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이번 여행은 상당히 느긋했지만 오늘은 특히 느긋하게 보내기로 했다. 필요한 것만 챙겨서 간단하게 나온다.
마이애미에서 딱 한 군데만 간다면 역시 마이애미 비치다. 마이애미 비치는 마이애미 시내에서 떨어진 섬이니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창 밖으로 마이애미 다운타운의 마천루들이 보인다. 서울은 어딜 봐도 죄다 고층 건물이지만 다른 나라는 대도시 중심에 가야 빌딩 숲이 있고 빌딩 숲이 특히 많이 모여있는 곳이 시내라 알아보기 쉽다.
여기에도 대형 크루즈가 두 대나 들어와 있다.
크루즈 터미널을 포함해서 항만시설들은 닷지 섬이란 곳에 모여있다. 일반 관광객들은 갈 일이 없는 곳이지만...
마이애미 비치에 들어왔다.
아침 식사를 안 했으니 일단 브런치를 먹자. 주차를 했는데 20달러를 내고 종일 주차를 했다. 좀 더 싼 주차장이 있긴 한데 우리가 돌아다닐 곳에서 꽤 떨어져 있어서 적당한 주차장에 세웠다.
지니님이 봐 둔 식당에 가서 야외 쪽 자리에 앉았다. 종업원들이 참 느리고 거의 테이블에 신경 쓰질 않아서 주문하기 힘들다.
스테이크 앤 에그와 에그 베네딕트를 주문했다. 지니님과 반씩 나눠 먹는다. 직원들이 왜 이렇게 느려 터졌나 싶더니 계산서에 아예 팁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으니 계산서를 잘 봐야 한다.
근처를 슬슬 돌아다니다가 해변으로 간다.
화장실에 잠깐 갔다 오는데 갑자기 가까이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노숙자 같은 사람이 관광객을 건드렸는지 순식간에 경찰차가 와서 노숙자를 체포해간다.
해변으로 가보니 백사장이 넓다. 마이애미 비치 남쪽부터 북쪽 끝까지 10km 이상 이어지는 큰 모래사장이다.
드디어 마이애미 비치의 대서양 바다가 눈 앞에 있다. 키스 열도에서 본 바다와 거의 비슷한 느낌이지만 넓은 모래사장 뒤로 펼쳐지니 더욱더바다 같다.
푸른 바다지만 해초 조각 같은 부유물은 꽤 있다. 그래도 존 페네리프 주립공원의 해변처럼 해초 비린내가엄청나거나 하진 않는다.
지니님이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주니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점프샷은 빼놓을 수 없다.
둘이 커플샷도 찍어보려고 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갈매기 한 마리가 끼어든다.
하늘에 경비행기가 뒤에 광고판 같은 것을 매달고 자주 날아다닌다. 마이애미 비치에서 볼 수 있는 광고 방법이다.
잠시 엎드려서 일광욕을 한다는 것이 그냥 푹 잠들어버렸다. 강렬한 햇살에 나도 지니님도 등짝이 홀랑 익어버린다.
등 따가워서 더 못 있겠다. 슬슬 모래사장을 따라서 남쪽 끝까지 걸어가 본다.
마이애미 비치의 남쪽 끝에는 사우스 포인트 파크 피어가 있다. 실제로 부두로 쓰이는 시설은 아니다.
항만 관련 시설은 오전에 마이애미 비치에 들어오면서 보았던 닷지 섬에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
여기 사우스 포인트 파크 피어는 배가 정박하는 곳은 아닌, 그냥 관광객들이 바다를 보기 위한 곳이다.
끝까지 걸어가 봐도 특별한 것은 없고 그저 끝없는 푸른 바다만 보인다.
캘리포니아의 초대형 백사장들도 대단하지만 마이애미 비치도 꽤나 넓은 곳이다. 해변을 바라보는 내 등짝이 시뻘겋다.
가까운 해변에 있는 사람들이 뭔가를 하고 있다. 화보 촬영을 왔나 보다. 모델이 수영복을 갈아입으면서 온갖 이쁜 척을 다 한다.
슬슬 돌아간다. 차 세워둔 주차장까지 가야 하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사우스포인트 파크 피어의 입구에 있는 말풍선 모양의 조형물과 사진도 찍어본다.
해변을 되돌아 가는 길... 아까 봤던 화보 촬영이 계속되고 있다. 수영복을 계속 갈아입으면서 촬영하는 것같은데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차이를 모르겠다.
옆에는 다른 팀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 팀은 뭔가 좀 쌈마이하다.
해변에 꼬마가 쌓아둔 모래성 뒤로 오전에 봤던 크루즈가 출항하고 있다.
해변에서 주차장으로 가려다 보니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오션 비치 파크라는 긴 이름의 공원을 지나간다.
공원 입구에서 갑자기 부스럭 소리가 크게 나더니 뭔가가 날뛴다. 동네 강아지들끼리 싸우나 했는데 이구아나 두 마리가 나무 위에서 싸우다가 잔디밭 위로 떨어졌다.
한 놈은 잽싸게 나무 위로 올라간다.
다른 한 녀석은 사람이 근처에 지나가도 가만히 있는다.
심지어 지니님이 가까이 가보아도 도망가지 않는다.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다들 생각하는게 똑같은지 돌아가는 길이 엄청 막힌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월마트에 들러서 저녁 먹을 음식들을 사 간다. 항상 느끼지만 식당들은 비싸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식료품 가격은 정말 싸다. 특히 육류와 유제품.
월마트에서 스테이크용 소고기와 버터를 사 왔다. 저녁으로 먹기 위해서 버터를 듬뿍 녹여서 스테이크를 구웠다. 한 번 먹을거 치고는 커다란 버터지만 워낙 싸니 아깝지 않다. 주방에 소금과 후추가 약간 있어 간단히 밑간을 해서 굽는다.
사진은 잘 안 나왔지만 이번 여행에서 먹은 스테이크 중에 제일 맛있었다.
함께 사온 비빔면을 후식냉면 삼아서 먹는다. 이렇게 마이애미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끝냈다.
다음날, 델타 항공의 지연으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이빙 장비가 가득 든 위탁 수하물들은 그 다음날 따로 도착했지만...
이번 플로리다 키스 열도와 마이애미 여행은 꽤 즐거운 여행이었다. 여름에 가면 엄청 덥고 습하면서 허리케인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곳이라 추천하지 않지만 겨울의 플로리다는 여행하기 좋은 날씨다.
키스 열도의 스쿠버 다이빙은 난파선들이 핵심인 듯하다. 수중 시야가 그리 좋지 않고 수중 생물 종류가 엄청 다양한 편은 아니라 신기한 것들을 많이 볼 수는 없지만 150m가 넘는 커다란 군함들이나 난파선들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멋진 다이빙 사이트들이다. 다만, 다이빙 비용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우리처럼 패키지 할인을 받지 않으면 다이빙 비용이 상당할 것이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은 캠핑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 이틀은 다녀와야 할 곳이다. 우리가 갔던 곳들 외에도 다양한 트레일들이 있으니 우리도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루 정도는 좀 더 긴 트레일을 다녀왔을 것이다.
이렇게 플로리다 여행을 끝내게 되었다. 하와이, 캘리포니아, 그랜드캐년에 이어 플로리다까지 다녀왔으니 이제 미국에서 가장 가볼만한 지역은 거의 다 다녀온 셈이다. 당분간은 다시 유럽 쪽으로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