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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Dec 31. 2019

가을의 인제 자작나무 숲

2019 가을 나들이 1

2019년 10월 12일


10월 중순이 되었다. 아직 자전거 시즌 오프 할 때는 아니지만 가을을 느껴보고자 가볍게 걷고 싶다. 어디를 갈까 하는데 아직 단풍이 질 시기는 아니니 단풍 구경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아는 사람은 다 알만한 인제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에 다녀왔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한 생각인지 자작나무 숲 입구 주차장은 이미 만차다. 근처 도로변도 모두 주차한 차들로 꽉 차있다. 조금 헤매긴 했지만 운 좋게 빈자리에 간신히 주차를 하고 자작나무 숲으로 출발한다.


자작나무 숲은 도로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임도나 등산로를 따라서 숲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널찍한 임도를 따라서 걸어간다. 임도 초입부터 곳곳에 하얀 나무 기둥들이 줄지어 보이는데 자작나무 숲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임도라 그런지 보행로가 나누어져 있고 중간중간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어서 걷기 편한 길이다. 단풍이 많이 들지 않아 아직 가을 초입이라고 생각하지만 벌써 낙엽들이 바람에 흩날린다.


중간중간에 이런 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이 있다.


임도를 따라서 자작나무 숲 입구까지 약 3.2km 정도를 걸어야 하니 자주 걷지 않는 사람에겐 짧지 않게 느껴지는 길이다. 래도 깨끗한 길이라 중무장한 등산객보다는 가벼운 차림의 산책객들이 많다.


걷다 보면 자작나무 숲 진입코스 입구 표지판이 있다.  여기서부터는 임도가 끝나고 완만한 등산로가 시작된다. 디어 자작나무 숲인가?


자작나무 숲 입구라지만 바로 자작나무로 가득한 숲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입구소나무 숲이다.


산뜻한 기분이 드는 숲길을 조금 걸어 들어가면...


자작나무 숲이 눈 앞에 나타난다.


아직 초가을이라 푸릇한 산속에 하얀 선들이 수직으로 뻗어나가는 광경이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여기저기에 벤치도 있다. 거의 4km를 걸었으니 잠시 쉬도록 한다.


오늘은 이 흐려서 하늘이 하얀색이니 곧게 뻗은 가지가 하늘로 수렴하는 듯하다. 종종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나올 때마다 하얀 나무기둥이 더욱 도드라진다. 다음에는 맑은 날에 다시 와야겠다. 겨울 눈 쌓인 계절에 찾아와도 좋을 듯하다.


초입부터 어마어마한 자작나무 숲 사이를 걸어간다. 등산로지만 운동화로도 충분한 길이다.


자작나무 기둥을 자세히 보면 이렇게 하얗고 매끈하다. 종종 칼로 깎은 낙서가 보이기도 한다. 서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능인 것 같다. 이성 없이 본능대로 사는 것을 짐승이라고 한다.


자작나무 숲 코스 한복판에는 전망데크와 자작나무로 된 나무집 등이 있는 광장이 있지만 딱히 대단한 곳은 아니고 장소가 넓은 만큼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여기서 다른 길로도 갈 수 있는데 우리는 자작나무 숲 코스를 따라서 올라가기로 한다.


다 올라가면 다시 임도로 나가게 된다.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표지판이 있다. 등산객들이 점심을 먹는 나무 벤치들 주변에는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여기서 주차장 쪽으로 되돌아나가기로 한다. 임도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면 아무 표시도 없는 길이 있는데 이 길로 들어가면 자작나무 숲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가 있다. 이 환상적인 자작나무 숲에서도 가장 멋지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인 듯하다. 우리가 사진을 찍으니 우리 뒤에 따라오던 사람들도 줄줄이 사진 찍느라 난리다.


등산객들이 모이면 소란스럽다. 더 소란스러워지기 전에 빠져나와서 다시 임도를 따라 걸어 내려간다.


아까 들어갔던 자작나무 숲길 입구를 지난다.


길가에는 야생화들이 피어 있다.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도토리나 나무 열매 등을 가져가지 말라고 한 캠페인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요즘 강원도 쪽의 산에 가면 다람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기 자작나무 숲도 마찬가지다. 계심이 강한 동물인데도 람들에게 익숙한 것인지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잘 도망가지도 않는다. 서 가던 아주머니들은 꽃뱀을 마주쳤나본데 뱀은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졌다. 가을 산에서는 항상 뱀조심이다.


올라왔던 임도 입구에 도착했다. 임도를 왕복해서 다녀왔는데 제대로 경로를 잡으면 다른 길로도 내려올 수 있다.  


 오솔길로 가는 다른 쪽 입구에는 매끈한 자작나무 줄기를 이용한 목공방이 있다.


공터에도 자작나무 통나무로 만든 재밌게 생긴 작품들이 있다. 줄기가 매끈하니 따로 가공을 하지 않아도 제법 모양이 나온다.


입구에서는 버섯을 파는데 향이 좋다. 주차장 쪽에도 근처 마을에서 재배한 작물들을 판매하고 있다. 차장에 화장실이 있으니 들렀다가 차를 타고 돌아온다.


인제 자작나무 숲에 다녀왔다. 이렇게 다녀오는데 반나절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자작나무 숲과 근처의 다른 가볼만한 곳들을 묶어서 하루 코스로 다녀오는데 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춘천에서 출발했으니 자작나무 숲만 느긋하게 거닐다 온 것이다.


자전거 타기에 점점 추워지지만 아직 스키나 스노보드 같은 겨울 스포츠는 할 수 없는 계절과 계절의 사이에 이렇게 가볍게 나들이하는 것도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미니멀리즘 자전거 여행처럼 이것도 가볍게 가서 아니 온 것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고 돌아오는 미니멀리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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