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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28. 2019

존과 지니의 플로리다 스쿠버 다이빙 여행 11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1

2019년 2월 5일


어제 숙소 구석에 널어두었던 다이빙 장비들이 아직 조금 덜 말랐다. 햇빛이 따듯하니 아침먹을 동안 야외 테이블 쪽에 잠깐 널어둔다.


아침 식사는 입구에 있는 오피스까지 가서 먹어야 한다.


무난한 아침식사다. 나는 기본 구성에 와플과 요거트, 과일 정도만 있으면 만족한다.


오늘은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 가기로 했다. 국립공원 내부에는 식당이나 매점이 거의 없다고 하니 출발하면서 간단한 먹을 것들을 사 가야겠다. 가는 길에 있는 월그린이나 푸드마켓에 들러봐도 도시락 종류가 없다. 결국엔 되돌아 나와서 월마트...


역시 월마트에는 없는데 없다. 심지어는 총도 판다. 월마트에서 과일 박스와 샐러드 박스, 그리고 치킨팝콘을 사서 출발한다. 여기 홈스테드 월마트는 월마트 중에서도 충분히 큰 편이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가는 길에 유명한 과일가게가 있다. 로버트 이즈 히어라는 이 가게는 원래 망해가던 가게였는데 이름을 이렇게 바꾸고부터 대박을 쳤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일가게라고 광고하는데 모르겠다. 이미 먹을 것을 충분히 샀으니 들러도 사지도 않을 텐데 일부러 들르기도 애매해서 그냥 지나간다.


거의 외길이 다시 피한 길을 쭉 따라 달린다. 길 옆으로 미국 남부의 농촌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농촌에서는 지저분한 폐자재나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거나 관리를 하지 않아 다 쓰러져가는 흉한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의 농촌은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라 훨씬 보기 좋다. 농업 시스템 자체도 많이 다르지만 우리나라 시골 사람들의 생활 습관 자체가 깔끔하게 정돈된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한참 달리다 보면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입간판이 보인다.


미국 국립공원의 입구에는 항상 방문자 센터가 있으니 들러본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은 키스 열도와의 경계부터 플로리다 남부의 큰 늪지대 전부이다. 도로라고는  메인 파크 도로 하나밖에 없다.


주로 사는 생물들의 모형도 있다. 새와 악어들이 사는 곳이다.


그림을 보니 왼쪽 물속에 매너티가 있다. 매너티를 보고 싶다. 특이하게 생겼지만 귀엽잖은가.


방문자센터 건물 뒤에는 호수가 있다.


사람들이 무언가 구경하고 있길래 가보니 새끼 악어가 물속에 가만히 있다.


방문자센터에서 다시 출발하면 바로 매표소가 나온다. 소형차 한 대당 30달러이고 영수증을 챙겨두면 7일 동안 계속 드나들 수 있다.


방문자 센터에서 물어보니 가장 끝의 플라밍고 센터 쪽에서 매너티를 볼 수 있다길래 가보기로 한다. 가는 길에 차 한 대가 잠시 멈췄다 가길래 우리도 멈추고 길 옆을 보니 늪지대에 악어 한 마리가 쉬고 있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은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공원이라고 한다. 매표소에서 60km를 달려야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의 도로 끝인 플라밍고 비지터 센터에 도착할 수 있다.


여기가 플라밍고 비지터 센터인데... 펜스가 쳐져있고 영업을 안 하는 듯하다.


그 옆의 플라밍고 마리나 방향에 사람들이 보여 가본다. 바닷물이 왜 이리 더럽지... 존 페네캠프 주립공원 해변보다 훨씬 탁하다.


이 더러운 물에 뭔가 둥둥 떠있는 게 보인다. 가까이 가서 봐야겠다.


이 물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들이 매너티들이다. 부레가 없는 포유동물인데 물속의 풀을 뜯어먹으면 장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부력을 조절한다고 한다.


등에 상처가 난 녀석도 있다. 얕은 물에서 느릿느릿 돌아다니는 녀석들이라 가장 큰 사망 원인은 보트에 부딪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프로펠러에 상처 입은 매너티들이 많다.


지니님은 공기통 같이 생겼다고 하는데 정말 특이하게 생겼다. 물이 탁해서 한 번 잠수하면 한참 동안 보이질 않는다. 인어 전설을 만든 동물로 추정된다는데 어디가 닮은거지...


한 녀석이 매너티라는 것을 알려주려는지 주걱 꼬리를 보여준다. 매너티는 같은 바다소목의 듀공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듀공의 꼬리는 고래 꼬리 같고 매너티의 꼬리는 밥주걱 모양이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마리나 스토어로 가본다. 마리나 스토어는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내부의 유일한 가게다. 이 근처에서 카약이나 자전거 렌탈도 가능하다.


스토어 앞 선착장에서 투어 보트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서 무얼 할까 하다가 재빨리 표를 구입해서 보트를 탄다. 타고 보니 하루 4번 운행하는데 이번에 놓치면 오후 3시까지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가 타고 곧 출발한다. 제일 늦게 탄 셈이라 맨 앞쪽의 그늘 없는 자리에 앉았는데 썩 나쁘진 않다.


