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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an 29. 2020

가을여행 - 한강의 구석, 영월 어라연

2019년 가을 여행 5

2019년 11월 9일


한강의 공식적인 발원지는 검룡소이고 한강이 바다와 만나는 한강의 끝은 김포의 보구곶리다. 10여 년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한강의 시작에서 끝까지 큰 지류들을 포함해서 거의 모든 구간을 자전거로 다녀왔는데 아직 남은 마지막 구간이 있다. 검룡소에서 시작된 골지천은 정선 아우라지에서 송천과 만나서 동강이 된다. 이 동강을 따라 내려가면 신동읍 덕천리에서 길이 끊긴다.  영월 쪽에서도 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길이 끊기는데, 이렇게 길이 끊긴 한강의 마지막 구간영월 어라연을 걸어가 보기로 했다.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해서 영월에 도착했다. 근처 식당에서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어라연으로 갈까 했는데 마침 9일이라 영월 5일장(49장)이 열렸으니 온 김에 들러본다. 영월 5일장은 점점 늘어가는 관광객 대상의 시장보다는 일반적인 시장에 가깝다.


시작은 해산물 가게부터... 영월에서 나지 않는 해산물과 생선들이 잔뜩 있다.


시장이라 하면 옛날 과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가운데 알록달록한 젤리들을 좋아한다. 좀 사 먹을 걸 그랬나...


좀 허접하지만 재미있는 장난감들도 있고...


시장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분식집도 있다.


찹쌀도너츠와 고로께도 맛있어 보인다. 팥없슈, 팥들었슈, 메뉴도 재밌다. 처에는 호떡 가게도 있다.


영월 5일장의 특징 중에 하나가 싱싱한 버섯 싸게 많이 판다는 것이다. 시식용으로 잘라놓은 것을 생으로 먹어도 맛있다.


다양한 먹거리들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어간다.


버섯들을 시식하다가 적당히 맛있고 싼 표고버섯을 5000원어치 사간다.


공예품, 옛날 통닭, 농산물 등등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골 장 구경이 재미있다고 너무 오래 있었다. 충분히 구경했으니 이제 어라연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주차장이 엄청 넓은데 래프팅 시즌도 아니고 성수기도 아니라 그런지 텅텅 비었다. 그래도 주차장 화장실은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어라연으로 출발한다. 차장에서 나오면 운교로 동강을 건넌다.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둘러싸인 가을의 동강은 잔잔하니 아름답다.


거운교를 건너가면 어라연의 입구인 거운분교다. 여기 거운리에서 어라연으로 가는 길로 표지판이 잘 되어 있다.


등산안내도가 있다. 이왕 왔으니 가장 충실하게 돌아볼 수 있는 루트로 잣봉으로 가서 어라연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시작부터 비포장길이다. 가야 할 길은 잣봉 방향이지만 중간의 앞골재에서 어라연 가는 길과 나누어진다.


잣봉도 봉우리니 잣봉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 많을 것이다. 슬슬 걸어간다. 여기는 작은 마을로 연결되기 때문에 비포장길이라도 이따금씩 차가 다닌다.


앞골재라고 하는 언덕의 중간 삼거리에서 잣봉 가는 길과 어라연 가는 길이 나뉜다. 리는 잣봉으로 가서 어라연으로 내려갈 것이니 왼쪽 마차로 간다. 반대로 가면 급경사 오르막길 때문에 꽤나 힘들 것이다.


계속 오르막을 올라가야 하니 열이 나서 지니님도 겉옷을 벗었다.


언덕을 넘어가면 작은 마을이 보인다. 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 이 작은 마을을 마차 마을이라고 한다.


축사의 소들이 처음 보는 사람을 계하는 것일까 구경하는 것일까. 소들은 덩치가 산만하고 호기심이 많은데 경계심도 많은 동물들이다.


고추밭에 고추들이 다 못쓰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쭉정이만 남겨놓고 빨간 고추들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건조되고 있다.


여기서 길을 따라 계속 가면 장성산을 지나 문산터널 위로 문산리에 가게 된다. 이정표를 따라서 잣봉 쪽으로 가야 한다. 열심히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거운분교에서 고작 1.6 km 왔다. 이제 잣봉까지 또 오르막이겠지...


잣봉으로 가는 좁은 길은 이정표도 잘 되어 있고 아기자기하다.


참 걷기 좋은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등산 계단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힘들다.


계단이 끝나면 좀 편한 길이 나타난다. 곧 잣봉에 도착하겠구나~


능선 위로 올라왔다. 여기서 이정표를 따라가지 않고 샛길로 내려가면 바로 동강 가의 만지나루로 가게 된다. 지도에는 안 나와 있지만 만지나루 가는 고개라고 여기 사람들은 만지고개라고 한다.


