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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y 27. 2019

귀요미 수달 보러 가자!

화천수달연구센터 방문기

2019년 5월 11일


원래 오늘은 여느 토요일과 마찬가지로 자전거를 타기로 했는데 지니님의 컨디션 난조로 자전거를 타고 화악산만 잠깐 올라갔다가 복귀했다.


가평에서 자주 가는 단골 닭갈비집에서 점심을 먹고선 오후에는 한 번 들르고 싶었던 한국수달센터에 가보기로 한다.

한국수달연구센터는 화천의 파로호 기슭에 있다. 춘천에서 배후령 터널을 지나 화천군 간동면 오음리에서 에네미 고개라는 꼬부랑 고개를 넘어서 다시 좁은 산길로 들어가야 하첩첩산중이라 할 수 있다.


가평에서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긴 힘드니 자전거를 차에 싣고 출발해서 오후 1시 반쯤 수달연구센터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간단한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만 보면 뭐가 엄청 많은 동네 같은데 사실 수달센터와 파로호 외엔 아무것도 없는 곳이다. 마을 쉼터가 있는지는 모르겠고 다목적 광장인가는 한참 공사 중이고 오전에 자전거를 타느라 힘들었으니 수달길도 패스하고 수달연구센터둘러보기로 한다.


안내판에 통통한 수달이 그려져 있는데 얼마 전에 엄청 히트한  대형 마트의 장바구니 수달 디자인이 늘씬늘씬한 실제 수달을 더 귀엽게 묘사한 것 같다.  


어쨌든 한국수달연구센터에 들어가 보자. 먼저 여기는 동물원 같은 곳이 아니라 연구센터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수달과 하천 생태계를 연구하는 곳이지 일반에게 동물을 보여주고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입장료는 없지만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곳도 아니다.


먼저 로비들어가면 안내 데스크가 있지만 아무도 없다. 방문객이 그리 많지 않으니 안내 직원 없는 듯하다. 데스크에 있는 호출벨누르니 얼마 후에 연구원 한 분이 나타난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대로 오후 3시부터 방문자 안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한다. 원래는 5명 이상이어야 안내를 진행하는데 우리는 미리 연락해서 안내 프로그램을 신청해놓았다. 우리는 두 명뿐이지만 다른 방문객이 더 오지 않아도 3시부터 안내해주신다고 한다. 수달은 야행성이기 때문에 아침에는 잠을 자고 오후 3시가 넘어서 다시 활동을 슬슬 시작하기 때문에 수달의 일과에 맞춰서 오후 3시부터 안내를 해준다고 한다.


아직 오후 2시도 안 되었다. 1시간 정도 여기저기 둘러보기로 한다. 방문객이 적어서 그런지 카페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 다목적실에는 여기저기서 만들어놓은 수달 인형이나 관련 상품들이 모여 있다. 귀여운 것이 꽤 있지만 판매는 하지 않는다.


보노보노 닮은 수달 인형도 있다. 하지만, 보노보노는 해달이다.


귀요미 수달 인형도 있고...


로비의 안내데스크 근처 바닥에는 수달 발자국으로 관람 방향을 표시해두었다.


이 발자국을 따라 가면 먼저 수달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지구 위에는 13종의 수달이 사는데 우리나라에 사는 수달은 유라시아 수달 한 종이라고 하며 지금은 멸종 위기의 보호종이다. 가까운 일본에도 살았지만 모피로 쓰려고 다 잡아버려서 이미 멸종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전세계에서 수달을 가장 많이 밀수하는 곳이 일본이라고 한다. 아까 말한 대로 여기는 동물원이 아닌 우리나라의 수달을 연구하는 연구센터이기 때문에 유라시아 수달만 볼 수 있고 다른 종의 수달들을 데리고 있지는 않다. 해달은 지난해 캘리포니아 자전거 여행을 할 때 몬터레이 만에서 멀리서나마 만났었다.


수달 발자국을 따라서 나선 통로로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통로 벽면에 아이들이 그린 수달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입상작들 답게 다들 잘 그렸다. 자세히 보면 보는 재미가 은근 쏠쏠하다.


수달을 자꾸 파란색으로 그리는 건 보노보노의 영향일까?


6학년 정도 되니 그림이 엄청 대단하다. 최우수상의 수준이 아주 높다. 집에 걸어놔도 훌륭할 것 같다.


