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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an 10. 2020

홍천 은행나무숲과 살둔계곡

2019년 가을 나들이 3

2019년 10월 20일


10월 하순으로 들어서니 단풍도 본격적이다. 오늘은 은행나무 단풍을 보러 홍천 은행나무숲에 간다.


은행나무숲은 우리가 종종 자전거를 타러 갔던 홍천군 내면의 산골짜기 구석에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힘들고 차량을 이용해서 가야 한다. 내면에서 양양으로 가는 56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구룡령을 넘기 전에, 도로변이 온통 주차장이 되고 사람들이 잔뜩 걸어가는 곳이 나온다.


우리도 길 가에 적당히 주차하고 은행나무숲으로 걸어간다.


사람이 몰리는 곳엔 응당 장사꾼들도 몰리는 법. 숲 입구부터 무언가 파는 노점들이 많다. 향긋한 더덕 냄새가 좋다. 근처에서 재배한 농산물들도 총출동했다.


이 동네는 광원 1리이지만 우리말로는 달둔 마을이다. 그래서 다리 이름도 달둔교, 달둔교 다리로 계방천을 건너가면 은행나무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은행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울긋불긋한 단풍이 우리를 맞이해준다. 다만, 엄청난 인파가 만들어낸 길가의 지저분한 화장실과 어마어마한 량의 쓰레기 때문에 불쾌한 냄새가 많이 난다.


냄새나는 곳을 벗어나면 온갖 물건들을 파는 노점들이 늘어서 있다. 은행 열매로 만든 과자도 있는데 맛이 궁금하긴 하다.


그리고, 이제 막 노래진 은행나무들이 잔뜩 있다. 사방팔방 어디를 보아도 노랗다. 아직 초록빛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이 이제 단풍의 시작임을 알 수 있다. 지난주에 올까도 했지만 너무 푸릇한 모습에 한 주 미룬 것이 다행이다.


이 은행나무 숲은 이 땅 주인이 가꾼 사유지라고 하는데 꽤 넓다. 대부분이 숫나무이기 때문에 은행 열매 냄새도 나지 않는다. 유지이기 때문에 이 은행나무숲은 딱 10월 한 달 동안만 개방한다.


아무리 넓어도 하루 종일 걸어 다닐 만큼 엄청 커다란 숲은 아니다. 슬슬 걸으니 벌써 은행나무숲의 끝부분이다. 오솔길이 있어서 숲 속을 산책하는 느낌으로 들어가 본다.  


군데군데 화려하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있는 걷기 편한 오솔길이다.


계방천을 따라서 슬슬 걸어가다 보면 오솔길은 점점 좁아져서 들어가기 힘들게 되고, 계방천 가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왕 왔으니 내려가 본다.


잔잔히 흐르는 계곡물과 울긋불긋한 단풍이 조화롭다.


다시 은행나무숲으로 돌아와서 왔던 길과는 다른 길로 돌아본다. 지니님의 사진을 찍어주고 싶지만 어딜 가도 사람들이 많아서 한적해 보이는 이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은행나무는 이렇게 코르크층이 두꺼운 나무라 화재에 강하다고 한다.


풍성한 나무보다 이파리가 적게 달린 앙상한 나무가 많기 때문에 나무 하나하나만 보자면 조금 초라할 수 있다.


분류학적으로 은행나무문에는 이 은행나무 한 종만 있기 때문인지 은행나무는 다른 식물들과는 여러 가지로 다른 특징이 많다. 나는 이 부채꼴 모양의 이파리가 가운데서 살짝 나뉘는 모양 자체가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파리부터 줄기까지 감촉도 독특하다.


한쪽에는 숲 주인의 집이 있고 그 근처에 아이들의 꿈이라 할 수 있는 나무 위 비밀기지가 있다. 당연히 올라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니 사진이라도 찍어본다.


사람이 많은 곳이니 벤치에 앉아서 쉬기도 쉽지 않다. 잠시 앉아서 쉬어간다.


