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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an 13. 2020

가을 여행 - 선자령과 강릉 나들이

2019년 가을 여행 4

2019년 11월 2일


오늘은 2년 만에 대관령 쪽으로 가보기로 한다. 삼양 목장도 하늘 목장도 다 가보았으니 이번에는 선자령 등산로를 왕복해볼 생각이다.


선자령으로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관령 휴게소에서 시작한다. 우리도 대관령 휴게소 근처의 에너지 전시관 앞의 넓은 주차장에 주차했다. 온 김에 에너지 전시관도 잠시 구경해본다. 이곳 대관령 근처에는 대규모 풍력 발전단지가 있으니 풍력발전에 대한 홍보관이라 할 수 있다.


풍력발전기의 다양한 형태도 볼 수 있고,


왜 삼각 프로펠러 형태의 풍력 발전기를 요즘 주로 사용하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해 놓았다.


2015년도 자료 기준으로 국내 풍력발전 현황도 알 수 있다. 강원도에는 태백산맥을 따라서 풍력발전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대관령 근처에 풍력발전기들이 이렇게 많은 것을 모형으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여기에 이 에너지 전시관이 있는 것 같다.


이제 슬슬 출발한다. 경기도 남양주부터 시작한 경강로가 여기 대관령 옛길을 지나서 강릉으로 간다. 통신탑 쪽으로 경강로를 건너간다.


대관령국사성황당 입구라는 석비 뒤쪽으로 선자령 방향으로 가는 포장길과 등산로 입구가 있다.


선자령 등산로 안내다. 총 세 군데의 입구가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우리는 맨 위의 등산로를 따라가서 아래 등산로 종점으로 나오기로 한다.


국사성황사 방향으로 포장길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고 예전부터 몇 번 다녀왔다.


이번에는 등산로로 간다.


선자령 가는 길은 전체적으로 그리 험하지 않은 초급 등산로다. 걷는 거리도 적당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것 같다.


이제 11월이니 가을도 깊어간다. 길 옆에는 낙엽도 쌓이고 푸른 것은 침엽수들 밖에 없다.


풍력발전 단지가 있다는 것은 이 근처가 바람이 강하고 자주 부는 곳이라는 뜻이다. 나무들도 강한 바람에 시달리니 자주 바람맞는 방향은 가지가 자라지 못했다.


선자령 등산로로 시작한다 해도 얼마 안 가서 결국엔 항공표지국으로 가는 포장도로와 만나게 된다. 이 포장도로를 느긋하게 따라 올라가면 곧 통신중계소에 도착한다.


통신중계소 철조망에는 등산객들이 묶어놓은 리본들이 한가득이다. 우리는 항상 가장 무난하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유명한 산길을 가게 되면 이런 것을 항상 보게 된다. 방향 잡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너무 많아 흉물스럽다.  


무분별한 등산리본 때문에 골치 아픈지 이런 것도 등장했다. 하지만 보다시피 최근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듯하다. 등산리본도 쓰레기다. 꼭 묶어야 한다면 마지막 후미 담당이 회수해오는 게 옳지 않을까?


대관령에서 선자령까지 약 5km, 왕복하면 10km 정도니 간단히 다녀오기 좋은 거리다.


가다 보면 항공표지국 직전에 등산로 입구가 나타난다. 제부터 포장도로를 벗어나서 본격적인 등산로 시작점이다.


그리 힘들지 않은 등산로를 천천히 걸어간다. 가을이라고 길 옆으로 낙엽이 잔뜩 쌓여있다.


갈림길이 나타나도 그냥 선자령 방향으로 따라가면 된다.


멀리 풍력발전기들이 나무들 사이로 보인다.


선자령 가는 길은 꽤 인기 있는 등산로라 할 수 있는데 오늘은 사람이 많지 않다. 한적한 등산로를 천천히 걸어간다.


어느 정도 걷다 보면 숲에서 벗어나 완만한 능선을 걷게 된다. 멀리에는 풍력발전기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마차 같은 것이 보인다면 하늘목장의 정상인 바람의 언덕이다. 하늘목장에서 포장마차 트랙터를 타면 선자령 근처까지 쉽게 올 수 있다.