볼거리가 엄청 많지는 않지만 시설 전체가 수달로 잘 꾸며져 있다. 빈 벽면이나 화장실 벽면에도 이런 귀여운 수달 그림들로 가득 차있어 이런저런 수달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아래층에 웬 산양 박제가 있는데 수달 발자국을 따라서 그 옆으로 나가니 수달 사육장이 있는 바깥으로 연결된다.


파로호가 보이는 경치 좋은 언덕 위에 이렇게 잘 꾸며져 있다. 아까 설명을 들은 대로 야행성인 수달들에겐 아직 이른 아침이지만 혹시 일찍 일어난 얼리버드 수달이 있을까 해서 둘러보러 간다.


수달 연구센터의 뒷모습이다. 경치좋은 곳에 멋지게 자리잡고 있다.


역시나 대부분의 수달사육장이 비어있다. 제1 사육장부터 하나하나 둘러보는데 텅 빈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다들 아직 안일어났나보..다...? 어?


어? 안 주무시고 모하세요?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커다랗지만 귀욤귀욤한 수달이 나타났다.


이 기다란 관이 먹이를 주는 통로인 듯한데 우리가 뭐라도 줄 것을 기대하는지 먹이 통로 앞에서 서성거린다.


빨리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하는 것 같지만 우린 줄게 없다.


이 녀석 밖에 없으니 서로 한참 바라본다. 하도 봐서 정들 것 같다.


보통 야생동물들은 새끼 때는 귀엽다가 다 크고나면 징그러워지는데 수달은 항상 귀엽다.


오후 3시가 다 되었으니 다시 안내데스크로 돌아간다. 역시나 다른 방문객은 없다. 연구원 선생님이 안내하면서 이것저것 알려준다.  수달은 귀엽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우리나라 하천 생태계의 최강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큼직한 물고기를 좋아하는 수달들블루길, 베스, 황소개구리 같이 커다란 외래종 수중 동물들의 천적이라 그만큼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아마존에 사는 큰수달도 그쪽 민물 생태계의 강자이다 보니 피라니아, 아나콘다, 악어 같은 무시무시한 동물들도 잡아먹고 산다고 한다.  


이제 수달의 먹이로 줄 메기들을 몇 마리 가지고 수달 사육장으로 간다. 수달들은 미식가들이라 싱싱한 활어를 좋아한다.


연구원 선생님과 함께 오니 조용하던 사육장들이 부산해진다. 주는 사람이 왔으니 신경 쓰이나 보다.


이 수달 연구센터에는 현재 16마리의 수달이 있지만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수달들 최대한 야생성을 보존하기 위해 관람객들로부터 격리하여 야생화 훈련을 시킨 후에 방생하고, 아주 어릴 때 어미를 잃어 사람 손에서 크면서 야생으로 보낼 수 없게 된 수달들만 관람객이 볼 수 있게 공개한다고 한다. 공개된 수달 사육장은 6구역 정도 있는데 영역 다툼이 심한 동물이라 한 사육장에 암수 한 쌍만 사육한다고 한다. 이렇게 길들여진 수달들이 새끼를 낳으면 새끼는 야생 적응 훈련을 한 후에 자연으로 보낸다고 한다. 한 쌍의 수달이 차지하는 영역이 15km 정도라 잘못해서 다른 수달과 영역이 겹치면 한 쪽이 죽을 때까지 격렬하게 우기 때문에 방생할 때 특히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한다.


오늘 수달의 식사는 살아있는 싱싱한 메기다. 오메... 이 비싼걸... 그래서, 연구원 식대보다 수달 식대가 훨씬 더 많이 든다고 한다.


사람 손에서 자란 수달인 인국이다. 강원도 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기 위한 전기 펜스가 사육장 안에 쳐져 있는데 안에 있는 녀석이 탈출하는 것보다 근처 파로호에 사는 야생 수달들이 시비를 걸러 오기 때문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인국이도 사육장 탈출 경력이 있다는데, 사육장을 탈출해서 관람객들을 졸졸 쫓아다니다가 다시 잡혔다고 한다. 인국이처럼 사람에게 익숙한 수달이라도 이빨과 발톱이 매우 날카롭기 때문에 장난으로 물거나 할퀴는 것으로도 사람은 크게 다칠 수 있다고 한다.  


인국이 옆에 다른 수달이 나타났다. 인국이의 짝꿍인 나영이라고 한다.