이제 단풍이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벌써 떨어지는 은행잎들이 있다. 지니님이 잡아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은행나무숲 자체는 2~3시간이면 구석구석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슬슬 걸어 나와서 점심을 먹으러 가야겠다. 돌아 나오는 길의 원당 삼거리에 잠시 멈춘다. 여기에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지난 2018년 5월에 여기를 지나갈 때 심심해하는 강아지와 잠시 놀았는데

https://brunch.co.kr/@skumac/300


그 녀석이 아직도 있다. 1년 반이나 지났으니 귀여운 강아지가 커다란 똥개 백구가 되었다. 우릴 기억하진 못하지만 사람 좋아하는 성격은 여전하다. 미리 챙겨간 강아지 간식을 물해준다. 이 시골 구석에서 밥찌꺼기와 사료만 먹고 자란 녀석이니 이런 맛난 간식은 처음 먹어볼 것이다.


아까 은행나무숲이 있는 곳이 달둔이고 강아지가 있는 원당 삼거리 근처가 월둔이다. 여기서 내린천을 따라 내려가면 살둔 마을이 나온다. 살둔마을 캠핑장 근처에 주차를 하고 나무 그늘에서 챙겨 온 유부초밥과 컵라면을 꺼낸다. 뜨거운 물도 보온병에 챙겨 왔다.


조촐하게 점심을 먹었다. 굳이 왜 여기까지 와서 점심을 먹었냐... 오후에는 살둔마을부터 내린천을 따라서 살둔계곡을 산책하기로 했다. 은행나무숲은 반나절 정도 머물기 좋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을 근처의 다른 곳을 들르기 좋은데 관광버스를 타고 패키지로 온 사람들은 우리가 지난번에 다녀온 인제 자작나무 숲이나 양양 쪽을 연계해서 가는 사람들도 있다.

https://brunch.co.kr/@skumac/390

우리는 바로 근처의 작은 계곡인 살둔계곡으로 간다. 살둔은 린천이 굽이도는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 길도 간단하다. 내린천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적당한 곳에서 돌아오기로 한다.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한적한 시골길이 펼쳐진다. 여기 살둔계곡 근처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오지라고 한다. 강을 따라서 가 몇 채와 문 닫은 작은 리조트만 있다.


바위를 타는 덩도 빨갛게 단풍이 들었다.


내린천을 거슬러서 슬슬 올라간다. 길은 잘 포장되어 있어서 걷기에 다.


이곳은 오지다. 인적이 드문 길 위에서 벌레들 심심치 않게 마주친다.


길 옆에 무 밭이 나타났다. 한참 수확기인지 인부들이 일을 하고 있다.


감자도 같이 심어서 햇감자가 포대에 그득하다. 맛있겠다.


이 길 끝에는 다리가 있는데 노후화되어서 통행이 금지되었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니 건너도 될 것 같긴 한데 건너가 봐야 별거 없으니 여기서 되돌아가기로 했다.


수확한 무들이 쌓이고 있다.


이렇게 희한하게 생겨서 상품성 없는 녀석들은 버려졌다. 산물의 세계야말로 외모지상주의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것인데 풍경이 달라 보인다. 가을의 단풍은 시시각각 풍경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나 보다.


다람쥐가 나타났다고 생각했는데 한두 마리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나타난 다람쥐들이 서로 싸우기도 하고 난리다.


이미 한 번 지나간 길이라고 익숙해지는 것인지 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은 짧게 느껴진다.


비탈 위의 민가에서 개들이 우리를 보고 엄청 짖어대길래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남은 강아지 간식을 던져줬더니 조용해진다. 개들에게 맛있는 걸 주는 사람이 최고다. 살둔마을 입구 근처까지 다람쥐들이 돌아다닌다. 이왕이면 생쥐나 들쥐보단 다람쥐가 돌아다니는 게 보기에도 좋다.


다시 살둔 분교로 돌아와서 주차해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은행나무숲... 많이 기대하고 가서 그런지 풍성한 은행나무숲이 아닌 하나하나 앙상한 은행나무들을 보니 엄청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노란 은행나무로 가득 찬 을 한껏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물론, 워낙 유명한 곳이라 은행나무보다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 우리의 나들이 콘셉트에 그리 맞지 않긴 하지만...


그리 길지 않긴 하지만 살둔 계곡의 산책길은 가을을 느끼기에 아주 좋은 길이었다. 지난 번에 자전거를 타러 오면서 이쪽으로 갈지를 망설였었기에 이번 기회에 와보았는데 만족스럽다. 살둔계곡 북쪽의 구룡덕봉을 넘어가면 아침가리골이 나오는데 기회가 되면 그쪽도 한 번 가보아야겠다.


이렇게 단풍 구경도 했으니 다음번에는 또 어디를 가볼까? 자전거를 타든 걷든 우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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