선자령 등산로 안내판을 보니 거의 다 와가는 듯하다.


풍력발전기들은 선자령의 상징인 듯하다. 가까이 가면 엄청 커 보이고 날개 돌아가는 소리도 대단하다.


하늘목장의 목축지 바로 옆을 걸어간다. 목장의 소가 여기까지 풀 먹으러 오진 않고 풀만 수확하는 곳이다.


바람이 꽤나 강하게 분다.


숲 위로 선자령 표지석이 살짝 보인다. 얼마 안 남았다.


이제 선자령 정상까지 코앞이다. 이 근처의 평평하고 넓은 공간은 백패커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낮은 관목지대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선자령 정상이다.


선자령 정상 도착. 나는 이미 몇 번 왔지만 지니님은 처음 온다.


다른 백두대간 표지석들이 그렇듯이 뒷면에는 백두대간 전체에서 현재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가 있다. 


동해바다 쪽을 보니 날이 애매하게 맑아서 바다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대관령 삼양목장의 동해 전망대로 가는 방향으로 풍력발전기가 쭉 늘어서 있다.


옆에는 산악기상 관측 장비가 있다.


이제 임도길로 내려가서 다른 방향으로 하산한다. 이 방향은 동해 전망대로 가는 방향이기도 하다.


내려가서 만난 임도에 이정표가 있다. 이제 주차를 해놓은 대관령으로 가야 한다.


이정표에 한일목장(하늘목장) 표시가 있다. 비싸진 않지만 한일목장은 입장이 유료다. 입장권이 없는 사람을 한일목장으로 가면 안 된다. 예전에 삼양 목장 쪽으로는 몇 번 내려간 적이 있는데 나갈 때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냈다. 어차피 차가 대관령 휴게소 쪽에 있으니 목장 쪽으로 내려갈 일은 없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려면 임도를 따라 조금 더 가면 되는데 우리는 등산로를 선택했다. 쭉 내려가면 대관령 휴게소 위쪽의 등산로 출구로 나가게 된다.


가을이지만 아직 생명이 살아있다. 여기저기 핀 풀이나 꽃들을 보면서 내려간다.


이 등산로에는 벤치나 테이블이 없다. 적당한 공터에서 바위에 앉아서 횡계에서 사 온 김밥과 컵라면을 먹는다. 물만 끓여서 보온병에 담아오면 이렇게 간단히 사다가 점심 먹는 게 편하다.


길가에 길쭉한 초록 줄기가 무성하다. 속새라는 특이한 풀이다.


도토리나무가 많은 숲도 지나가게 된다. 도토리를 주워가지 마세요. 몇 푼 하지도 않는 도토리, 묵 만들기도 힘든데 왜 주워가는지... 실제로 도토리 주워가지 말라는 캠페인이 계속되면서 다람쥐들을 자주 볼 수 있게 된 듯하다.


온갖 식물들이 겨울을 준비하는 이때에 속새들만 무성하게 자라서 짙은 초록색 줄기를 뽐낸다.


계곡을 따라서 내려간다. 뭔가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는 하산길이지만 나무숲의 구성이 계속 바뀌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


하산길인데도 종종 오르막길이 나온다. 재궁골 삼거리에서도 계속 오르막길로 돌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오랜만에 청설모를 본다. 들고양이나 다른 육식 동물이 없는 곳에서는 얘가 깡패다.


가을이라 기력이 쇠했는지 풍뎅이 한 마리가 둔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 중간 삼거리에 왔다. 연히 대관령 방향으로 가면 된다.


등산로 안내를 보니 다른 길보다 구불거리는 것이 1km 가까이 돌아가는 길이다. 소나무숲길로 내려간다.


내려가는데 큰 등짐을 진 한 무리의 백패커들이 올라간다. 선자령에서 오늘 밤을 보내려는 사람들인 듯하다. 에는 바람도 심하고 꽤 쌀쌀해질테니 따듯한 장비들로 다들 등짐이 한가득이다.


하산길이긴 하지만 계속 오르막길이 조금씩 나온다. 기는 재궁골 삼거리. 보통 하산 방향이면 내리막으로 가는 방향이 맞는데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자꾸 오르막길이다.