연구원 선생님이 숙련된 솜씨로 가져온 메기를 정확하게 연못 안으로 날린다. 수달들도 날렵하게 물속의 메기를 사냥한다. 물고기를 먹을 때, 머리부터 먹는 애들은 물고기를 일단 잡아서 죽여놓고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먹는 것을 좋아하고, 꼬리부터 먹는 애들은 물고기를 좀 더 싱싱하게 먹고 싶어 하는 미식가들이라고 한다.


인국이는 머리부터 먹는 스타일이다. 한 마리 잡아놓고 다시 한 마리 더 잡으러 간다. 보통 머리 자체는 먹지 않고 남겨두는데 이 생선 대가리를 까치나 까마귀가 먹으러 왔다가 수달에게 잡혀 먹히기도 한다.


연구원 선생님이 이쪽에만 먹이를 주니 저쪽 사육장에서도 입질이 온다. 자기 줄까 싶어서 두 발로 서서 이쪽을 자꾸 쳐다보는 녀석이 있다. 우리 같은 관람객에게 수달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찍 먹이를 주는 것이고 원래는 수달의 활동 패턴에 맞춰서 아침 일찍이나 저녁 늦게 물고기를 준다고 한다.


이렇게 안내 프로그램이 끝나고 연구원 선생님은 돌아간다. 이제 수달들이 나왔으니 우리는 좀 더 둘러보기로 한다.


이 녀석이 아까 지붕 위에서 두 발로 서있던 녀석이다.


나에게도 물고기를 달라! 하고 외치는 것 같다.


맨 처음 우리를 반겨주던 이 녀석은 짝꿍 없이 혼자 있다고 한다. 덩치가 엄청 커서 나이도 좀 먹은 줄 알았는데 겨우 1년 6개월 된... 그냥 뚱뚱이였다.


수달 헤엄을 엄청 잘 치는 것 같아도 물속에 잠수할 수 있는 시간이 3분 남짓이라 물속에서 그물이나 장애물에 걸리면 쉽게 죽는다고 한다.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이 수달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것이다.


또 다른 사육장에도 수달이 나타났는데 유유히 수영을 즐기다가 다시 굴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좀 더 보고 싶었다 했는데 다시 굴에서 나오더니 우리를 구경한다.


사육장마다 밥 주는 방법이 조금씩 다른가보다. 이 녀석은 사육장 출입문 근처에서 주저앉아서 무언가를 기다린다.


이 녀석도 원하는 건 하나뿐인가 보다. 밥 주시오 밥! 아직 4시 정도니 2시간은 더 기다려야 밥을 줄텐데...


이제 수달들도 실컷 보았으니 슬슬 돌아갈 시간이다. 파로호를 배경으로 사육장과 관람센터가 잘 조성되어 있는데 워낙 구석진 곳에 있다 보니 방문객이 많지 않다. 우리가 돌아가려 할 때쯤에야 한 가족이 구경을 왔다. 토요일 오후 시간인데 겨우 두 팀이라니... 한적하게 즐기고 싶은 우리같은 사람에겐 최고다. 돌아가는 길의 수달상은 왜 이리 터프하게 생겼지...?

배후령 지나서 에네미 고개라는 상당히 힘든 고개를 넘어서도 시골길로 꽤 들어가서야 해서 그런지 주말인데도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수달의 연구와 보호에 초점을 맞춘 시설인 만큼 수달을 만지거나 새끼 수달을 보거나 할 수는 없지만 입장료도 없이 수달의 귀욤귀욤한 모습을 실컷 볼 수 있으니 춘천 여행할 때 한 번쯤 들러보면 좋은 곳이다. 오전에 가면 굴 속에서 잠만 자고 있을 것이라 아무것도 볼 수 없으니 반드시 오후 3시에 가서 연구원 선생님의 가이드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연구원 선생님의 가이드를 받아도 2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정도라 수달 하나만 보기 위해서 여기까지 오는 것은 조금 애매할 수 있다. 오전에는 춘천의 다른 관광지를 둘러보고 오후 3시에 맞춰서 방문해서 2시간 정도를 수달들과 함께 보내는 정도라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라면 귀여운 수달을 더욱 좋아할 듯하다.



방문하고자 하는 분은 한국수달연구센터 홈페이지에서 좀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http://www.ott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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