이 모터 달린 배 같은 곳은 숙박할 수 있는 수상가옥인데 1박에 최소 300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카약이나 자전거를 빌리는 방법도 있긴 한데... 카약은 평소에 타던 사람이 아니면 엄청 힘들어서 싫다.


무언가가 나타나면 배는 속도를 줄이고 가이드가 나타난 생물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플라밍고 운하를 따라서 거의 흔들림 없이 유유히 흘러간다.


야생동물들이 사는 곳이라 최대한 천천히 운행하는 듯하다.


악어가 한 마리 나왔다. 잘 움직이지 않고 그냥 둥둥 떠있다.


얼핏 보면 잘 보이지도 않는데 가이드는 귀신같이 찾아내서 알려준다. 여기도 악어가 한 마리 널브러져 있다.


왜가리(heron)도 보인다. 이런 종류의 새들은 종종 봐서 그런지 크게 신기하지 않은데 여기에서는 중요한 새인 듯하다.


맹그로브 나무뿌리가 잔뜩 뻗어 나와있다. 물에서 살기 편하게 진화한 나무는 뿌리는 물고기들의 은신처가, 줄기는 도마뱀과 새들의 서식지가 된다.


플라밍고 운하의 끝에 탁 트인 호수 같은 것이 나온다. 쿳 만(Coot bay)이라고 한다. 이름처럼 여기는 호수가 아니라 바다다.


보트는 카약을 만나면 사고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속도를 줄인다.


쿳 만을 가로질러서 타르폰 강을 따라 올라간다. 뭐 대단한 생물이 나오진 않는다.


타르폰 강의 끝에는 화이트워터 만(Whitewater bay)이 나온다. 여기에서 더 나가면 멕시코 만이 나오겠지만 보트 투어는 여기서 되돌아간다.


중간에 잠깐 돌고래가 나타났는데 정말 잠깐 나타나서는 금방 사라져 버린다.


돌아올 때는 악어도 어디론가 가버리고 딱히 볼거리가 없었다. 동물원 사파리 투어가 아니라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것이라 뭐가 나올지는 그날그날의 운에 달렸다고 한다.


90분 정도 투어를 하고 다시 플라밍고 마리나로 돌아왔다.


매너티들도 어디론가 가버렸다. 아까 본 것이 행운이었던 것 같다. 매너티들은 둔해 보이지만 속도를 내서 헤엄치면 꽤 빠르다고 한다. 플로리다 위쪽에는 매너티와 함께 스노클링 할 수 있는 곳도 있다는데 한 번 해보고 싶다.


플라밍고 마리나 스토어 근처에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과일, 샐러드, 그리고 팝콘치킨. 마리나 스토어에서도 간단한 음식들을 파는데 그 외에는 식당이나 가게 같은 게 없다.


이제 오후에는 간단한 트래킹을 할까 한다.


도로 끝의 캠프그라운드를 지나면 도로 상태가 슬슬 안 좋아진다.


해변 대초원 길(Coastal prairie trail)의 입구가 나타난다.


지도로 보면 이 정도다. 결코 짧지 않은 길이라 가져온 운동화로 갈아 신고 간다.


오솔길을 따라서 슬슬 걸어간다. 그런데... 모기떼가 극성이다. 모기 기피제를 안 가져왔는데 엄청나게 물어댄다.


모기떼에 쫓기다시피 걸어 나오니 대평원이라 할 만큼 평평하고 확 트인 곳이 나온다. 우리가 플로리다에 도착했을 때 내렸던 비 때문에 땅은 질고 웅덩이에서 모기가 잔뜩 깨어난 듯하다. 그 비 때문에 여러모로 꼬이는구나.


결국에 길이 너무 질고 모기가 많아서 중간까지만 걷고 되돌아간다. 다시 숲 속을 지나니 더 많은 모기떼가 쫓아온다.


지니님이 특히 더 많이 물렸다. 노출이 많은 팔다리에 성한 곳이 없다.


캠프그라운드의 비둘기적인 존재인 따오기들이 떼로 몰려다닌다. 까마귀들은 아예 주인이 자리를 비운 포드 트럭 짐칸은 뒤지고 있다.


캠프 그라운드의 해변 쪽으로 가본다. 키스 열도와 산호초가 방파제 역할을 해서 플로리다 만의 물결이 잔잔하다.


하지만 물은 이렇게 탁하다. 물놀이 하기에 좋은 곳은 아닌 듯하다. 특히 악어도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지...


슬슬 해가 저물려고 한다. 우리도 슬슬 홈스테드로 돌아가야한다.


이 메인 파크 로드에는 가로등이 없기 때문에 해가 지면 엄청 깜깜하다. 홈우드까지는 75km 정도니 한 시간이면 간다.


오늘 저녁은 홈스테드에서 마이애미 가는 길에 있는 태국 음식으로 정했다.


볶음밥 하나와 팟타이 하나를 주문했다. 둘 다 먹을만하다.


별 계획 없이 무작정 들른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이었다. 다시 검색해보니 우리가 갔던 플라밍고 센터보다 그전에 이정표가 있는 작은 갈림길들이 더 볼만한 것이 많은 듯하다. 원래 에버글레이즈를 하루 가고 마이애미 시내에서 이틀을 보내려 했는데 계획을 바꾼다. 내일 하루를 더 에버글레이즈에서 보내기로 했다. 일주일 입장권을 가지고 하루밖에 안 가면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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