이렇게 쭉 뻗은 소나무 숲을 가로지르면 철조망이 나온다.


이 철조망 안쪽은 양떼목장이다. 양들이 보이고 양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는 양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이다.


양떼목장 철조망을 따라 내려가다가 구불거리는 계단을 내려가면 거의 다 온 것이다.


선자령 등산로의 출구다. 아따 올라간 길보다 대관령 휴게소 쪽으로 조금 아래로 나왔다.


여기까지 왔는데 바로 돌아가긴 조금 아쉽다. 강릉 시내로 가서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루 자기로 한다. 짐 풀고 한숨 돌리고 근처 전통시장으로 가본다. 시장이니 저녁을 해결할 게 있겠지...


부지런히 고기전을 부치는 것이 맛나 보인다.


여기도 온통 닭강정 파는 가게들이 있다. 강정을 사려고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튀김도 여러 가지를 팔고 있다. 뭘 먹을까?


시장 옆 월하거리에는 버스킹이나 마술쇼가 한창이다.


월화 풍물시장까지 둘러보고 뭘 먹을지 결정했다.


중앙시장으로 돌아가서 토실한 오징어순대를 계란 입혀서 부쳐달라고 했다. 맛있다. 좀 더 큰 걸로 먹을걸...


고기전도 먹는다. 등산로 11km를 걸었으니 뭐든 먹어야겠다.


시장 옆의 공원은 원래 기찻길이었는데 KTX 고속철이 지하로 다니게 되면서 월하 거리 공원이 되었다. 이 공원을 쭉 따라가 본다.


남대천을 건너는 철길이 이렇게 보행자 전용 다리가 되어 있다.


지그재그로 구불구불하게 다리 위로 올라가서 월하 거리를 바라본다.


앉아있는 동상과 사진도 찍어보고...


남대천을 건너가면 인적이 드물어진다.


다시 월화 거리로 돌아와서 맥주에 꼬치 요리를 주문해서 루프탑 자리에 앉아서 먹는다.


잘 먹고 구경도 잘했다. 이제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서 쉰다.

게스트하우스는 아래층에 라이브 주점이 있는 곳이었는데... 라이브 주점과 게스트하우스의 조합은 영 안 좋다. 새벽 1시가 다 되도록 음악 소리가 들러온다.


어쨌든 잘 자고 다음 날이다. 이미 일기예보를 알고 있었지만 아침부터 비가 온다.


이제 강릉에서 아침을 먹고 돌아가기로 한다. 청국장집이 유명하다길래 청국장 냄새를 최대한 줄인 청국장과 생선 구이를 먹는다.


빗길을 달려 춘천으로 돌아오니 춘천은 구름이 좀 많지만 화창하게 맑다. 카페에 들러서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운다.


나는 선자령 근처를 2년에 한 번은 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선자령은 최대한 날이 맑을 때 가야 한다. 파란 하늘과 풍력발전기와 목초지의 풍경은 정말 멋지다. 이번처럼 걸어가도 좋고, 하늘목장에서 트랙터를 타고 바람의 언덕을 올라도 좋고, 삼양목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동해 전망대를 가도 좋다. 어떤 식으로든 한 번 정도는 다녀오는 걸 추천한다.


하늘 목장 나들이

https://brunch.co.kr/@skumac/127


대관령 삼양목장 나들이

https://brunch.co.kr/@skumac/286


나에게 강릉은 단오제 기간 외에는 심심한 곳이었다. 딱히 내가 좋아할 만한 먹거리도 없고 구경할만한 것도 별로 없는, 명성에 비해 심심한 곳. 그래서, 동해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속초를 주로 추천해주었는데 오랜만에 온 강릉 밤거리는 쏠쏠한 재미가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강릉선 기찻길이 그리 재미있는 곳이 될 줄이야... 피거리, 경포대,  주문진과 월화 거리 근처만 다녀도 하루 재미있게 다녀갈만한 곳이 되었다. 다음번에 한 번 정도 더 와야겠다.


대관령과 강릉을 다녀온 이번 나들이도 무척 성공적이었다. 아직 11월 초의 따듯한 가을이니 어디든 좀 더 다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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