 좀 더 구석진 곳인 파 비치(Far beach)에 먼저 간다.


공원 끝자락의 작은 해변이다.


로터리 쪽 테이블에서 사 온 도시락을 꺼낸다. 캘리포니아롤과 스시 세트, 그리고 과일 모듬이다.


따오기(Ibis) 녀석들이 여기서는 비둘기 포지션이다. 우리가 먹고 있으니 슬금슬금 다가온다.


테이블 위까지 올라오니 지니님은 질색팔색...


바다 풍경을 보면서 한가로이 점심을 먹는다.


물 너머로 캐논 비치(Canon beach)가 보인다. 여긴 너무 작으니 저쪽 캐논 비치로 옮기기로 한다.


캐논 비치는 이 주립공원의 가장 큰... 작은 해변이다.


야생동물들이 종종 출몰한다. 특히, 악어들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경고판이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여기서 매너티를 봤다는 사람도 있다.


물은 해초 비린내가 많이 나고 작은 물고기들이 보인다.


이 해초 비린내의 원인인 해초들이 바닷가에 잔뜩 밀려와있다.


근처 맹그로브 숲에는 이구아나들이 슬금슬금 돌아댕긴다. 꽤 커다란 녀석도 있다.


물은 결코 깨끗하다고 할 수 없는 정도다.


조그만 바라쿠다 한 마리가 근처에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그냥 둥둥 떠있다.


지니님은 여기서 자리 깔고 누워 일광욕을 한다.


물이 좀 지저분해서 찝찝하긴 하지만 나는 물안경과 스노클, 핀을 가져와서 스노클링을 한다.


예상했던 대로 뿌연 물속에는 작은 물고기 새끼들이 보인다.


좀 더 깊은 곳에 가니 해파리가 한 마리 보인다. 물이 지저분하긴 한가보다.


여느 해변공원처럼 여기도 샤워 시설이 있으니 물에서 나와 씻는다.


이제 키스 열도를 떠날 시간이다. 1번 국도 오버시즈 하이웨이를 벗어나서 옛길로 가보기로 한다. 대단한 시설도 없고 사람도 많이 살지 않는 곳이라 도로가 엄청 한적한데 숲이 울창해서 바다도 안 보이고 딱히 볼거리는 없었다.


오늘은 마이애미에서 키스 열도로 가는 관문인 홈드에서 묵는다. 처음 왔을 때 들렀던 키스 아울렛이 있는 곳이다.


상당히 큰 규모의 호텔인데 2층밖에 안 되는 큰 건물의 객실 수만큼 주차장이 엄청 넓다.


방 자체도 깔끔하다. 너무 넓어서 돌아다니기 힘드니 하우스키퍼들이 골프 카트를 몰고 다니면서 방 정리를 한다.


조금 일찍 숙소에 와서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이빙을 끝낸 뒷정리다. 코인 세탁기에 밀린 빨래들을 돌려주고 스쿠버 장비는 다시 제대로 헹궈서 말린다.


정리를 끝내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오늘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정했다.


식전주를 조금 내어 주는데 맘에 든다.


애피타이저로 샐러드와 수프를 주문했다.


샐러드에도 치즈를 듬뿍 올려주고...


수프에도 치즈를 듬뿍 올려주고...


지니님은 시푸드 파스타.


나는 파스타가 조금 나오는 스테이크


이 동네치고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도 엄청 맛있다고는 못하겠지만 무난했다.


이렇게 키스 열도로의 다이빙 여행은 끝났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다이빙 여행은 마지막 다이빙이 끝나고 24시간이 지나야 완전히 마무리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겐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까지 아직 온전히 3일을 더 플로리다에서 보낼 수 있다. 내일은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국립공원인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으로 간다. 마이애미까지 왔으니 여기를 지나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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