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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an 06. 2020

포천 명성산 억새밭

2019년 가을 나들이 2

2019년 10월 19일


가을 풍경이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가을 풍경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억새일 것이다. 억새가 절정일 때니 다른 곳은 잠시 미뤄두고 억새를 보러 가기로 했다. 국내 억새 군락지로 가장 유명한 것은 정선 민둥산이지만 이번에는 포천 산정호수  옆에 있는 명성산으로 간다.

억새 축제 기간이라 그런지 산정호수로 차들이 줄지어 간다. 다른 계절에는 산정호수에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억새 축제 기간에는 명성산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 산정호수 입구에서 주차 요원들의 안내를 따라서 들어가니 임시로 만들어둔 주차장이 넓다. 이 임시 주차장은 정호수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행락철의 붐비는 곳인데 주차를 편하게 하니 좋다.


주차장에서 걸어가는데 바로 앞에 돌산이 보인다. 오늘 저기를 걸어 올라가야 하는구나. 돌산인데 길은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어디로 갈지를 정하는 건 어렵지 않다. 플랭카드나 표지판이 잔뜩 있고 표지판이 안 보인다면 등산객 무리를 따라가면 된다.


다른 등산로 입구처럼 여기도 올라가는 길에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찐 옥수수가 맛있어 보여 한 봉지 사간다.


명성산은 돌산이라 등산로에도 돌이 많다. 지니님은 등산화를 신고 왔지만 나는 가벼운 운동화 차림이다.


조금 올라가니 안내 지도가 있다. 억새 군락지로 올라가서 다른 쪽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이게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걷는 길 옆으로 계곡이 흐르고 울긋불긋 단풍이 들려고 한다. 아직 본격적인 단풍을 즐기려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계곡을 따라 다리를  번 건넌다. 돌부리에 차이는 길이지만 아직은 무난하다. 등룡폭포가 나타날 때까지는 갈림길도 거의 없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산정호수에서 억새밭까지는 약 3.8km다. 등산로 4km라고 해도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가을산은 단풍이 있어 화려하다. 현란한 단풍나무가 나타나면 등산객들은 사진 찍기 바쁘다.


단풍들 사이로 등룡 폭포가 나타났다. 매끈한 바위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폭포다. 등룡폭포가 출발점에서 적당히 떨어져 있는 데다가 근처에 데크나 의자도 있으니 잠시 쉬어가기 좋다.


우리도 잠시 물 마시면서 쉬었다가 출발한다.


등산로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바닥에는 돌이 많아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


산불초소 같은 것이 있는데 그 옆에 넓지 않은 억새밭이 있다. 맛뵈기 같은 느낌이다.


여기서부터 경사가 심해지는 등산로를 돌계단을 따라 계속 올라가니 등산객들의 숨이 거칠어진다.


드디어, 억새밭 입구에 도착했다. 등산객들이 억새밭 입구에서 사진 찍느라 바글바글하다.


뭔가... 생각했던 것보다 억새밭이 형편없다..


가장 억새가 많은 지점이다. 이 뒤에 쉼터에는 등산객들로 난장판이다. 새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럭저럭 피어있기는 한데 생각만큼 풍성하지는 않다. 저 위에 보이는 전망대에 가보기로 한다.


억새가 많지도 않은데 중간중간에 등산객들이 사진 찍는다고 들어가 밟아서 억새가 다 누운 곳도 많다.


전망대까지 낑낑거리고 열심히 올라왔다. 억새밭이 저 멀리 한 움큼 밖에 안 되는 걸 볼 수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초라하다. 옆의 아저씨들의 대화룰 들어보니 작년의 1/3도 안 피었다고 한다.


여기서 좀 더 올라가 보기로 한다.


궁예 약수라는 이상한 샘이 다. 당연히 음용 금지데 고여있는 물이 지저분하다.


억새밭 위에 올라왔다. 정상은 저 위에 더 높이 있는 것 같지만 여기도 명성산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 옆으로 돗자리가 잔뜩 깔려 있고 뭔가 음식을 끓여먹고 있다. 건조한 가을에 건조한 억새밭에서 제정신인가? 주차 단속만 할게 아니라 화기를 사용하고 억새밭을 망가트리는 등산객들도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


팔각정이 있어 올라가 본다. 겨우 한 층 더 올라온 것뿐인데 시야가 탁 트인다.


명성산 표지석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한산해 보이지만 바로 옆에는 가스버너로 뭘 끓이고 술병은 굴러다니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난리다. 사람 몰리는 산에 가면 항상 보는 광경이라 우리나라 등산객은 다들 이런 무뢰배들이라고 생각한다.


얼른 사진 찍고 소란스러운 곳을 벗어나야겠다. 여기서 산정호수로 다시 돌아가려면 다른 길이 있으니 가보기로 한다. 미리 말하지만 편하게 내려가려면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억새밭을 벗어나면 바로 울창한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제 주변이 조용해졌으니 여기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한다. 아침에 팔팔 끓여 보온병에 넣어온 뜨거운 물을 컵라면에 붓고 유부초밥도 꺼내 먹는다. 입구에서 사둔 옥수수도 먹어야지.


먹고 난 쓰레기는 라면 국물 한 방울까지 버리지 않고 챙겨 돌아와야 한다. 음식물이 뱃속으로 들어가배낭이 가벼워졌다. 나들이 갈 때의 내 배낭에는 물 하고 점심 먹을 도시락 밖에 없다. 이제 숲 속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간다.


비선폭포나 자인사 쪽으로 가면 2km가 안 되는구나. 생각보다 가까운데?


저 아래쪽으로는 산정호수가 보이니 금방 도착할 것 같다.라고 이때까지만 해도 낙관적인 생각만 가득했다.


꽤 가파른 등산 계단이 나타났다. 가파른 산비탈에 억지로 만들어놓았는지 한 단 한 단이 꽤 높아서 조심해야 한다. 이 계단만 해도 꽤 길다.


긴 계단을 내려오니 책바위 갈림길이 나왔다. 비선폭포 방향은 위험한 길이라고 되어 있다. 그럼 자인사 쪽으로 밖에 못 가겠군. 저쪽이 위험하면 이쪽은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 길은 험한 돌계단이다. 아무리 내려가고 또 내려가도 계속 험한 돌계단이다. 내려가는 사람도 고생하는데 올라오는 사람들은 힘들어 죽으려고 한다.


이 돌계단은 한참을 내려가다가 자인사에 거의 다 가서야 끝난다. 힘들었다...


자인사가 나타났다. 이 험한 등산로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가볍게 산책하러 왔는데 하드코어 등산이 되어버렸다.


자인사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산정호수로 나오게 된다. 인도도 없는 도로는 차들이 계속 다녀 위협적이니 수변 산책로로 들어간다.


억새를 뽑아다가 여기에 잔뜩 뭘 만들어놨다. 아니 억새밭에 억새가 별로 없는데 그걸 다 뽑아다가 여기다가 늘어놓으면 어쩌라는 건지...


돌담의 돌을 이용한 재미있는 그림들도 있다.


산정호수 유원지의 놀이기구들도 보이고 프리마켓도 열렸다. 


오늘 다녀온 명성산... 힘들었다. 억새가 생각보다 풍성하지 않으니 금 실망스럽다.


어쨌든 이렇게 억새 구경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가기에 그리 멀지 않은 데다가 억새밭과 산정호수까지 볼 수 있으니 겸사겸사 가볼만하다. 다음에는 좀 더 억새가 풍성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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