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재와 행치령
2018년 5월 19일
이번 주에도 서울-양양 고속도로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강원도 산 속을 달리기로 한다. 아예 군청 소재지에서 벗어난 산 속으로만 달려보기 위해서 홍천군 서석면에서 인제군 상남면 사이를 순환하는 코스를 구성해보았다.
GPX 다운로드 및 코스 요약은 아래 링크를 참고
https://bicycletravel.tistory.com/42
이번 코스는 지난 번에 다녀온 양양-인제 코스와 홍천-횡성 코스의 중간이다. 당초 계획대로 강원도 구석구석을 다니고 있다.
홍천군 서석면사무소에서 출발을 준비한다. 주말에 편안하게 주차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이 넓고 화장실도 편하게 쓸 수 있으니 자전거 여행의 출발지로 면사무소만한 곳은 없다. 며칠 동안 내린 비 덕분에 하늘이 아주 맑아져서 정말 화창한 날씨다. 어디를 가도 좋은 날씨인데 이 코스가 이런 날씨에 어울리는 좋은 코스인지 살짝 고민을 하면서 출발한다.
면사무소 앞 도로에 장이 열렸다. 오늘이 장날인가 본데 시장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구룡령로를 따라서 홍천강의 지류인 내촌천를
을 거슬러 올라간다. 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구룡령을 넘어서 양양까지 가는 길인데 중간에 인제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길 옆으로 폐쇄된 휴게소들이 많은데 교통망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던 예전에는 이 한적해보이는 도로가 양양으로 가는 빠르고 좋은 길이라 차들이 많이 다녔다고 한다.
꾸준히 올라가던 오르막길은 점점 가팔라지고 서서히 해발 고도가 올라간다. 지도 상으로는 홍천강의 더 긴 지류가 있는 것 같은데 일단은 여기 미약골이 홍천강의 발원지라고 한다.
미약골 표지석을 지나가면 본격적으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S자 헤어핀 급커브 구간을 두 번 지나서 열심히 꼬부랑길을 올라가니 하뱃재 정상이 나온다.
하뱃재 정상은 율전 초등학교가 있는 율전리다. 하뱃재가 있으면 상뱃재도 있다. 율전 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상뱃재로 간다. 좌회전하면 점심 먹을 포인트인 상남면으로 바로 갈 수 있긴 한데 거리가 너무 짧아진다. 날씨 좋은 날 여기까지 왔으니 충분히 자전거 타고 돌아가야지...
깔끔하고 비교적 완만하게 잘 닦인 상뱃재길 옆으로 옛 상뱃재 꼬부랑길의 흔적이 보인다.
생각보다 완만한 오르막이라 생각했는데 새 길이 만들어지기 전엔 만만찮게 힘든 오르막길이었던 것 같다.
서석면에서부터 계속된 오르막길은 하뱃재 정상에서 잠시 완만하게 쉬어가다가 상뱃재로 오르는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2단 오르막길이다.
해발 880m의 상뱃재 정상이다. 여기서부터 당분간은 큰 오르막 없이 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내리막길을 쭉 따라 내려가면 홍천군 내면 창촌 읍내를 지나가게 된다.
며칠 동안 비가 내린 탓에 계곡 물이 도로로 흘러넘친 곳이 많다. 최대한 살살 지나가는데도 물이 잔뜩 튄다.
홍천강 상류인 내촌천은 비교적 맑은 편이었는데 소양강 상류인 자운천은 흙탕물이 거세게 흐른다.
구룡령로를 계속 따라가다가는 정말 구룡령을 넘어서 양양까지 이어진다. 이제 구룡령로를 벗어날 때가 되었다. 원당 삼거리에서 상남 방향으로 좌회전해야 한다.
원당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잠시 경로를 파악하는데 하얀 강아지가 우릴 쳐다보고 있다.
근처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상대해 주는 다른 개도 없이 어린 강아지가 삼거리에서 혼자 있으니 외로운가보다. 우리를 보더니 너무 반가워한다.
지니님이 이뻐해주니 아주 애교가 넘친다. 우리도 강아지를 좋아하긴 하는데 둘 다 직장인인데다가 매 주말마다, 또 1년에 두세 번씩 집을 비우고 여행을 하니 강아지를 키울 수가 없다. 한참을 이뻐해주다가 출발하려고 하니 강아지가 비통하게 울어댄다...
마냥 시간을 보낼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강아지를 뒤로 하고 다시 달린다.
이번 코스는 중간중간에 마트가 있는 면소재지를 지나고 약수터도 지나가니 식수나 보급 걱정은 없는 코스이다.
살둔마을 입구 직전에 갑자기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내린천로라는 길 이름처럼 내린천을 따라 가는 길이다.
그리 긴 오르막길은 아니지만 한참 내리막길에서 쉬던 근육들을 다시 움직이려니 더 힘들게 느껴진다. 오르막길 위에는 살둔마을 강변길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데 그냥 큰 길을 따라 간다.
파릇파릇 울창한 숲에 들러싸인 곳이다. 살둔마을은 우리나라 오지 마을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근처에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시로 통하는 큰 도로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 작은 마을에 볼 일이 없다면 이 길을 지나갈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고개 꼭대기에서 살둔마을을 조망할 수 있다. 참 아담하고 이쁜 마을이다.
내린천을 따라서 쭉 내려간다.
지금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446번 도로는 상남을 지나 신남까지 이어진다.
드디어 상남면에 도착했다. 딱히 먹을만한게 보이진 않으니 깔끔해보이는 중국집에 들어간다.
짜장 곱배기 하나, 짬뽕 하나를 주문했다. 맛도 괜찮은 곳이다. 식당 아주머니가 지난 주에 자전거 대회를 했다고 알려준다. 우린 대회에 관심이 없지만 지난 주에 설악그란폰도가 열렸던 것이 기억난다.
상남면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지난 번에 지나갔던 기린면 현리가 나오고 446번 도로를 따라 가면 신남으로 가고 남쪽으로는 아홉사리길이라고 한다. 일단 서석면 방향으로 아홉사리길을 따라 간다. 이제 서석면까지 30km도 안 남았다.
행치령에서 아홉사리고개로 넘어가지는 않고 행치령을 넘는다. 험한 고개를 넘어 시집온 아낙이 낳은 아이가 아홉 살이 되서야 아이를 데리고 험한 고개를 넘어 친정에 갈 수 있었다는 전설이 붙은 아홉사리 고개를 넘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행치령 터널 위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행치령길을 따라 가게 된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는 행치령로는 길고 곧은 직선 오르막이다. 가로수가 햇빛을 가려주니 시원하게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직선 오르막길 끝에서 커브길을 조금만 더 올라가면 행치령 고개 정상이다.
오르막길은 수월했던 것에 비해서 내리막길은 상당히 긴 꼬부랑길이다. 반대로 올라왔으면 꽤 힘들었을 것 같다.
내촌천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행치령길이 구룡령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출발지인 서석면 입구에 도착했다.
오후가 다 지난 시간이니 조그맣게 열린 시장도 거의 파장했다.
서석면사무소 앞에 주차해놨던 차에 자전거를 싣고 돌아온다. 모처럼 만에 좋은 날씨에 즐기기에 알맞은 코스일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코스였다. 지니님도 좋은 코스였다고 하니 기쁘다. 전체적으로 차량 통행도 적고 숲이 울창하면서 계곡물을 따라 즐길 수 있은 자전거 여행 코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