능선을 걸어가면 산길로 들어서자마자 사라졌던 동강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어라연 전망대가 나타났다. 여기서 어라연이 쁘게 내려다보인다. 물결이 거의 없어 초록색 거울처럼 잔잔히 흐르는 동강에 묻힌 모래톱과 삼선암이 보이는 어라연 모습. 역시 경치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서 내려다봐야 볼 만하다. 


어라연 전망대에서 능선을 잠시 걸어가면 잣봉 표지석이 나온다. 높지 않은 산인만큼 표지석도 간결하다.


이제 어라연으로 내려가야 한다. 어라연까지 1km 남짓... 가깝네...라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여기서터 상당한 급경사로 로프를 잡고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길 자체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닌데 가을이라 낙엽까지 잔뜩 쌓여 미끄럽다.


한참 내려가다 힘들 때쯤에 이정표가 나타난다. 전망대 방향은 어라연 전망바위 쪽이다. 어라연의 가장 가운데 부분이니 가본다.


좁은 길로 잠깐 걸어가면 어라연의 툭 튀어나온 부분 위에 도착해서 동강을 볼 수 있다.


초록색 강물 위로 삼선암과 병풍바위가 잘 보인다. 동강이 한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어라연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니 한강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좀 더 전망바위 끝까지 가보고 싶긴 한데 위험 표지판이 있으니 여기서 멈춘다.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는다.


이쪽이 정선 방향이다.


다시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동강 쪽으로 내려간다. 아까 잣봉에서 내려오던 급경사 등산로보다는 훨씬 수월한 길이다.


이렇게 완전히 강 근처까지 내려오면 동강이 바로 눈 앞에 보인다.


강 가의 낮은 지대라고 길이 뻥 뚫려 있지는 않다. 멀쩡한 길보다는 돌을 밟고 넘어 다녀야 하는 구간이 많다.


그래도 어라연은 아름답고 동강은 조용히 흐른다.


좁은 돌투성이 산길을 벗어나니 표지판이 있다. 어라연길(생태숲) 방향에서 걸어 나왔다. 등산로 아님이라 표시된 왼쪽의 비탈길 위에는 민가가 한 채 있다.


민가에 사는 사람 덕분인지 차가 다닐 만큼 넓고 편한 길이 생겼다. 근처 강가에 배 한 척이 있는데 강 건너편의 길운리에 사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만지나루구나. 좀 더 가면 만지 관리소라는 작은 초소가 있다.


11월이 되어 가을이 깊어가니 산도 들판도 온통 황금색이다.   억새 축제에서 실망한 억새들이 여기에 이쁘게 피어 있다.


가게 같은 게 나타났길래 좋아라 했더니 성수기에만 운영하는 것 같다.


황금빛 억새를 보면서 천천히 걸어간다. 절묘하게 균형 맞춘 돌탑은 누가 쌓아둔 것일까? 주변을 자세히 둘러볼 만큼 길도 편하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아까 갈림길이 있는 언덕에서 어라연 방향은 내리막이었을 테니 걷다가 오르막이 나타날 것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오르막길이 생각보다는 길다.


아까 앞골재 갈림길로 돌아왔다. 이걸로 어라연 트래킹은 끝난 셈이다.


이제 여기도 아는 길이 되었다.


아마 내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엄청난 절경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어라연은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닌데 참 이쁜 곳이다. 강의 원류인 골지천이 대관령에서 내려온 송천과 어우라져 아우라지에서 시작된 동강은 어라연을 지나서 평창강과 주천강이 합쳐진 서강과 만나 남한강이 된다. 동강은 그 시작인 아우라지부터 끝인 어라연까지 그리 길지 않지만 한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니 아우라지든 정선 동강이든 어라연이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다녀올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어라연까지 다녀왔으니 덕촌리부터 문산리까지를 남겨두고 한강을 거의 다 다닌 셈이다. 딱히 이럴 목적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한강을 원류와 지류를 포함해서 가장 많이 다닌 사람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가지 않고 구간구간 여기저기 둘러본 것이 마치 보물 찾기처럼 한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자전거로 한강 종주 인증하고서 한강을 전부 가본 것 마냥 좋아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인공 하천인 아라 자전거길을 포함해도 200km가 조금 넘는 남한강 자전거길은 발원지에서 바다까지 500km에 이르는 한강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처럼 구석구석 갈 수는 없더라도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 아우라지와 동강, 가을의 내린천, 북한강 DMZ 구간을 돌아보면 아름다운 한강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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